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19
홀몸이 아니니 날씨가 추운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던 페르젠이었으나, 유페미아는 저녁 식사를 하기전 잠깐 시간을 내어 루에르그를 돌아다녔다.
해가 지기 시작하며 본래의 엄동설한이 조금씩 찾아오고 있음에도, 영지민들의 얼굴에는 적잖은 활력이 맴돌고 있었다.
어떻게든 악착같이 루에르그를 이끌어 나갈 때는 이들의 얼굴에 좀처럼 행복함을 심어줄 수 없었는데.
‘생각해보면……’
그 때, 잠깐이나마 행복했던 건 자신 뿐이었을까.
떠나간 시간이 오래 되기는 했어도, 그것은 채 1년이 되지 않았기에 루에르그에는 아직 시엘과 함께 했던 흔적이 드문드문 남아 있었다.
그리고 가만히 걸음을 멈추고 그 흔적을 더듬던 유페미아는 아련한 마음을 느끼며 사근사근 걸음을 옮긴다.
시엘 미드포드.
한 때 자신이 의지하였고, 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남자.
그와의 시작, 또 끝이 어떠하였는지를 짧게 회상하며 유페미아는 옅은 입김을 불어냈다.
……아마도 자신은 그에게 의지하여서는 안되었던 것이리라.
간절히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던 만큼, 그 또한 얼마나 그러한 감정을 품고 있었는지 눈치를 채고 있었는데.
‘내가 빌미조차 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서로가 각자의 행복한 길을 걸어가고 있었겠지.
물론, 그 사이에 페르젠이 없었다면이라는 전제를 깔면 다른 길이 펼쳐졌을지도 모르겠으나.
유페미아는 너무나도 당연히 그러한 전제를 깔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자각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자신의 곁에는 페르젠이 전부였고.
자신의 세계에는 페르젠만이 남아 있었으니까.
때문에 추억 속에서 피어오르는 아련함에 묻힌 죄책감을 오직 자신의 탓으로 치부하며 미련을 마저 털어내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죄책감이라고 일컫는 것도 모순이었다.
어두컴컴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심연 속에서 헤엄치던 두 사람이 각자에게 아주 잠깐이나마 보였던 빛을 향해 달려들었을 뿐이니까.
그래, 빛이 보였기에 달려든 것을 감히 죄라고 할 수 있을까.
불나방을 향해 멍청하다고 말하는 자가 있을지언정,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루에르그에는 하루하루 끊이지 않는 눈이 내릴 테고, 그 눈에 파묻혀 희미하게 남아 있는 추억의 흔적조차 지워지리라.
그러나 유페미아는 그것을 아쉬워 하지 않았다.
그 지워진 추억의 흔적 위에는 페르젠과의 시간이 덧새겨질테고.
그 다음은 태어난 아이와의 시간이 행복하게 쌓여 나갈 테니까.
* * * * *
루에르그로 돌아와서 처음 맞이하는 밤.
침실에 곤히 앉아 있는 유페미아는 묘한 낯설음과 긴장감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침실에서 치루었던 그와의 초야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강간의 형태.
아픔과 추위에 몸을 떨던 자신을 무시하고 억지로 씨를 받아내게 만들었던 그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뇌리에 떠오른다.
그렇게 아픈 경험으로 얼룩진 곳에서, 최악의 기억을 선사한 남자의 아이를 배에 품은 채 안기는 순간만을 고대하고 있다니.
스스로가 생각해도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느낀 유페미아는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했다.
‘언제 오는 걸까……’
어느덧 밤 9시가 다되어가는 시각.
혹시 예상보다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져 집무실에 있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혹시……’
유리엘.
그 여자가 잠깐 시간을 내어 페르젠하고 같이 있는 건 아니겠지.
문득 내세운 가정이지만, 그 가정은 순식간에 유페미아의 뇌리를 집어삼키며 추악한 질투심과 불안함을 유발했다.
삐걱.
기어코 얌전히 앉아 있던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유페미아는 입고 있는 옷의 앞섬이 흘러나온 유즙으로 인해 달짝지근한 냄새를 풍기며 물들어가고 있음에도 문고리를 붙잡아 벌컥 열고서는 복도로 거침없이 걸음을 내딛었다.
도둑 고양이 같은 년.
새치기를 하는 것에도 정도가 있는 법인데.
그러니 아이가 들어서지 않는게 아니냐며, 속으로 신랄하게 유리엘을 비난하던 유페미아는 얼마 가지 않아 차디찬 복도에 조용히 서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페르젠을 발견했다.
“……”
또각, 멈추어서는 자신의 걸음 소리를 들은 건지 고개를 돌리는 페르젠이 특유의 붉은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을 새겨 담는다.
“뭐, 해요……?”
그에 쭈뼛쭈뼛,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던 유페미아는 조심스레 입을 열며 페르젠에게 다가갔다.
무척이나 가까운 거리에서 슬며시 그의 손을 마주 잡으니,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체온이 느껴진다.
“밤은 많이 추워요. 얼른 들어가요……”
“괜찮겠느냐.”
“몸이라면 괜찮……”
“저 침실에서 나는 너를 강간했었다.”
움찔!
너무나도 직설적으로 내뱉는 페르젠의 한 마디에 유페미아는 일순간 몸을 떨었다.
‘설마……’
이 남자가 자신의 눈치를 본다고 지금까지 침실로 들어오지 않고 복도에서 시간을 축내고 있었던 걸까.
좀처럼 어떤 반응을 해줘야 할지 몰랐기에, 한참을 머뭇거리던 유페미아는 페르젠을 따라 장시간 침묵을 머금었다.
물론, 페르젠의 말대로 해당 침실에 들어섰을 때 떠오르는 기억으로 인해 흠칫 거렸던 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그 때의 기억과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지는 않았다.
아니, 그와 함께 했던 초기에는 강렬한 트라우마로 새겨졌으나.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이리도 볼품없는 자신을 짐승처럼 탐내고 갈구해야만 했던 이유가 존재한다는 걸 확실히 뒷받침 해주는 반증으로 느껴져 달갑기만 했다.
실제로 자신이 아이를 가지기 전과, 가지고 난 이후로 그의 행동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으니까.
자신의 씨를 품은 여인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불안하다고 느낄 만큼 그를 뒤흔들었던 요소가 자신에게는 있다는 것이리라.
다만 자신에게 죄책감을 드러내는 그에게 이러한 말과 듣기 좋은 위로의 말을 내뱉어 봤자 하등 도움이 되지 않겠지.
곁에서 지켜본 페르젠이라는 남자의 자의식은 그만큼 견고하고 강렬한 것이었으니까.
“내게 죄를 짓지 않았다고는 하지 않을 게요.”
“……”
“그 때 당신은…… 너무나도 나쁜 사람이었어요.”
“……”
“얼마나 춥고, 무섭고, 또 아팠는지 모를 거야……”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타인을 상처 입히면서 살아가요…… 이것에 예외는 없겠죠.”
가벼운 말 한 마디, 별거아닌 행동으로 비수를 꽂아 넣는 등.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은 태생이 사회적 동물이기에 교류를 원하는 이상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일 것이다.
만약 정말로 그것을 피하고자 한다면 홀로 틀어 박혀 살거나, 일방적인 교류만이 가능한 시체를 부둥켜 안고 생애를 보내야 하겠지.
그리고 교류를 원하고, 또 선택한 이들 중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하여 용서를 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한 점에서…… 당신은 내게 잘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가.”
“응……”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유페미아가 자신의 주관을 곁들여 말하는 것이라면 페르젠 자신이 무어라 덧붙일 말은 없으리라.
“그러니…… 괜한 죄책감 품지 말아요.”
“……”
“죄책감 때문에 당신이 내게 잘해주는 것이라면…… 그게 더 슬플 것 같아.”
치맛자락을 꾸욱 움켜쥐는 유페미아가 어깨를 가늘게 떤다.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처음부터.
또, 지금까지.
“나는 단 한순간도, 죄책감에 기반하여 네게 감정을 쏟아내지 않았다.”
푸르게 스며드는 달빛.
고요하고 차디찬 복도아래에서, 고개를 숙이는 페르젠이 자신의 손을 붙잡고 손등에 가볍게 키스한다.
쪽.
왼손에 한 번.
쪽.
오른손에 한 번.
“……”
직후, 말없이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의 붉은 눈동자를 마주하며 유페미아는 붉어진 얼굴로 희미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손등에 입술을 맞추는 행위의 의미는 구애.
때문에 자그마한 목소리로 사랑한다는 말을 수줍게 읊조리며, 그의 뺨을 감싸쥔 유페미아는 매번 자신의 몸에 부끄러운 흔적을 새기는 그의 입술에 키스를 건네주었다.
“들어가요. 많이 차가워…… 당신 입술.”
“추운 것은 너도 매한가지 일텐데.”
오늘 밤, 페르젠과 몸을 섞을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수건을 덧댄 젖가리개를 하고 있지 않은 터라.
어느새 유페미아의 앞섶은 흥건히 젖어 분홍빛 유륜과 앙증맞은 유두를 음란하게 비추어주고 있었다.
“아……”
“자각하지 못했던 것이냐.”
복도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면 어쩌려고 이리 무방비하게 나온 건지.
스륵.
뒤늦게 유페미아 또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슬며시 가슴 부근을 왼손으로 가렸다.
그리고는 오른손을 뻗어 페르젠의 옷자락을 붙잡고는 품에 고개를 묻은 채 입을 열었다.
“빠, 빨리 가요……”
내가…… 당신 몸을 데워줄게요.
“하……”
매번 울먹이고, 헐떡이며, 초췌하게 널브러지던 그 여인이 맞는 건지.
어설픈 유혹이기는 했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페르젠은 유페미아의 허리를 커다란 손으로 끌어안았다.
"앗……"
생각보다 억센 힘이 들어가서 그런지, 움찔 놀라는 그녀의 몸이 마치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러는 거냐고 항변하는 양을 보는 것 같아 페르젠은 즐거워졌다.
늑대가 양을 울리고 괴롭히는 것에 이유 따위가 있을까.
“가지.”
“으, 응……”
숨결을 내뱉는 페르젠의 입가에서 희미한 입김이 퍼져 나간다.
* * * * *
"히윽……! 아앙!"
문을 열고 침실로 들어서자마자, 침대로 다가설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듯 페르젠이 뒤에서 자신을 끌어 안는다.
“으응……!”
부드러운 살결을 지분거리며 목덜미에 틀어 박히는 날카로운 이빨.
커다란 손은 어느새 자신의 허리를 타고 올라와 어깨끈을 붙잡아 내리더니 유즙을 쏟아 내고 있는 음탕한 유두를 붙잡아 쭈욱 잡아 당긴다.
툭.
투둑……
그러자 자연스레 뿜어져 나오는 유즙이 페르젠의 손바닥을 물들이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고작 그의 손이 자신의 가슴을 희롱하고 있을 뿐인데.
유즙과 뒤섞인 그의 손길은 무척이나 추잡한 소리를 자아내며 방안을 한가득 드리웠다.
'그, 그만……'
나와줬으면 하는데.
달짝지근한 냄새를 풍기는 희멀건 유즙은 희롱하는 그의 손가락에 기뻐 몸부림치듯 쉴새없이 뿜어져 나왔다.
오죽하면 허리 부근에 아슬아슬하게 걸치어져 있던 옷이 가슴을 지나 배를 타고 내려온 유즙을 머금고 천천히 젖어 들어가더니 자연스레 바닥으로 흘러내릴까.
기어코 새하얀 팬티 한장만을 입은 채 전신을 자신의 유즙으로 물들인 유페미아는 두 다리를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고 한동안 그녀의 몸을 희롱하던 페르젠은 천천히 손을 떼어내고 숨을 들이켰다.
맡는 것만으로도 은근한 포만감이 차오르는 냄새.
그것은 토실토실 살이찐 양이 멋도 모르고 늑대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것 같아 페르젠은 작게 웃으며 유페미아를 단숨에 공주님처럼 품안으로 들어올렸다.
“히앗……!”
갑자기 몸이 부웅 떠오르니 당황한 유페미아가 놀란 신음을 입밖으로 내뱉으나, 은근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자세였기에 자연스레 페르젠의 목에 두 손을 둘렀다.
하지만 유페미아가 공주님처럼 대접받는 것은 무척이나 짧은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았고.
그녀를 침대 위로 뉘인 페르젠은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낸 뒤 그녀를 한 마리의 암컷을 다루듯 팬티 안으로 불쑥 손을 집어 넣어 털하나 없는 맨들맨들한 음부를 훑어내렸다.
찌걱!
“흐앙……!”
너무나나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극인지라 유페미아는 자신도 모르게 발가락을 앙증맞게 오므린 채 숨을 헐떡였다.
찌붑!
“히끅……!”
곧이어 꼬옥 다물린 속살을 열어 젖히며 파고드는 두개의 손가락이 질내를 휘저으며 오돌토돌한 곳을 집요하게 긁어내린다.
“아…… 아앙……! 흐아앙!”
그에 본능적으로 허리를 들어올린 유페미아는 쾌락에 몸부림치며 투명한 애액을 소변처럼 흥건히 쏟아냈다.
스스로가 자각하기에도 아랫배가 저릿한 느낌과 함께 쪼르륵 볼일을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 차오르니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밑으로 손을 내려보나……
“끄힉……!”
그것을 나무라듯 다리 사이로 고개를 숙인 페르젠이 작게 부풀어 오른 음핵을 이빨로 가볍게 깨물어버린다.
삐걱!
그 순간 몸에 힘이 풀린 유페미아는 거칠게 숨을 들이키며 반사적으로 들어올리고 있던 허리를 내린 채, 갓 잡힌 물고기처럼 온 몸을 파들파들 떨었다.
이것은 고통일까, 아니면 아픔일까.
단순히 쾌락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훌쩍 넘겨버린 감각에 유페미아는 아이처럼 훌쩍이며 여전히 자신의 질내를 쑤시는 페르젠의 손가락을 따라 묽은 애액을 토해냈다.
주륵.
그리고 그것에 화답이라도 하듯, 그녀의 풍만하고 커다란 가슴은 유두 끝에서 송골송골 희멀건 유즙을 쏟아낸다.
지금 자신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천박한 여인의 모습이지 않을까.
스스로가 그것을 마주하는 것이 부끄러워, 유페미아는 차마 옆쪽의 창가로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실없는 생각에 빠져 있지 마라.”
“아……”
신체가 선사하는 쾌락에 못이겨 붕 떠오른 의식 너머, 잡념을 지우고 이성을 끌어 올리는 페르젠의 목소리.
동시에 두 다리를 좌우로 힘껏 벌리는 그가 음란하게 벌름거리는 자신의 음부에 흉기와도 같은 그것을 가져다댄다.
찔꺽!
“흑……!”
무척이나 매끄러운 질내부였지만, 오랜만에 나누는 관계라서 그런지 비좁은 내벽은 조금씩 들어차는 그의 성기에 의해 억지로 확장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평소라면 자신을 배려하여 잠깐 시간을 주는 그였으나, 이번에는 그럴 틈을 주지 않고 꾸득꾸득 자신의 안 가장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왔다.
“흣……! 흐으……! 응……”
빈공간 없이 꽈악 들어찬 그의 성기가 세차게 껄떡이며 아랫배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것은 다른 잡생각은 하지 말고 오직 자신에게만 집중하라고 야단을 치는 것만 같아 유페미아는 아랫배에 힘을 줘서 페르젠의 성기를 꼬옥꼬옥 조여주었다.
일종의 미안하다는 의미를 담은 음탕한 애교였으나, 페르젠은 부족하다는 듯 허리를 앞으로 움직여 유페미아의 자궁구를 가볍게 두드렸다.
“학……! 앙…… 아앙……!”
스스로가 긁어낼 수 없는, 간질간질한 그곳을 페르젠의 귀두가 살살 문질러주니 유페미아는 애가 탄다는 듯 이불보를 거칠게 움켜쥐었다.
별다른 움직임 없이 자신의 자궁구에 달라붙은 그의 성기가 껄떡이는 움직임을 통해 자극을 주는 것이 왜 이리도 기분이 좋은 걸까.
좀처럼 오싹오싹한 기분이 가라앉지가 앉아 유페미아는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흐, 흐으응……”
기어코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페르젠에게 안절부절 못한 유페미아는, 스스로 몸을 조금 내린 뒤 허리를 들썩이며 스스로가 먼저 쾌락을 갈구했다.
새하얀 다리를 좌우로 한가득 벌린 채, 남성의 성기가 쑤셔 박힌 상태에서 유즙을 흘리며 허리를 흔드는 모습은……
솔직히 음란하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만큼 천박한 탕녀의 자태를 자아낸다.
“아…… 흣, 흐아아……”
그렇게 먼저 가벼운 절정을 느끼며 흐느적 전신의 힘이 풀어진 유페미아는 입가에서 색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간헐적으로 몸을 떨어댔다.
툭.
그리 한참 여운에 잠겨 있다, 유페미아는 자신의 얼굴 위로 떨어지는 페르젠의 땀을 확인하고서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를 애써 움직여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아……’
고작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유페미아는 온 몸이 굳어버리는 느낌이 들어 숨을 죽였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의 눈동자에 담겨 있는 욕망이 너무나도 짙고 적나라했기 때문이다.
저 욕망이 모두 해소될 때 까지 자신이 그를 받아내기는 할 수 있을까.
아니, 틀림없이 그 시작을 끊었다간 한 마리의 암컷에 불과하게 되리라.
저토록 자신을 범하고 싶은 욕망을 거세게 억누르고 있는 것은, 태내에 자라고 있는 아이 때문이겠지.
정작 자신은 그것을 망각하고 파렴치하게 그의 욕망에 부채질을 했는데.
“미…… 안해요……”
쾌락의 여운이 강하게 남아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를 하며, 유페미아는 페르젠의 목덜미에 두 손을 두르고서는 자신의 가슴 부근으로 고개를 묻게 만들었다.
“흐윽!”
그러자 제법 아프게 자신의 가슴을 깨물어오는 페르젠.
분명 아침에 눈을 뜨면 유륜 부근에 그의 이빨 자국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하지만 유페미아는 그의 머리를 밀어내지 않았다.
자신의 가슴을 향해 난폭하게 욕망을 쏟아내고 있는 그지만, 정작 자신의 질내에 틀어박힌 흉악한 성기는 외양과 어울리지 않게 무척이나 부드러이 자신을 탐미하고 있었기에.
……그 날, 이곳에서 페르젠이 자신을 향해 품었던 욕망은 작금의 페르젠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리라.
다만, 그 욕망을 어떻게 갈무리하여 쏟아내는지는 무척이나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유페미아는 더이상 그 날의 아프고, 무섭고, 추웠던 초야가 뇌리에 떠오르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