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19
식사를 마치고, 페르젠과 함께 자신의 방에 앉아 있는 유리엘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그를 슬그머니 쳐다보았다.
젖기리개 따위는 하지 않은, 분홍빛 유륜이 그대로 비추어지는 검은색 네글리제를 입고 있는 음란한 차림새가 무심하리 만큼.
페르젠의 시선은 유리엘이 아니라 머지 않아 내려 앉을 저 너머의 건물에 고정 되어 있었다.
드득……!
이내 미약한 진동을 머금고 떨리기 시작하는 탁자와 함께, 페르젠의 눈동자에는 도미노처럼 주저 앉기 시작하는 몇몇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가 먼 만큼 저 현장의 소리가 들려오지는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페르젠은 무너지는 건물의 잔해에 내려 깔려 죽는 사람들의 비명이 귓가로 스며드는 듯 했다.
화살을 쏜 것은 자신이 아니지만, 적어도 활의 시위를 당긴 것은 페르젠 자신이었기에.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한다면, 확연한 거짓말이리라.
그리고 유리엘은 그러한 페르젠이 여전히 아무런 말없이 와인 잔을 입가에 가져다 대어 마시기 시작하자, 조용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분명, 술에 취하는 것 만큼 가까운 도피처는 없겠으나.
적어도 유리엘은 그가 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을 도피처로 삼아주었으면 했다.
때문에 페르젠의 무릎 위에 요염하게 앉은 유리엘은,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어 그의 탄탄한 가슴팍과 배 주위를 무척이나 유혹적으로 쓸어내렸다.
“……”
그러자 비로소 자신을 바라 봐주는 페르젠의 시선에, 유리엘은 옅게 웃으며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드럽게 포개었다.
상당히 도수가 높았던 건지, 그의 입가에서 풍기는 와인의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살짝 아찔해진다.
교환한 타액을 목 뒤로 삼켰을 땐, 흥분으로 인해 몸이 달아오르는 건지.
아니면 미약하게 뒤섞인 와인 때문에 몸이 달아오르는 건지 유리엘은 제대로 분간조차 하지를 못했다.
“유리엘……”
이윽고 짧은 입맞춤이 끝나자, 페르젠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유리엘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자신에게 얌전히 몸을 맡기라는 듯……
투둑.
손을 내뻗어 그의 셔츠 단추를 조심조심 풀어 나갔다.
쪽……
그리고는 고개를 숙여, 페르젠의 목덜미 부터 시작해 탄탄한 가슴팍을 매혹적인 입술로 훑어 나간다.
움찔……!
남성의 유두를 핥으며, 밑으로 손을 내려 성기를 더듬더듬 매만지는 이 방식은 또 어디서 배운 건지.
처음 받는 전희의 방식이었기에, 페르젠은 입술을 비집고 나오는 은은한 신음을 참지 못하고 몸을 작게 떨었다.
찔꺽……!
자신이 해주는 봉사가 충분히 만족스러운 걸까.
바지춤 너머,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주물럭 거리던 그의 성기가 흉폭하게 부풀어 올라 귀두 끝에서 투명한 애액을 찔끔 쏟아낸다.
그에 페르젠의 가슴팍에서 고개를 떼어낸 유리엘은, 그의 바지춤안에 넣었던 손을 꺼내어 은은하게 묻어 있는 쿠퍼액을 고양이처럼 핥았다.
할짝……
분명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으나, 여기서 풍겨오는 수컷의 냄새가 어찌 그리도 중독적인지.
이내 스스럼 없이 그의 무릎에서 내려간 유리엘은, 페르젠의 다리 사이로 자리를 잡은 뒤 바지춤을 천천히 끌어내렸다.
쪼옵……
그리고는 속옷 위로, 껄떡이는 성기의 귀두 부근을 천박하게 빨며 자신의 타액을 흘려보낸다.
당장이라도 한낱 천조각 따위를 벗어나 암컷의 목구멍을 거칠게 쑤시며 범하고 싶다는, 흉물의 박동이 적나라하게 느껴지지만……
유리엘은 일부러 그러지 않고 페르젠을 애태우듯 속옷 위로 그의 성기를 애무했다.
일부러 그의 성욕을 자극해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한 상념을 지우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적나라한 본심은 그가 자신에게 집중을 하게끔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흐읏……!”
실제로 애태우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페르젠은 자신의 팬티를 내린 뒤 커다란 손을 뻗어 유리엘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자신의 고간 쪽으로 얼굴을 묻게 만들었다.
진득한 수컷의 냄새를 풍기며 세차게 껄떡이는 성기가 자신의 뺨을 툭툭 내려칠 때 마다, 한낱 암컷에 불과하다고 조롱을 하는 것 같으나……
유리엘은 그것이 조금도 기분 나쁘지 않다는 듯, 자신의 얼굴 위에 얹힌 흉물의 기둥을 탐스러운 붉은 입술로 정성스레 핥았다.
쪽……
“케흑……!”
그리고 귀두 부근에서 울컥울컥 흘러나오는 쿠퍼액을 요염하게 핥아 먹듯 키스를 했던 유리엘이었으나, 그런 전희는 필요 없다는 듯 순식간에 자신의 입안을 헤집는 성기가 목젖을 두드리자 유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꼬옥 오므렸다.
“흐…… 켁……!”
그러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있는 페르젠은 아주 천천히 힘을 주며 자신의 얼굴을 숙이게 만들었고, 그럴 때 마다 굵직한 그의 성기가 점차 목 뒤로 넘어가자 유리엘은 침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한 채 경련하는 목구멍을 이용해 그의 성기를 꾸욱 꾸욱 조여주었다.
명백히 쾌락 보다는 고통이 앞서고 있는 상황이나, 유리엘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기어코 오기로 그의 성기를 뿌리 끝까지 삼켜냈다.
“흐으…… 끄……! 케흑!”
느릿하게 앞 뒤로 움직이는 그의 성기가, 자신의 목구멍을 이용해 마치 길이라도 재듯 수컷의 위용을 과시한다.
그리고 유리엘은 조금이라도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페르젠의 구두 위에 주저 앉아 자신의 음부를 음탕하게 문질렀다.
과연, 세상에 이리도 음란한 여인이 존재할 수는 있는 걸까.
억지로 차오르는 사정감을 인내하며, 페르젠은 구두를 살짝 세워 유리엘의 천박한 몸짓에 기꺼이 어울려주었다.
분명, 비는 내리지 않는데.
어찌하여 구두는 이리도 선명히 젖어 들어 윤광을 내는 건지.
“흐브……!”
이내 참고 참던 사정감도 그 한계에 봉착하자, 페르젠은 허리를 살짝 앞으로 움직여 유리엘의 머리를 깊숙이 자신의 고간에 묻었다.
유리엘 또한 거칠게 맥박하며 조금 더 부풀어 오르는 그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느껴졌기에, 페르젠의 허벅지 위에 손을 얹힌 채 곧이어 시작 되는 사정을 꾸역꾸역 받아냈다.
물론, 목구멍 깊숙이 틀어 박힌 성기로부터 한가득 쏟아져 나오는 정액 때문에 숨이 막혀 당장이라도 이 흉물을 뱉어 내고 싶기는 했으나……
다른 의미로 자신의 배 안에 정액을 배설하는 그였기에, 유리엘은 힘겹게 그의 씨를 삼키며 기나긴 사정의 시간을 인내했다.
“콜록……!”
그 끝에 자신의 타액으로 끈적해진 페르젠의 성기를 밖으로 뱉어낸 유리엘은, 거칠게 기침을 하며 눈가의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아직도 끈적한 그의 정액이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든다.
그러나 분명 자신의 목구멍 너머로 채 배설하지 못한 정액이 있을 거란 생각에, 유리엘은 덜덜 떨리는 여린 손으로 그의 성기를 훑으며 혀를 내밀었다.
그러자 예상했던 대로, 아직 남아 있던 그의 정액이 걸쭉하게 자신의 혀 위로 흘러 나온다.
“윽……!”
이 흉물스런 성기와, 또 이것이 자신의 목 너머로 싸질렀던 정액이 얼마나 자신을 학대했는지.
몸은 드물게 거부 반응을 보이며 그의 씨를 삼키는 것을 거부했으나……
꿀꺽……!
유리엘은 억지로 그 거부감을 참으며 자신의 혀 위에 고인 페르젠의 정액을 삼켰다.
툭.
“아……”
이제서야 잠깐 숨을 고를 수 있을까.
그러한 생각을 했던 유리엘이지만, 조금도 가라앉지 않은 그의 성기가 자신의 타액을 묻힌 채 콧잔등을 두드리자 순간적으로 몸을 파르르 떨었다.
코끝으로 스며드는 수컷의 냄새는 처음 보다 몇배나 진해진 것 같아, 유리엘은 은은한 두려움을 머금으면서도 그의 성기에 복종하는 듯한 입맞춤을 선사했다.
“앗……!”
그리고 그 입맞춤이 끝나자마자, 몸을 일으킨 페르젠이 자신의 팔을 붙잡자 유리엘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얌전히 침대 위로 끌려갔다.
확실히 부추긴 것은 자신이었으나, 성욕에 불붙은 채로 오랜 시간 자신의 체취에 노출된 페르젠의 붉은 눈동자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을 암캐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만 같아 자연스레 몸이 움츠려든다.
하지만 어째서 자신은 이것에 반응하여 더더욱 흥분을 머금는 건지.
분명 자신을 다정하게 대해주던 그의 품에서 더욱 깊은 행복을 느꼈었는데.
‘아……’
그래, 사실은 고민을 할 것도 없었다.
적어도 침대 위에서, 몸을 섞는 이 순간 만큼은.
지금처럼 자신을 암캐처럼 취급하는 그가 좋은 것이리라.
스륵.
이내 커다란 손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저 흉물스런 성기를 쑤셔 박기 편한 위치로 끌어 당긴다.
하지만 유리엘은 그의 성기가 자신의 비좁은 구멍을 꿰뚫고 진입하려는 순간에, 두 손을 내려 그것을 막았다.
이것은 결코 자신을 범하고 싶어하는 수컷의 흥을 식게 만드려는 의도가 아니라……
오히려 이 수컷이 더욱 거리낌 없이 자신을 범하기 위한 상황을 조성하려는 것이었다.
“나, 나…… 가임기야…… 지, 지금 아이를 가지게 되면…… 분명 좋지 않을 테니까……”
더듬더듬, 심기가 불편해진 수컷을 달래며 유리엘이 몸을 뒤로 돌린다.
그리고는 네글리제의 치맛단을 허리까지 내린 뒤, 엉덩이를 그의 흉물 앞으로 내밀고.
여린 손을 뒤로 뻗어, 음부 바로 위──색소 침착 따위는 전혀 되지 않은 연분홍빛 항문을 강제로 벌린다.
“깨, 깨끗히…… 해, 했으니까……”
준비는 모두 해놓았지만.
차마 자신의 항문에 삽입을 해달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내뱉기 어려웠던터라, 유리엘은 잔뜩 붉어진 얼굴을 이불보 위에 묻은 채 무릎을 살짝 움직여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껄떡이는 그의 성기, 귀두 부근에 키스를 하듯 항문의 입구 부근을 가져다 대고는.
손을 떼어낸 채, 꼬리를 흔들며 수컷을 유혹하는 암컷처럼 허리를 위로 들어 올린다.
“힉……!”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어질어질한 현기증이 찾아올 것 같으나, 그의 손이 자신의 허리춤을 움켜쥐자 유리엘은 바짝 굳어 긴장을 머금었다.
동시에……
“네가 고통에 몸부림쳐도…… 배려 할 여유 따위는 없을 지도 모른다……”
뒤에서 들려오는 페르젠의 목소리에, 유리엘은 잠깐의 망설임을 뒤로하고서는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