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016─Learning Night
시키는대로 주저 앉기는 했으나, 의미모를 굴욕감이 드는 구도라 유페미아는 몸을 일으키려 들었다.
꾸욱!
“흣!”
하지만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페르젠의 커다란 손에 의해, 유페미아는 반쯤 떠오른 엉덩이를 도로 바닥에 붙힐 수 밖에 없었다.
“조금 더 가까이 오지.”
욱신거리는 어깨에 대해서는 감히 불만을 내뱉지도 못할 만큼 고압적인 목소리.
그에 유페미아는 무릎을 조심스레 움직여 앞으로 나아갔다.
“……”
페르젠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그의 고간을 정확히 응시할 수밖에 없는 눈높이.
변태도 아니고, 남성의 그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건 너무 민망했기에 유페미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를 들어라.”
하지만 페르젠은 그 회피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머뭇머뭇 거리는 유페미아.
“싫으면 침대로 가면 되겠지.”
그에 페르젠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걸음을 내딛었다.
허나 그 걸음은 몇 발자국을 내딛지 못하고 멈춰서야만 했다.
“자, 잠깐만……!”
유페미아가 특유의 가느다란 손으로 바짓단을 붙들어 왔기에.
이대로 떨쳐내면 얼마나 더 필사적으로 자신을 붙잡으려 할까하는 의문이 순간적으로 들었지만……
“……”
페르젠은 얌전히, 다시금 의자에 앉아주었다.
맴도는 적막한 침묵속에서 자신의 고간을 억지로 응시하는 유페미아의 얼굴만이 조금씩 붉어진다.
사실 페르젠이 유페미아를 임신 시키기로 마음먹은 시점에서, 되도 않는 핑계에 어울려주는 이유는 별게 없었다.
여성의 가임기란 배란일을 기준삼아 앞 뒤로 이틀정도.
한 마디로 5일 정도이니, 오늘 하루쯤이야 질내에 사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계획에 커다란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니었다.
막말로 내일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몸을 섞어도 되니까.
하지만 유페미아가 이 속내를 알리가 없으니, 삽입만 하려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오늘은 가능한 고분고분 자신의 말을 들으려 할 터.
페르젠은 그 점을 이용해 유페미아의 자존감을 더욱 떨어트릴 생각이었다.
겸사겸사 오늘 밤의 일이 잠자리를 거부할 수 없는 기억으로 각인된다면 일석이조가 되리라.
이유없는 친절이란 항상 가시가 있는 법인데.
이 여자는 너무 순진하다.
그리 생각을 마치고, 페르젠은 지속되는 침묵을 깨트렸다.
“유페미아. 이대로 날밤을 세우겠다는 생각인가. 나는 네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순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망설여진다면 등을 떠미는 것 정도는 해주마.”
페르젠이 유페미아의 두 손을 잡아 자신의 다리 사이로 얹힌다.
반사적으로 손에 힘을 주려던 유페미아였지만, 또 한 번 저항을 하게 되면 이번에는 정말로 자신을 침대로 데려가 쾌락에 허우적거렸던 그날 밤을 재현 할 것 같았기에 도중에 힘을 풀었다.
‘그래. 적어도……’
이번에는 누가봐도, 페르젠이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는 상황이 아닌가.
여기에 유페미아 본인의 의사 따위는 한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실에 최소한의 위안을 느끼며, 유페미아는 페르젠의 허리춤──바지가 흘러 내리지 않도록 해주는 단추를 천천히 풀고서……
스륵.
그의 팬티를 벗겨 내렸다.
“왜……”
그러나 조금도 발기하지 않은, 페르진의 성기를 보며 유페미아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내가 너만 보면 발정나는 짐승이라도 되는 줄 알았나.”
“……”
무덤덤한 그의 목소리조차, 내려다보는 고압적인 시선처럼 자신을 하찮게 비웃는 것 같다.
“남성의 가랑이 사이에 앉아, 도대체 무슨 백년지계(百年之計)를 짜는 중이기에 이리 굼 뜬건지.”
은연스레 재촉하는 그의 말에, 유페미아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서는 손을 뻗었다.
남성의 성기를 직접 만져 본 경험은 한 번도 없었기에, 감촉이 낯설기만하다.
‘조금씩……’
커진다.
위 아래로 훑는다고 하기 보다는, 단순히 주물럭거리는 어설픈 손놀림이었지만.
페르젠의 성기는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유페미아가 아무리 수치심을 무릅쓰고 손을 움직여도.
페르젠의 성기는 반쯤 발기한 채, 여전히 흐물흐물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대조하고 싶지 않아도, 분명 이보다 훨씬 단단하고 뜨거워던 것이 자신의 내부에 빈틈없이 들어찼던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여성으로서의 매력조차 볼품없다고 속삭이는 것 같아 유페미아는 처연한 기분이 들었다.
“너는 정말 재주가 하나도 없구나. 흰색이라 하기에도 민망할, 그저 무(無)색이다.”
“밤일에 조예가 있다고, 당신에게 칭찬 듣고 싶지는 않았는데 차라리 다행이네……”
“그리 어설픈 손놀림으로 계속 할거라면…… 그래. 차라리 입이 낫겠지.”
“무슨…… 앗!”
유페미아의 손을 붙잡아 당겨, 그녀의 얼굴을 자신의 고간 쪽으로 드리미우는 페르젠.
“시, 싫……!”
물컹거리는 기묘한 감촉이 자신의 뺨에 와닿자, 유페미아는 기겁하며 몸을 뒤로 내빼려 했다.
하지만 귓가에 나지막하게 내려 깔리는, 두 번은 없다라는 페르젠의 목소리에.
유페미아는 결국 체념하듯, 주춤거리며 천천히 고개를 파묻었다.
“내, 냄새나…… 제대로 씻기는 한 거야?”
사실 냄새는 나지 않았다.
아니, 냄새가 나기는 했다.
은은한 라벤더 향이.
방금 전에 목욕을 마치고 왔으니, 향유의 냄새가 아직까지 베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페미아는 페르젠이 조금이라도 수치심을 느끼길 바라는 차원에서, 굳이 없는 말을 지어냈다.
“향유의 냄새를 꿰뚫고 본연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면, 뭐…… 개라도 되는 건가.”
“아니……”
“유페미아. 너는 지금 자신이 암캐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냐.”
“그런게……!”
암캐라니.
지나치게 모욕적인 언사에 유페미아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화를 내봤자, 자신만 더 비참해질 뿐이겠지.
그에 유페미아는 눈을 질끈 감고, 페르젠의 성기를 입안에 조심스레 머금었다.
고작 귀두 부분만을 넣고, 혀로 툭툭 건들여 보기만 할 뿐인데도.
손으로 어루만질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성기가 가득 부풀어 오른다.
‘이걸……’
도저히 입 안에 머금을 자신은 없었기에, 유페미아는 수줍게 혀를 내밀었다.
“조금 더 밑으로.”
“……”
지시하듯 명을 내리는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얌전히 따른다면 사정을 더 빨리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유페미아는 귀두 쪽에서 기둥 쪽으로 혀를 쓸어내렸다.
“더.”
“……”
점점, 고개가 완전히 고간 사이로 파묻히는 것 같아 잠시 거부감을 느끼는 유페미아였지만 이제는 물러날 곳도 없다 싶어 까끌까끌한 음모가 자신의 뺨을 톡톡 찌를 만큼 깊숙이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기둥의 아래쪽과 불알을 조심스레 오가며 혀로 핥자, 페르젠은 칭찬이라도 해주듯 흘러내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겨주었다.
탁!
하지만 유페미아는 그 손길이 불쾌하다는 듯 바로 쳐내고, 두 눈을 치켜들어 페르젠을 노려보았다.
“아얏……!”
그러자 페르젠은 눈썹을 꿈틀하며, 자신의 손을 쳐낸 왼손의 반대편.
성기를 붙들고 있는 유페미아의 오른손의 손등을 똑같이 후려쳐주었다.
툭.
그에 오른손을 반사적으로 빼내자, 붙들리지 않은 성기가 유페미아의 얼굴에 자연스레 드러눕는다.
자신의 침으로 번들 거리고 있던 페르젠의 성기였기에, 그것이 얼굴에 닿았을 때의 감촉은……
“……”
도저히 좋을 수가 없어서 유페미아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표정으로 불쾌감을 가득 표시했다.
허나 그러한 항변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듯, 페르젠은 자신의 머리를 지그시 눌러 흉물(凶物)이라 해도 좋을 그것을 입 안에 머금도록 강요했다.
이것만큼은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가 않아, 고개를 이리저리 젓는 유페미아지만 페르젠이 의자에서 일어날 기미를 보이자 울먹이는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자그마한 입을 최대한 벌려 간신히 반절을 집어 삼켰다.
“흐, 으……”
턱이 빠질 것만 같다.
새삼스레 이런 물건이 자신의 내부를 헤집었나 싶어, 일순간 두려움이 들었다.
“유페미아. 이 세우지마라. 입술을 오므려서 이빨을 감추고, 천천히 빨…… 면 되는 것이다.”
빤다라는 동사가, 생각보다 천박하게 느껴져서 일순간 다른 어휘가 없나 고민했던 페르젠이었지만 도저히 뇌리에 떠오르지 않아 결국 그리 말을 내뱉었다.
“으, 흐읍……”
자그마한 아이의 주먹이 입안에 들어찬 건 아닐까 싶을 만큼의 답답함.
유페미아는 고개를 앞 뒤로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웠지만, 얼른 사정을 시키면 된다는 생각에.
페르젠의 말을 따라, 입술을 오므려 이를 감춘 뒤……
……쭙.
……쭈웁.
성기를 조심스레 빨았다.
그리고 그럴 때 마다 천박하게 울려퍼지는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우자, 유페미아는 자신의 귀를 틀어 막고 차라리 자살하고 싶다는 감정이 강렬히 솟구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유페미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는 내 아내가, 그리 상스러운 소리를 내지 않았으면 하는데.”
페르젠이 저런 말을 하니, 턱이 아려오는 아픔과 울분이 한데 모여 눈에 눈물이 고인다.
“입안의 공기를 모두 뱉어라. 그러면 소리가 안나겠지.”
남성의 성기를 입으로 빨고 있다는 사실 조차 치욕스러운데, 상스러운 소리까지 내고 싶지는 않았기에 유페미아는 페르젠이 가르쳐주는 대로 입안의 공기를 모두 내뱉고 천천히 머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확실히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 무음(無音)이, 적어도 유페미아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리지는 않도록 도와주었다.
‘아파…… 정말, 턱이…… 끊어질 것 같아……’
그리 얼마나 어설픈 테크닉으로, 페르젠의 성기를 빨았을까.
아랫턱이 뜯어져 나갈 것만 같은 아픔에, 유페미아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빼내려 했지만……
“흐븝!”
페르젠은 유페미아의 뒤통수를 지그시 눌러, 그 퇴로를 차단했다.
“읏……”
동시에 페르젠의 짧은 신음과 함께, 유페미아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사정이 시작되었다.
“흐, 으…… 읍!”
꿀럭꿀럭.
찌이익.
────거리는 듯한, 걸쭉한 정액이.
치아 사이사이로.
때로는 목젖을 때리며.
혀에 스며들듯.
입 안 가득히 차오른다.
정신이 조금 혼미했던 터라, 유페미아는 일순간 페르젠이 자신에게 소변을 누고 있다는 착각을 가질 만큼 정액의 양이 굉장히 많아 적잖게 당황했다.
하기야…… 이불보로 그 만큼 정액이 새어나왔음에도, 다음날 일어 났을 때 자신의 안에 들어찼던 정액이 얼마나 흘러나왔던가.
“흐……”
이내 사정을 마친 페르젠이 자신의 혀와 입술을 마치 닦을 것으로 쓰듯.
채 나오지 못한 정액을 마저 배설하고 깔끔히 뽑아낸다.
그리고 당장 입 안의 정액을 근처의 아무 천이나 수건에 뱉어 내려 하는 유페미아였지만……
“읏!”
페르젠은 유페미아의 턱을 붙들고.
“삼켜라.” 라는 한 마디를 읊조렸다.
“……!”
그에 정말, 마음 같아서는 입안의 정액을 저 잘난듯한 얼굴에 뱉어주고 싶은 유페미아였으나.
그랬다가는 뒷감당을 해낼 자신이 초라하지만…… 없었기에.
“흐, 으……!”
페르젠의 면전 앞에서, 입안 가득 들어찬 정액을 이빨로 잘근잘근 곱씹어 삼켜 보였다.
유페미아 딴에는, 당신의 씨를 갈가리 씹어 죽였다는 반항의 의미였지만……
“네 식성이 좋은 건 알고 있었다만…… 어느 의미로는 대단하구나.”
페르젠에게 그 의미는, 무척이나 왜곡되어 전달 되었다.
“그…… 콜록! 콜록!”
맛 따위는 없었다고.
최악이었다고.
너무 비렸다고.
식감도 저질스러웠다고.
……그 착각을 정정해주고 싶었던 유페미아였으나, 채 내려가지 않고 목구멍에 찐득히 달라 붙은 정액 때문에 그만 사레가 들려 버려 그럴 기회를 가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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