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3 093─막간
"흐윽……!"
푸르스름하게 하늘이 물든, 아침이 밝아오기 전의 새벽.
페르젠의 품안에 붙들려, 밤새 그의 체온을 데워주던 유리엘은 꼼지락 거리며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으, 응……"
딱히 잠을 설치지도 않았는데, 몰려오는 짙은 피로.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손가락을 몇 번 까딱한 유리엘은, 곧이어 죽은 시체처럼 추욱 늘어졌다.
좀처럼 몸을 가누기가 힘들었기에, 움직이기가 싫었다.
아니, 애초에 움직이고 싶어도……
페르젠이 자신을 반쯤 짓누르듯 끌어안고 있는터라 무리였다.
'계속…… 이러고 있었구나…… 밤, 새도록……'
빈틈없이 밀착한 서로의 교접부가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그의 음모가 엉덩이의 희고 부드러운 살결을 까칠하게 쓸어내렸다.
또, 딱딱한 그의 성기가…… 여지없이 자신의 안을 가득 드리운 채 쑤셔 박혀있다.
'여전히……'
자신의 몸은 이 교접에 익숙해지지 않고, 아랫배에서 거북하고 답답한 느낌을 올려보내는데.
그의 성기는 그딴 불편함 따위 신경 쓸 이유 없다는 듯, 제집처럼 여린 속살을 헤집고 자신의 소중한 비처를 이불 삼아 난폭한 폭군처럼 군림한다.
하지만 유리엘은 자신의 질내를 점거하듯 자리 잡은 그의 흉물에 감히 불만을 토해내지 못했다.
……사실은, 토해낼 불만 따위가 없었다.
밤이 깊어지고 아침이 밝아오는 기나긴 시간 동안, 자신의 몸이 주는 자극에 한 번도 발기가 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기쁨만을 선사했으니까.
꼼지락.
간신히 고개만을 움직여 밑으로 시선을 내린다.
'분명……'
가슴골 사이에 가두어 놨었는데.
어느새 그의 손은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우악스레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유리엘은 그 광경에 옅은 웃음을 흘렸다.
'당신 손도……'
내 가슴을 전부 움켜쥐지는 못하는구나.
조심스레 자신의 가슴을 붙들고 있는 페르젠의 손을 펴서, 뺨으로 가져다 댄 유리엘은 얼굴을 묻었다.
초야를 치루는 내내, 목줄처럼 자신을 옭아맸던 그의 손.
은은하게 풍겨오는 페르젠의 체취가 너무나도 좋았던 터라, 일순간 숨을 크게 들이킨 유리엘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아랫배에 힘을 주게 되었다.
꾸욱!
"히윽……!"
그러자 사방에서 옥죄여오는 질주름에 반응한 페르젠의 성기가, 세차게 껄떡이며 자신의 자궁구를 문지른다.
그 오싹오싹한 쾌락에 유리엘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열리지 않는 문을 부수듯 쉴 새 없이 두드리고, 태아가 자리 잡을 자궁을 뭉개버릴 기세로 찍어 누르던 어제와 다르게……
방금 느꼈던 그 간질간질한 감각은, 너무나도 중독성이 강했다.
꾸욱!
"힉……"
때문에 유리엘은 온 몸을 덜덜 떨면서도, 다시 한 번 아랫배에 힘을 주어 그의 성기를 최대한 조여 주었다.
그럴 때 마다 자궁구를 부드럽게 문질러오는 귀두의 감촉에, 유리엘은 아기처럼 발가락을 꼬옥 오므렸다.
'나쁜 건, 아니잖아……'
남편이 아내의 몸을 탐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듯이.
아내가 남편의 몸을 탐하는 것 또한 잘못된 게 아니리라.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마치고, 유리엘은 자신의 안쪽에 단단히 틀어박힌 그의 성기를 꾸욱 꾸욱 옥죄며 본인의 육욕을 충족 시켜 나갔다.
"흐윽……!"
하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단순한 육체적 쾌락만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었다.
그에 흐트러진 몽롱한 눈동자로,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대었던 페르젠의 손을 바라보며 유리엘은 눈을 감았다.
어젯밤의 초야를 회상한다.
개처럼 널브러진 자신의 치부를 남김없이 훑던 그의 시선.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신이 달아나지 못하게끔 단단히 허리를 붙들었던 그의 두 손.
비좁은 속살을 억지로 헤집어 뿌리 끝까지 성기를 쑤셔 박고, 자신을 한낱 암컷 취급하며 만족감을 느끼던 그의 숨결.
으스러질 기세로 자신의 가슴과 아랫배를 움켜쥐고, 자궁구를 밀어 치듯 두드리며 씨를 토해내던 그의 몸짓.
그래, 유리엘은 어느 방향으로든 페르젠이 자신에게 감정을 쏟아낼 때…… 가장 강렬한 만족감을 느꼈다.
"힉…… 히윽!"
결국, 그러한 회상을 통해 얻는 정신적 쾌락과 자신의 자궁구를 문지르는 육체적 쾌락에.
유리엘은 숨을 헐떡이며, 꼴사나운 절정을 맞이했다.
경련이라도 온 것처럼, 그녀의 몸과 질주름이 쉴 새 없이 덜덜 떨린다.
"……"
당연히 그 거센 자극에, 깊게 잠이든 페르젠은 두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직 수마의 기운이 남아 있는 혼미한 정신, 그 아래로.
복숭아처럼 달콤한 유리엘의 체향과, 그녀의 미육이 음탕하게 요분질 해둔 성기가 욕정을 뜨겁게 데워 나가자……
찔꺽!
뻐근한 몸을 기지개 펴듯, 본능적으로 자신의 체중을 실어 그녀의 자궁을 무자비하게 짓뭉개버린다.
"아…… 학!"
그에 유리엘은 제대로 된 호흡조차 하지 못하고, 볼썽사나운 신음을 흘리며 입술을 뻐끔거렸다.
찌북!
"끄힉……!"
남김없이, 뿌리 끝까지 파고드는 그의 성기가 유리엘의 도톰한 음부를 음탕하게 벌린다.
꾸욱!
"흑! 읏……! 흐윽!"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는 페르젠의 허리는 유리엘의 새하얀 엉덩이를 찍어 눌렀다.
커다란 손은 어느새 일말의 배려도 없이 그녀의 가슴을 우악스레 움켜쥐고 품안으로 끌어당긴다.
더는 들어 갈 곳이 없는 질내를 그런 식으로 계속 헤집으니, 자연스레 유리엘의 아랫배는 볼록 솟아올랐다.
그만이라는 한 마디를 내뱉고 싶어도, 숨이 턱하니 막혀와 그러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오직, 그의 품안에 안겨 온 몸을 바르르 떨며……
투둑!
묽고 미끈거리는 야릇한 애액을, 소변처럼 쏟아내는 일이었다.
"하아……"
직후, 페르젠은 기지개를 펴고 몰려오는 현기증에 비틀 거리듯 그녀의 뒷목에 뜨거운 숨결을 내쉬며 부드럽게 허리를 내뺐다.
쯔붑!
절반 정도 빠져 나오는 흉물스런 그의 성기를 따라, 딸려 나오는 유리엘의 분홍빛 속살이 추잡스런 소리를 자아낸다.
"으, 흐끅…… 흑……"
그 여운 속에서 페르젠은 전신을 평온히 이완시켜나갔지만, 유리엘은 몸을 웅크린 채 아이처럼 훌쩍일 뿐이었다.
"……"
그 소리를 들으며, 페르젠은 몽롱한 눈동자를 조용히 끔뻑였다.
체온이 조금씩 식어간다.
그 선선함과, 반쯤 들춰진 이불 안에서 풍겨오는 비릿한 정사의 내음이 유리엘의 체향을 몰아내자…… 페르젠은 서서히 이성이 맑게 게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음몽이라도, 꿨었나……’
눈을 뜨자마자 갑작스레 치솟았던 성욕은 페르젠으로써도 많이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체향이 아무리 미향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한들, 금방 잠에서 깨어난 사람을 심취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었기에.
‘……’
많이 놀랐던 걸까.
간헐적인 떨림을 선보이는 유리엘의 몸을 보며, 페르젠은 특유의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나신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었다.
목덜미와 뺨에 애정 어린 키스를 퍼붓고, 살집이 조금 잡히는 아랫배를 상냥하게 토닥인다.
“흑……”
그 끝에, 점점 훌쩍임이 잦아든 유리엘은 꼼지락 거리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왜 그러나.”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질투심이라는 감정이 뒤섞여 있는 흑요석 같은 눈동자.
그것을 읽어내고, 페르젠은 의아함을 머금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유리엘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나를…… 그 여자로 착각한 건 아닐까, 싶어서……”
“……”
“아니면…… 됐고……”
어젯밤과 대조 될 만큼,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자신의 몸을 매만져오는 페르젠의 손길에 유리엘은 혹여나 그가 자신을 유페미아로 착각한 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품었다.
물론, 이런 질투가 유치하다는 걸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 여자의 대용품으로 다뤄지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은 게 유리엘의 본심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페르젠은, 유리엘의 몸을 더듬던 손을 내려 가녀린 허리를 단단히 붙들었다.
삐걱!
“핫……!”
침대가 거칠게 흔들린다.
비스듬히 옆으로 누워있던 유리엘의 몸이 들어 올려지며, 순식간에 페르젠의 몸 위로 올라타는 자세가 된다.
그에 유리엘은 반사적으로 두 손을 뻗어 그의 탄탄한 가슴팍에 손을 내린 뒤, 흔들리는 자신의 몸을 지탱했다.
구부러진 무릎은 파르르 떨리며 반쯤 빠져 나간 그의 흉물스런 성기가 단숨에 파고들지 못하게끔 적정 거리를 유지하게 만든다.
“아, 파…… 사, 살살……”
엉거주춤한 자세이기는 해도, 마주보며 앉아 있는 만큼.
유리엘의 풍만하고, 천박한 가슴이 그의 시선을 음탕하게 사로잡았다.
때문에 페르젠은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우악스레 주물렀다.
형태를 일그러트리는 가슴 가운데, 툭 튀어 오른 분홍빛 유두가 움찔거리며 파르르 떨린다.
“응, 앗……!”
그것을 꼬집듯 붙잡고, 가슴을 늘어트리듯 잡아당기는 페르젠의 손.
자신의 가슴을 장난감 취급하는 것 같아서 조금은 미웠지만, 유리엘은 아무런 쓴 소리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
손을 내린 페르젠이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쥐자, 유리엘은 자연스레 긴장을 머금고 음부를 꾸욱 조였다.
“응……!”
그 긴장을 풀어줄법도 한데, 페르젠은 조금씩 힘을 주어 그녀의 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구부러진 유리엘의 무릎이 점점 가라앉는다.
그럴 때 마다 반쯤 빠져 나간 상태로 삽입 되어 있던 그의 성기가, 온전히 다시 파고 들어온다.
철퍽!
“끄힉──!”
그 느릿함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건지, 페르젠은 단숨에 힘을 주어 그녀의 허리를 내렸다.
구부렸던 유리엘의 무릎이 순식간에 풀리고, 두 다리가 쭈욱 뻗어진다.
그리고 미끄러지듯 페르젠의 품안으로 쓰러지는 유리엘.
자궁을 거세게 치덕이는 귀두가 게걸스레 입구를 핥듯이 문지른다.
빈틈없이 꽈악 들어찬 그 만족감에, 페르젠은 유리엘의 몸을 으스러지듯 끌어안았다.
직후, 소유욕이 가득 들어찬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다.
“착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부터, 너란 걸 알고 있었어…… 유리엘.”
“흐윽…… 응! 앙……!”
그 한 마디가 뭐라고, 유리엘은 말로 이룰 수 없는 행복함을 느끼며 페르젠의 목에 손을 휘감고는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올려치는 그의 성기가 자신의 질 내부를 헤집으며 자궁을 거세게 학대하지만……
유리엘은 질 주름을 꾸욱 조이며 그가 조금이라도 기뻐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봉사했다.
“흐, 흐으윽……!”
그렇게 이른 새벽부터 몸을 섞으며, 자궁 안으로 그의 씨를 가득 받아낸 유리엘은 허벅지를 덜덜 떨었다.
가임기의 자궁 내부가, 끈적거리고 비릿하고 질척한 그의 정액으로 차올라 몸을 움찔할 때 마다 아랫배가 출렁이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하……”
그리고 묵힌 숨을 천천히 토해낸 페르젠은, 몸을 숙여 자신에게 안겨 있는 유리엘을 침대 위로 눕힌 뒤……
쯔뿍!
기저귀를 갈아주는 아기를 다루듯, 그녀의 두 다리를 모아들어 올리고 오랜 시간 박혀 있었던 흉물스런 성기를 단숨에 끄집어냈다.
쯔뿍!
“하윽!”
음탕한 소리와 함께, 드디어 밖으로 나온 페르젠의 성기가 세차게 껄떡이며 유리엘의 음부를 토닥인다.
또한, 그의 성기에 맞추어 확장된…… 닫힐 줄 모르고 뻐끔거리는 그녀의 질구멍은 걸쭉한 정액을 질질 쏟아내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 정액들이 회음부를 타고, 벌름거리는 분홍빛 항문까지 물들이자……
페르젠은 왼손으로 그녀의 두 발목을 붙들어 둔 채, 오른손을 내려 귀여운 주름이 꾸욱 다물려 있는 항문을 부드럽게 눌렀다.
움찔!
거부 반응을 보일 법도 한데, 유리엘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부, 불결한 데니까…… 너, 너무 만지지마……”
라고, 얌전히 순응 할 뿐이었다.
그 모습이 적잖게 사랑스러워, 페르젠은 붙들고 있는 다리를 풀어준 뒤 유리엘의 두 팔을 붙잡아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 안았다.
그러자 유리엘은 주인의 다리 사이에 편히 자리 잡는 강아지처럼,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꼼지락 거렸다.
등을 쓸어내려주는 손길.
머리카락을 매만져주는 손길.
그 모든게 기분이 좋아, 온 몸이 천천히 풀어진다.
이윽고…… 아침이 다가왔다.
어슴푸레했던 새벽이 물러가고,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유리엘은…… 이 순간이, 그저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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