찔뿍!
“……”
일순간 넋을 놓고 있던 페르젠은 자신의 귓가로 들려오는 추잡한 소리에 흐릿한 초점을 바로 잡았다.
아무리 그가 흑마법사 답지 않게 몸을 단련한 사내였어도, 극도의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라우라를 밤내내 상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뻐근한 감각이 맴도는 상체와 다르게 하체는 저릿한 아픔이 올라온다.
특히나 얼마나 살을 부딪친건지 붉게 부어오른 라우라의 엉덩이가 방아를 찍을 때 마다 그의 두 다리는 옅게 떨리고 있었다.
이것은 확실히 체력적으로 페르젠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증거이리라.
“흐…… 아…… 흐응……”
그러나 라우라는 그러한 페르젠의 초췌한 얼굴이 즐겁다는 듯, 그의 턱을 두 손으로 붙잡은 채 가냘픈 허리를 빙글빙글 돌렸다.
서툴고 어색한 점이 하나도 없는 천박스런 기교.
아름다운 다리와 수컷의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여린 허리는 분명 이런 용도로 사용 되라고 주어진 것이 아닐 텐데.
라우라는 페르젠의 성기와 추잡한 마찰을 빚으며 자신의 질을 꼬옥 꼬옥 조여댔다.
그럴 때 마다 한계치까지 들어찬 그의 정액이 내부의 압력에 밀려 쯔북거리는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더니, 지독하리만큼 짙은 수컷과 암컷의 냄새를 자욱히 퍼트린다.
그에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린 페르젠은 자신을 마음대로 농락하는 라우라를 내버려둔 채, 시선을 옮겨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침이 밝아 오는군……’
어둠으로 물든 지평선 너머를 가르며 희미하게 떠오르는 태양.
그래서일까.
밤이라는 장막에 기나긴 시간 동안 가려져있던, 난잡한 교미의 풍경이 조금씩 드러난다.
앉아 있는 의자 옆의 침대도 침대지만, 짐승처럼 뒤엉킨 서로의 몸에는 각자가 상대방의 흔적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담고 있었다.
그나마 페르젠은 그것들이 생채기에 가까웠으나, 라우라는 수컷이 자신의 암컷에게 새길 수 있는 모든 흔적을 머금고 있는 듯 했다.
그녀의 어머니인 베로니카가 작금의 라우라를 보았다면 필시 페르젠의 뺨을 때리다 못해 칼침을 놓았을 터.
그만큼 라우라가 머금고 있는 페르젠의 흔적은 여인으로서 사내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가 아니라, 단순히 수컷의 욕망을 충족시킬 뿐인 암컷으로서 다루어졌다는 흔적이 절실했다.
……물론, 페르젠은 그것을 반론할 생각이 없었다.
괴로운 일이 있었던 사람이 그것을 잊기 위해 끝없이 술을 먹듯.
이성이 없는 라우라의 몸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루었던 건 사실이니까.
쯔뿍.
그리하여 어느 덧 격렬히 허리를 놀리던 라우라의 몸이 서서히 잠잠해지자 페르젠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성기를 꼬옥 물고 있던 좁디 좁은 음부 또한 느슨히 풀어지는 게 느껴진다.
그에 페르젠은 라우라의 등을 살포시 받친 뒤, 몸을 일으키며 자신의 성기를 조심스레 밖으로 끄집어냈다.
뽁……!
그러자 마치, 와인의 코르크마개를 따듯 웃기지도 않는 천박한 소리가 밑에서 들려온다.
철퍽.
“아……”
당연하게도 그 소리에 반응한 건 비단 페르젠 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따지자면 그의 손에 들려있는 라우라는 무척이나 낯선 감각에 흠칫 몸을 떤 것이다.
팅팅 부어올라 벌름거리는, 닫힐지 모르고 확장된 구멍으로부터 뚝뚝 떨어지는 정액의 덩어리.
여인의 몸으로는 결단코 느끼기 힘든 음부로부터 무언가를 배설하는 감각은 이질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에 자연스레 자신의 목에 두 손을 걸치고 있던 라우라가 밑으로 손을 내리려하자, 페르젠은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녀의 몸을 침대 위로 내려주었다.
“……”
그러자 흐리멍텅한 눈동자로 자신의 몸 상태를 서툴게 점검하는 라우라.
땀과 정액으로 얼룩진 자신의 머리카락이 귀찮으리만큼 눌러 붙어 있는 건 둘째 치고, 침을 삼키니 꼬불꼬불한 털이 입가에 걸린다.
입맞춤 조차 제대로 해본적이 없는데, 괴벽에 물든 자신은 사내의 자지를 이토록 게걸스레 빨아댄 걸까.
힐끔 고개를 돌리니, 그의 성기와 그 주변에 덕지덕지 묻어 있는 연지의 자국이 눈에 들어온다.
짙게 남아 있는 이 비릿함이 저 흉물스런 성기의 맛인지.
첫 입맞춤의 달콤함조차 모르는데, 사내의 성기가 어떠한 맛인지 알고 있는 여인이라니.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으로 우습기 그지 없다.
“아……”
하지만 그 실소를 내뱉을 여유조차 없이, 화끈거리는 감각이 올라오는 자신의 음부에 라우라는 가냘픈 다리를 떨며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눈앞의 저것이 얼마나 자신의 안을 거칠게 쑤셔댄걸까.
좁디 좁은 구멍이 정확히 그 크기에 맞추어 벌어진 채 뻐끔거리고 있다.
특히나 아직도 뜨거운 감각이 남아 있는 자신의 배안에서 무언가가 스물스물 흘러나오는 감각은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가……’
아이를 가지면 어찌하려고, 이리도 무식하게 씨를 싸지른건지.
설마, 그의 눈에 자신은 임신도 하지 못할 어린 아이로 보이는 걸까.
‘……’
하지만 뒤늦게 눈에 들어오는, 볼품없는 가슴에 새겨진 이빨 자국을 보고 있으니 그건 또 아닌가 싶었다.
이리도 자그마한 여인의 가슴이라도, 사내 입장에서는 탐할 것이 있었는지.
페르젠은 자신의 흔적을 아주 지독하게 새겨 놓았다.
“으…… 아……”
저리다.
아프다.
피곤하다.
극도의 각성 상태에 빠져 밤이라는 기나긴 시간 동안 수컷을 착정해댔으니, 어찌 가냘픈 여인의 몸이 정상적으로 버텨낼 수 있겠는가.
찾아오는 괴벽의 반동에 라우라는 짙은 현기증을 느끼며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용케도 정신을 잃지 않은 것만이, 그녀의 강인함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쉬어라. 뒤처리는 내가 하도록 하마.”
땀과 정액으로 얼룩진 라우라의 머리를 가볍게 쓸어내리며, 몸을 움직이는 페르젠이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고 널브러진 교미의 흔적을 지워나간다.
그렇게 청소를 마친 페르젠은 두 눈을 끔뻑이며 자신을 쳐다보고만 있던 라우라를 품안으로 안아든 채, 조용한 걸음을 내딛어 욕실로 향했다.
“흐끅……!”
그리 도착한 욕실에서 라우라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자신의 몸에 따스한 물을 부은 뒤, 매끈한 음부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 넣는 페르젠의 행동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질 안에 파고든 그의 손가락이 걸쭉한 정액들을 긁어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찌 이리도 서슴없이 행동하는 건지.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
손을 잡는 것 또한 의사를 묻고 잡는 법인데, 그는 너무나도 자연스레 굵은 중지를 자신의 음부 안에 밀어 넣고 질벽을 긁어대고 있었다.
물론, 손길은 더할 나위 없이 상냥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라우라는 그 간극에서 찾아오는 괴리감에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다.
라우라 드 샤를 로젠베르크라는 여인은, 페르젠이라는 사내에게 있어서 스스럼 없이 음부를 쑤셔댈 수 있는 존재라는 걸까.
……그와 공유하고 있는 비밀의 특성상, 자신의 나체에 내성을 가지는 건 이해한다.
그래도 마치 애지중지하는 물건을 세척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작금의 이 순간은 이상하리만큼 서글퍼 라우라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끄…… 흐윽……!”
그리고 페르젠은 단순한 신음이 아닌, 거기에 뒤섞인 울음기를 읽어내고는 시선을 위쪽으로 옮겼다.
“……”
그러자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리기 일보직전의 아이처럼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라우라가 보인다.
유리엘도, 유페미아도.
자신 앞에서 눈물을 보인적은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라우라가 그랬던 적은 없었기에, 그녀의 눈물은 충분히 페르젠을 당황시켰다.
“아팠느냐……”
“흐…… 끅……!”
차라리 끝까지 눈치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데.
애매하게 자신의 심정을 헤아리려 하는 페르젠을 보고 있으니, 이 서운하고 얄미운 감정을 라우라는 도통 감추기가 힘들었다.
“나는…… 물건이…… 무, 물건이 아, 아니다……”
“……”
“허, 헌데…… 어, 어찌……”
평소 쓰던 존칭 조차 잊어 버리고.
온전한 이사벨의 자아로 페르젠을 대하는 라우라가 자신의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을 훔쳐낸다.
페르젠 또한 둔감하지가 않았기에, 그녀의 음부에 집어 넣은 자신의 손가락을 빼내고는 자그마한 몸을 품안으로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미안하구나. 너를 대하는 데 있어서 매너가 없었다.”
“끄, 흐윽……!”
알려한다면 알 수 있을 만큼, 어설프게 눈치가 있는 것이 더 나쁘다라는 걸 그는 알고 있을까.
아아……
희미하게 김이 서린 뒤편의 거울로부터 비추어지는 자신의 모습이 무척이나 추레하다.
사내에게 예쁨을 받아 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꼬락서니가 어찌 이리도 한심한지.
그렇다고 이 사내를 차마 미워할 수도 없었기에, 라우라는 꼬옥 울음을 삼키고는 자신의 손을 밑으로 내려 페르젠의 성기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조금씩 허리를 내려 자신의 음부 안으로 그 흉물을 밀어 넣는다.
“하윽……!”
단 한 번도, 그와 몸을 섞은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데.
자신의 몸은 어찌 이렇게도 이 흉악한 물건의 감촉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인지.
낯섦 속에 공존하는 그 익숙함을 되새기듯.
그녀는 천천히 사내의 성기가 자신의 질 안으로 파고드는 감각과, 그의 귀두가 자궁구를 쿵쿵 찌르는 느낌을 배우며 고개를 치켜 들었다.
쪽……
그리고는 두 손을 뻗어, 페르젠의 입술을 수줍게 탐한다.
여인으로서 사내에게 안기는 것.
사랑하는 사내와 입맞춤을 하는 것.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경험하며, 동시에 라우라는 페르젠에게 알리고 있었다.
당신이 몸을 섞은 건, 한낱 짐승 따위가 아니라……
이리도 당신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라우라 드 샤를 로젠베르크라는 여인임을.
찔꺽……!
그리고 그것을 영원히 잊을 수 없게끔 해주겠다는 듯, 라우라는 자신의 몸을 천천히 앞으로 돌리고서는 페르젠의 무릎 위에 주저 앉았다.
“히끅……!”
그러자 버거우리만큼 자신의 자궁을 압박하는 페르젠의 성기에 힘을 주고 있지 않은 데도 두다리가 바들바들 떨려온다.
볼록 솟아오른 아랫배의 광경이 어찌 그리도 경악스러운지.
하지만 라우라는 그것을 애써 인내하며 자신의 두 다리를 음탕하게 좌우로 벌렸다.
저 너머의 거울에게, 서로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교접된 광경을 비추는 것이다.
울컥!
때마침 페르젠이 자신의 자궁 안으로 정액을 쏟아내기 시작하자, 라우라는 좁디 좁은 질을 꾸욱 조이며 그의 커다란 손을 볼록 솟아 오른 아랫배로 가져다댔다.
지금 자신이 안고 있는 여인이 누구인지.
어떤 여인의 자궁에 씨를 쏟아내고 있는 것인지.
그것을 똑똑히 느껴보라는 듯, 감히 내뺴지 못하게끔 페르젠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겹친 채 찾아오는 절정으로부터 바르르 몸을 떤다.
“끄……! 흐…… 아…… 아앙……!”
신음이라기 보다는 교성에 가까운 목소리.
그리고 묽고 희미한 애액을 오줌처럼 싸지르며 경련을 하고 있는 거울 속의 자신.
그 모든 것들이 더할 나위 없이 천박하여 라우라는 쾌락으로도 지울 수 없는 수치심이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것은 짐승으로서 그의 품에 안겨 보여주는 암컷의 모습이 아니라, 여자로서 그의 품에 안겨 보여 주는 라우라라는 여인의 모습이 아니던가.
그래, 그것에 옅은 만족감을 느끼며 라우라는 더할 나위 없이 노곤해지는 자신의 몸을 추욱 늘어트린 채 두 손을 뻗어 페르젠의 얼굴을 더듬거렸다.
그러자 고개를 숙여 눈을 마주치는 그가 자신의 뺨을 매만져준다.
분명, 쓸데없이 커다랗기만 한 손인데.
그 촉감이 기분 좋아 라우라는 강아지처럼 얼굴을 비비고 말았다.
‘정말……’
어쩌자고, 너 같은 애송이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구나.
눈을 감는 라우라가 정신을 잃는다.
당연하게도 내뱉지 않은 그녀의 푸념은, 페르젠에게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