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19
찌북……!
찔꺽……!
찰팍!
양 손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라우라의 새하얀 팔을 붉게 물들인다.
그리고 부러진 중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페르젠의 상체를 바닥으로 밀어 넘어트리고, 천박하게 엉덩이를 찍어대는 라우라.
그 모습은 창녀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창녀에 비유한다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으리라.
자신의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어대는 눈앞의 이것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였으니까.
“하으…… 흐아……”
일말의 색기도 머물러 있지 않은, 짐승의 헐떡임처럼 숨을 토해내는 라우라가 두 손을 뻗어 페르젠의 목을 움켜쥐고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초점도 제대로 맞지 않는 눈동자로 자신을 응시하며 웃음을 짓는 그녀를 보고 있자하니, 정말로 만월의 괴벽이 가져다주는 광기가 어떠한 것인지 페르젠은 선명히 느끼게 되었다.
이윽고 자신의 목을 조르는 것 뿐만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죽음의 형태를 갈망하듯.
고개를 숙이는 그녀가 목덜미 근처에 얼굴을 묻고 이빨을 드러낸다.
“하으…… 케헥……!”
그에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움켜쥐고 밀어낸 페르젠은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끄…… 켁……! 하으……!”
뚝뚝, 침을 흘리며.
숨통이 막혀오는 와중에도 자신의 목을 조르며 음탕하게 엉덩이를 찍어대는 라우라.
좁디 좁은 질속은 마치 자신의 성기를 농락하듯, 짧은 간격으로 조였다 풀어주었다를 반복하며 처음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의 테크닉을 선보여주고 있었다.
이미 입고 있는 허름한 옷은 제 용도를 상실한듯.
흘러내리는 땀에 가득 달라 붙어,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과 앙증맞은 유두를 적나라하게 비추어준다.
그러나 페르젠은 자신의 육체가 받아들이는 쾌락과는 별개로, 모종의 불쾌함을 느껴야만 했다.
그것은 이 섹스, 아니 따진다면 교미라 할 수 있는 이 행위에서의 주도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삐 풀린 말을 통제하지 못해 질질 끌려가는 사람처럼.
라우라의 페이스에 저항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수동적인 모습에 짜증이 치솟았다.
그렇다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이것을 주도하기에는……
육욕을 탐하는 능동적 주체가 라우라가 아니라 자신이 되는 것 같지 않은가.
자신의 기분을 위해, 굳이 라우라의 마음 속 부채감을 덜어 줄 필요는 없을 테니.
페르젠은 이 불쾌한 교접에서 일부러 주도권을 되찾아 오려고 하지는 않았다.
“큭……”
그리 일방적으로 라우라의 노리개가 된 듯, 불쾌한 교접을 이어 나가던 끝에.
이성과는 반대로, 밀려오는 쾌락을 견디지 못한 육체가 그녀의 안에 씨를 토해낼 준비를 시작하자……
“으…… 아?”
페르젠은 상체를 억지로 일으켜 그녀의 안에 쑤셔 박힌 자신의 성기를 뽑아내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음부 안에서 한층 더 부풀어 오르는 그의 성기를 적나라하게 느끼고 있던 라우라는 어림도 없다는 듯, 자신의 두 다리를 붙잡아 끌어내려는 페르젠의 손길에 거칠게 반항하며 몸부림쳤다.
“하으……! 아으…… 아……!”
찔꺽!
찔꺽……!
가만히 있으라는 듯, 거칠게 엉덩방아를 찍어대며 자신의 여린 체중으로 페르젠의 몸을 짓누르는 라우라가 목을 조르고 있던 손에 더욱 힘을 준다.
찌붑!
자신의 음부에 쑤셔 박힌 성기를 결코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 없다는 듯, 쥐어짜낼 기세로 조여오는 질벽은 한치의 빈틈도 없이 페르젠의 성기에 달라 붙더니 귀두 끝을 자궁구 앞으로 올곧게 인도하여 단단히 고정시킨다.
이쯤되면 감싸 안는다기 보다는, 흡착이라고 일컫는 것이 맞을 지경.
그러나 페르젠은 그녀가 안전한 날인지 위험한 날인지 조차 몰랐기에, 질내에 사정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했으므로 완력을 통해 라우라를 끌어 내리려 했으나……
주륵.
성기가 반쯤 뽑혀져 나가기 무섭게, 스스로 혀를 깨물어버린 라우라가 광기어린 눈웃음을 짓는다.
“……!”
그 전조도 없는, 갑작스러운 자해에.
페르젠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재빨리 손을 뻗어 턱을 붙잡은 뒤 자그마한 입을 억지로 벌렸다.
하지만 교묘하게도 다치는 선에서 자신의 혀를 물어 뜯고, 자르지는 않은 라우라가 비릿한 웃음을 머금는다.
“아으.”
저 비웃음의 의도는 무엇일까.
……사실, 고민할 필요는 없으리라.
여기서 자신을 더 방해하려 든다면, 그대로 혀를 잘라버리겠다는 협박일 터.
그리고 페르젠이 그것을 눈치 채고, 움직임을 멈추자.
라우라는 다시금 자세를 잡으며 반쯤 뽑혀져 나간 그의 성기를 자신의 자궁구 끝까지 밀어 넣었다.
아니, 혹여나 그가 또 쓸데없는 방해를 할까봐.
밀어 넣는 수준이 아니라, 아랫배가 볼록 솟아오를 만큼 허리를 내려앉힌다.
동시에 페르젠의 귀두 끝, 요도 부근에 맞추어 자신의 자궁 입구를 가져다 댄 라우라는……
울컥!
곧이어 시작되는 그의 사정에 희미한 희열을 느끼며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안쪽으로 밀려드는 그의 씨앗이 차곡차곡 자궁 안에 자리를 잡는 것이 선명히 느껴진다.
자신의 밑에 깔린 사내의 생기를 약탈하는 이 느낌이 어찌 그리도 좋은지.
“하……”
그리고 페르젠은 그러한 라우라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검은 머리 짐승보다 더한 것이…… 여기 있구나.”
흐트러진 눈앞의 저 새하얀 백발을 물에 씻긴다면, 어둠보다 짙은 흑발이 드러나지 않으련지.
이윽고 라우라는 페르젠의 목소리 따위는 귀담아 듣지 않으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그의 기나긴 사정을 얌전히 기다려주지 않고,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며 추잡한 교미를 이어 나갔다.
* * * * *
지독한 정사의 냄새가 방안에 비릿하게 잡은 탓인지, 페르젠은 조금 현기증이 찾아오는 것 같았다.
아니, 굳이 따진다면 방안에 가득 드리운 냄새만이 원인은 아닐 터.
찌붑……!
붉게 달아오른 새하얀 엉덩이가 자신의 치골과 맞닿을 때 마다 추잡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쯔쁙.
그리고 이미 한계까지 그의 씨를 받아낸 라우라의 음부는 허리를 움직일 때 마다 조금씩 그의 걸쭉한 정액을 바깥으로 토해냈다.
이쯤되니 페르젠의 육체 또한 쾌락을 느끼지 못하고, 단순히 마모되어 그녀의 질안에 틀어박혀 있을 뿐이다.
“아……”
그렇게 잠시 뒤, 서서히 드리운 어둠을 몰아내고 태양이 떠오르는 창밖의 풍경이 보이자 페르젠은 긴장이 풀리며 누적된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오는 걸 느꼈다.
아침이라는 하루의 시작이, 오늘 따라 왜 이리도 반가운지.
“큭……”
이윽고 페르젠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허벅지 근처의 근육이 당겨오는 고통을 무시한 채 마지막이 될 사정을 끝마쳤다.
꿀렁!
꿀렁……!
더는 들어갈 빈자리가 없기 때문인지, 그의 씨를 받아내지 못한 라우라의 자궁이 좁디 좁은 질 안쪽에서 정액을 역류시킨다.
그 오묘한 감각은 별로 달가운 것이 아니었기에, 페르젠은 입가에서 묵힌 숨을 토해냈다.
“하……”
일말의 여운도 없는, 말그대로 정액을 쥐어 짜내질 뿐인 교미의 끝.
흐릿한 초점을 맞추어 햇살이 드리우는 방안을 바라보니, 밤부터 새벽까지 이어진 추잡한 교미의 흔적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 위로 떠다니는 건, 오직 암컷과 수컷의 냄새 뿐.
“흐, 읏……? 아……”
아기의 옹알이 같은 라우라의 목소리와 함께, 자신의 성기를 꼬옥 조이고 있던 질벽이 느슨하게 풀어진다.
고개를 숙이니 몽롱한 눈동자로 아직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라우라가 다홍색 눈동자를 귀엽게 끔뻑거리고 있었다.
그에 요염한 붉은 입술을 타고 뚝뚝 흘러내리는 침을 부드럽게 닦아주니, 그제야 서서히 초점이 돌아오며……
“아……!”
옅은 신음소리와 함께, 양손의 상처와 부러진 손가락을 쳐다본다.
솔직히 거기까지만 보자면, 평소보다 조금 과격한 결과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흐윽……! 끄, 아……?”
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여린 몸으로 좀처럼 감당하기 힘든 이물감에 라우라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페르젠의 무릎 위에 앉아 있기에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과 별개로, 아랫배가 왜 이리도 뜨거운지.
특히나 꿀처럼 점성 높은 무언가가, 자신의 몸안쪽을 타고 밑으로 흘러내리는 느낌은 너무나도 낯설었다.
“어…… 으……”
기어코 밑으로 고개를 숙인 라우라는, 좀처럼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한 동안 몸을 굳혔다.
어째서 그는 바지를 벗고 있고.
자신은 속옷을 내던진 채 앉아 있는 걸까.
또, 어째서 흉측하게 발기한 그의 성기가.
자신의 음부 안을 꿰뚫듯 파고 들어와 있는 걸까.
움찔!
느슨하게 풀어졌던 라우라의 질내부가, 조금씩 상황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뇌를 따라 긴장을 머금기 시작하여 페르젠의 성기를 꼬옥 조인다.
그 과정에서 꿈틀거리는 페르젠의 흉물을 자신의 아랫배 안쪽에서 선명히 느낀 라우라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손을 뻗었다.
볼록하게 솟아 오른 자신의 아랫배, 그 부근을 손끝으로 건드니 너머에서 딱딱한 것이 느껴진다.
그 딱딱한 것이 페르젠의 성기라는 건, 당연히 라우라도 어렵지 않게 눈치를 챌 수 있었다.
“힉…… 히윽……”
그에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며, 오랜 시간 틀어 박혀 있던 그의 성기를 조금씩 밖으로 뽑아내기 시작하는 라우라.
흡착하듯 달라 붙어 있던 속살이 아쉬움을 선보이며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주춤!
그래서인지 간신히 일으킨 몸을 지탱하고 있던 라우라의 새하얀 두다리는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바들바들 떨려왔다.
얼음을 핥으며 달라 붙은 혀를 억지로 힘을 줘서 떼어 내려는 느낌이 이러할까.
부드러운 속살이 페르젠의 성기에 달라 붙어 함께 끌려 나오려는 감각은, 이대로 자신의 질내가 뒤집혀 버릴것만 같은 공포감을 선사했기에 라우라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전생에 마녀라 불리어서, 음부 안쪽에 이리도 무식한 말뚝을 박아 넣은 건지.
즈뽁!
“끄힉……!”
그래도 간신히 페르젠의 성기를 자신의 음부 밖으로 뽑아낸 라우라는,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아랫배의 공허함에 고개를 밑으로 숙였다.
선혈, 정액, 애액으로 덕지덕지 더럽혀진 그의 성기로부터 굉장한 냄새가 퍼져 나가며 코끝으로 스며든다.
도대체 저 무식한 크기의 흉물이 얼마나 오랜 시간 자신의 음부에 쑤셔 박혀 있었던 걸까.
“아……”
붉게 부어오른 도톰한 음부.
무식하게 확장된 구멍은, 고작 손가락만 조금 밀어 넣었던 자신의 보지가 맞나 싶을 지경이다.
특히나 그의 성기가 빠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살짝 부풀어 있는 아랫배에 힘을 주어 꾸욱 눌러보니……
철퍽.
덩어리라고 해도 좋을, 그의 정액이 뭉텅이로 자신의 내부에서 쏟아져 나온다.
“아…… 아아……”
좀처럼 보고도 믿기 힘들 그 광경에, 결국 바닥에 미끄러지듯 주저 앉은 라우라는 뒤늦게 올라오는 전신의 통증에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흐으…… 흐아아앙!”
그리고는 평소 보여주었던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어린아이처럼 서글픈 울음을 토해낸다.
정신적인 나이는 육체의 두배가 된다 하더라도, 이성이 돌아온지는 얼마 되지 않는 시점이기에.
이 당혹스러운 광경을 라우라는 침착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더군다나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그녀에게 역린인만큼, 사내의 씨가 자신의 자궁에 가득들어차 있는 상황은 무엇보다 두려운 것이다.
“하……”
그리고 라우라의 그 울음 소리를 들으며, 페르젠은 조용히 실소를 흘렸다.
지금 울어야 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아닌지.
속편하게 눈물을 쏟아내는 라우라를 보고 있자하니, 페르젠은 그저 부러움이 치밀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