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맞춤 이후,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은 건지 자신의 몸을 짓뭉개던 상체를 반쯤 일으키는 페르젠을 보고서 유리엘은 손을 뻗어 특유의 탄탄한 가슴팍을 더듬어 내렸다.
최후의 종착지는 당연하게도 그의 바지춤.
“저, 전희는…… 이만 하면 됐어……”
흐릿해진 초점으로 허리 부근의 단추를 찾아 푼다.
“아……”
투욱 튀어나오는 흉물스런 그의 성기가 오늘 따라 왜이리도 사랑스러워 보이는지.
특히나 미끈거리는 투명한 애액을 쉴새없이 쏟아내고 있는 그의 성기는 당장이라도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듯 했다.
그에 살짝 애태워볼 생각으로 검지를 뻗어 끝부분을 조심스레 건드니, 주제넘지 말라는 듯 세차게 껄떡이며 자신의 손가락을 내리쳐온다.
……생긴 것 답게 얼마나 흉폭한 성질일까.
당장이라도 암컷으로서의 명분에 충실하라고 윽박지르는 듯한 그 움직임에 유리엘은 페르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지는 자신의 체향에 물들어 상당히 상기된 그의 뺨.
스륵.
행동은 무척이나 절제된 평온함을 머금고 있지만, 자신의 눅진해진 팬티를 벗겨 내리는 손길에는 무척이나 강한 힘이 담겨 있었다.
“자, 잠깐만…… 있어 봐……”
껄떡거리는 성기를 가져다대는 페르젠을 보고, 유리엘은 손을 뻗어 잠시 그의 움직임을 저지한 뒤 몸을 돌려 엉덩이를 높게 치켜들었다.
마주보면서 몸을 섞고 싶기는 했지만, 역시 그 여자의 흔적이 가득 새겨져 있는 페르젠을 계속 보고 싶지는 않았다.
“너, 넣어도 돼……”
베개를 두 손으로 꾸욱 끌어안으며, 뻐끔거리는 음부와 벌름거리는 항문을 온전히 드러낸 유리엘은 질끈 눈을 감았다.
페르젠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불편함과 별개로, 무척이나 수치스러운 자세였기에.
“읏……!”
곧이어 그의 커다란 두 손이 자신의 엉덩이를 탐스럽게 움켜쥐어온다.
그리고는 검지를 이용해 뻐끔 거리는 음부의 도톰한 살을 쭈욱 당겨 벌리는데, 내부의 속살이 그에게 온전히 보이는 것 같아 창피함을 도저히 감출 수가 없었다.
쯔북.
“흐읏……!”
입구 부분에 마주 닿는 그의 뜨거운 성기가 자신의 속살을 가르며 천천히 들어온다.
머리로는 진입이 편하도록 힘을 풀어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유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고작 귀두 부근만 삽입된 그의 성기를 꼬옥 감싸안아 주었다.
“힘을, 풀어라……”
그에 페르젠은 묵힌 숨을 토해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유리엘의 긴장된 몸을 달래려 노력했다.
분명 한 두번 몸을 섞은 게 아닐텐데, 매번 초야를 치를 때처럼 좁디 좁은 이 질내는…… 도대체 언제가 되어서야 자신의 형태에 맞추어 지련지.
꾸국!
매끄럽게 파고들 수 있도록 음란한 애액을 한가득 흘리고 있었지만, 입구 부근부터 속살을 가득 오므려오니 적잖은 저항감이 느껴진다.
“힉……!”
결국 짧은 기다림 끝에 인내심이 다한 페르젠은 허리 부근에 강한 힘을 주었다.
마음 같아서는 최대한 여유를 주고 싶었으나……
“끄흑……!”
강제로 속살을 벌리며 파고드는 자신의 성기에 바들바들 떠는 유리엘의 애처로운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가 좋았다.
철퍽!
이어 반쯤 삽입이 되었을 때, 페르젠은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뿌리 끝까지 성기를 쑤셔 박았고.
“하……”
만족스런 신음을 토해내며, 유리엘의 음탕한 몸을 두 손으로 끌어안았다.
“하윽……!”
반면 유리엘은 위에서 아래로 자궁을 거세게 찍어누르는 성기에 의해, 묵직한 거북함을 느끼며 온몸을 덜덜 떨어댔다.
그래도 짐승처럼 자신에게 달라붙어 있는 페르젠의 몸이 어찌 이리도 좋은지.
“아…… 앙! 흐앙!”
젖을 짜내듯 거세게 가슴을 움켜쥐며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이는 페르젠.
일순간 과거, 자신을 젖소라고 모욕했던 페르젠이 어렴풋하게 떠오르나 그런 취급 따위 얼마든지 받아도 좋았다.
다만……
“내 이름…… 불러줘……”
이리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채로 몸을 섞을 때면, 혹시 자신에게서 그 여자를 대신 투영하는 게 아닐까 싶어 유리엘은 자그마한 응석을 부렸다.
암캐든.
변기든.
더 험한 취급을 받아도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 여자의 대용품으로 다루어지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응석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페르젠은 그녀의 귓가에 대고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유리엘……”
“히윽……!”
뜨거운 숨결에 묻어 나오는 사내의 끈적한 욕망.
“계속, 계속 불러줘……”
“유리엘……”
페르젠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느긋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왜 이리도 기분이 좋은 건지.
아릿하게 올라오는 쾌락에 유리엘은 두 다리를 벌벌 떨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엉덩이를 꾸욱 밀어붙이며 살짝 빠져나간 페르젠의 성기를 뿌리 끝까지 머금어주는 음탕한 교태는……
적어도 달이 내리비추는 밤, 침상 위에서 그녀보다 더 사랑스러운 여인이 없다는 걸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애정을 한가득 흘리며 농밀한 섹스를 이어가던 찰나, 페르젠은 유리엘의 긴장이 완전히 풀렸다는 걸 깨닫고 슬며시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탐스러운 둔부를 두 손으로 꾸욱 움켜쥐고, 풍겨오는 그녀의 짙은 복숭아 향기에 취한 사람처럼 거칠게 허리를 움직인다.
“앙! 아앙……! 흐아앙!”
살과 살이 맞닿는 음란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진다.
처음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 억눌러두었던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려는 듯한 수컷의 움직임.
한 여인으로서, 또 그의 아내로서 다루어지고 있다는 게 아닌.
한 마리의 암컷으로 취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유리엘은 자신의 몸에 매료된 그가 이토록 짐승 같은 섹스를 이어나가는 게 행복했다.
“히끅!”
다시 한번, 그때처럼 슬며시 자신의 벌름거리는 항문을 건드려오는 페르젠.
이번에는 저번보다 더욱 노골적이다 싶어 그의 거친 움직임에 헐떡이던 유리엘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과…… 관장…… 흐응! 해, 해, 했어……”
“……”
원소 마도학에 재능이 있는 마법사가, 심지어 마력을 물로 형질변환 시킬 수 있는 자가.
스스로 관장을 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기에, 오늘 밤을 위해서 미리 깔끔한 준비를 해두었던 유리엘은 페르젠에게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사실을 적나라하게 고백했다.
그리고는 혹시 그가 망설이지 않을까 싶어, 베개를 꽈악 움켜쥐고 있던 두 손을 뒤로 뻗어 스스로 벌름거리는 항문을 좌우로 붙잡아 늘어트린다.
페르젠보다 자신이 더욱 천박해져 그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면…… 그걸로 되는 것이 아닐까.
즈뿍!
“히익!”
그러한 노력이 헛되지는 않은 건지, 갑작스레 항문으로 파고드는 손가락의 이질감에 유리엘은 놀라 몸을 굳혔다.
좌우로 음란하게 늘어져 벌름거리던 항문이 순식간에 꼬옥 오므려지며 페르젠의 검지를 단단히 붙잡아 둔다.
질내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비좁고 따뜻하게 달라 붙어오는 속살.
철퍽!
“흐앙!”
잠시 멈추었던 성기를 자궁 끝까지 쑤셔 박을 때면, 쾌락에 녹아 꾸욱 오므려졌던 항문이 느슨하게 풀려 야릇하게 꾸물거렸다.
세상에 이토록 사내를 미치게 만드는 여인이 있을까.
또, 세상에 이토록 자신의 남자에게 모든 것을 퍼주는 여인이 있을까.
……아니, 퍼준다는 것은 어쩌면 잘못된 해석이었다.
정확히 따지자면 유리엘은 페르젠에게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는다면 손을 뻗어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여인.
자신의 몸은 오직 그의 것이니…… 페르젠이라면 자신의 몸에서 탐하지 못할 곳이 있어서는 안 될 터.
그리고 그 사용료는 자신을 향해 퍼부어주는, 절대 변치 않을 애정이면 되었다.
“학……! 아앙!”
꾹!
꾸욱!
버거운 흉물을 밑으로 쑤셔 박으며 끝까지 밀어붙이는 그가 자신의 자궁을 거칠게 압박한다.
동시에 떼어냈던 상체를 숙여 처음처럼 빈틈없이 달라 붙어오는 페르젠.
‘이렇게 까지 하지 않아도……’
얌전히 당신의 사정을 감내해줄 텐데.
“하응! 으, 으응……!”
거세게 맥박치던 성기로부터 뜨겁고 끈적거리는 정액이 한가득 흘러나온다.
아랫배가 따뜻해지는 감각과 함께 일순간 전신의 힘이 풀려버린 유리엘은 치켜든 엉덩이를 밑으로 내릴 뻔했지만……
스륵.
특유의 커다란 손으로 자신의 배를 붙잡아 지지해주는 페르젠은, 쏟아내는 씨를 남김없이 받아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에 간신히 엉덩이를 꼿꼿이 치켜든 유리엘은, 자신의 자궁 안으로 그의 정액을 꾸역꾸역 받아냈다.
하지만 평소와 다르게 무척이나 오래가는 사정.
질내에서 역류한 정액이 자신의 음부 바깥으로 새어 나와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것이 선명히 느껴진다.
이래서는 마치 수컷의 씨를 받아내는 통 같지 않나.
‘가득…… 찼어……’
온몸을 부르르 떨며 유리엘은 옅은 신음을 흘렸다.
“하아……”
그러나 기나긴 사정을 마친 페르젠은, 뜨거운 숨을 한 번 뱉어내기만 할 뿐 성기를 뽑아내지는 않은 채……
“응……!”
유리엘의 두 손을 꾸욱 붙잡아 누른 뒤,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여나갔다.
“아윽……!”
상체를 숙인 채로 자신의 체향을 음미하던 그가 드러난 뒷목을 제법 아프게 깨물어온다.
한 명의 사내와 몸을 섞는다기 보다는, 마치 늑대 한마리와 교미를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그리고 그 오묘한 쾌감을 느끼며, 유리엘은 여기에는 없을 유페미아를 떠올렸다.
‘멍청한, 여자……’
너하고 할 떄는, 이 남자가 언제나처럼 고압적이고 고상한 자태를 유지했겠지?
하지만 보아라.
지금은 어떠한가.
고귀한 브뤼테인의 혈통으로써, 귀족이라는 껍질을 벗어 던지고.
내면 깊숙이 앉아 있던 남자로서의 본질적인 모습을 끄집어내, 한 마리의 수컷이 되어 있지 않나.
그렇게 여기에는 없을 유페미아를 향해 잔뜩 비웃음을 지으며, 여인으로서의 우월감을 느끼고 있던 유리엘은 문득 눈에 들어오는 두 손의 팔찌를 확인했다.
이것의 값어치를 내심 물어보고 싶기는 했으나, 자신의 몸을 탐하는데 집중한 페르젠의 흐름을 깨트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달조차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을 만큼, 농후한 살내음을 가득 흩뿌려 밤을 물들이는 한 여인과 한 사내의 교접은…… 오래도록 이어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