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을 강탈한 악당이 되었다-122화 (122/260)

EP.122 122─막간

“몸을 추스리고…… 천천히 나오도록 해라.”

“하, 흣……”

꽈악, 자신을 안아주고 있던 페르젠의 두터운 팔뚝과 커다란 손이 천천히 풀어진다.

그에 자연스레 앞으로 쏠리는 상체를 지탱하기 위해 유리엘은 가냘픈 두 손을 바닥으로 뻗었다.

그러자 특유의 비단결 같은 흑발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특히나 애달프게 휘어진 허리 곡선.

그 라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면, 치켜 올라간 새하얀 엉덩이 사이로 페르젠의 흉물을 머금고 있는 음탕한 교접부가 보였다.

“유리엘…… 조금 힘을 풀지.”

뿌리 끝까지 삽입된 성기를 빼내려하는 페르젠이었지만, 꾸물꾸물 사방에서 옥죄여오는 유리엘의 질주름은 마치 떠나려는 남편을 붙잡는 아내처럼 달라붙어 왔다.

질내에 사정한 정액과 그녀의 애액이 맞물려 무척이나 미끈거리는 속내인데도, 속살이 딸려나오는 듯한 느낌이라면……

얼마나 꾸욱 조이고 있는지 상세한 설명을 하는 게 입 아프리라.

“내, 내 마음대로…… 조, 조절 되는 게 아니야……”

섹스라고는 고작 당신과 몇번 한 게 전부인데, 벌써부터 그러한 능숙함을 바라는 것이냐고.

……그래, 모르는 척 말은 그리 하면서 유리엘은 아랫배에 꾸욱 힘을 주었다.

자신의 안에서 여전히 세차게 껄떡거리는 흉물.

두 번이나 사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하지 않았다는 걸 유리엘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페르젠이 자신과의 섹스를 끝내려 하는 건, 아마 그 여자──유페미아가 곧 일어날 것 같아서 이겠지.

‘과욕이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볼품 없는 그 여자에게 느끼는 추악한 질투심.

“힉……!”

그래서 일까.

한동안 말이 없던 페르젠은 마치 벌을 주듯, 자신의 엉덩이를 붙잡아 좌우로 벌렸다.

앙증맞게 오므려진 엉덩이 구멍이 억지로 벌어져 음란하게 벌름거린다.

그에 유리엘은 상체를 지탱하고 있던 두 손 중 하나를 뻗어 그곳을 수줍게 가리려 했으나……

찌붑!

“히끅!”

허리를 앞으로 내밀어 조금 빠져 나갔던 흉물을 깊숙이 틀어 박는 페르젠의 행위에 그러지 못하고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궁구를 거침없이 짓누르는 귀두의 촉감이, 마치 목덜미를 붙잡아 바닥에 내리누르는 듯한 제압감을 선사한다.

“흐앗……!”

곧이어 그의 엄지 손가락이 자신의 엉덩이 구멍을 쿡 찌르자, 유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아랫배의 힘을 느슨히 풀어버렸다.

그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페르젠은 자신의 성기를 부드럽게 빼냈다.

찔꺽!

야릇한 소리와 함께 밖으로 빠져나온 반들거리는 성기가, 유리엘의 엉덩이 골 사이에 자리를 잡고 세차게 껄떡거린다.

“하……”

몰려드는 강렬한 여운.

페르젠은 묵혔던 숨을 길게 토해냈다.

솔직히 유리엘보다 그녀의 체취에 영향을 받고 있는 페르젠이 이 섹스를 중단하는 걸 더욱 힘들어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다시금 성기를 쑤셔 박은 뒤 그녀를 범하고 싶었으나, 간신히 인내를 한 뒤 몸을 숙인다.

그 과정에서 둔부 사이로 비벼지는 성기의 감촉이 어찌 이리도 기분 좋은지, 페르젠은 괜스레 헐떡이고 있는 유리엘의 목덜미를 가볍게 깨물었다.

“히윽……!”

그에 유리엘은 놀라 몸을 움찔했다.

분명 크게 위협적인 행동은 아니었는데.

조금씩 경직되는 그녀의 몸이 마냥 귀엽게 느껴진다.

꾸국!

“앗……! 끄힉!”

그에 짐승처럼, 엎드린 유리엘의 몸을 덮은 페르젠은 둔부 사이로 비벼지던 성기를 항문쪽으로 가져다대어 괴롭히듯 쿡쿡 찔렀다.

그러자 어떠한 준비 과정도 해놓지 않은 자신의 뒤를 범하려 드는 페르젠의 행동에, 유리엘은 기겁하며 몸을 돌리려 했으나……

“아윽!”

주렁주렁 열린 탐스러운 열매처럼 흔들리는 풍만한 가슴을 꽈악! 움켜쥐어 오는 난폭한 손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범했던 게 과연 한 사내인지, 아니면 한 마리의 늑대인지.

이윽고 자신의 귓가로 얼굴을 가까이 붙인 페르젠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화근이 될 수도 있는 과욕은 부리지 마라…… 유리엘.”

“……”

“그러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걸 들어줄 수 있으니까.”

“……”

“대답이 없구나.”

유혹하듯, 달콤한 복숭아향을 그윽하게 풍기는 그녀의 목덜미를 천천히 핥으며 페르젠은 이빨을 드러냈다.

“으, 으응……”

그 은근스런 위협에 유리엘은 발가락을 꼬옥 오므리며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쪽.

그러자 페르젠은 마치 잘했다는 듯, 옅게 웃으며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에 붉은 꽃잎을 새겨 넣었다.

“외출할 일이 있다면…… 옷은 가급적 조신하게 입도록.”

미련이 한가득 남은 듯한 몸이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았지만, 억지로 떼어내고서 페르젠은 그 한 마디만을 남긴 채 욕실을 나섰다.

“……”

직후, 홀로 남은 유리엘은 미열처럼 남아 있는 열기를 더듬듯 자신의 몸에 새겨진 페르젠의 흔적을 가녀린 손길로 되짚었다.

가슴부근은 어찌나 학대를 당했는지, 분홍빛 유두는 탱탱하게 부어올라 움찔거리고 있었고.

유륜 주위로는 옅었지만 페르젠의 이빨 자국도 보였다.

그는…… 조금씩 자신과 몸을 섞을 때 마다 버릇처럼 내재된 교양이라는 것을 벗어던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빙글빙글, 유륜 주위를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매만지며 유리엘은 색기어린 미소를 머금었다.

천박하고, 경박하고, 음란하기 그지 없는 이 몸뚱이가.

조금씩 그를 짐승으로 만들어가는 것 같아, 유리엘은 기쁨이 차올랐다.

범하는 것은 그였어도, 조련하는 것은 자신인듯한 느낌.

아마 그 볼품없는 여자와 침상에서 관계를 가질 때는, 딱딱하기 그지 없을 정도로 격식을 차리는 섹스가 아닐까.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는 페르젠의 모습.

그것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유리엘은 잔잔한 희열까지 머금었다.

“아……”

닫힐 줄 모르고, 뻐끔뻐끔 거리는 음부 사이로 그의 정액이 흘러 나온다.

힘을 주어 꼬옥 오므리고 싶었지만 좀처럼 그게 되지 않아, 유리엘은 자신의 손바닥으로 틀어막은 채 슬금슬금 욕조로 들어갔다.

밤은 불행했어도, 아침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좋은 게 아닐까.

‘이제……’

이번 달 달거리만 오지 않는다면, 더할 나위가 없으리라.

* * * * *

딸칵.

문을 열고, 유페미아의 침실로 들어선 페르젠은 조용히 침상에 앉아 있는 그녀를 확인했다.

시각은 오전 5시 50분……

거의 두시간 가량 유리엘을 희롱하고, 또 탐하는데 집중을 한 것이다.

“……왔어요?”

울적한 목소리로 유페미아가 희미하게 웃는다.

그 상반된 감정의 모순에 페르젠은 어렵지 않게 그녀가 자신과 유리엘이 몸을 섞고 왔다는 걸 눈치채고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래.”

어떻게 해야할까.

그녀도 안아줘야 할까.

하지만 아이도 있고, 아직은 유리엘의 체취에 영향을 받고 있는 터라 관계를 나누기 시작한다면 상당히 거칠어 질것만 같아 페르젠은 책상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조용히 한 책을 펼치고, 조심스레 끼워 넣었던 종이 한장을 꺼내들었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면 생각해본, 유페미아와 자신의 아이 이름.

“……받아라.”

아무말 없이 조용히 해당 종이를 받아든 유페미아가 물끄러미 자신을 올려다본다.

“이게, 뭐예요……?”

은연중에 눈치를 챈듯 하면서도, 재차 물어오는 그녀의 질문에 페르젠은 웃으며 곁에 앉았다.

“네 배에 있는…… 우리 아이의 이름을 시간날 때 마다 떠올려 본 것이다.”

내 아이라고 일컫는 게 아닌, 우리 아이라고 일컫어 주는 페르젠의 목소리가 어찌 이리도 좋을까.

고개를 내려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 해당 종이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린 유페미아는 천천히 읽어 나갔다.

“아실리페…… 아리아…… 파르네세…… 전부, 여아의 이름이네요?”

“……사내 아이 이름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유페미아에게 강렬한 소유욕을 느끼고 있는 페르젠의 자아는 모종의 질투심을 느꼈고.

현대에 살던 이서진은 애초부터 결혼을 한다면 딸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기에.

뒤섞인 인격은 당연하게도, 고민을 할 때 딸 아이의 이름만을 주구장창 쏟아냈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유페미아는, 설령 자신이 아들을 놓지 못한다 하더라도 상관 없다는 말로 들려 가식없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남자 아이 이름은, 같이 고민해요.”

“……”

“네?”

“그래. 네가 바란다면 그리 하지.”

마지 못해 허락하는 어투였으나, 유페미아는 기쁘게 웃었다.

그 기쁜 웃음을 머금고 있는 얼굴이 어찌 이리도 아름다울 수가 있는 건지.

목 뒤쪽으로 손을 얹힌 페르젠은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 끌어 당겨 입술을 맞추었다.

파고드는 혀가 부드럽게 유페미아의 혀를 옭아맨다.

“으응……”

간드러지는 신음을 흘리며 유페미아 또한 자연스레 페르젠의 목덜미를 끌어 안았다.

과거에는 폭군처럼 난폭한 키스를 건네주던 그였는데.

지금은 어찌 이리도 상냥할 수가 있는 건지.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먹이를 먹여주듯, 품고 있는 애정을 건네주는 느낌이라 유페미아는 아랫배가 저려왔다.

고작 키스만으로 음란한 기분을 느끼는 자신이 경박하게 느껴졌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걸쳐 애정을 나눈 두 사람은, 남은 시간 동안 사내 아이의 이름을 궁리해나갔다.

물론, 페르젠의 경우 아무리 고민을 해보아도 좀처럼 그럴싸한 이름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콥슨은…… 어떠한가.”

“싫어요. 너무 경박한 걸.”

“그래, 다시 생각해보마.”

나름 고뇌 끝에 만들어낸 이름인데.

처음으로 유페미아에게 야단을 맞은 페르젠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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