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19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받으며 눈을 뜬 유페미아는 자신을 안고 있는 페르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쏟아지던 폭우는 어느새 그쳤고, 창가에 달라 붙어 이슬처럼 흘러내리는 빗방울만이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이 나고 있을 뿐이다.
‘원래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슴 부근에 몽우리가 진듯한 느낌과 함께 희미한 젖몸살이 느껴졌는데.
어젯밤 페르젠의 손길 덕분인지 지금은 무척이나 편안했다.
하기야 그의 커다란 손이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젖소를 다루듯 난폭하게 쥐어 짜냈으니, 어깨가 걸리며 통증이 치미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리라.
‘자고 일어났는데도, 여전히 여운이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슬그머니 옷을 내려 가슴을 밖으로 꺼내보니, 분홍색 유륜 근처에 그의 이빨 자국이 옅게 남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외에도 새하얀 피부 위로는 그가 새긴 흔적이 적나라했지만, 유페미아는 손가락을 뻗어 자신의 유륜 근처를 더듬으며 아려오는 아랫배의 감각에 두 다리를 오므렸다.
온 몸 곳곳에 새겨진 붉은 흔적이 애정을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면, 자신의 유륜 부근에 새겨진 그의 이빨 자국은 질척한 집착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
“으, 응……”
비가 한 가득 쏟아지던 밤, 그가 자신을 향해 품었던 감정의 편린을 더듬어 나가고 있으니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유페미아는 암컷의 냄새를 폴폴 풍기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나 성욕이 많았던가.
아니면 아이를 가지고, 안정기에 접어 들면 자연스레 성욕이 많아지는 걸까.
이윽고 달뜬 숨을 내쉬며 여전히 깊게 잠들어 있는 페르젠을 한 번 내려다본 유페미아는 그가 덮고 있는 이불 밑을 조심스레 옆으로 치워냈다.
그러자 그가 입고 있는 바지 가운데, 볼록 솟아 아침 기지개를 펴는 듯한 성기가 미미하게 껄떡 거리고 있었다.
스륵.
“……”
어디에서 이런 과감한 행동을 할 용기가 나오는가 싶으면서도, 순식간에 그의 바지춤을 붙잡아 밑으로 내린 유페미아는 한 줌의 어둠도 없이 환한 아침 속에서 눈에 들어오는 그의 성기를 보며 얼굴을 붉힌 채 떨리는 손가락을 뻗었다.
툭.
검지의 그 자그마한 면적을 통해 느껴지는 단단한 경직도와, 흉측하게 튀어나온 굵은 핏줄.
그것을 조심스레 타고 올라 귀두 바로 밑, 민감한 부분을 가볍게 훑으니 박동하는 성기가 자신의 손등을 세차게 내려친다.
‘그이 몸에 달려 있으면서……’
너는, 정말 성격이 더럽구나.
손등을 문지르며 너스레 웃는 유페미아는 고개를 숙였다.
새벽 동안은 그래도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인지, 방안에 들어찼던 습기로 인해 그의 고간 주위에서는 상당한 수컷의 냄새가 풍겨왔다.
킁……
분명, 별로 좋은 냄새는 아닐 텐데.
유페미아는 그의 성기 가까이 코를 가져다대고 숨을 들이키며 가녀린 두 다리를 배배 꼬았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잠이 들어 있는 페르젠을 확인하고서 밑둥을 부드럽게 붙잡은 다음 혀를 내민다.
쪽……
한 번에 입으로 머금지 않고, 조심조심 축축하고 뜨거운 혀로 핥아 나가는 유페미아의 모습은 마치 맛있는 사탕을 부모님 몰래 하나하나 훔쳐 먹는 아이 같았다.
아니, 그 비유조차 유페미아는 부끄러웠다.
남편 몰래, 남편의 자지를 훔쳐 먹는 아내를.
어찌 사탕을 향한 순수한 아이의 갈망에 비교를 할 수 있을까.
쮸릅……
쭙……
쮸으웁……
천박하고, 음란하고, 방탕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창 밖에서 지저귀는 새의 소리가 그것을 가려주겠다 애를 쓰지만, 찔끔찔끔 흘러 나오는 쿠퍼액을 핥아 먹으며 그의 성기를 입안에 머금는 유페미아의 입으로부터는 끊임없이 음탕한 소리가 흘러 나오며 새의 지저귐을 덮어버렸다.
그나마 그녀의 음부에서 점점 짙게 풍기는 암컷의 냄새만이, 솔솔 흘러나오는 유즙의 달콤한 냄새에 간신히 파묻힐 뿐이었다.
* * * * *
눈을 뜬 페르젠은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제법 강하게 들어오고 있어서 이리도 더운 걸까.
상당히 깊게 푹 자서 기분은 상쾌했지만, 그 상쾌함에 달라 붙은 모종의 찝찝함은 옅은 불쾌감을 동시에 불러 일으킨다.
그래도 옆에 앉아 자신을 향해 아침 인사를 건네오는 유페미아를 보고 있자하니, 그 옅은 불쾌감마저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
유페미아의 손을 붙잡아 코앞으로 끌고오는 페르젠.
함께 지낸 세월이 적은 건 아니었기에, 유페미아는 그가 자신에게 입맞춤을 하려 한다는 걸 알았으나……
“안 돼요……”
고개를 저으며, 더욱 가까워지는 페르젠의 얼굴을 밀어냈다.
그러자 그의 미간이 점차 찌푸려지지만, 이 거절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기에 유페미아는 소악마처럼 웃으며 그의 고간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이 아이랑…… 먼저 입맞춤을 했는 걸. 지금 당신하고 키스하면 정액 맛 밖에 느껴지지 않을 거야……”
눈을 뜬 아침, 당신에게 그런 키스는 해주기 싫다며.
그의 뺨에 아이 같은 뽀뽀를 해주고서 몸을 일으킨 유페미아는 후다닥 방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홀로 남은 페르젠은, 그녀가 입맞춤을 하고간 자신의 뺨을 손으로 더듬다……
“……”
시선을 밑으로 내린 뒤, 어처구니 없는 실소를 흘려야만 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질투심을 느꼈던 어젯밤의 자신도 충분히 한심한데.
고작 신체의 연장선, 해면체 따위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 * * * *
“……”
홀로 아침을 맞이하는 건 익숙한 일이다.
익숙한 일이지만, 역시 페르젠과 함께 맞이하던 아침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유리엘은 어쩔 수 없이 적잖은 씁쓸함을 느껴야만 했다.
그래도 어젯밤, 유치하기 그지 없는 자신의 질문에 진솔하게 답해주었던 그가 떠올라 입가에는 행복한 미소가 그려진다.
그리고 그 여자와 다르게, 자신은 오늘부터 페르젠과 함께 동행을 할 수 있지 않은가.
보잘 것 없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유페미아지만, 자신은 그러지 않았기에 페르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사실 유페미아를 대상으로 누가 더 우월한 암컷인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이 상황이 유리엘로서는 어이가 없었으나……
“응……?”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자신의 손에 쥐어 쥔 무언가를 발견하고서 유리엘은 고개를 숙였다.
손바닥을 펴니 상당히 세월을 머금은 듯한, 그렇기에 더욱 고풍스러워 보이는 반지가 보인다.
페르젠이 실수로 두고 간 걸까?
그러한 생각이 들기도 전에, 유리엘은이 반지가 흑마법사로서 페르젠이 삼은 제단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눈치를 챘다.
“미쳤, 나봐……”
제단으로 삼은 물건은 흑마법사에게 있어서 또 다른 심장이다.
명계와의 연결 고리임과 동시에, 명계와 거래한 모든 흔적이 빠짐없이 새겨지니까.
그런 물건을 두고……
아니, 이건 실수가 아닐 것 같았다.
애당초 이 반지는 매번 페르젠이 자신의 왼손에 끼고 있었으니.
‘……’
그러니 이 반지는, 페르젠이 직접 빼내어 자신에게 쥐어준 것이라는 말이 된다.
홀로 밤을 지새울 자신에게, 흑마법사로서 자신의 심장이자 또 다른 분신을 맡기고 간 것.
그 사실을 깨닫자 스스로를 무방비하게 만든 페르젠을 향해 화가 치미면서도, 이것을 맡길 만큼 자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 같아 유리엘은 기쁨이 차올랐다.
아마 강아지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 거리는 것이, 현재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아무렴 어떠하리.
페르젠이 유페미아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페르젠이 유페미아에게 기대는 모습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반면, 자신에게는 본인의 제단을 맡기고 가기도 하였으니.
이것은 자신이라면 등을 맞댈 수 있다는 증표가 아닐까.
부부 관계에 있어서 한쪽으로 기울어진 저울보다,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저울이 더욱 이상적이지 않겠나.
‘애초에 부부 관계에 있어서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순간은…… 침대 위에서면 충분해.’
그리고 자신 정도면 그것을 아주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며, 유리엘은 콧노래를 부르며 방을 나섰다.
얼른 페르젠의 얼굴을 보고 싶은 아침이었다.
* * * * *
식사를 하고, 자신에게 쓸데없이 밖을 나돌아다니지 말고 얌전히 유페미아와 함께 머무르고 있으라는 페르젠의 신신당부에 라우라는 속으로 실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애송이는 지금까지 자신의 창과 방패가 되어준 것이, 전생의 자신이라는 걸 모르겠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자신을 지켜주고 보호해준 대상이 자신인데, 역설적으로 그런 자신에게 저러한 신신당부를 하는 모습이 어찌 웃기지 않을 수가 있으랴.
그렇게 유페미아와 페르젠의 애정 넘치는 작별의 순간이 끝나기도 전에, 라우라는 걸음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심심하기 그지 없는 이 곳에서 무료함을 달랠 것이라고는 오직 책 뿐이었기에, 그녀는 침대에 누워 어제 읽었던 부분을 펼친다.
하지만 몇 장을 읽기도 잠시, 적막함과 고요함이 맴도는 방의 분위기에.
라우라는 책을 옆으로 내려놓고 침을 삼켰다.
꼴깍, 침이 목 뒤로 넘어가는 소리가 어찌나 크게 울려 퍼지는 것 같은지.
이윽고 슬며시 몸을 일으킨 라우라는 문을 잠구고 창문을 닫았다.
인간의 호기심이 가장 많이 증폭 되는 순간은 당연하게도 무료함에 시달릴 때.
그리고 호기심이 가장 먼저 손을 뻗는 곳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
그렇기에 라우라는 자그마한 손을 내려 자신의 몸을 더듬거렸다.
작게 부풀어 오른 가슴 위, 앙증맞은 유두를 건들이며 꼬집기도 하고.
털하나 없이 매끈한 자신의 음부를 스치듯 문지르기도 한다.
정말 별거 아닌, 고작 만지작 거리는 행위일 뿐인데도.
“흐, 응……!”
그 대가로 얻어지는 쾌락은, 어찌나 이리 불합리할만큼 거대한지.
‘분명……’
보름달이 떠오르는 시간 동안, 괴벽을 충족시켜줄 때는 막대한 쾌락이 뒤따르기에.
제노바 백작가의 사람들은 대부분 불감증을 앓는 편인데, 자신의 이 초라한 몸뚱이는 불감증은 커녕 지나치리만큼 민감하다.
찔꺽……!
움찔!
이내 새끼 손가락을 자신의 음부 안쪽으로 조심스레 밀어 넣자, 라우라는 낯선 이물감에도 불구하고 신음을 흘리며 자연스레 아랫배에 꼬옥 힘을 주었다.
이 자그마한 새끼 손가락이 사방에서 달라붙는 자신의 질주름을 자극할 때 마다 가냘픈 허리가 덜덜 떨려온다.
루에르그에서 틈만 나면 유리엘과 유페미아가 페르젠과 몸을 섞어대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유리엘이 불시에 들어서는 바람에 그의 책상 밑에 들어가 맡았던 진한 수컷의 냄새가 뇌리에 아른 거린다.
형체는 보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라우라의 망상 속에서 그려지는 페르젠의 성기는 훨씬 더 흉폭하고 흉측스러웠다.
마치 짐승의 그것처럼.
“흐, 아……”
새끼 손가락에 이어, 옆에 붙어 있는 약지를 밀어 넣으려 하니.
자그마한 자신의 음부는 그것을 받아 들이길 거부했다.
억지로 힘을 주어 파고드려하자, 오히려 아픔이 느껴진다.
이러할만큼 좁아터진 자신의 안쪽으로, 망상 속의 그것이 들어와 질내를 헤집으려 한다면.
이 몸뚱이는 틀림없이 망가지지 않을까.
“흑……! 흐으응……!”
그러나 그렇게 볼품없이 망가지는, 암컷으로서의 자신조차 쾌락의 장작으로 삼으며 라우라는 곧이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새끼 손가락이 틀어 박힌 채로, 허리가 부웅 떠오르며 눈처럼 새하얀 허벅지를 타고 투명한 애액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삐걱……!
이내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가 내려가고, 침대가 거칠게 흔들리는 율동 속에서 달뜬 숨을 내뱉던 라우라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
그곳에는 언제나처럼 새하얀 토끼가 앉아 있었다.
자신의 치부를 온전히 붉은 눈동자에 담으며.
찌걱……!
“읏……!”
그에 자신의 음부에 틀어 박힌 손가락을 빼내고, 옆에 두었던 책을 쥐어든 라우라는 그것을 토끼 인형에게 주저없이 집어 던졌다.
픽!
그러자 침대 밑으로 책과 함께 굴러 떨어진 토끼 인형은, 어느때처럼 씁쓸히 억울함을 토로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