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을 강탈한 악당이 되었다-32화 (32/260)

EP.32 032─만월(滿月)이 지는 밤

“으, 으읍!”

제정신이 아닌 라우라를 데리고 계속 밖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버릇이 나쁜 입을 천자락으로 재갈 물리듯 막은 뒤 근처의 여관에 방을 잡고 들어섰다.

“흐……! 흐으으응──!”

“하……”

완력이 볼품없었기에 망정이지, 평균만 되었어도 상당히 애를 먹었을 것만 같았다.

“배려 따위는 하지 않으마.”

딸칵!

방문을 걸어 잠그고서, 라우라의 뒷머리를 붙잡아 침대로 질질 끌고 간 후 곧장 이불을 끌어와 사지를 단단히 결박시켰다.

“어디냐……”

그리고는 흑마법사라면 당연히 보유하고 있을 자신만의 제단, 그것을 찾기 위해 라우라의 몸을 샅샅이 뒤졌다.

“이건가……”

목걸이 형태의 은색 로사리오.

몸에 품고 있는 다른 물건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것을 회수하고서 창가 쪽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으……! 흐으응!”

사지를 결박당한 라우라가 침상 위에서 갓 잡은 물고기마냥 펄떡거리지만, 근처에 사역할 시신이 없는 흑마법사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존재다.

그녀가 사역하던 시신이 내 옆에 있기는 하지만, 마력의 질적 차이가 있으니 소모된 마력을 회복한다 한들 탈취 하지는 못할 터.

심지어 제단 또한 내 손아귀에 있다.

그러니 깔끔히 관심을 거두어들이고서,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라우라의 행동 하나하나는 전부 사람을 해치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니……

‘약물의 금단 증상은 결코 아니겠지.’

만약 저런 부작용이 있는 약물을 판매하는 제조자가 있다면, 음지에서도 진작 모가지가 잘렸을 것이다.

‘원래부터 앓고 있는 정신병……’

아니다.

그러했다면 애초에 아카데미에 입학을 시키지 않았으리라.

명분도 충분한데, 굳이 감추고서 볼모로 보낼 이유가 있겠는가.

그리 계속해서 나름대로의 추측을 해가던 도중, 나는 문득 뇌리에 떠오르는 한 가지 가설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만약…… 그 당시 라우라가 이사벨의 시신을 사역하며 보여주었던 구현율이 재능에 의거한 게 아니라 혈통에 의거한 거라면?’

때마침 오늘은 보름달이 떠오른 상태.

라우라의 생일 또한, 3월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레미아가 건네주었던 서류에서 본 것이니 확실하리라.

여러 우연이, 한낱 한시에 이 정도로 겹칠 수가 있는가.

한 마디로, 현 로젠베르크의 가주가 운 좋게 살아남은 제노바 백작가의 여인과 사통해서 라우라를 낳았다……

‘억측일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게, 라우라는 분명 모종의 확신을 가지고 내게 도전을 해오지 않았던가?

‘이제야 이해가 가는 군.’

피드백을 거치는 과정도 없이 이사벨의 시신을 사역하려던 모습이, 단순히 정보를 확실히 수집한 것에 대한 자신감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동일한 혈통에 대한 자신감이었던 것이다.

‘아……’

하지만 만월의 괴벽에 대한 사실은 왜 몰랐던 거지?

아이를 낳을 정도라면, 사통에 어울려준 여인이 해당 진실을 말해주고도 남았을 텐데.

‘혹시……’

과정이 협의가 아니었나?

어느 한 분야에서 반드시 특출난 재능을 발휘한다는 제노바의 혈통을 탐내, 로젠베르크의 현 가주가 그 여인을 감금하고서 강간을 통해 라우라를 출산시킨 거라면……

그래, 그러면 그 여인이 복수심 때문에 만월의 괴벽에 대한 사실을 말해주지 않은 것도 납득이 된다.

‘괴벽의 종류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니……’

감금당했다 하더라도, 들키지 않고 혼자 조용히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괴벽을 앓고 있었던 걸 수도 있으리라.

아니, 필시 그러했겠지.

만약 들켰다면, 로젠베르크의 현 가주가 아무런 조취도 없이 라우라를 아카데미에 입학 시키진 않았을 테니까.

“……라우라?”

그리 나름대로의 추측이 확신을 가져가던 때, 나는 지나치게 적막한 침묵이 맴도는 분위기에 위화감을 느끼고 상념에서 깨어나 침상 위를 바라보았다.

“무슨……!”

그륵그륵……

침이 들끓는 소리와 함께, 숨이 넘어 가기 일보 직전인 라우라.

“미친년──!”

반사적으로 욕설을 내지르며, 나는 손을 뻗어 라우라의 입가를 틀어막고 있는 천자락을 풀어냈다.

콰득!

“큭!”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내 중지를 물어뜯어 오는 라우라가 비릿한 피를 머금으며 쾌락에 물든 요염한 미소를 짓는다.

“하……”

만월의 괴벽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나도 모른다.

이사벨의 핵심 기억을 읽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 파편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확실한 건…… 방치 해둘 수는 없다 이거군.‘

그래, 좋다.

어차피 더 이상 머리를 굴릴 이유는 없는 상태이니, 나는 정장의 자켓을 벗어 한쪽에 걸어두고는 라우의 머리채를 붙잡고 반대쪽 손가락의 중지를 들이 밀었다.

까득!

까득!

그러자 냉큼 그 손가락을 입에 넣고서, 굶주린 개처럼 물어뜯어오는 라우라.

‘이성이 없는 자에게 교육을 시킬 수는 없지만……’

본능만 남아 있어도, 훈련을 시키는 건 가능하다.

라우라의 현재 상태는 이중인격 같은 게 아니니, 명확히 길들여두면 추후 만월의 괴벽이 발작할 때도 도움이 되리라.

어차피 앞으로 라우라가 의지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을 터.

굳이 이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하겠는가.

나 또한 그 상황 자체는 환영이었다.

물론, 그런 식으로 압박을 하려면 제노바 백작가에 실제로 만월의 괴벽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입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건 별로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해당 사실을 인지한 다른 흑마법사들이, 이사벨의 시신을 사역했을 때 성공적으로 피드백을 받으면 증명이 되는 것이니까.

“라우라……”

아니, 아니다.

라우라 드 샤를 로젠베르크, 그 이름은 인간의 것.

지금 내가 길들이려고 하는 건, 이성이 없는 짐승이니……

다른 이름을 지어준 뒤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 이름 자체가……’

길들임을 떠올리게 만드는, 키워드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뭐가 좋으려나.’

입가에서 손가락을 빼내고, 라우라의 목을 움켜쥔 채 나는 고뇌에 잠겼다.

‘어릴 적 브뤼테인의 저택에서 키웠던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지. 그 이름이 분명……’

벨카였던가.

“……”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강아지의 이름을 붙여주기에는 그러니.

그녀의 풀 네임을 생각하다……

“샤를, 샤를이 좋겠군.”

샤를로 결정을 내렸다.

* * * * *

꾸욱!

“흐! 으응! 으으응!”

사람이 아닌, 한 마리의 짐승을 길들인다는 생각으로 나는 라우라를 끌어안고 입가에 다시 천자락을 물려다 주었다.

입버릇이 나쁘니, 입마개는 필수일 터.

대신 사지를 묶은 이불보를 풀어준 뒤, 그것을 허리춤에 감고서 침대의 다리와 단단히 연결했다.

그러자 비교적 자유로워진 몸으로 내게 달라붙는 라우라가, 거칠게 손을 뻗어 오지만……

꽈악!

나는 곧장 그 손을 붙잡아 침대 위로 돌려 눕혔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건가?’

잡고 있는 손을 뒤로 꺾고 있는 상태라, 잘못하면 탈골이 될 수도 있는데 라우라는 아픈 기색 한 번 비치지 않고 격렬히 몸부림을 쳐왔다.

명치를 가격했을 때부터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됐다……’

어차피 아픔을 통한 공포로 길들이지 못할 뿐.

사람을 해치려는 과정에서 모종의 쾌락을 느끼는 듯 했으니, 이 점을 잘 통제하면 되리라.

“아…… 악!”

생각을 마치고 거리를 벌리자, 라우라는 자연스레 나를 쫓아오다 허리춤에 묶인 이불보에 의해 급격한 제동이 걸렸다.

“흐, 흐윽!”

그러자 손을 뻗어 이불보를 풀어내려하는 라우라.

과연, 이성은 없어도 지능은 온전한가.

하기야 그랬으니 시신을 사역해 마법을 부렸겠지.

하지만……

“샤를. 나는 그것을 풀어도 된다고 한 적이 없을 텐데.”

허락을 내리지도 않았는데, 채워둔 목줄을 스스로 풀어내다니.

반기도 이런 반기가 없다.

스륵!

이윽고 허리춤의 이불보를 말끔히 풀어내고, 흡사 좀비처럼 내게 달려드는 라우라를 보며……

쩌적!

나는 라우라가 사역하던 시신을 통제해, 얼음 장벽을 펼쳤다.

“으! 으으!”

쿵!

쿵!

하위 등급은, 상위 등급의 마법사가 마법을 발현했을 때 구성식을 인식할 수가 없다.

구성식이 인식 가능한 마지노선은 동급 까지.

그래서 마법사 간에 등급의 격차란, 절대적인 것이다.

‘정말 유클리드 등급의 원소 마법사의 시신이었을 줄은 몰랐다만…… 로젠베르크의 저력도 괜찮은 편이군.‘

얼음 장벽을 연신 두 손으로 두드리는 라우라를 보며, 나는 천천히 다가가 장벽을 풀고서 또 한 번 완력으로 라우라를 제압한 다음 허리춤에 이불보를 묶었다.

그리고 해당 짓거리를 열 번 정도 반복했을까.

“흐, 으응……”

팽팽히 당겨지는 이불보가, 나에게 다가올 수 없도록 강력히 저지하지만 라우라는 이불보를 풀어내려 들지 않았다.

저것을 푸는 순간,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얼음 장벽이 나타나 유일하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나라는 존재를 격리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학습은 빠르구나.”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나는 가만히 서서 라우라를 마주보았다.

이제 다음 관건은, 라우라가 내가 원하는 특정 행동을 할 때 마다 한걸음씩 거리를 좁혀주는 것이다.

“브으으……”

허우적허우적.

닿지 않는 손을 내게 뻗으며, 미숙아──정확히는 강아지처럼 침을 뚝뚝 흘리는 라우라.

저벅.

이내 라우라가 엉거주춤 허리를 약간 낮추자, 나는 한걸음을 살포시 앞으로 내딛었다.

“으……?”

그러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라우라지만……

저벅.

저벅.

엉덩이가 점점 땅에 가까워질수록, 나 또한 곁으로 다가온다는 상관관계를 어렴풋하게 깨달은 이후에는……

“흐으! 흐으응!”

주저앉다 못해, 제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워 버린다.

“그래…… 잘했다. 샤를.”

예상 밖의 결과에 조금 당황하기는 했으나, 어찌 되었든 의도한 대로 행동한 것이니 나는 라우라 앞에서 쭈그려 앉은 뒤 두 팔을 벌렸다.

꾸욱!

“흐, 으으…… 흐응!”

그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라우라가, 내 품안으로 와락 안겨오더니 가녀린 손을 뻗어 나를 질식사 시켜보겠다는 듯 목을 움켜쥐고 안간힘을 주기 시작한다.

겉모습은 병약하기 그지없어, 좋게 말하면 건강한…… 나쁘게 말하면 약냄새에 찌든 체향이 풍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달달하고, 풋풋한 향기가 코로 스며들어왔다.

‘여기서 더 욕심만 내지 않으면……’

나도 이 훈련을 속행할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이성이 없는 라우라는, 당연히 욕심을 부리며 손톱을 세우고서는 내 목의 정맥을 꿰뚫으려 들었다.

“샤를.”

“으으……!”

명백히 선을 넘는 행동이었기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곧바로 멀찍이 거리를 벌렸다.

“흐으브…… 흐으응!”

그러자 학습된 대로, 얼른 돌아오라는 듯.

곧 바로 바닥에 드러눕는 라우라.

“……”

저 꼬락서니만 보면, 영락없는 대형견이다.

행동 자체는 기특하기는 하나, 선을 넘었으면 그걸 무마하기 위해 보다 값어치 있는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이지를 상실한 라우라에게 ‘앉는다.’ ‘눕는다.’ 외에 무얼 더 바라야 할까.

“끄흥! 끄흐응!”

그래, 굳이 내가 고뇌할 필요 없겠지.

왜냐하면 라우라가 알아서……

짝짝!

박수를 치거나.

“흐으응!”

내게 배를 보이며 바동거리거나.

“브으으……!”

몸을 데굴데굴 구르고는 했으니까.

덕분에 원치 않게, 나이에 맞지 않은 어른스러운 속옷을 입고 있다는 건 알게 되었다.

저런 게 취향이었나.

“……”

아무튼 그 일련의 행동들을 보고 있자하니 생각보다 재미가 있어, 나는 약 10분 정도를 재롱 아닌 재롱을 감상하는데 투자하고서는 다시금 가까이 다가가 주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고작 한 번 만에.

완전히 학습을 한 건지, 손톱을 세우지 않고 내 목을 꾸욱꾸욱 조여만 온다.

“으응……”

그러나 부족하다는 듯, 아쉬움을 적나라하게 티내지만 이미 학습된 경험으로 인해……

“!”

벌떡!

나는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났다.

손톱을 세우고 목의 정맥을 꿰뚫으려 하지는 않았으나, 라우라는 손을 이용해 나를 죽일 수 있는 방법 중에서……

어쩌면 가장 원초적인 것을 순간 이행하려 들었다.

“샤를.”

고간을 움켜쥐어 터트리려다 멈춘 손동작이, 허공을 맴돌며 꽤나 리드미컬하게 움직인다.

반응을 빨리해서 망정이지……

혹여나 늦어 참사가 일어났다면, 아니 일어난 그 참사가 반쪽만 터트리는 거였다면 나는 참지 못하고 스스로 남은 반쪽을 터트리거나 잘라냈으리라.

이 몸뚱이 자체가, 그러한 강박을 앓고 있으니까.

“흐브으……!”

이러한 내 생각은 모른 채, 라우라는 거리를 벌린 나를 보며 다시금 기괴한 재롱을 부리기 시작할 뿐이었다.

“……”

그리 만월의 괴벽에 젖어 들어, 이성을 상실한 라우라──샤를을 길들이며 고요한 밤을 지새워 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만월이 지는 밤 파트 끝!

추, 추천 부탁드립니다아!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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