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을 강탈한 악당이 되었다-111화 (111/260)

EP.111 111─Allegratto

세 명의 기사.

그리고 리지는, 세파르의 환몽 결계 안으로 진입했다.

들어서는 순간, 외부에 있던 세 명의 원소 마법사들의 환영체가 안에 구현 되었고.

그 뒤를 따라 리지를 제외한 13명의 학생들도 아무런 부자연스러움 없이 나타났다.

이러지 않는다면 위화감을 눈치 채는 요소가 되기에, 그걸 사전에 알아챈 결계가 자연스럽게 시험 이행 과정을 펼쳐주는 것이다.

당연히 기억도 왜곡된 상태라, 세 명의 기사들과 리지는 아무런 이상함을 느낄 수 없었다.

“출발 하십시오. 저희는 거리를 두고 따라 붙을 겁니다.”

사전대로.

세 명의 조가 나뉘어.

각기 다른 방향에서 숲의 중앙으로 진입을 시도한다.

리지를 포함한 환영체로 구현된 13명의 학생들 모두, 시신을 자율통제로 사역했고.

그렇게 꿈같은 환몽 결계 속에서, 기묘한 기말 시험은 시작되었다.

* * * * *

가장 처음, 세파르의 환몽 결계 안으로 들어선 페르젠은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자연스레 자신의 뒤를 따르는 이사벨의 시신과 함께 주변을 경계하며, 숲의 중앙으로 도착한 뒤 아공간에서 커다란 거울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을 뿐이었다.

“……”

하지만 숲의 전역에 뿌려진, 도자기의 파편이 비추어주는 광경을 투영시키기 전에.

거울 속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보자, 페르젠은 곧바로 엄청난 괴리감을 느꼈다.

“이건……”

머리색과 눈동자 색은 같았지만, 그것을 제외한 얼굴의 형태와 몸의 골격이 전부 다르다.

페르젠의 외형은 절대 아니었고, 그렇다고 이서진의 외형이라 할 수도 없는.

거울 속에 비추어진 존재는 한없이 잔혹해보였으며, 또 모든 만물들 위에 군림하는 듯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마치, 항거할 수 없는 폭군처럼.

그리고 거울 속에 비추어진 그 모습을 계속 들여다볼 때면, 게슈탈트 붕괴가 일어나듯.

스스로의 자아가 무언가에 잡아먹히며 흐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페르젠은 자연스레 이곳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꾸욱!

팔을 꼬집는다.

감각이 느껴진다.

아마도 형태는 결계일 터.

그것에 더해 현재 주어진 상황을 종합해보니, 정답은 어렵지 않게 페르젠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세파르인가.”

아니, 아니다.

정확히는.

“크로셀……”

요정 같은 외모와 다르게, 대상자의 정신을 갉아 먹고 유린하는 것을 즐기는 제 2층의 괴이.

“……”

또다.

분명, 알 수 없는 정보를.

심지어 명계의 2층에 서식하는 괴이의 진명을.

무척이나 자연스레 내뱉으며 인지하는 자신의 모습에, 페르젠은 어색함을 느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일단 자신의 외모를 본래의 모습으로 바꾸고 몸을 일으킨다.

환몽 결계 내에서 이곳이 실체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 채는 순간, 알고 있는 범주 내에서 얼마든지 망상을 실현하는 게 가능했다.

대가는 오직, 대상자의 정신력 뿐.

‘생각해보니, 꼭 학생들만을 노릴 거라는 생각이 짧았군.’

어떤 면에서, 브뤼테인의 혈통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가장 큰 피해라고 할 수도 있을 터.

그러지 않았다면 이런 준비를 했을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페르젠은 걸음을 내딛었다.

이 숲 어딘가에, 분명 자신을 죽이기 위해 구현된 흑마법사 본인의 정신체가 존재할 것이다.

사냥하려는 자를 사냥하는 것 또한.

늑대에게는, 하나의 즐거움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 * * * *

파르르!

크로셀은 몸을 떨었다.

「 버러지 같은 것들이 감히 하늘을 넘보느냐. 주제넘지 말고, 너희 같은 구더기들도 기어 다닐 수 있게 자비로운 포용을 건네주는 땅에 두 발을 붙여라. 」

잊을 수 없는 목소리.

강제로 뜯겨져 나간, 날개가 있던 등 쪽이 아려온다.

그리고 크로셀을 강림시켰던 흑마법사는 마치 두려움에 떨고 있는 듯한 그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으나, 금방 신경을 껐다.

무려 5일 이다.

5일 동안, 크로셀을 강림시킨 비용은 26억 베른의 값어치에 해당하는 물품들.

더불어 이 순간을 위해, 일부러 일주일 전 들어선 용병을 죽였다.

그러면 용병 협회에서 탐사를 나와 확인을 할 테고, 깔끔히 숲의 전역을 돌고 난 뒤라면……

용병 협회에서도 당분간 관심을 끊고, 보안에만 신경을 쓸 테니까.

현재 본체는 숲의 아득한 지하, 그곳에 위치한 웜의 사체 안에 잠들어 있기에 오래 시간을 끌었다는 공기가 부족해 사망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쓸데없는 죽음만큼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다.

물론, 브뤼테인의 핏줄인 페르젠을 죽이지 못한다면 도망갈 수 없다는 가정 하에 증거를 남기지 않게끔 자살을 해야 했다.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덜미를 붙잡히게 된다?

그러면 틀림없이, 오베른 왕국 선에서 문책을 묻는 걸로 끝이 날 테니까.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성공적으로 페르젠을 죽이고.

오베른 왕국이 단두대 위에 올라갔을 때, 엘마르크 제국을 끌어들여 여제인 그레모리가 그토록 바라던 전쟁의 불씨를 지펴야했다.

더불어 그것은 오베른 왕국이 바라던 염원과도 같았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이 놀아나고 있다는 걸 모르겠지.

품고 있는 혁명에 가까운 자유의지가, 실상은 타인에 의한 놀음이라는 걸 결코 깨달을 수 없을 것이다.

세월에 물든 손으로, 엘마르크 제국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는 자신들에게.

간절히 믿는다는 말을 건네 오던 오베른 왕국의 왕이 떠올라 그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러면……’

슬슬, 움직이는 게 좋겠지.

페르젠뿐만이 아니라 대략 4명 정도의 추가 인원이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지만.

크게 신경을 써야 할 수준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때문에 그는 자신이 아는 범주 내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

그레모리 엘딘 이슈타르 엘마르크.

그녀가 보여주었던 무력을 떠올리며, 극의에 오른 오러 나이트의 위력을 망상하여 스스로의 신체에 구현시켰다.

대번에 정신이 상당히 피로해졌지만, 몸에 넘쳐흐르는 활력과 가공할 근력.

또, 피부를 타고 흐르는 압도적인 마력의 흐름은…… 일순간 신이 된 건 아니냐는 듯한.

그런 초월적인 감각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윽고……

“엘마르크의 심장을 위하여.”

간단한 기도를 읊조린 그는, 최초로.

에르네스 제국 영토 내에서.

브뤼테인의 혈통을 사냥하러 나섰다.

* * * * *

리지 폴 리아나 클로디아.

그녀가 속한 건 5명으로 이루어진 제 2조.

그리고 제 2조는, 숲의 중앙으로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패러사이트의 숙주가 된 맹수들과 조우했다.

그 수는 무려 8마리.

하지만 자율통제 아래에 놓여 있는 시신들은 전부 생전에 베테랑 용병들이었기에.

대응은 어렵지 않게, 무척이나 정석적으로 해나갔다.

다만, 패러사이트가 잠식한 숙주는 신경을 되살리고 한 몸으로 동화가 되어도.

유일하게 머리 부근만은 그러지 않았기에, 시간이 지나자 자율통제 되고 있는 시신들도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머리를 잘라낸 맹수가 움직인다는 건, 피드백 받았던 생전의 경험에 절대 존재를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대다수가, 리지와 페르젠이 짐작했던 대로 꼼수를 부려 피드백을 받은 상태이기에.

일순간의 열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충실한 전투 인형처럼 싸움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유일하게 그런 식으로 피드백을 받지 않았던 리지의 시신은.

특히, 전위를 담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진형을 흐트러트렸다.

“미친……!”

그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는 네 명의 학생──정확히는 환몽 결계 내에서 구현된 이들은 리지를 향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너…… 피드백을 어떤 식으로 받은 거지?”

“늘 하던 대로. 저 사람의 생애를 읽어냈을 뿐이야.”

“하! 생각이 없는 건가? 무작정 되는 대로 피드백을 받았다가는 함께 조를 이룬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거라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나?”

“착각하지 마. 이 시험은 자율통제의 수준만을 평가한다고 했어.”

“그러니까 더더욱……!”

“너희들처럼 의도적으로 몇몇 부분을 피드백을 받지 않은 채, 전투인형처럼 만들어버린 저 결과가 온전한 자율통제라고 생각해?”

“……”

“다수의 시신을 다룰 때도 그런 식으로 피드백을 받아 활용할 거야? 쓰레기 같은 마력 전도율을 유지하고서?”

말싸움이 오고가는, 격앙된 분위기 속.

오래 이어지던 전투가 끝이 난다.

그리고 리지가 자율통제를 하고 있는 시신을 제외한, 다른 네 명의 학생들의 시신은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당연히 그것을 확인한 학생들의 부정적인 감정은 고스란히 리지를 향했다.

물론, 리지가 자율통제 하고 있던 시신이 진형을 흐트러트림으로써 피해가 한층 가중되었기는 했지만.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진형을 흩트렸다고 하기 보다는, 진형을 바꾸려 했던 것이었으니까.

진형이란 전투 속에서 시기각각 변하는 것.

하지만 꼼수를 부려 피드백을 받아 전투 인형이 되어버린 다른 네 명의 학생들의 시신은 불리한 정황이라는 걸 판단하지 못했고.

그에 맞추어 전위가 바꾸려는 진형에 합을 맞추기 보다는, 닥치는 대로 싸우는 걸 선택했다.

“가끔은 안쓰러운 마음도 들기는 했는데. 어떻게든 남을 짓밟고 현재의 성적을 유지하려는 추악한 년이었구나.”

“이게 추악하다고?”

“추악함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이번 기회에 깨닫지 그래? 그런 행동을 보고 추악하다고 하는 것이니까.”

“너희들처럼 꼼수를 부려 피드백을 받았다면, 전위에 서게 되는 내 시신이 가장 큰 피해를 받았겠지. 반대로 나와 똑같이 피드백을 받았다면……!”

말을 하다 말고, 리지는 입을 다물었다.

다수의 비정상인 속에 정상인이 끼어 있게 되면, 그 정상인이 비정상으로 취급을 받는 게 당연한 이치다.

애초에 시험의 규칙을 정한 건 페르젠인데.

자신들끼리 왜곡해서 받아들인 정보를 사실처럼 나누어 받고, 그것을 적합한 기준인것처럼 여론을 형성하더니 이제 와서 남탓이라.

‘어차피…… 알고 있었잖아.’

추악하다고 자신을 비난한 건, 어쩌면 아주 틀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높은 시험 성적을 위해, 리지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물론, 자신 말고도 어쩌면 페르젠의 의도를 정확히 읽어낸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론을 거스르기가 어려웠겠지.

애당초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다면, 거기서 더 잘난 놈이 높은 성적을 받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품고 얌전히 순응을 했을지도 모를 터.

하지만 리지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불합리함에 억지로 굽혀본 건, 인생에서 딱 한 번으로 족했으니까.

“그래. 너희들이 옳아. 그러니 내가 잘못된 것이라면 틀림없이 결과가 증명을 해줄 거야. 나는 거기에 왈가불가 할 생각은 없어.”

때 쓰는 아이를 달래듯, 리지는 지친 목소리로 한 마디를 읊조렸다.

“네 그런 점, 굉장히 불쾌해.”

“깔끔히 인정 했잖아. 그러니 더 이상의 불필요한 감정 다툼은……!”

“그러니까! 계속 그딴 식으로 우위에 서있다는 뉘앙스를 섞어서 가르치듯 말하지 말라고──!”

잔뜩 인상을 찌푸리는 학생 한 명이, 리지를 안고 있는 시신의 팔뚝을 붙잡아 억지로 내려버린다.

“앗!”

당연히 엉덩이 부분을 받치고 있던 팔이 아래로 떨어지니, 안겨 있던 리지의 몸은 주욱 미끄러졌다.

그에 다급하게 두 손을 뻗어 시신의 어깨를 붙잡고 매달리듯 멈추어선 리지는 놀란 마음에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온 몸을 파르르 떨었다.

“사람 짜증나게…… 걷지도 못하는 장애인 새끼가,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 마다 지가 뭐라고 계속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거야. 안 그래?”

“어…… 응……”

선두에 나선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짜증나고, 불쾌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리지의 오빠는 무려 황실 소속 기사단이었고.

또, 알프레드 가문과 결혼을 했으며.

심지어 그 알프레드 가문의 차녀인 유리엘은 페르젠과 이어졌기에.

저리 직접적으로 해를 끼칠 만큼 나서는 건 아무래도 어려운 면이 있었다.

정확히는 선두에 나선 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의 배경 신분은 그 벽이 너무나도 두텁게 보였다.

“……”

그리고 시신의 품에 매달려 서있던 리지는, 얼마 가지 않아 다른 의미로 충격을 받았다.

미끌어 떨어지는 순간, 빠르게 시신의 어깨를 붙잡았다 하더라도.

그 찰나의 순간에 가장 우선적으로 쳤던 발버둥은, 두 발을 바닥 쪽으로 내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인간이라면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는 행동이었지만.

리지는 분명히 망가진 자신의 다리가, 반대쪽 다리와 함께 온전히 자신의 체중을 지탱하자……

뇌리에서 무언가 산산이 부서지는 환영과 함께, 왜곡 되었던 기억이 온전히 돌아오는 걸 느꼈다.

의식적인 부분까지는 간섭이 가능해도.

무의식적인 부분까지는 간섭할 수 없는 환몽 결계의 단점.

그 점에 착안하여, 리지는 기사들을 설득해 이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번 시험에서 의견 마찰이 일어날 것쯤이야 예상을 했었고.

가장 선두에 서있는 저 학생의 경우, 배경도 나쁘지 않았기에 틀림없이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배출할 것이라 판단했으니까.

뒤늦게 소름 돋는 점은……

저 네 명의 학생들이 환영체라고 한들, 전혀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자신들 조의 뒤쪽 어딘가에.

거리를 두고 따라붙는 기사가 있다.

그가 두 다리로 온전히 걷게 되는 자신을 보게 된다면, 틀림없이 이곳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될 테지.

때문에 리지는 다시금 시신의 품에 안겨든 후, 조용히 호흡을 골랐다.

‘일단……’

페르젠은, 숲의 전역에 괴이의 능력을 통해 연결한 도자기의 파편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먼저 거기에 간섭하여 관찰을 할 수 없게끔 해야 한다.

틀림없이 위화감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환몽 결계가 그 부분까지 손을 써두었을 테니까.

‘……’

하지만, 정신력이 소모 되지 않았다.

피로함이 몰려들지 않는다.

그것은 한 마디로 현재 페르젠이 숲의 전역을 관찰하고 있지 않다는 뜻.

그래서 간섭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간섭할 수 있는 요소가 없었으니까.

더불어 그것은 이미 페르젠이 이 환몽 결계를 만들어낸 작자와 전투를 시작했다는 걸 뜻하는 가능성이 높았기에.

리지는 초조함을 머금었다.

‘어차피…… 저들은 환영체.’

죽는다고 한들, 하등 상관이 없는 것.

그러니 여기서 의심을 받지 않고, 뒤따라 붙고 있는 기사의 시야로 부터 온전히 달아나기 위해서는.

“뭐, 뭐야……!”

그가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도록 하기 위한, 위기가 필요했다.

“이런……!”

실체가 아님을 깨달은 자는, 자신이 아는 범주 내에서 망상을 구현할 수 있었기에.

리지는 족히 스무 마리 정도의, 맹수의 시신을 숙주로 삼은 패러사이트들을 저 멀리서 구현해 달려들게 만들었다.

당연히 그건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이 아니었기에, 뒤따라 붙던 기사와 환영체로 구현된 마도병단의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읏……!”

거기에 더해, 후미 쪽으로도 열댓 마리 정도를 추가적으로 구현하자.

리지는 찌릿한 두통과 함께, 코에서 피가 흐르는 걸 느꼈다.

그래도 앞뒤가 이 정도로 난장판인 상황에, 학생들도 아비규환으로 움직이며 최대한 안전한 장소로 대피 하려고 하고 있으니.

자신 또한, 그 장소를 찾아 달아난다고 한들 추후 외부에서 정신을 차려도 아무런 탓을 하지 못하리라.

틀림없이 이 상황 자체가 환몽 결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 세파르를 불러낸 흑마법사의 짓이라고 생각을 할 테니까.

‘……기다려.’

페르젠 폰 슈바이크 루에르그.

아니, 페르젠 폰 슈바이크 브뤼테인.

당신의 곁에 있는 건, 역겨울 정도로 증오스럽고 끔찍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죽는 순간이라면……

‘나는, 반드시 당신 곁에서.’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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