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밖에서 머리를 식히고, 황궁 내에 마련된 자신의 처소로 향하던 페르젠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밤은 더욱 깊어져만 가는데.
황궁의 불빛은 오히려 그것을 걷어내려는 듯 찬란하게 빛을 내뿜는다.
저곳에서는, 황실에 소속된 관료들이 클로디아 가문의 저택에서 가져온 자료를 일일이 확인하며 검사를 하고 있겠지.
……그래.
모두가 감추어진 진실은 알지도 못한 채, 자신들의 손으로 죄를 범하며 자연스레 악에 물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각.
그 때, 짧은 상념을 깨트리는 발걸음 소리가 옆에서 들려온다.
굳이 고개를 돌려 확인할 필요도 없이, 창문으로 비추어지는 사내의 모습은……
현 브뤼테인의 가주이자, 자신의 친형인 제레미아.
“……”
“……”
듣기 좋은,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려 온 것일까.
선뜻 입을 열지 못하고, 자신의 옆에 조용히 서있기만 하는 그를 보며 페르젠은 쓰게 웃었다.
하기야 결과적으로 하나의 가문을 파멸로 이끌어 갈등의 종지부를 찍고.
그 과정에서 간접적이기는 하나, 아내의 혈육까지 죽게 만든 사내에게 도대체 어떤 한 마디를 건넬 수가 있으랴.
가장 간편한 ‘몰랐다.’ 라는 핑계 조차 댈 수 없는, 알면서도 행한 선택의 결과들인데.
그러나 어두컴컴한 복도에서 함께 서있기를 10분, 20분, 30분이 차례로 넘어가자……
페르젠은 뒤늦게 제레미아가 어떤 의도를 품고 자신의 곁에 있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단순히 위로 따위를 건네려 자신에게 온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홀로 있기에 곁에 함께 있어주는 것 뿐이었다.
“……”
자신이 어떠한 추잡하고 더러운 길을 가든.
고개를 돌리면 언제나 곁에 가족이 있다는 그런 의미인 걸까.
“하하……”
정말.
유치하고도 손발이 오그라들것만 같은 친형, 제레미아의 애정에 페르젠은 자신도 모르게 너스레 웃음을 터트렸다.
“외로움을 탈 나이는…… 이미 훌쩍 지났습니다.”
“그러느냐.”
더는 아이가 아닌 성인이고.
이제는 가정까지 꾸려 어엿한 가장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어린 동생으로 보이는 페르젠을 향해 제레미아는 옅게 웃었다.
그에 문득, 페르젠은 자신도 모르게 더 이상 의미가 없을 질문을 그에게 던져보고 싶어졌다.
만약, 흘러갈 흐름을 꿰뚫지 못한 채.
시엘 미드포드라는 주인공을 놔두었다면.
그래, 그가 흩뿌려진 파편들을 모아.
악당의 죽음이라는, 진부한 엔딩의 코앞으로 도달했다면.
과연, 자신의 형인 제레미아는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형님.”
“왜 그러느냐.”
“혹여나…… 시엘 미드포드라는 사내가, 로에르 폴 비스타인 클로디아라는 사내가…… 제 목을 단두대 위에 올리게 되었다면…… 어떻게 하셨을 겁니까.”
“……”
상당히 짓궂은 질문이었지만, 의외로 제레미아는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동생인 페르젠의 얼굴을 또렷이 마주보았다.
진실은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어지는 날이 있다고 하니.
분명, 그런 미래가 펼쳐졌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그러한 미래에.
페르젠의 친형이자 브뤼테인의 가주로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자신은……
“그 때, 네게 말하지 않았더냐.”
투욱.
손을 뻗는 제레미아가 페르젠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이 취급을 하는 것만 같은 손길이었으나, 어째서인지 기분이 나쁘지 않아 페르젠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세상의 모진 풍파로부터 너를 지켜줄 성벽이 되겠다고 하였으니……”
설령, 그것이 죄악의 합당한 응보라 하여도.
“나는…… 감히 그것을 거스를 것이란다.”
페르젠.
나의 동생.
네가 악(惡)이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나도 악(惡)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 너의 죽음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느냐.
“……”
스륵.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던 제레미아의 손이 내려가자, 미약하게 남아 있는 그 온기를 느끼며 페르젠은 고개를 들었다.
“자. 상당히 오래 있었으니, 이제 슬슬 들어가봐야 하지 않겠느냐.”
“예…… 그렇지요.”
지금 자신에게 있어서 가족은, 비단 제레미아 한명 뿐이 아니었기에.
페르젠은 짧은 목례와 함께, 미약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네고는 그의 옆을 지나쳐 어두컴컴한 복도를 걸어 나갔다.
제레미아의 확고한 진심을 방금 그 자리에서 전해들어서 일까.
……페르젠은 더더욱, 자신이 걸어 온 이 길을 후회하지 않았다.
* * * * *
딸칵.
처소의 문을 열고, 페르젠이 안으로 들어선다.
그러자 한박자 늦게, 침대에 조용히 앉아 있던 유리엘은 몸을 움찔하며 페르젠을 바라보았다.
또각.
“……”
문을 닫고 가까이 다가서니, 희미하게 풍겨오는 분내.
달빛이 내려 비추는 가운데 보이는, 옅게 칠해진 그녀의 화장은.
일부러 자신이 싫어하는 냄새를 몸에 두르고 있는 걸까.
“이상, 해……?”
반쯤 억지에 가까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유리엘이 자신에게 묻는다.
그에 페르젠은 손을 뻗어 조심스레 그녀의 뺨을 쓰다듬다, 침대 너머로 여린 몸을 거칠게 밀어 눕히고서는 넥타이를 사납게 풀어 헤쳤다.
이제 와서 자신에게 겁을 먹기라도 하는 것인지, 파르르 떠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페르젠은 가냘픈 손목을 움켜쥐고 있는 손에 우악스런 힘을 주었다.
“아, 아파……!”
“……다, 늦었다. 유리엘.”
네가 사랑하는 사내는……
죄없는 소녀의 발목을 분지르고.
그 가문을 끝끝내 파멸로 몰아 넣었으며.
홀로 악착같이 영지를 이끌어 나가던 여인을 억지로 취했고.
아내의 혈육을 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분명……
자신이 얼마나 추악하든, 그것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스스로의 입으로 고백을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유리엘 웨인 데이나 알프레드.
이기적이라 해도 좋다.
너는, 결코 나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아니, 네가 나를 미워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죄없는 소녀의 발목을 분지르고, 그 가문을 파멸로 몰아 넣은 사내를 사랑해야 하며.
……자신의 혈육을 죽게 만든 사내의 곁에서, 영원한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이래서, 자신이 돌아가기 전 까지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을 터인데.
아이처럼 애꿎은 책임전가를 그녀에게 시키며, 페르젠은 유리엘의 옷을 난폭하게 벗겨 나갔다.
희고 고운, 부드러운 살결은.
평소처럼 수줍음에 떨고 있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머금고 떨고 있는 것 같아 자연스레 페르젠의 손속은 더욱 거칠어졌다.
“끄힉……!”
간단한 전희도 없이, 무식하게 자신의 속살을 파고 들어와 내부를 휘젓는 굵은 손가락.
그에 긴장한 몸은 자연스레 그의 손가락을 꼬옥 조이며, 낯선 이물감을 배척하려는 듯 밖으로 밀어 내려 애를 쓴다.
찌걱……!
하지만 생리적인 현상으로, 미끌미끌 거리는 애액이 부드러운 속살을 촉촉히 적셔 나가자.
그의 굵은 손가락을 밖으로 내보내려는 거센 조임은 무용지물이 되어, 오히려 더욱 깊은 곳으로의 침입을 허용하고 말았다.
“아…… 아흑……!”
오돌토돌한 부분을 지그시 누른다기 보다는, 거칠게 자신의 음부를 쑤시며 성감대를 수차례 쿵쿵 자극하는 손길.
그 행위에 배려는 일절 담겨 있지 않았고, 얼른 밑준비를 마치려는 듯한 조급함만 스며들어 있을 뿐이었다.
기어코 강제적인 쾌락으로 긴장된 유리엘의 몸을 이완시킨 페르젠은, 살짝 붉게 부어오른 그녀의 음부 안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빼낸 뒤 바지춤을 끌어 내렸다.
일순간 콜레오네의 한 마디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나…… 페르젠은, 차마 그것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못했다.
자신의 아이를 품게 된다면, 유리엘도 유페미아처럼 자신에게 온전히 종속되어 살아가지 않을까 싶었으니.
“괜, 찮아……”
그러나 유리엘은 헐떡이는 목소리로 간신히 한 마디를 내뱉으며, 페르젠을 향해 배시시 웃어 보였다.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스스로 붉게 부어오르려는 음부를 좌우로 벌리고, 음탕하게 끔뻑이는 깊숙한 속살을 그에게 여지없이 드러낸다.
“……당신을, 미워하지 않아.”
“……”
“……당신을, 외면하지 않아.”
충격으로 창백해진 피부를 가리기 위해 화장을 한 것인데.
오히려 이것이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걸까.
“나에게, 죄책감을…… 가지지 마.”
리지 폴 리아나 클로디아.
그 힘없는 소녀의 발목을 분질러 인생을 망쳤고.
나아가 클로디아 가문 전체를 파멸로 인도했으며.
……친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사이가 나쁘지도 않았던.
자신의 자매인, 언니──엘리스 웨인 크레타 알프레드를 죽게 만든 것에 일조했어도.
유리엘은 기꺼이 눈앞의 사내에게 안기려 들었다.
악당에게 어울리는 아내라고 한다면, 도덕을 일그러트리는 배덕감에 심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소양일테니까.
“오늘…… 가임기야……”
“……”
“그러니…… 어울리지 않게 뜸들이지 말고, 당신 자지…… 넣어 줄래요……?”
다른 쪽으로, 그의 심기를 살살 긁으며 유리엘은 자신의 음부를 더욱 활짝 벌렸다.
그에 페르젠은 무릎을 앞으로 조금 움직여, 그녀의 음부에 자신의 성기를 내려 맞춘 뒤 비좁은 속살을 억지로 가르며 깊숙히 파고 들었다.
찌붑!
“아흑……!”
오랜만의 관계라 그런지.
순식간에 자신의 자궁구를 짓누르는 그의 성기에 유리엘은 불규칙적으로 숨을 내뱉으며 페르젠의 등을 끌어 안고 덜덜 떨었다.
아랫배에 돌이 들어찬 듯한 묵직한 감각.
하지만 그 와중에도 혹여나 페르젠이 자신을 향한 쓸데없는 배려를 할까봐, 애처롭게 허우적거리는 가냘픈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 퇴로를 막는다.
아니, 막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앞당기며 천박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그러자 미끌거리는 애액과 맞물린 그의 귀두가 자신의 자궁구를 빙글빙글 문지른다.
“앗…… 하앙…… 앙……!”
빈틈없이 메워진 음부를 부러워 하듯, 연분홍빛 항문이 천박하게 뻐끔거리지만.
가임기를 맞이한 자궁은 결코 그의 씨를 배설 기관 따위에 내줄수 없다는 듯, 어느때보다 속살을 꾸욱 옥죄이며 수컷을 유혹해왔다.
“흐끅……!”
이윽고 잠시나마 있었던 주도권이 완전히 페르젠에게로 넘어가자, 유리엘은 그의 탄탄한 몸에 짓눌려 한 마리의 암컷으로 전락했다.
자신의 목덜미를 훑으며 풍만한 가슴으로 옮겨가는 그의 입술이 탐스러운 살결을 거칠게 베어물고.
가냘픈 두 다리를 위쪽으로 뻗게 만드는 그가 도톰한 음부의 살집을 앞으로 내밀게 만든 채, 흉물스런 성기를 최대한 깊게 쑤셔 박으며 체중을 싣는다.
“끄…… 힉……! 흐아앙……!”
그러자 자궁이 짓눌리다 못해 찌부러질것만 같은 압박감에, 유리엘은 온 몸을 덜덜 떨며 소변을 지리듯 묽은 애액을 수차례 내뿜었다.
“응……! 흐읍……!”
하지만 페르젠은 그러한 유리엘에게 여유를 주기는커녕, 뺨에 달라 붙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치워내고 수컷의 욕망이 가득 담긴 입맞춤을 선사해온다.
철퍽……!
“끄흡……!”
동시에 반쯤 빠져나갔던 성기가 재빠르게 그 빈자리를 채우며 자신의 자궁을 한번더 두드리자, 유리엘은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사내가, 자신의 자궁에 한가득 씨를 뿌리려 한다는 것을.
“흐읍…… 흑…… 으항……!”
그에 그것에 대한 준비라도 하듯.
유리엘의 자궁은 음탕하게 내려앉아, 페르젠의 요도 부근에 찰싹 달라 붙어 천박한 조르기를 해왔다.
“큭……!”
얼른 자신의 자궁에 정액을 배설해달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은 그 암탕한 암컷의 교태에.
페르젠은 화답이라도 해주듯, 짧은 신음을 내뱉으며 유리엘의 몸을 단단히 구속한 채 기나긴 사정을 이어 나갔다.
“흣……! 아, 아……”
울컥!
뜨겁고.
끈적한.
수컷의 씨가 자신의 자궁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내부를 가득 채우며, 모종의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주륵……
채 들어가지 못하고 밀려나오는 정액은, 회음부를 타고 미끄러지며 귀엽게 뻐끔거리는 그녀의 항문을 물들여나간다.
이미 망자가 되어버린 이들이, 창가를 타고 내려오는 달빛을 통해 지금 어떠한 사내와 정을 통했고 어떠한 사내의 씨를 받았는지 알기는 하는 거냐고 꾸짖는듯 하나.
유리엘은 그것을 가볍게 무시하며, 힘없는 손으로 그의 정액이 가득 들어차 있을 자신의 아랫배──자궁 근처를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그래……
그녀는 무척이나 서툴고, 또 수줍게.
악에 물들어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삐걱!
기어코 기나긴 사정을 끝마친 페르젠이 자신의 몸 위로 스르륵 무너지자, 유리엘은 그의 몸을 따스하게 감싸 안아주었다.
페르젠 폰 슈바이크 브뤼테인.
사랑하는 나의 남편.
더 이상 그가 악(惡)인지 선(善)인지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리라.
설령 그가 악(惡)이라고 하여도, 자신은 태내에 품은 이 악의 씨를 반드시 꽃피워 낼 테니까.
“사랑해요……”
굳이, 대답을 바라지 않는 유리엘의 잔잔한 목소리가 페르젠의 귓가에 스며든다.
그리고 페르젠은 거기에 담겨 있는, 자신을 향한 그녀의 애정을 느끼며 몰려드는 수마에 몸을 맡긴 채 눈을 감았다.
악몽조차 침범할 수가 없는, 안락한 새벽이 포근하게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