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3 083─유리엘 웨인 데이나 알프레드
“응……”
유페미아는 졸린 눈가를 비비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태내에 자리 잡은 아이에게 맞추어 조금씩 커져가는 자궁이 방광을 압박하기 시작한 건지, 최근 들어 자다가 배뇨감에 깨어나는 일이 잦아졌다.
오늘만 해도, 이번으로 네 번째일까.
그래도 잠이 많아졌다는 것, 입덧, 잦은 배뇨감을 제외하면 나름대로 평온한 임신 초기를 보내고 있었기에 유페미아는 이불을 걷어낸 뒤 침상에서 조심스레 발을 내렸다.
“아……”
그러나 언제 돌아온 걸까.
어슴푸레한 어둠이 내려앉은 방안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페르젠의 모습에 유페미아는 두 눈을 끔뻑이며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했다.
아침 7시 40분.
벌써 시간이 이리 되었구나.
“어, 어서…… 와요.”
잠결에 그의 인기척을 눈치 채지 못한 것에 약간의 미안함을 담아, 유페미아는 어색하면서도 수줍게 페르젠을 맞이해주었다.
“다녀왔다.”
그러자 당장이라도 잠들고 싶다는 피로한 얼굴과 다르게,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평온히 응답해준 페르젠은 유리잔을 내려놓은 뒤 침상에 걸터앉아 있는 유페미아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어깨를 매만졌다.
“오늘은 어차피 나갈 일도 없을 텐데, 조금 더 누워 있지 그러나.”
“화, 화장실…… 가야해서요……”
“그런가.”
생리 현상을 붙잡아 둘 수는 없었기에, 페르젠은 순순히 유페미아를 놓아주고서는 침대에 이불을 덮고 편안히 누웠다.
그 태연하기 그지 없는 모습에, 일단은 화장실을 가야해서 엉거주춤 몸을 일으키는 유페미아였지만 차마 걸음을 떼지는 못했다.
“내게 할 말이라도 있나.”
그에 페르젠은 의아함을 머금고 물었다.
짙어져가는 배뇨감에 두 다리를 파르르 떨면서도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는 모습은 충분히 이상해보였으니까.
“나……”
그리고 페르젠의 그 물음에, 유페미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고서는 들릴 듯 말 듯한 자그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쉬, 쉬하러…… 가, 가는 거예요……”
“……”
난데없는 상세한 보고.
페르젠은 졸음이 몰려오는 와중에도,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것 까지는 말하지 않아도 된다.”
“나, 나도 아는데……”
유페미아 본인도 스스로의 행동이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향에 유독 민감한 그였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괜히 쓸데없는 오해를 사서 볼일을 보고 돌아왔을 때, 그가 자신을 품안에 끌어안기를 꺼려한다면 적지 않은 상처를 받을 것 같았으니까.
“당신, 때문이잖아…… 아니야. 됐어요…… 갔다 올게요.”
말을 더 섞어 봤자, 자신만 추해지고 손해를 볼 것 같았기에 유페미아는 문을 열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말했던 대로, 최대한 빠르게 볼일을 마친 뒤 손을 씻고 침실로 돌아오자……
“……”
페르젠은 상체를 일으킨 채, 서신 한 장을 읽고 있었다.
그 분위기가 제법 무거워 보였기에, 유페미아는 괜스레 그의 눈치를 살피며 옆에 조신히 앉고서는 이불로 새하얀 다리를 덮었다.
그리고는 찢어진 편지 봉투를 주섬주섬 주워 새겨진 가문의 문양을 확인해보니, 유페미아는 보낸 이가 알프레드임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알프레드가 무슨 일로……’
북부 변방에 살던 유페미아라도, 브뤼테인과 알프레드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었기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읽고 있던 편지를 내려두는 페르젠이 아무런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자, 유페미아는 어색하게 귀 뒤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무슨, 일이에요……?”
“저번에 내가 했던 말을 기억 하나.”
“했던 말?”
“첩을 들이면, 너는 슬퍼 할 거냐고 했었지.”
“응…… 그러네요. 생각난다.”
페르젠의 말에 유페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널브러진 편지 쪽으로 시선을 돌려 적힌 내용을 읽어 내렸다.
하지만 새하얀 공백 가운데 자리 잡힌 글귀는……
‘6월, 9일?’
오직 날짜하나 뿐.
“이 날…… 알프레드 가문의 차녀를 첩으로 들일 예정이다.”
“알프레드의 차녀라면……”
“403호 교수실의 주인이지.”
“아……”
“이유는……”
처음으로.
매번 알 필요 없다고.
자신에게 정보를 통제했던 페르젠이, 첩을 들이는 이유에 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기 시작한다.
그에 유페미아는 긍정적인 쪽은 아니지만, 일면식이 있었던 흑발의 여인을 뇌리에 떠올리며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에.
싫어한다고 해야 하기에는, 이상한 일도 아니었고 오히려 언젠가 이럴 거라 예상을 하고 있었으니 심한 거부감은 없었다.
더군다나 페르젠의 상세한 설명은 단순히 육욕을 채우려는 의도가 아니라 저번에 언급을 해주었던 대로, 루에르그가 북부의 수장이 되기 위한 과정임을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좋아해야 할 이유도, 딱히 없었다.
“……”
사실 싫지도 좋지도 않다는 건, 엄밀히 따지자면 싫다는 게 아닐까.
‘아……’
근처의 거울을 바라보며, 유페미아는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주름이 조금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역시, 태내에 아이를 품고 있기 때문인지 약간이나마 볼록해진 배가 오늘 따라 이상하게 심기를 거슬렀다.
알프레드의 차녀──유리엘이라 불리었던 여인은 자신보다 조금 더 피부가 희고 고왔던 거 같았고, 몸매도……
“유페미아.”
“으, 응……”
“불안하나.”
“딱히……”
“알프레드의 여인이 네 자리를 뺏어갈 것 같은가.”
“그런 생각 안 해요……”
“내가 말했지 않았나. 너는 거짓말을 참으로 못한다고.”
“……”
옅게 웃는 페르젠이 유페미아를 품안으로 끌어안으며, 네글리제의 어깨끈을 붙잡아 끌어내린다.
그리고는 한층 더 커진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뺨에 키스를 하고서는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속삭였다.
“걱정하지 마라. 네가 쓸데없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첩이 처를 넘보지 못하도록, 나는 확실히 차별을 할 것이다.”
“나…… 그렇게 속 좁은 여자 아니에요.”
“남편을 타인과 공유한다는 것에 불쾌함을 느끼는 건, 속이 좁은 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나또한 너를 누군가와 공유해야 했다면 참지 못하고 질투했을 테니까.”
“질투, 안 하는데……”
듣기 좋은 입발림인지.
페르젠의 말에 안심이 되는 자신을 느끼면서도, 정말 이 남자를 독점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질투를 하고 있는 걸까 싶어 유페미아는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두 손을 꼼지락 거렸다.
그러자 페르젠은 마치 비교라도 하듯이.
“유리엘은 너보다 좋은 향기를 풍기더군.”
자신의 냄새를 들이키며……
“가슴과 엉덩이는 더욱 풍만했고, 허리 또한 잘록했었지.”
몸을 더듬어 나갔다.
의도가 무언지 너무나도 뻔히 보이는데……
유페미아는 괜스레 울컥하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어찌 그리 수많은 생각이 떠오르던지.
좋은 냄새라고 해봐야 어차피 향수일게 뻔하다는 등.
가슴은 풍만한 쪽이 아니라 지나치게 비대해서 유륜이 천박할 정도로 크고 넓을 것이라는 등.
자신이 이리도 타인을 신랄히 음해할 수 있었던가 싶어, 유페미아는 자신의 가슴골에 얼굴을 묻으려는 페르젠을 살포시 밀어냈다.
그러자 그는 웃었다.
조각상 같은 얼굴에 머무르는 미소가, 오늘은 너무나도 얄미워보였다.
“유페미아.”
“나, 잘 거예요. 누추한 내 몸을 만지던지 말든지. 마음 대로해……”
“나는 네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었다.”
“아, 아파요……!”
갑작스런 고해성사와 함께 페르젠이 자신의 왼손을 붙잡는다.
그리고는 바지 안쪽으로 스스럼없이 밀어 넣더니,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세차게 껄떡이고 있는 성기를 강제로 움켜쥐게 만들었다.
“아……”
너무나도 갑작스레 일어난 낯 뜨거운 일이라, 유페미아는 적잖게 당황했으나 페르젠은 여유롭게 말을 이어 나갔다.
“과거에 네 몸을 보고서 무턱대고 욕정할 일이 없다고 했지만……”
“……”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과 달콤하게 속삭이는 목소리.
욕정으로 점칠 된 붉은 눈과 자신을 범하고 싶어서 안달 난 그곳.
“나는…… 너를 볼 때 마다 욕정하고 있다. 유페미아.”
모순된 것들이 어우러지는 만큼, 진정성은 강하고 절실히 와 닿았다.
움찔!
곧이어 제법 강하게 힘을 주는 그가, 자신을 품안으로 끌어안는다.
그 탓에 탄탄한 가슴팍에 짓눌려 형태를 일그러트리는 가슴.
자신의 체온을 느끼고 싶은 걸까.
자연스레 페르젠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게 된 유페미아는 고개를 살짝 치켜들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스륵.
그러자 자신의 앞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기는 손길이 마중을 나오고.
쪽.
뺨과 콧잔등을 비롯해, 이마에 애정 어린 키스를 건네준다.
“응……”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은…… 이런 거구나.
이성을 매몰시켜버릴 정도로 헐떡이게 만드는 쾌락보다, 마음의 빈자리를 애틋하고 아련하게 채워주는 이쪽이 더욱 중독성이 강하다고 느끼며 유페미아는 떨어지는 페르젠의 입술을 쫓아 먼저 입맞춤을 건넸다.
다른 의미로 그에게 굴복되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같아 약간의 자괴감이 들었지만, 칭찬이라도 해주듯 뒷머리를 쓸어내려주는 손길에 유페미아는 달뜬 신음을 흘리며 성기를 움켜쥐고 있는 손을 느릿하게 움직였다.
‘끈적, 해……’
정액은 아닌데.
귀두 끝 부분에서 흘러나오는 무언가가 자신의 손바닥을 더럽힌다.
그래도 불쾌하지는 않았기에, 유페미아는 그것을 윤활유 삼아 귀두 부분을 스윽 스윽 문질러주며 페르젠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좋은 걸까.
제법 거칠어진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유페미아는 주섬주섬 페르젠의 바지춤을 끌어내려 안에 가두어진 성기를 밖으로 끄집어냈다.
“아……”
굉장한 수컷의 냄새.
……킁킁.
유페미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숙여 코끝을 움찔거렸다.
그리고는 뒤늦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닫고,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개를 다시금 치켜들고 어색한 손놀림으로 세차게 껄떡이는 그의 성기를 어루만져주었다.
물론, 시선은 힐끔힐끔 페르젠의 얼굴을 응시했다.
스스로의 손놀림이 무척이나 서투르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어디를 만졌을 때 기분이 좋은지 페르젠의 반응을 통해 학습하는 게 제일 빨랐으니까.
‘아……‘
하지만 페르젠의 얼굴을 바라보던 유페미아는, 페르젠의 붉은 눈동자가 손을 움직일 때 마다 출렁이는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계속해서 시선에 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움찔!
언제나 무심하고 고압적이던 그의 붉은 눈이, 오늘 따라 끈적한 성욕을 머금고 자신을 시간이라도 하듯이 바라보고 있자 유페미아는 아랫배가 찌르르 거리는 묘한 쾌락을 선사받았다.
그가 자신을 여인이자, 당장이라도 범하고 싶은 암컷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 어째서 이리도 기분 좋은 쾌감을 선사해주는 건지.
‘내가……‘
시선에 이토록 민감했었던 걸까.
자연스레 수줍게 앉아만 있던 분홍빛 유두가 천천히 일어난다.
몸의 그러한 반응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유페미아였지만, 이것을 확인한 페르젠의 두 눈이 더욱 음습해지자 자유로운 오른손을 이용해 치맛단을 살포시 끌어 올렸다.
‘나는……’
손으로 해주는 건, 서투르니까.
시각적 자극이라도 주지 않으면, 그가 사정하지 않을 거야.
아주 일차원적이고, 원초적인 논리에 기반을 두어 판단을 내린 유페미아였지만 사실 그러했다면 입으로 해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굳이, 유페미아는 자신의 팬티를 옆으로 살짝 젖히고서는 매끈한 음부의 속살을 손가락으로 음탕하게 벌려 페르젠에게 보여주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자신의 아래쪽으로 옮겨지자, 유페미아는 원치도 않았는데 속살이 야릇하게 벌름거리며 젖어드는 걸 알 수 있었다.
찌덕!
‘아……’
한층 더 많아진, 정액이 아닌 끈적거리는 무언가.
흉물스러운 그의 성기도 맥박이 한층 더 강해진다.
그에 유페미아는 다리를 조금 더 벌린 뒤, 자신의 음부 안쪽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고서는 속살을 조금 더 깊이 벌려서 보여주었다.
“흐읏……”
야릇한, 암컷의 냄새가 폴폴 올라온다.
곧이어 자신의 어수룩한 손놀림에 사정하려는 낌새를 보이자, 유페미아는 고개를 숙여 그의 성기를 입안에 부드럽게 머금어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을 격려라도 하듯, 따스하고 커다란 손이 머리 위로 얹혀 사근사근 쓸어내려주자……
유페미아는 지나치게 커서 온전히 머금기 힘든 그의 성기를 최대한 따뜻한 설육으로 감싸 안아주고서는, 자그마한 틈새──요도 부분을 혀로 열심히 핥아주었다.
“읍……!”
이윽고 세차게 껄떡이는 성기가, 자신의 입천장을 때리며 비릿하고 걸쭉한 정액을 토해내자 유페미아는 입술을 꾸욱 오므려……
쪼옵……!
그것들이 밖으로 흘러내리지 않게끔, 착실히 빨아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근처의 새하얀 천자락을 쥐는 페르젠이었지만, 유페미아는 필요 없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꿀꺽.
그리고는 그대로, 입 안 가득 들어찬 정액을 삼켜버린다.
“비릿한 건…… 먹기 힘들다고 하지 않았나.”
“약간, 역하기는 해도…… 괜찮아요……”
입가를 스윽 닦으며 유페미아가 배시시 웃는다.
직후, 잦아든 열락에 흘러내린 땀이 식어가고 있어서인지……
“조금…… 춥네요……”
유페미아는 비 맞은 아기새처럼 옅게 몸을 떨었다.
“그래…… 눕지.”
그에 내려간 바지춤을 끌어 올리고, 유페미아를 품안에 안아 주려했던 페르젠이었지만……
“으응……”
그녀는 손을 뻗어 그것을 저지하고는, 페르젠의 어깨를 살포시 밀었다.
“누워 봐요……”
“……”
어수룩하지만, 약간의 요염함이 묻어 나오는 그녀의 손길과 목소리에 페르젠은 얌전히 침대 위로 몸을 눕혔다.
그러자 이불을 덮어쓰는 유페미아가 곁으로 달라붙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성기를 자신의 매끈한 배꼽 부분으로 가져다 문지르더니……
“따뜻해요……”
라고, 속삭인다.
“하……”
여우같은 짓이라는 건, 이런 걸 말하는 걸까.
“흐응! 너, 너무 세게 안지 마요…… 찌르잖아……”
욕망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려는 페르젠을 어르고 달래듯, 유페미아는 그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골에 상냥히 묻었다.
“내 살 냄새…… 좋아요……?”
“그래……”
“잘 자요……”
듣기 좋은 목소리로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페르젠 덕에 유페미아는 작은 미소를 머금고, 아기처럼 그를 꼬옥 안아준 뒤 상냥한 손길로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그렇게 유페미아의 부드러운 살결과, 매혹적인 체향을 맡으며 페르젠은 천천히 기분 좋은 숙면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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