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4 094─막간
‘아파……’
페르젠이 불러준 시녀의 부축을 받으며, 욕실로 향하는 유리엘은 잠깐 걸음을 멈춰 서고 자신의 허리를 짚었다.
첫 경험을 제법 거칠게 다루어졌으니, 가녀린 그녀의 몸이 부담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게 욕실로 들어선 유리엘은 옷을 벗고, 욕탕 내부로 들어섰으나……
“……”
거기서 먼저 와있는, 유페미아와 마주했다.
저택의 욕실은 두 개.
한쪽은 페르젠이 사용하고 있으니, 이리 두 여자가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
유페미아도 그녀를 확인한 건지, 말없이 특유의 금색 눈동자로 시선을 보내온다.
아니, 훑는 듯 했다.
유리엘의 몸에 새겨진, 페르젠의 품안에 안겨 헐떡였던 적나라한 그 흔적들을.
여자인 만큼, 유리엘도 그것을 금방 눈치 챘기에 허리가 아픔에도 불구하고 바르게 몸을 피고는 따스한 물이 들어찬 욕탕 안으로 몸을 담갔다.
“좋은, 아침이네요.”
“……그래요.”
어색한 인사를 유리엘이 먼저 건네자, 유페미아는 어색한 대답으로 받아주었다.
분위기가 오묘했기에, 시중을 위해 서있는 시녀들만이 눈치를 보며 침을 꼴깍 삼킬 뿐이었다.
“저기요.”
“……왜요?”
“그 사람, 혼자 받아내기는 벅차요.”
“……”
“잠자리 거부하지 말고, 좀 받아주지 그래요. 어제는…… 정말 죽는 줄 알았으니까.”
뜨거운 물에 젖어든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유리엘은 자신의 몸에 새겨진 키스마크를 드러냈다.
암컷…… 아니, 마치 노예들이 자신의 발에 걸린 쇠사슬을 자랑하는 듯한 광경이었지만.
유리엘은 내심 우월감을 느꼈고, 유페미아는 슬며시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다 이런 것에 자신이 욱할 이유가 있나 싶어, 유페미아는 고개를 돌렸다.
“내가 거부하는 게 아니에요.”
“……”
“그 사람이 참을 뿐이지.”
참는 게 아니라, 안지 않는 게 아닐까.
속으로 그리 생각을 하는 유리엘이었지만, 이윽고 유페미아가 자신의 아랫배를 살살 쓸어내리며……
“성욕의 해소 때문에, 아이가 다치면 안 되잖아요?”
라고, 한 마디를 하자 벙찐 표정이 되었다.
“12주차 까지는, 의원이 관계를 나누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니 그 때 까지는…… 그 이의 성욕을 잘 좀 해소시켜줄래요?”
“……”
시정마라는 게 있다.
본격적인 교미에 들어가기에 앞서, 암말의 체력을 빼놓고 흥분을 돋기 위한.
그리고 자신을 그러한 시정마 취급하는 듯한 유페미아의 말에 유리엘은 울컥했으나, 어째서인지 대들 수가 없었다.
“아…… 또, 벅차다고 했었나. 저는 괜찮았는데 신기하네요. 저와 할 때는, 매번 빠르게 사정을 하던데.”
당신 몸 보다, 내 몸을 더 기분 좋아 한다는.
그런 직설적인 말을 돌려 말하는 유페미아의 말에 유리엘은 기가 막혔다.
“그러면, 먼저 일어나보도록 할게요.”
이른 아침, 앞서 목욕을 하고 있었던 유페미아였기에.
더는 있을 이유가 없다 싶어, 욕탕에서 몸을 일으킨 뒤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유리엘을 비웃듯 나가버린다.
“사실…… 이야?”
그리고 홀로 남겨진 유리엘은, 자신의 뒤에 서있는 시녀에게 유페미아의 임신 여부가 정말인지 떨리는 입술로 캐물었다.
그에 시녀는 첩이된 그녀에게 숨길 이유도 없다 싶어 솔직하게 말했다.
“예. 마님은 회임을 하셨고, 현재 5주차 이십니다.”
“……”
임신을 했다는 사실은, 외부로 잘 공표하지 않는다.
정적이 있거나, 설령 없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후벼 파고, 제일 약점으로 잡히기 쉬운 일이었으니까.
때문에 더는 감출 수 없을 만큼 배가 불러오지 않는 한, 타인들에게 알리지 않는 게 일반적인 관례였다.
그리고 시녀에게 확답을 들은 유리엘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젯밤, 그리고 조금 전 까지 내심 품고 있던 우월감들이…… 송두리째 짓밟히는 기분이었다.
“……”
그의 정액이 가득 채워져 있을 매끈한 아랫배, 그 자궁 근처를 쓰다듬으며 유리엘은 희미한 공허함을 느꼈다.
음부 사이로 그의 정액이 흘러나와 물과 뒤섞인다.
그래서 유리엘은 다리를 오므리고, 손을 내려 고간을 막은 뒤, 음부를 꽈악 오므렸다.
자궁 안으로 들어차지 못한 정액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리엘은 그러한 정액들조차, 자신의 질 안에 남아 있기를 바랐다.
“짜증나……”
새벽부터 행복했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최악이었다.
* * * * *
침실로 돌아온 유페미아는 옷을 갈아입고, 창가 쪽의 의자에 앉아 조용히 화단의 풍경을 감상했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
벌컥.
문이 열리며, 페르젠이 들어온다.
“……”
순간 일어서서 다가가려 했으나, 그가 먼저 다가와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유페미아는 반쯤 일으킨 엉덩이를 다시 의자에 붙였다.
타악.
곧이어 문이 닫히고, 페르젠은 자신에게 시선조차 보내오지 않는 유페미아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밤 동안, 아무런 일도 없었나.”
방금 목욕을 끝내 젖어 있는, 윤기 있는 머리카락.
그것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페르젠은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를 야릇하게 더듬거렸다.
그 간질간질한 감각에, 유페미아는 옅은 신음을 머금고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그런가. 그러면 일단…… 아침부터 먹으러 가지.”
원래는 방안으로 식사를 들여왔으나, 유리엘이 있는 만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식당으로 가야만 했다.
그녀가 이곳까지 들어와 같이 아침을 먹는 건 그림이 이상했으니까.
“……”
그리고 그 사실을, 유페미아는 충분히 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따르기가 싫었다.
그래서……
“나…… 배, 아파요……”
꾀병을 부린다.
“금방 의원을 부르도록 하마.”
당연히 그 말을 들은 페르젠은 곧장 몸을 돌려 침실을 나가려 했다.
꾸욱!
하지만 유페미아가 그의 팔을 붙들었다.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 그 정도는 아니에요…… 잠깐의 복통, 같으니까……”
“아이가 있으니, 혹시 모르지 않나.”
“정말, 괜찮아…… 그냥 곁에 있어 줄래요…… 어디 가지 말고……”
“……”
이쯤 되니 페르젠도 어렴풋하게,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챘다.
정말로 복통이 올라오고 있다면, 그게 설령 사소한 거라 하더라도.
자신 못지않게, 그녀가 더 예민하게 굴 텐데.
“식사는……”
“가져 오라고 하면, 안 되나요……”
슬쩍 눈치를 보는 유페미아가 고개를 숙인다.
‘유리엘과 함께 아침을 먹기 싫다는……’
그런 뜻일까.
“그러마.”
속내를 읽었어도, 페르젠은 굳이 티내지 않고 문 밖의 시녀에게 아침을 침실로 가져오라고 전달했다.
단순히 불안해하는 걸 떠나, 하룻밤을 다른 여인과 몸을 섞고 왔으니.
질투를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리라.
사실 그녀가 질투를 하는 모습 자체가 페르젠은 조금 신선했다.
그렇게 유페미아 곁으로 돌아온 페르젠은, 그녀의 몸을 일으킨 뒤 침대 쪽으로 데려갔다.
삐걱……
상냥하게 허리를 받치고, 부드럽게 눕혀준다.
그러자 옆으로 따라 눕는 자신의 가슴팍으로, 자연스레 얼굴을 묻어오는 유페미아.
유리엘과는 또 다른, 매혹적인 살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꾀병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페르젠은 손을 뻗어 그녀의 아랫배를 어루만져주었다.
“으, 응……”
기분이 좋은 걸까.
유페미아는 상기된 얼굴로, 야릇한 신음을 흘렸다.
쪽……
나아가서는 어울리지 않게, 고개를 살짝 치켜들어 자신의 목울대에 어설픈 키스를 해왔다.
“……”
목덜미 쪽에 은은한 잔향처럼 퍼져 나가는, 유페미아의 뜨거운 숨결.
이 낯설고, 또 어울리지 않는.
하지만…… 필사적인 그 앙탈이.
페르젠은 그저 사랑스러워, 새하얀 이마 위로 입맞춤을 해주며 배를 어루만지던 손을 끌어 올렸다.
투둑.
상의의 단추가 풀려 나간다.
그리고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은 페르젠은, 특유의 풍만하고 부드러운 가슴을 제법 세차게 주물럭거렸다.
“아…… 응…… 앙……!”
남심을 자극하는, 유페미아의 음란한 신음소리.
그것을 들으며, 페르젠은 서서히 그녀의 몸을 음미하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페르젠이 자신의 몸을 희롱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유페미아는 자신의 손등을 페르젠의 고간 쪽에 스치듯 가져다 대보았다.
‘아……’
바지 춤 위로, 껄떡거리는 그의 성기가 느껴진다.
사실 욕실에서 마주한 유리엘에게 했던, 자신과 몸을 섞을 때는 페르젠이 빠르게 사정을 한다는 그 말은…… 당연히 거짓이었다.
자랑이라도 하듯 초야의 흔적을 내 비추는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해보았던 말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말 그가 자신 보다 그녀와 몸을 섞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 건 아닐까 했는데.
이리 세차게 열기를 내뿜으며, 껄떡거리는 성기를 보고 있자하니…… 욕정을 온전히 쏟아내지 못한 게 틀림없었다.
그 사실이 기뻐, 유페미아는 손등이 아닌 손바닥으로 그의 고간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내가…… 해, 줄까요…… 입이나, 손으로……”
똑똑.
“……”
하지만 페르젠이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전에,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들려온다.
그에 페르젠은 흐트러진 유페미아의 옷을 대충이나마 정리해준 뒤, 문밖을 향해 입을 열었다.
“들어오도록……”
벌컥.
“실례하겠습니다.”
만찬인 듯, 만찬이 아닌 아침을 대령하는 시녀들.
직후, 그녀들이 나가자 페르젠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찝찝하면서도, 어색한 침묵이 맴돈다.
그리고 그 침묵을 먼저 깨트리는 건 유페미아였다.
“아침…… 먹지, 말까요……?”
“들지…… 아이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나.”
“……”
페르젠의 그 말에, 유페미아는 두 손을 꼼지락 거리다 두 눈을 질끈 감고 페르젠의 바지춤을 붙든 뒤 몸을 숙였다.
“유페……”
“당신은, 식사…… 하고 있어요…… 내가, 그…… 마저, 성욕…… 해소 해줄…… 테니까……”
괜찮다고 말릴 새도 없이, 페르젠의 성기를 밖으로 끄집어낸 유페미아는 자신의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시녀들 때문에 반쯤 흐물흐물 해진 그의 성기가 자신의 혀 위로 축 늘어진다.
쪼옵……
그러나 유페미아는 나름 익숙하게 입술을 오므린 뒤, 그의 성기를 빨며 완전한 발기를 유도했다.
툭!
그 노력 끝에, 얼마 가지 않아 세차게 껄떡이는 성기가 유페미아의 입천장을 때린다.
자그마한 입술로 커다란 그의 성기를 머금으려니 턱이 적잖게 아려왔지만, 유페미아는 개의치 않고 머리를 앞뒤로 천천히 움직였다.
“하……”
결국 페르젠 또한, 그 강렬한 자극에 들었던 수저를 내려두고…… 유페미아의 머리 위로 손을 얹혔다.
* * * * *
“이상하네……”
“?”
“깔끔하잖니. 다른 의미로.”
오랜 시간 뒤, 유페미아의 침실에 들어가 아침을 치워 옮기는 시녀 한 명이 의문을 품고 말했다.
단 한 번도 손대지 않은 음식들.
차갑게 식어 있는 게 느껴진다.
“보통 입맛이 없어도, 몇 번 들어보기는 하실 텐데. 그런 흔적도 없으니…… 어디 아프신 걸까.”
“너…… 보기보다 눈치가 없었구나.”
“뭐?”
“마님 옷이 흐트러져 있었잖니.”
의문을 품는 시녀를 바라보며, 다른 한 명의 시녀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페르젠이 애써 정리를 하기는 했지만, 상의의 단추가 잘못 잠가져 있었기에 눈썰미가 좋다면 바로 눈치를 채는 게 가능했다.
……아, 부부간에 애정을 나누고 계셨구나 라는 걸.
“어머!”
그리고 자신이 몰랐던 사실을 알려준 시녀의 말에, 제일 처음 의문을 품었던 시녀는 호들갑을 떨었다.
“분명, 어젯밤에 초야를 치루시지 않으셨나?”
그 열락 어린 밤을 보내고, 아침부터 또 그럴 기운이 남아 있는 자신의 주인이 신기했기에 자연스레 얼굴이 붉어진다.
“뭐…… 주인님 정력이 좋으시고, 부부 사이의 금슬이 좋다면 우리만 편해지니 잘 된 게 아니겠어.”
“그건 그렇지.”
남편 아래에 아내가 많을수록, 사실 제일 고충을 겪는 건 시녀들이었다.
아내끼리의 사이가 안 좋으면 안 좋은 만큼, 그녀들의 기싸움에 등이 터져나가는 것도 시녀들이었으니.
다행히도 남편의 정력이 좋다면, 아내끼리의 불화는 나름 적어지는 편이었다.
왜냐하면 회임이라는 중대한 대목에서 서로가 마찰을 겪지 않게 될 테니.
그렇게 시녀들은 서로 담소를 주고받으며, 한적한 복도를 거닐어 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3연참으로 막간을 마무리 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체력이 딸리네요.
다음 막간에 리지가 등장하는 걸로 막간은 마무리 됩니다.
가능하면 내일 빠르게 올 수 있도록 해볼게요.
별 볼일 없는 내용들만 있는 것 같아 독자님들에게 죄송할 따름 입니다.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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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관련하여 외주 상세 내용들이 기록 되어져 있으니, 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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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하루 되세요.
사랑합니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