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을 강탈한 악당이 되었다-40화 (40/260)

EP.40 040─Dawn of the Dead?

적막한 침묵이 흐르는 지하.

5마리의 쥐새끼들을 좌우로 두 명씩 세우고, 한 명을 가운데 배치하여 대칭을 이룬 뒤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처리는……’

가느다란 바늘로 심장을 찌르고, 확인사살을 위해 전류를 흘려보내 태워버리면 끝이다.

사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두개골을 뚫고 뇌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방식인데……

시신의 손상률이 높으면 구현율에 영향을 미쳐서 불가능하다.

예시로 팔 한쪽이 없다면 1%의 마력을 소모했을 때 0.7%의 구현율 정도로 치환되지만, 뇌의 상처는 손상도에 따라 0.1% 까지 떨어질 수가 있었다.

그래서 머리가 없는 시신은, 가성비를 따지지도 못할 만큼 효율이 극도로 구린 쓰레기라 긴급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사역하려고 하는 흑마법사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시신을 배정받은 학생들은, 곧바로 의문을 눈치 채고 학과 사무실을 통해 나에게 컴플레인을 걸어오리라.

과제와 중간고사는 지급 받은 시신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왜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차별을 하는 거냐고 화를 내겠지.

물론, 이 사실을 총장인 엘리자베스 황녀에게 알린 뒤 5구의 시신을 새로 들여오는 게 가장 올바른 방법이겠지만 그리 된다면 나는 내 능력에 관한 사실을 실토해야만 한다.

황실에서 들여올 때, 따로 검수를 하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거짓말을 내뱉어 넘어갈 수 있겠지만 그러지 않았으니 확실한 명분이 필요한 것이다.

‘알려진다고 해서 역이용 당할 여지가 있는 능력은 아니나……’

굳이, 새어나가서 좋을 것도 없었다.

“……”

그리 길고 긴 고민 끝에, 나는 일단 가느다란 바늘로 심장을 찔러 가사상태에 빠진 이 5명의 쥐새끼들을 정말 시체로 만들어버리는 건 보류하기로 했다.

가사상태에 빠지는 방법에 대한 정보가 솔직히 너무나도 탐이 나기 때문이었다.

방법을 알 수만 있다면 다방면으로 이용할 여지는 충분했고.

추후, 확실한 보험이 될 수도 있겠지.

필멸자에게 죽음이라는 것만큼, 완벽한 위장은 없을 테니.

당연히 이러한 판단을 내린 데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가사상태에 빠진 5마리의 쥐새끼들은 전부 마력을 품고 태어나지 않은 일반인이었으니, 황실 기사단과 마도 병단이 주기적으로 교대를 하며 낮밤을 가리지 않고 지키고 있는 아카데미에 감히 테러를 일삼을 수는 없을 터.

유효한 피해를 주기 위해서는,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시신이 배정되고 난 이후를 노리리라.

‘이 점을 보았을 때……’

현재의 가사상태는 다음 주, 3주차 흑마도학 강의가 있을 때 자연히 풀릴 가능성이 높았다.

애초에 이 일정을 알고 있다는 것부터 내부에 협력자가 있다는 뜻일 테고, 그 협력자를 잡아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그러니 지급 시기를 미뤄버리면……’

일정은 자연스레 꼬이게 되겠지.

그러면 협력자는, 가사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모종의 수단을 한 번 더 사용하기 위해 지하실을 찾아오지 않을까.

‘해당 날짜가 아니더라도, 3주차 시기 언젠가에 깨어날 가능성이 높을 테니…… 반드시 걸려들 것이다.’

그 때 입질이 오지 않는 다면, 정말로 시신으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배부를 하는 수밖에.

물론, 자연히 풀리는 시기가 n일 이후가 아닌 하루 주기일 가능성도 높기에 나는 제단을 쓰다듬어 명계의 문을 열었다.

n일 이후가 아닌 하루 주기라 가정한다면, 지속적으로 감시를 해야 나에게 불똥이 튀기지 않을 테니까.

예컨대 인명피해만 없다면, 황실이 나를 걸고넘어질 수 있는 명분 따위는 없는 것이다.

끼익!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거무칙칙한 문이 열린다.

흐릿하게 비추어 지는 것은 명계의 1층 너머.

오늘 새벽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위쪽에 위치한 명패의 양쪽 모퉁이에 사람의 귀처럼 생긴 기이한 것이 불쑥 튀어 나왔다는 것.

“관찰, 감시, 염탐.”

그리고 그 귀를 향해, 나는 중요 키워드를 낮게 읊조렸다.

굳이 에르네스어가 아니라도, 언어의 틀을 가지고만 있으면 어떤 것을 사용해도 상관이 없다.

이서진의 기억에 있는 한글과 영어로 키워드를 뱉어도, 저 귀에는 무사히 의미 전달이 되는 것이다.

“……”

곧 이어, 명계의 문 건너.

흐릿하던 풍경이 감추어지고, 몇 쌍의 눈동자가 몸에 달라붙어 있는 것인지 모를 기괴한 허수아비가 나타난다.

“거래 방식은 즉납, 기한은 열흘, 거래 품목은 대여로 하겠다.”

해당 괴이의 이름, 아니 별칭은 엿보기 구멍.

반감된 능력을 빌렸을 때의 효과가, 특정 부근을 관찰하거나 감시하는 시각적 정보를 지정한 물건에 비출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거래는 성사 되었습니다. 지정된 열흘 안에는 얼마든지 기한을 더 늘릴 수 있으니 원한다면 다시 부르도록 하십시오.

온몸에 달라 붙은 수많은 눈동자가 일제히 눈을 감는다.

저것은 나름대로 내게 보내오는 인사일까.

떨떠름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준 뒤, 마력을 끊고 명계의 문을 닫아 버렸다.

열흘 간 능력을 빌리는 것의 대가는, 아공간 안에 머물러 있는 값어치 있는 특정 물건들이 무작위로 선별 되어 지불되었으리라.

그 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4400만 베른 정도이겠지.

‘페르젠이 처음 명계와 거래를 할 때도 그랬지만……’

괴이들이 보여주는 호의가 상당히 낯설다.

혹시 명계의 존재들에게 사랑 받는 것이, 표기 되지 않은 특수 능력의 효과일까

“……”

상태창을 키고 바라보았으나, 여전히 물음표로 덫칠된 상태.

일단, 생각을 그만두고 명계의 괴이──엿보기 구멍의 반감된 능력의 장소 지정을 이곳 지하로 한다.

이후, 아공간에서 자그마한 손거울 꺼내 해당 능력이 감시하고 관찰하는 시각적 정보를 비추어 지게끔 연결하면……

‘됐군.’

들여다보고 있는 나의 얼굴이 아닌, 야광석으로 점칠된 지하의 풍경이 또렷하게 보이자 시신들을 관에 집어 넣고 지하실을 나왔다.

그리고는 학과 사무실에 들려, 알폰스에게 대놓고 게시판에 다음주 3주차 강의가 끝나고 시신을 배부할 예정이라는 알림을 적어 붙이라고 말해주었다.

“아, 교수님.”

“할말이라도 있나?”

“네. 그…… 부인 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유페미아가?”

“제가 제대로 본적은 없어서 확신은 못하겠지만, 교수님의 부인을 사칭하지는 않을 것 같아서 4층의 교수실로 올라가면 된다고 말씀을 드려놨는데……”

“알겠다. 그럼 수고하도록.”

“예!”

무슨 바람이 불어서, 유페미아가 아카데미에 찾아온것일까.

약간의 의아함을 품고, 나는 위로 걸음을 내딛었다.

* * * * *

딸칵, 딸칵딸칵딸칵!

“뭐야……”

아카데미의 본관 4층, 404호.

페르젠 폰 슈바이크 루에르그라는 이름이 적힌 교수실 앞에서 유페미아는 문고리를 잡아 돌렸지만, 열리지가 않았다.

퇴근 했다는 말은 못들었기에 올라온 건데.

‘어디 간 거야……’

저택으로 도착한 브뤼테인의 문양이 찍힌 서신.

전달하는 시종이 급한 사안은 아니라고 했으나, 자신이 일을 하게 될 아카데미가 어떠한 곳인지 알아볼 겸 찾아온 유페미아였다.

‘기다리면 오겠지.’

오늘은 강의가 없는 날이다.

그러니 엇갈렸다 해도, 조금만 기다리면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유페미아는 뻘쭘하게 문앞에서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돌아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괜한 눈치가 보이지 않아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파……’

수도의 지리를 익혀보겠다고, 마차를 타지 않고 걸어온 게 화근이 되었을까?

허리를 타고 올라오는 아릿한 통증에 유페미아는 그 쪽으로 손을 뻗어 살살 문질렀다.

사실 어제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아파야 하는 건 허리가 아니라 아랫배일텐데.

은근슬쩍 자신의 배위에 왼손을 얹혔다가, 특유의 금빛 눈동자를 끔뻑이던 유페미아는 허리를 매만지던 오른손을 아래로 내렸다.

‘이게……’

그리고는 그대로 떼어내, 자신의 질입구부터 자궁 위치 까지의 길이를 담고 있는 두 손의 거리를 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남성의 그것을 한 번도 본적은 없지만, 충분히 말도 안되는 난폭한 길이라는 것쯤은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냉혹하고 잔혹한 면이 있는 사람 아니랄까봐, 그곳도 폭력적이기 그지 없는 것이다.

‘……’

물론, 새삼스레 이제와서 놀라는 자신도 웃기기는 했다.

벌컥!

“……!”

황급히 두 손을 내리고, 몸을 움찔하는 유페미아는 404호의 옆인 403호에서 걸어 나오는 여인을 보며 치맛자락을 움켜쥔 뒤 나름대로 격식을 갖춘 우아한 인사를 건넸다.

“당신은……”

“유페미아 엘 로렌느 루에르그라고 해요.”

페르젠의 아내라고 소개하지 않은 건, 나름대로의 자존심이다.

“……”

“……”

맴도는 침묵.

이름을 밝혔다면, 응당 상대방 또한 그러하는 게 예의일텐데.

403호에서 걸어나온 여인은, 그러지 않고 자신을 품평이라도 하듯 스윽 훑어보는 불쾌한 눈초리를 건네왔다.

“저기요.”

“네?”

“잉꼬부부라는 걸 티내려는 생각이면 모르겠는데, 가릴 거면 제대로 가리는 게 좋지 않나요?”

목덜미 부근을 가리키는 여인의 말에, 유페미아는 화들짝 놀라며 느슨하게 풀었던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걸어오면서 조금 땀을 흘린터라, 사람이 거의 없는 걸 확인하고서 잠시 더위를 식히기 위해 옷깃을 여미어 주는 매듭을 풀었던 게 화근이 되었다.

‘진짜, 매너 없어……’

굳이 목덜미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레 노출이 되는 부근에 흔적을 새기는 건 배려심이 없는 행위였기에 이 자리에 없는 페르젠을 속으로 욕하며 유페미아는 얼굴을 붉혔다.

“당신도 딱하네요.”

“네?”

“루에르그가 가난한 영지인건 알지만, 굳이 그런 남자를 유혹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데.”

“……”

그런 적은 없다.

애초에 과정은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제 3자의 시선에서는, 그리 보이지 않는 걸까.

하기야 자신이 생각해도, 브뤼테인의 적자가 루에르그까지 올라와 영지전을 건후 억지로 혼인을 맺는다는 게 믿기지 않기는 했다.

“그러게요.”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눈앞의 여인이 명백한 가시를 품고 내뱉은 말임을 알고 있었기에……

“만나본 건 한 번 뿐인데, 저를 어떻게든 아내로 들여 보겠다고 브뤼테인에서 루에르그까지 횡단 해 올줄은 몰랐네요.”

유페미아는 부정한다기 보다는, 살을 조금만 더 붙여서 깔끔히 긍정 해버렸다.

아마 그의 진면목을 모르는, 겉으로 포장된 부분만 알고 내심 그를 연모했던 귀족가의 여인이 아닐까.

때문에 항변을 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 같아, 이런 식으로 속을 긁어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꿈틀.

실제로 유리엘은, 눈살을 찌푸리며 챙모자를 살짝 들어올렸다.

그리고 한 마디를 내뱉으려 했으나……

“유페미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에, 안타깝게도 그러지를 못했다.

“여기에는 왜 찾아왔지?”

자신은 없는 사람 취급하며 지나쳐가는 페르젠.

“이거……”

“형님이 보내온 서신인가?”

“급한 건, 아니라고 했어.”

“그런가. 일단은 들어가지.”

열쇠로 교수실의 문을 열며, 아주 자연스레 부인의 허리에 다정하게 손을 얹힌 그가 안으로 이끈다.

타악!

곧 이어 문이 닫히자, 복도에 홀로 남은 유리엘은 다양한 표정으로 짜증과 불쾌함을 표현하더니 거칠게 등을 돌리며 경사로를 또각또각 내려갔다.

‘……’

이제 곧, 강의를 할 시간인데.

왠지 입을 열면 잔뜩 날이 선 말만 튀어 나올 것 같아 적당히 진도를 빼고, 새로운 과제를 두어개 던져주는 걸로 마무리 하는 게 좋을 듯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업로드 시간이 자유라는 걸 알려드렸지만, 그래도 많이 늦었죠……?

미아내요……

그래도 일단 아직은, 이쪽이 편한 것 같아서……

대신 분량은 언제나 적지 않게 챙기고 있습니다!

먼가 스스로 조금 안정이 된다 싶을 때, 정시 연재를 굳혀 볼게요.

사랑해요 독자님들……!

괜히 미안해서 사랑한다고 하는 건 아니고, 정말 사랑합니다아……!

J 때와 다르게 댓글도 많이 달려서 정말루 행복해요!

그리고 하렘 순애 태그를 추가하려고 했지만 6개 제한이 있어서 조교만 추가 했습니다……!

* * * * *

소제목의 의미는 새벽의 저주입니다!

* * * * *

다른 캐릭터 일러를 제가 언젠가 뽑을진 모르겠지만……

시일이 많이 걸릴테니, 나름 연상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차원에서 모티브를 언급한다면

유리엘은 원신의 모나라는 캐릭터에서 키를 조금더 늘리고, 가슴을 빵빵히 부각 시킨 상태……? 입니다.

라우라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영혼의 꽃 킨드레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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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주말 되세요!

추천 부탁 드립니닷!

다음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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