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5 015─교수가 되기 전에
제 1 황녀, 엘리자베스는 차를 마시며 서류를 뒤적이다 문득 떠오르는 자그마한 의문에 턱을 괴었다.
‘왜 나를 끝까지 마주하지 않았을까.’
페르젠 폰 슈바이크 브뤼테인.
아니, 이제는 루에르그로 성이 바뀐 브뤼테인의 차남.
그 남자는 단 한 번도,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지 않았다.
예절이라고 생각 하기에는, 이쯤 되면 과하다 싶어 오히려 무시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속내를 캐볼 수는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아까웠다.
지혜의 신에게 축복을 받아, 자신이 계획한 일──정확히는 자신과 관련된 일에 관해 길흉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엘리자베스였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던진 질문에 3초간 상대방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재주가 있었다.
개인 마다 3개월에 한 번이라는 제약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엘리자베스는 이 덕분에 여인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것을 전적으로 위임 받게 되었다.
똑똑.
──페르젠 폰 슈바이크 루에르그가, 황녀 전하를 뵙길 바라옵니다.
‘……’
이런 우연의 일치가 다 있을까.
엘리자베스는 입 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문 밖에 서있을 페르젠의 입장을 허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세련된 검은색 정장과 대조되는 안쪽의 새하얀 셔츠.
브뤼테인의 문양이 아름다운 자수로 새겨진 넥타이.
그의 복장은 과하지 않았고, 오히려 지나치게 심플했지만 그럼에도 기품있어 보였다.
치장된 무언가로 자신의 값어치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 귀족.
“용건이 있느냐?”
“그렇습니다. 이걸 허락해주시겠습니까.”
고개를 숙인 채, 자신에게 종이──빼곡한 글자가 들어선 보고서를 내미는 페르젠.
내용은 별 게 없었다.
자신에게 배정된 강의실의 가구를, 다른 무언가로 바꾸고 싶다는 것.
“처음 보는 물건 이구나.”
그림에도 재주가 있었는지, 보고서의 하단에는 바꾸고 싶은 다른 무언가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
자신의 사비로 갈아치우겠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다 싶은 엘리자베스였으나……
페르젠이 자신에게 건네준 보고서에서, 스멀스멀 붉은색과 자홍색의 연기가 피어오른다.
본인이 관련된 일에 길흉을 점칠 수 있는 엘리자베스의 능력은, 자의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길흉이 점쳐질 때가 있고, 그러지 않을 때가 있는 마치 개구쟁이와 같은 아이.
‘이런 경우는 또…… 오랜만인 걸.’
붉은색은 흉(凶), 자홍색은 대흉(大凶)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이 보고서를 허락하면 흉(凶).
반대로 이 보고서를 허락하지 않으면 대흉(大凶.
이게 도대체 무엇이기에, 길조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걸까.
차선도 아니고,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일이라니.
“마음대로 하거라……”
제멋대로인 능력이지만, 신뢰도 만큼은 확실했기에 엘리자베스는 어쩔 수 없이 허가를 내렸다.
“감사합니다.”
꾸벅 허리를 숙이며 등을 돌리는 페르젠.
덕분에 페르젠을 향한 황녀의 호기심은 더욱 깊어졌다.
“페르젠이여.”
“예.”
“고개를 들어 나를 보거라. 한 번도 눈을 마주치려 들지 않는 구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싶었으나, 페르젠은 흥이 식을 만큼 간단히 몸을 돌려 특유의 붉은 적안으로 자신을 마주해왔다.
“……”
여인은 본디 남성의 시선에 민감한 생물.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페르젠의 시선이 자신의 얼굴에 한 번 머물렀다가, 머리 쪽에 자리 잡은 머리핀으로 옮겨 가는 걸 알 수 있었다.
‘과연……’
브뤼테인 답게 보는 눈이 있는가.
엘리자베스는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 상당히 흡족해했다.
그녀는 과한 치장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기에, 지나치게 화려한 장신구는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 진상된 장신구 중에서, 사파이어와 루비를 구슬꽃 모양으로 세공해서 만든 현재의 머리핀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는데 주변에서의 반응은 시큰둥할 뿐이었다.
하지만 페르젠이 그 진가를 알아주는 것 같아 은근한 기쁨이 스며들었다.
“응?”
푸드득.
매 한마리가 열린 창가에 주저 앉아, 다소곳하게 날개를 접는다.
이 매는 겁도 없는 걸까.
무시를 하려해도, 은근히 덩치가 커서 불편함을 느끼던 엘리자베스는 손을 저어 매를 날려 보내려……
푸드득!
“꺄악!”
갑자기 날개를 펼친 매가 자신을 덮쳐들더니, 특유의 두 발로 머리카락을 헤집는다.
체통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소녀틱한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일으킨 엘리자베스는, 이내 창가로 날아 들었던 매가 구슻꽃 모양의 머리핀을 낚아 채고 창밖으로 훨훨 날아가는 걸……
푹!
────!
페르젠의 지팡이가 매의 몸통을 찍어 누르며 바닥으로 단호히 처박는다.
그리고는 발톱에 걸린 머리핀을 회수하고서는, 그대로 목덜미를 붙잡아 창가로 집어 던져 버렸다.
그러자 그대로 추락하는가 싶던 매가 날개를 펼쳐, 저 너머로 날아가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기가 차는 매군요.”
“그, 그러게 말이다…… 맹금류라 그런가, 분명 반짝이는 것을 보고 날아 온거겠지.”
방금 전에 내지른 비명을 떠올리며, 창피함에 얼굴을 붉힌 엘리자베스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흐트러진 금발을 애써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에 페르젠은 자신의 아공간에서 비취색의 빗을 꺼내 들더니, 엘리자베스의 옆으로 다가섰다.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여인의 머리를 만지는 건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인데……”
“자신이 없다면 감히 황녀 전하의 머릿결에 손을 대려 하겠습니까.”
“그렇게 까지 말을 한다면…… 한 번 맡겨보마.”
페르젠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엘리자베스는 얌전히 무릎 위에 손을 올리고 허리를 반듯하게 폈다.
“그러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페르젠의 커다란 손이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빗이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쓸어 내린다.
엘리자베스는 유독 타인이 자신의 머리를 만져주는 것을 좋아해, 어릴 때 부터 아버지나 어머니를 비롯해 오빠들에게 이런 쪽으로 애교를 많이 부렸었다.
나이를 먹고 성숙해지고 난 뒤에는, 목욕을 할 때 시녀들이 정성스레 머리를 감겨주는 걸로 만족했으나……
“으음……”
“불편하십니까?”
“아, 아니다. 계속하거라.”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는, 페르젠이 자신의 머리를 정리해주는 소리만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끝났습니다.”
그리 정돈을 마친 페르젠이 빗을 거두어 들이자, 엘리자베스는 미약한 숨을 토해내며 거울을 바라보았다.
자신감 넘치던 말과는 별개로, 결과는 무난했다.
그는 정말로 자신의 머리를 정갈하게 정리만을 해주었을 뿐.
“그러면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페르젠이여……”
“예.”
“머리핀은 두고 가야하지 않겠느냐.”
“아……”
깜빡했다는 듯한 얼굴로, 페르젠은 구슬꽃 모양의 머리핀을 황녀 앞에 뒤집어 내려두었다.
“아름다운 장신구이기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꾸미지 않은 본연의 모습이 더 보기 좋습니다.”
“아내도 있으면서 지금 내게 추파를 던지는 건가?”
“……추파는 아닙니다. 개인적인 소감을 말했을 뿐이지요.”
“되었다. 이만 나가보거라.”
“알겠습니다.”
타악.
문을 열고 나가는 페르젠.
이윽고 홀로 남게 된 엘리자베스는, 구슬꽃 모양의 머리핀을 내려다보았다.
‘어울리지 않다는 걸, 돌려 말하는 재주 하고는……’
해당 머리핀에 관해, 주변의 반응이 워낙 시큰둥 했던 터라.
엘리자베스는 페르젠의 말이 진심으로 들리지 않았다.
그저 돌려 말했을 뿐이라고 착각할 뿐.
“내 심미관이 정말 이상한건가……”
엘리자베스는 괜스레 시무룩해졌다.
* * * * *
아카데미의 옥상, 그곳에서 매를 불러 들인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력의 연결을 끊으니, 본래의 시체로 돌아가는 매.
너무 노골적으로 시선을 마주하지 않았던 터라, 혹시 황녀인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마주해보라는 명을 내린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미리 대처를 해두고 들어갔는데 그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정말…… 참기 힘들었다.’
한쪽에만 머리핀을 하고 있는 건, 거슬리기는 해도 참을만 했다.
그대로 방을 나가면 잠시 뒤 잊혀질 그런 수준의 강박.
하지만 제 1 황녀, 엘리자베스의 머리핀은 색의 조화를 뭉게버렸다.
머리핀의 꽃잎은 정확히 5개.
그 중에서도 붉은색이 3개, 투명한 푸른색이 2개였다.
이것을 일렬로 나열할 때는 상관 없으나, 꽃처럼 둥그스런 형태는 반드시 마주치는 부분이 존재한다.
단색이었다면 강박이 발작하지 않았겠으나, 불행히도 그게 아니었다.
물론, 붉은색 꽃잎 두개가 겹친 부분에서 한쪽은 황실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붉은색은 황실을 상징하는 색이니 그 머리핀을 제작한 세공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은 가지만 내 입장에서는 정말 역겹기 그지 없는 장신구인것이다.
꽃잎이 6개이기만 했더라도, 나는 이름 모를 그에게 박수를 쳐줬을 테지.
‘충분히 자연스러웠다.’
황녀는 아무런 위화감도 눈치 채지 못한 듯 했기에, 나는 걸음을 돌려 옥상을 내려왔다.
‘저기가 로젠베르크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선생들이 있는 곳인가.’
유난히 인기척이 많이 느껴진다.
하지만 흑마도학은 주 1회 강의였고, 어떤 식으로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머리에 계획해둔 바가 있으니 나중에 막히면 아카데미에 들려 도움을 받으면 될 일이다.
어차피 강의 계획서도 3월 3일, 입학식을 하기 한 주전에 황녀 전하에게 제출을 해야 하니 나도 건성으로 작성할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다.
‘4시 30분……’
시간이 꽤 오래 흘렀지만, 그래도 해가 지기 전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 마차가 주차 되어 있는, 본관의 뒤쪽으로 나서려고 하니……
“……”
“……”
건너편에서 걸어오는 유리엘과 마주했다.
“벌써 돌아 가시는 건가요.”
“알면서 묻나.”
“하기야 흑마도학은 주 1회 강의이니, 계획을 짜는데 있어서 딱히 로젠베르크의 선생들에게 도움을 받을 일도 없겠네요.”
원소 마도학은 주 3회 강의.
흑마도학을 듣는 자들도, 원소 마법사의 시신을 온전히 다루기 위해서는 해당 부분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야 구현율을 올릴 수 있으니 듣는 자가 가장 많으리라.
“유리엘.”
“그리 친근하게 부르지 마세요.”
“유리엘 교수.”
“……”
“내 관심을 받고 싶은가?”
“누가……! 알프레드는 더 이상 브뤼테인에 목매지 않아.”
“그게 아니라면……”
초점을 더 흐리며, 나는 유리엘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 그녀를 벽쪽으로 밀어 붙였다.
“단순한 악의를 품고 시비를 걸어 오는 거라 봐도 되겠나.”
“……”
“유리엘 교수.”
“나는 당신의 이중성이 가증스러워. 당신의 품격은…… 고고한 게 아닌데.”
“……”
“브뤼테인이라는 이름값을 빼고나면, 당신에게 남는 게 뭐야?”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말 그대로 그대에게 돌려주면, 너는 무슨 대답을 할 거지?”
“흥.”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는 유리엘.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그녀의 왼발을 지그시 밟았다.
아, 왼발을 밟으니 오른발도 밟아야 겠다 싶어서 오른발도 함께 밟아주었다.
“아, 아파……!”
“유리엘 교수. 너는 알프레드 가문의 핏줄이다. 좋든 싫든 네 뒤에는 알프레드가 따라 붙지.”
“아프다니까……!”
“그러니 잘 생각해라. 알프레드가 브뤼테인 앞에서 부러지지 않을 자신이 있을 때, 그런 확신이 들어야지만 송곳니를 드러내고 으르렁 거려야 한다는 걸.”
울먹이는 유리엘의 보라빛 눈동자가 찌푸려지며, 왼손을 뻗어 나를 밀쳐내려 한다.
그에 가볍게 그 손을 붙잡아 위로 끌어 올린 뒤 단단히 힘을 주었다.
발등을 즈려밟힌 채, 손은 머리 위로 붙잡혀 올려진 꼴이 상당히 볼성사납다.
“유리엘 교수. 너는 정말…… 피곤한 여자가 되었구나.”
“……”
“성장한 것이라고는, 그 천박하리 만큼 큼직한 가슴 뿐이어서 쓸데없이 강조를 하고 다니는 건지……”
“……!”
말을 마치고 손을 놓아준 뒤 거리를 벌리니, 두 눈을 크게뜬 유리엘이 자신의 가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수치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다, 당신 드디어 미친 거에요? 결혼도 하지 않은 여인을 희롱하다니……!”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지 않겠나. 먼저 격식을 차리지 않은 상대에게 그럴 필요는 없지.”
꾸깃해진 소매를 정돈하며, 나는 씩씩 거리는 유리엘을 무시한 채 걸음을 옮겨 마차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지팡이를 아공간에 넣은 채, 유페미아가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각은 5시.
유리엘과의 대화에 무려 30분이나 낭비해버렸다.
‘그 이후, 무언가 더 일이 있었나.’
클로디아 가문과 알프레드가 접점이 생겨, 클로디아 가문의 막내딸에게 과거 페르젠이 저지른 짓이 흘러 들어갔다 해도 유리엘이 보여주는 열등감은 너무 지나친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닌가. 이게 정상인가…… 모르겠다.’
브뤼테인은 언제나 가만히 있었다.
괜히, 엮이려 드는 건 언제나 알프레드였고.
그것이 도가 지나칠 때만 브뤼테인은 알프레드를 억눌렀다.
그러면서 생긴 감정의 골을 당연히 브뤼테인이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지.
‘머리만 아파지는 군……’
적당히 저자세로만 나와도, 잘 어울릴 수 있을 텐데.
뻣뻣이 대드는 모습을 보면, 어디 지하실 한가운데 처박아두고 주제를 알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굶주린 늑대처럼 고개를 치켜든다.
그걸 적당히 억제하는 것도 상당한 고역이었다.
그리 관자놀이를 꾸욱 꾸욱 누르며, 나는 잠시 뒤 도착하는 저택으로 편안히 걸음을 내딛었다.
* * * * *
‘왔어.’
먼지 하나 없이 말끔히 청소된 침실 안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던 유페미아는 마차가 안으로 들어서는 걸 보며 페르젠이 돌아왔다는 걸 알아차렸다.
무료하고 심심하기는 해도, 혼자 있을 때는 그 특유의 편안함이 마음을 안정시켜주었는데.
‘오늘은……’
가임기다.
그 남자가 자신의 주기를 계산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어물쩡 넘길 수만 있다면 적어도 그 남자의 아이를 가지지 않는 선에서 이 생활을 이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편법이 언제까지고 통할 거라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남자의 자식을 가지고.
그 남자를 똑닮은 아이가 태어나, 그 아이의 어머니가 되는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다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침대에 앉은 유페미아는, 무릎을 끌어안고 초조함을 내비쳤다.
‘뭐하는 거지……’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방문이 열리지 않는다.
해가 짧은 봄이었기에, 시계가 6시를 넘어가는 순간 어느 새 바깥은 짙은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했다.
벌컥.
그리고 그 때, 페르젠이 안으로 들어선다.
윤기 흐르는 특유의 흑발이 물기를 머금은 걸 보아하니, 목욕을 하고 왔나 보다.
“유페미아. 저녁은 먹었나.”
“먹었어.”
“그런가.”
편안한 옷차림의 페르젠이, 천천히 침대로 다가와 올라서자 유페미아는 몸을 움찔하며 슬금슬금 거리를 벌렸다.
다행히 침대는 넓었다.
하지만 페르젠은 손을 뻗어 유페미아의 허리를 감싸안고, 그녀를 품안으로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너무나도 자연스레, 손을 뻗어……
“나, 나…… 오늘은 싫어. 피곤해. 수도에 도착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잖아……”
“……”
이런 변명이 먹힐까.
안 먹혀도 어쩌겠나.
꺼내들 수 있는 패가 이런 것밖에 없는데.
“알겠다.”
“……?”
하지만 페르젠은 승낙해주었다.
너무나도 간단히 받아들여서, 순간 맥이 탁 풀릴 지경이었으나 유페미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목걸이를 거절했을 때, 페르젠이 어떤 반응을 보여주었던가.
“속내가 훤히 읽히지만, 한 번 속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
“아마도 가임기 같은데, 적어도 네가 염려하는 일은 없도록 해주마.”
말을 마친 페르젠이 일어나, 책상 앞에 놓인 의자를 가지고 오더니 그곳에 앉는다.
“밤일의 종류는…… 꼭 서로가 몸을 섞는 것 만이 다가 아니지.”
“무슨……”
“괜찮다. 모르면 학습하면 된다.”
의자에 앉아, 한점 흐트러짐 없는 올곧은 자세로.
페르젠의 유페미아를 불러, 자신의 앞에 주저 앉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플러스 등록 되고 나면 마저 업로드 하겠습니다.
J와 '편수 하나' 차이 딜레이를 둘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__)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