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을 강탈한 악당이 되었다-63화 (63/260)

EP.63 063─마무리

“……”

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 있는 걸 보아하니, 수술은 잘 끝난 걸까.

“누구……”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흐릿한 시야였던 터라, 모습을 제대로 분간하기가 어려웠지만 유페미아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녀 특유의, 녹색이 잡히지 않았으니까.

“후유증이 조금 있을 거라고 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눈은 조금 있으면 정상적으로 돌아올 거야.”

낯설게 느껴졌지만, 정말 익숙한 목소리였다.

“형님, 이십니까……”

“그래, 동생아. 일을 아주 크게 벌였더구나.”

브뤼테인에 있어야 할 그가 지금 여기에 있다면, 못해도 일주일은 지난 시점이라 봐야했다.

이상하리만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했더니……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병상에 누워 있었던 걸까.

“오늘로 14일, 정확히 2주가 되는 날이란다.”

“……”

“확실히 환자이기는 하구나. 네가 얼굴에 감정을 다 드러내고.”

제레미아의 옅게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나는 그 웃음을, 받아 줄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브뤼테인의 적자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가주는 그였다.

그러한 점에서 내가 저질렀던 일들은 도를 지나친 만행.

단순히 사과로 끝나지 않을 각오도 하고 있었다.

“페르젠.”

“예……”

“너는, 생일날 선물을 받아 본적이 있느냐.”

“……”

“나는 매번 받았었다. 질리지도 않을 만큼……”

“……”

“기만하려는 게 아니다. 너는, 가족과 가문에게 무언가를 받아 본 적이 없지 않느냐. 또, 기대보지도 못했지.”

“……”

“24살, 24년……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구나.”

상냥하게 뻗는 제레미아의 손이, 내 머리위에 얹힌다.

“이제는 한번쯤 어리광을 부려도 괜찮다. 직면하는 모든 일을 너 혼자 해결하려 들지 않아도 된다. 나는 너의 형이고, 너는 나의 동생이지 않느냐. 우리는 브뤼테인을 떠나,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함께 묶여 있는 형제란다.”

“……”

“용기를 내는 게, 어쩌면 많이 늦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네 가족으로써, 네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가 되어주마.”

“……”

“그리고 가문의 가주로서는, 너를 지켜주는 성벽이 될 거란다.”

“……”

나는…… 순수한 페르젠이 아니다.

이서진과 페르젠의 자아가 뒤섞여 있는, 전혀 다른 제 3의 인물이라 봐야 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쓸모없다고 느껴져, 저 밑바닥에 깔려 버린……

페르젠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수면위로 천천히 떠오르며,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니, 죄송합니다가 아니라…… 다른 한마디를 해주겠니.”

“아……”

하하……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웃음에, 나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이 몸으로, 이 몸뚱이를 가지게 된 이후 처음으로……

눈물이라는 걸, 흘려보는 듯 했다.

직후,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형님……”

“그래.”

“저를 좀…… 도와주십시오……”

“물론이지. 나의 동생아.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단다.”

제레미아 폰 베르엠 브뤼테인.

그가, 나의 형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본다.

그래, 악당에게도 가족만큼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아군인 것이다.

* * * * *

제레미아도.

페르젠도.

서로가 어색해하고, 쑥스러워하던 시간을 넘긴 뒤……

본론으로 접어들었다.

“폐하에게, 브뤼테인이 루에르그의 성을 빌려 이번 황위 쟁탈전에 개입 한다고 말을 해놓았다.”

“그러면……”

“루에르그는, 북부의 수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벨리움 왕국의 1 왕자를 반드시 왕위에 올려야 하겠지.”

제레미아의 말에, 페르젠은 잠시 두 눈을 끔뻑였다.

“이나스 왕자는, 처형당하지 않는 겁니까?”

시엘 미드포드가 아무리 독단으로 움직였다고 주장한들, 그 의견을 묵살하고 처형할 저력이 에르네스 제국에게는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럴 수 있는 명분이 존재했다.

하지만 제레미아의 말을 들어보자면, 이나스 왕자가 처형을 피하게 되는 건 기정사실로 보여 페르젠은 의아함을 머금었다.

장기말을 엘마르크 제국으로 넘겨줄 바에야, 여기서 깔끔히 죽여 버리면 로벨리움 왕국은 에르네스 제국의 독주 아니던가.

“그럴 예정이었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시엘 미드포드가…… 알프레드 가문을 끌어들였다.”

“……”

“네가 이나스 왕자와 결탁하고 연극을 펼치려 한다는 걸 알프레드가 전해들은 뒤, 브뤼테인이 루에르그의 성을 빌려 참가하는 걸 막기 위해 시엘 미드포드 자신을 종용해 살인을 의뢰했다…… 그리 주장을 하더구나. 당연히 알프레드 가문은 감별을 요청했고.”

“하…… 마지막 충성심이라 이겁니까.”

시엘 미드포드가 자신의 독단임을 증명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시신이 되어버린 그의 몸을, 흑마법사가 사역해 해당 정보로 올바른 피드백을 받아내면 끝.

다만, 제국은 그 과정을 생략하고.

시엘 미드포드의 목을 참수하려 했다.

목이 잘려버린 시신은, 피드백의 과정을 거칠 수 없기에.

목이 없는 시신의 가성비가 최악이라 하는 건,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엘 미드포드는 일리 있는 구실로, 알프레드 가문을 끌어들여 그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게 했다.

이대로 시엘 미드포드가 참수 당하게 되면, 알프레드는 언제든지 브뤼테인에게 잡아먹히기 좋은 명분을 남겨두는 꼴이 되니까.

‘이러면……’

시신의 손상도를 떨어트리지 않도록 죽여야 했으니……

시엘 미드포드는, 참수형이 아니라 약물로 사망하게 되리라.

오러 나이트의 길을 걷는 자이니, 교수형은 의미가 없었다.

참으로, 선에 치우쳐진 주인공다운 마지막 발악.

“……”

그리 고개를 잠깐 숙였다가, 배 부근을 보고서 미간을 찌푸렸다.

의식하지 않았을 때는 몰랐는데, 의식을 하는 순간 수술을 하고 난 이후의 흉터가 어찌 남아 있을지……

적잖게 신경이 쓰여 손을 뻗어, 옷자락을 들쳤다.

“……”

“놀랐느냐.”

제레미아가 피식 웃는다.

“예…… 적잖게, 놀랐습니다.”

찔려버린 옆구리는 한쪽이었는데, 절개했던 흔적이 반대쪽에도 선명히 남아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아니, 반대쪽의 흔적은 절개가 아니라……

살을 긁어, 억지로 흉터만을 새긴 듯한 모습이었다.

“브뤼테인 영지 내의 의원들도 데려왔단다. 고생 좀 했지.”

“하하……”

“이러지 않았다면, 너는 깨어나자마자 반대쪽 옆구리를 자진해서 쑤실게 아니더냐. 그 모습을 두 눈뜨고 볼 수는 없지.”

조금 목소리를 줄여 말하는 제레미아가 몸을 일으켜, 페르젠의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인다.

“형님에게는 갑작스레…… 신세를 많이 지게 되는 군요……”

“쓸데없는 부채감은 가지지 말고, 나는 이만 나가보도록 하마. 문밖에 서있을 네 아내분이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니……”

“오랜만에, 형님 얼굴을 뵈어서 좋았습니다.”

“그래…… 앞으로는, 자주 보도록 하자꾸나.”

걸음을 돌린 제레미아가 병실의 문을 연다.

그러자 너머에 서있던 유페미아가 화들짝 놀라며 걸음을 뒤로 물렀고, 제레미아는 그러한 유페미아에게 인자한 웃음을 선보이며 페르젠을 부탁한다는 한 마디를 남긴 채 유유히 자취를 감추었다.

“……”

“……”

이후, 단 둘이 남게 된 병실에서 페르젠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위태롭게 서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삐걱……

병상이 가볍게 흔들린다.

몸에 기력은 없었지만, 허리에 힘을 줄 때 옆구리가 조금 아파오는 것을 제외하면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페르젠은 몸을 일으켜 수액이 걸려 있는 봉을 잡고 유페미아 곁으로 다가갔다.

“유페미아……”

“으, 응……”

“시엘 미드포드의 처형에, 이변은 없을 거다.”

일어나자마자, 현실을 직시해주는 페르젠의 한 마디에 유페미아는 서글픈 표정으로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이 시점에서 시엘 미드포드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게,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사실, 페르젠이 선택지를 쥐어 준다 하더라도……

시엘을 살려달라는 말을, 입에 담을 자신이 그녀에게는 없었다.

시엘 미드포드가 살아나, 자신에게 무언가를 쥐어주기 위해 이번의 일들을 되풀이 하려 한다면……

그 과정을, 유페미아는 감내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각자의 길을 걸어가기를 바라는 게, 큰 욕심이었을까……’

자신이라는 존재에게 매몰되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건너버린 시엘 미드포드가 유페미아는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래, 지금의 유페미아가 시엘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동정(同情)이 전부였다.

그가 품은 사랑의 형태는 너무나도 부담스러웠고.

그것이 가진 무게에 짓눌려, 유페미아는 오히려 통증을 느꼈기에.

“갈피를 잡지 못하겠나.”

“……”

“유페미아.”

“응……”

“시엘 미드포드를 찾아 갔었나.”

“아니……”

“그러면 그가 죽는 순간, 너도 목숨을 끊을 건가.”

페르젠의 말에, 유페미아는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좌우로, 느릿하게 저었다.

“그래……”

그 의사를 확인하고, 페르젠은 유페미아를 품안으로 끌어 안았다.

특유의 풍만한 가슴이, 부드럽게 짓눌린다.

“내가 잠들어 있던 시간 동안, 너는 줄곧 내 곁에 있었다.”

“……”

“그리고 죽음을 통하여서도, 내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

“유페미아, 너의 선택이다.”

“응……”

“너는 앞으로도 영원히 나의 아내일 것이다.”

“응……”

“그리고 내 아이의 어머니가 될 것이다.”

“응……”

“네 몸이 기억하는 남자는 나 밖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응……”

“네 세계에 기댈 수 있는 안식처는 나 밖에 없을 것이다.”

“응……”

“너는…… 나의 것이다.”

“응……”

정신을 차린 페르젠이, 자신의 목에 채워진 목줄을 쥐어들고 다시금 방향을 제시해주자 유페미아는 이상하리 만큼 편안한 감각이 전신이 스며드는 걸 느꼈다.

부부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걷는 존재들이라 한다면, 아이러니하게도 페르젠과 유페미아는 그 의미에 가장 근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으리라.

* * * * *

시계가 새벽 1시를 넘어 가고 있다.

그에 페르젠은 손을 뻗어, 유페미아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부드럽게 넘겨주고서는 입을 열었다.

“시간이 많이 늦었구나……”

“……”

“피곤 할 테지. 오랜 만에 같이 자도록 할까. 병상은 넓다.”

별다른 망설임 없이 유페미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페르젠은 그녀의 손을 잡고 병상으로 이끌어 함께 누웠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그녀의 체향이 이리도 그리웠을 줄이야……

그윽한 체취를 들이키며, 페르젠은 손을 뻗어 여미어진 그녀의 옷섶을 헐겁게 풀고서는 부드러운 가슴을 움켜쥐고 애정 어린 손길로 어루만졌다.

“아…… 응……”

병실에서 가슴을 드러내고, 또 만져지고 있지만……

유페미아는 페르젠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몸을 탐하던 간에, 아무런 저항감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유두를 붙잡고 살짝 비트는 희롱에도, 유페미아는 몸을 움찔하며 옅은 신음을 흘리기만 할 뿐 자연스레 페르젠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러고 보니…… 결투에 들어가기 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나.”

“으, 응……”

“그러면 이 자리에서 다시 말해 보도록.”

짓궂은 그의 요구에 유페미아는 잠시 주춤 했지만……

“하윽……”

페르젠이 자신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수줍게 일어선 유두를 꼬집어오자 파르르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도, 돌아가면…… 저희 세, 섹스해요……”

“더 있을 텐데.”

“당신하고 똑 닮은 아이를, 가지고 싶어요……”

“또.”

“다, 당신 물건이…… 내 안으로 들어와…… 자, 자궁을 두드려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당신이, 내 목덜미에 키스를 해주기 바라요…… 내 배를 원하는 대로 꾹꾹 눌러도 괜찮아요…… 상냥하게만 해준다면, 나도 기분이 좋으니까……”

유페미아가 말을 끝마치자, 페르젠은 웃으며 대답했다.

“많이 음란해졌구나.”

“……”

“그리 생각하지 않느냐.”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걸까.

유페미아는 슬며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란…… 하지는, 않아…… 앗!”

쪽.

옆으로 고개를 돌린 탓에 드러나는 새하얀 목선에, 페르젠이 고개를 숙여 키스를 한다.

그러자 당황하는 유페미아가 몸을 움츠렸지만, 이불을 살포시 걷어내고 치맛자락을 들치어 올려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는 페르젠의 손길에 유페미아는 얌전히 두 손을 가슴 부근으로 모았다.

이것은 몸에 각인 되어진 조건 반사.

“정말……”

페르젠도,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몸은 솔직하구나.”

이 말만큼, 작금의 유페미아를 정확히 나타내는 건 없어 보였다.

“흐응……!”

배꼽주변을 오가며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페르젠의 손에, 유페미아는 달뜬 신음을 흘렸다.

그럴 때 마다,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던 새하얀 배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며 덜덜 떨어댔고.

쪽……

마저 이어지는 목덜미를 향한 상냥한 키스에, 유페미아는 입고 있는 팬티가 음부에 질척하게 달라 붙어오는 걸 느꼈다.

‘아……’

혹시나 흘러내린 애액의 옅은 냄새를 페르젠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유페미아는 슬며시 다리를 오므렸지만……

찌덕……

오히려, 조용한 병실 안에 음란한 소음을 얹힐 뿐이었다.

곧이어 희미하게 웃는 페르젠의 목소리가 뒤를 따르고.

“앙……! 응……!”

자궁을 천천히 압박하는 손길에, 유페미아는 페르젠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아이처럼 애처롭게 고개를 저어댔다.

“히윽……!”

하지만 두 다리 사이로 내려간 페르젠의 손이, 팬티 위로 젖어든 자신의 음부를 쓸어내리자 유페미아는 놀라 헛숨을 들이켰다.

“싫, 어……”

병실임을 떠나, 아직 모든 게 정리 되지 않았고.

시엘 미드포드는 여전히 처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에서, 어쩌면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이 쾌락에 헐떡이고 있다는 게 죄책감을 불러 일으켜 유페미아는 훌쩍이며 페르젠의 손을 조심스레 거부했다.

찌걱……!

“앙……! 아앙……”

그러나 페르젠은 유페미아가 시엘 미드포드로 인하여 자책감에 빠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검은색 팬티를 옆으로 밀어 젖히고 암컷의 냄새를 풀풀 흘리고 있는 속살 안을 비집고 들어갔다.

“흐앙……! 아, 아응……”

자신이 선사해주는 쾌락을 도피처로 삼을 수 있게.

페르젠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유페미아의 질내를 더듬거리며 오돌토돌한 부근을 찾아가 긁어내듯 반복적으로 자극했다.

“흑! 흐응……!”

찌르르 하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적 쾌락에 유페미아는 숨을 헐떡이며 페르젠의 품안에서 음란하게 흐트러졌다.

“흐읍……!”

곧이어 그러한 자신의 입술을 페르젠이 덮어오자, 유페미아는 눈을 감고서 어색하게 그의 혀를 정중히 맞이했다.

그리고는 난폭하게 굴지 말고, 제발 상냥하게 대해 달라는 듯.

화난 수사자를 암사자가 달라붙어 진정시키는 것처럼, 페르젠의 혀를 부드럽게 툭툭 건드리는 유페미아이지만……

“흡……! 흑……!”

어림도 없었다.

말 그대로 유페미아의 입안을 범하듯, 페르젠은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지 않고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이 길게 이어지자, 유페미아는 차라리 애매한 쾌락에 헐떡이며 자책감에 시달릴 바에야……

술을 마시고 괴로움을 잊어버리듯, 페르젠의 손에 완전히 몸을 맡기고 경박하게 헐떡이기를 원했다.

스륵……

그에 자신의 음부를 비교적 더 편하게 쑤실 수 있도록, 자진해서 두 다리를 천박하게 좌우로 벌리는 유페미아.

찌걱……!

움찔!

그 복종에 호응이라도 하듯, 페르젠의 손가락이 더욱 깊숙이 파고들자 유페미아는 질내를 꾸욱! 조였다.

뽁……!

“……!”

하지만 그 때, 페르젠이 손가락을 밖으로 빼내자 끈적한 애액이 기다란 실처럼 늘어지며 음란하다 못해 천박한 소리를 자아냈다.

유페미아 본인도 당황했는지, 얼굴이 더욱 붉어지지만……

“응, 앗……! 거, 거기는…… 하, 하지 마요……”

매끈한 유페미아의 음부를 토닥거리던 페르젠이, 회음부를 지나 흘러내리는 애액이 고여 드는 항문 부근을 짓궂게 툭! 건드리자 유페미아는 울먹이며 그의 옷자락을 입으로 앙! 물었다.

페르젠이 자신의 몸 어디를 만지든 괜찮았지만, 뒤쪽만큼은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터라 유페미아도 어쩔 수 없이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자신의 불쾌감을 표현했다.

“힉……!”

하지만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또 다시 자신의 뒤를 건드리는 페르젠의 행동에 유페미아는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페르젠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위쪽, 자신의 음부로 위치를 옮기고는……

품안에서 고개를 들어, 페르젠을 바라보았다.

“이, 이상한데…… 거, 건드리지 말고……”

“……”

“응…… 제발, 지금은…… 나, 괴롭히지…… 말아요……”

울먹이며 애원하는 그 얼굴이 어찌 그리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페르젠은 그녀의 머리맡에 얼굴을 묻고는, 원하는 대로 음부 안으로 다시금 손가락을 삽입하고 부드럽게 절정으로 인도 해주었다.

“흑! 앙…… 아으응……!”

움찔!

파르르!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어서 인지, 유페미아는 마치 기저귀를 차고 쉬를 하는 아기처럼 페르젠의 품안에 안겨 덜덜 떨며 절정의 여운을 만끽했다.

이 순간만큼은 어떠한 일도 뇌리에 떠오르지 않았기에, 유페미아는 몽롱한 정신으로 숨을 몰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자라…… 밤이 많이 깊었구나.”

다시금 이불을 끌어 올려주는 페르젠이, 찰박거리는 음부를 토닥이며 유페미아의 귓가에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그에 유페미아는 마치 잠결에 칭얼거리는 듯한 자그마한 목소리로 페르젠을 향하여 말했다.

“거기…… 토닥거리지 말고……”

“……”

“나…… 배, 쓰다듬어…… 줘요……”

유페미아가 페르젠에게 길들여진지, 곧 5개월이 되어가는 시점.

그 과정에서 유페미아의 배, 정확히는 자궁 부근이 성감대로 진척되는 결과를 자아냈다.

하지만 또 하나……

그녀의 배는 페르젠이 상냥하게 어루만져 준다는 가정 하에, 평온한과 안도감을 느끼는 종합적 루틴(Routine)의 트리거가 되었다.

“그러마……”

사랑스럽고 귀여운 부탁이 아닐 수 없었기에, 페르젠은 기꺼이 손을 올려 유페미아의 배를 상냥하게 매만져주었다.

“훌쩍……”

이후, 얼마 가지 않아……

페르젠이 만지고 있던 유페미아의 배는,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며 그녀가 깊게 잠들었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었다.

그리고 페르젠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품안에서 잠들어 있는 유페미아의 얼굴을 바라보다 끌어 올린 치마를 내려주고서는 함께 잠에 빠져 들었다.

* * * * *

「 페르젠이 깨어나고 2일차. 」

죄인, 시엘 미드포드의 처형식이 거행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레미아 괜히 똥꼬각 캐릭터 아니냐? 하시는 분들이 없어서 좋네요……

잘하고 있구나 나는……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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