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4 014─교수가 되기 전에
수도, 에르네스.
검문소를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서자, 북적북적 거리는 인구 밀도에 잠시 숨이 막혀온다.
하지만 혼잡해도, 난잡하지는 않았다
마차는 내려 깔린 도로로 질서있게 지나다녔으며, 사람들은 도로변으로 걸어다녔으니까.
특히 시대적 배경치고, 거리의 미관이 무척이나 청결하다.
높이 치솟은 시계탑이 알려주는 시각은 오전 11시 50분.
‘아주 조금의 여유는 있겠군.’
서신에 적혀 있던 시각은 오후 1시였기에, 나는 조바심을 내지 않고 수도에 매입 했던 저택 앞으로 마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과연……’
잠시 뒤, 마차가 멈추어 서자 문을 열고 내린 나는 거대한 저택의 장관에 일순간 속으로 감탄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페르젠의 기억에도 수도에 매입한 저택이 있다는 사실만 남아 있을 뿐, 직접 본적은 없었기에 감회가 새로울 따름이다.
마치, 축소된 베르사유 궁전 같은 건물의 외관.
겉이 도금된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인공적인 호수와 잘 어우러진 정원이 나타난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니 저택을 관리하는 사람은 없었던 걸로 보이나, 정원을 가꾸어주는 정원사는 고용을 했었나보다.
딸칵!
다만, 저택의 내부는 아름다운 외관과 다르게 오랜 시간 방치 되어 자욱히 내려앉은 먼지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에 나는 뒤따라온 시녀들에게 청소부터 하라는 지시를 내리고는 유페미아와 함께 3층의 침실로 올라갔다.
“사고 싶은 가구나 물건이 있으면 시녀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서 구매해라. 어차피 돌아오는 건 늦은 오후이거나 저녁일 듯 하니.”
“알았어……”
맥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유페미아를 보며, 나는 옷을 갈아입었다.
현재의 유페미아는 반복적으로 나에게 휘둘리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애초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도, 그녀에게는 지지대로 삼을 목표가 존재하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으리라.
시엘 미드포드가 자신을 데리러 올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이며, 그녀의 사적인 감정을 제외하면 과정이 거칠기는 했어도 결혼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그녀에게 아이를 배게 하려는 것이다.
현재 아무런 목표 없이 무기력한 그녀에게, 자식이라는 요소만큼 효과적인 동기 부여는 없을 테니.
“유페미아.”
“응……”
“다녀오마.”
“……갔다 와.”
감정 하나 담겨 있지 않은, 겉치레에 불과한 인사말에 잠시 기분이 불쾌해졌지만 배웅이라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게 어디인가 싶어 저택을 나와 마차에 올라탔다.
“출발해라.”
* * * * *
수도──에르네스의 외곽 부지에 완공된 아카데미는 본관 하나를 주축으로 삼아, 두 개의 교육관과 기숙사가 존재했다.
‘묘하게 익숙한데……’
건축 양식 때문에 그런 걸까.
마치 역사가 오래된 외국 대학의 경관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만 같아, 처음 해외 여행을 갔을 때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다른 이들도 속속 들여 도착하는 군.’
아카데미의 정문부터 시작해, 본관 뒤쪽에 자리 잡은 주차장까지 마차의 행렬이 길게 늘어진다.
그리고 당연히 그 중에서도 내 눈에 바로 들어오는 건, 자색빛 장미의 문양을 가지고 있는 알프레드 가(家)의 마차.
‘유리엘 웨인 데이나 알프레드……’
그녀가 저 안에 타고 있으리라.
마주하게 된다면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의연하게 넘어가자고 생각을 하며 주차를 마친 마차에서 내린 뒤 아공간에서 디자인이 괜찮은 지팡이 하나를 꺼내 들었다.
“……”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라 순간 의문을 품지도 못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이 몰려드는 자리에서 페르젠이 지팡이를 드는 건 몸에 베여있는 습관이었던 지라 그러려니했다.
끼익!
“……”
이대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알프레드의 마차가 옆으로 들어선다.
브뤼테인의 문양이 새겨진 마차 옆에 같이 주차를 하는 건 상당히 눈치가 보이는 일이기에, 대부분의 마차는 이쪽으로 접근도 하지 않아 비교적 널찍한 공간이 자리 잡고 있기는 했으나……
알프레드는 브뤼테인에게 오랜 기간 열등감을 품어온 가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게 단순히 편안한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들어선건지, 그게 아니라면 브뤼테인 옆에는 당연히 알프레드가 나란히 있어야 한다는 모종의 시위인거지.
벌컥!
“착각하지 마세요.”
페르젠과 비슷하지만, 색이 조금 더 옅은 흑발의 미녀.
유리엘 웨인 데이나 알프레드가 마차에서 내린다.
고딕 스타일의 말끔한 검은색 코트와 그걸 뒤덮는 수려한 자수의 케이프, 늘씬한 다리를 드러내는 짧은 치마를 비롯해 기다란 챙모자는 누가 봐도 그녀가 마법사임을 알게 해주는 옷차림이었다.
“여기가 공간이 가장 넓…… 끄흑!”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어 내앞으로 다가오던 유리엘이 내밀어진 지팡이에 가슴 한 가운데를 찔리고, 볼성사나운 신음과 함께 제자리에 주저앉는다.
과연, 지팡이의 용도가 무언가 했더니 일정 거리 이상을 난데없이 좁히려드는 사람에게 경고를 하는 수단이었나보다.
“다, 당신…… 미쳤어요!”
눈물이 그렁그렁한 표정으로 나를 표독스레 쏘아보는 유리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거기서 해라.”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말을 하면 되잖아……!”
“하고 싶은 말이 그게 전부이면 가보겠다.”
미련 없이 등을 돌리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유리엘이 내 앞으로 다가와 길을 가로 막는다.
거리는 정확히, 지팡이가 닿지 않을 만큼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기가 공간이 가장 넓어 보여서 주차를 했을 뿐이에요.”
“겨우 그 말을 하고 싶었나?”
“흥. 알프레드 주제에 감히 브뤼테인과 나란히 서려 드는 게 건방지다고 열심히 속으로 비난하고 있을 거면서 아닌 척 하지마세요. 당신의 속내야 뻔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 만큼은 확실히 페르젠 당신을 알아.”
“……”
“뭐, 뭐에요.”
아무런 말없이 그녀를 응시하자, 유리엘은 괜스레 주춤하며 자신의 챙모자를 고쳐썼다.
“유리엘 웨인 데이나 알프레드.”
“왜요.”
“네 주제에 나를 이해한다고 하지마라. 불쾌하다.”
고작 한 번의 만남과 가문의 관계.
그것만을 가지고 나를 잘 안다고하니, 어이가 없어졌다.
내가 강박 장애를 앓고 있음을 그녀가 알게 되어도, 그것이 얼마나 잔인하고 고통스러운건지 10%는 공감할 수 있을까?
“네 덜떨어진 안목을 너무 맹신하지 말도록.”
이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가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득 될게 없다 싶어, 나는 이번에야 말로 말끔히 등을 돌려 아카데미의 본관으로 걸어나갔다.
“……”
그리고 그러한 내 옆에서 함께 걷는 유리엘.
일순간 시선이 마주치니, 그녀는 몸을 움찔하며 입을 열었다.
“가는 길이 똑같은 거에요. 결코 당신을 따라 걷는 게 아니야.”
“어릴 때나 지금이나, 너는 여전히 피곤한 여자로구나.”
브뤼테인을 향한 피해망상은, 알프레드의 피에 새겨진 숙명인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본관으로 들어선 나는, 집합 장소인 총장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1층의 안내도를 보고 걸음을 내딛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착한 곳은 총장실이 아니었다.
여기는 어디지.
“총장실은 좌측이 아니라 우측이에요.”
“……알면서도 왜 따라 온거지?”
“다, 당신이 너무 당당하게 걸어 나가니까…… 내가 틀린 줄……”
“본인이 옳다고 믿는 생각조차 제대로 관철하지 못하는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군.”
“저기요. 길을 잃은 건 당신인데요!”
“나는 모르고 틀렸지만, 너는 알면서도 틀린 것이지 않나. 그게 같다고 할 수는 없지. 떼쓰지마라.”
“잘 났어. 진짜……”
질색하는 얼굴로 몸을 돌린 유리엘이 성큼성큼 걸어나간다.
그에 나도, 그녀를 따라 총장실로 걸음을 내딛었다.
* * * * *
“으음……”
아카데미의 총장실, 그곳에 앉아 업무를 보던 제 1 황녀──엘리자베스는 창 밖으로 하나둘 늘어지는 마차들을 보며 몸을 일으켰다.
‘브뤼테인과 알프레드……’
단연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시선을 사로 잡는 건, 브뤼테인 가문과 알프레드 가문의 문양이 새겨진 호화로운 마차였다.
사실 브뤼테인의 이름값이 알프레드 보다 높은 건 맞지만, 황실이 선호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알프레드다.
왜냐하면 브뤼테인이 황실을 위해 피를 흘렸을 때와, 알프레드가 황실을 위해 피를 흘렸을 때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달랐기에.
브뤼테인은 역사 대대로, 중도(中道)를 걸어온 곳.
그들이 바치는 충성은 오직 황제 한명 뿐.
오죽하면 제위에 오르기 위해 자신들을 지원해주었던 다른 가문들보다, 황제가 되었을 때 손에 넣을 수 있는 브뤼테인의 충성이 더 값지다고 하겠나.
하지만 그들은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했다.
마치, 엄격한 아버지와 같은 존재.
강력한 우군이지만,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한 점에서 알프레드는 브뤼테인과 달랐기에, 비교적 다루기 편한 측에 속한다.
“밖에 다들 모이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하거라.”
바깥을 확인한 시녀의 보고에, 엘리자베스는 편하게 앉아 황실의 부름에 응해준 이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 * * * *
총장실로 들어갔을 때, 나는 단 한번도 제 1 황녀──엘리자베스의 용안을 마주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극히 높은 확률로, 그녀에게 강박이 발작할 요소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황실의 핏줄, 그 중에서도 여인은 ‘브랜드’의 가치가 높다.
사교계의 유행은 그러한 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뛰어난 세공사나 재단사는 자신의 작품을 매달 마다 꾸준히 황실에 진상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사교계의 꽃이라 불리는 여인들은 과도할 정도는 아니어도 꽤나 많은 장신구를 착용하는 터라 바라보았다간 적잖은 고역을 느낄 터.
때문에 나는 얌전히, 아카데미의 전체적인 개요가 담긴 서류로 시선을 내려 차분히 읽어 나갔다.
‘지혜의 신에게 축복을 받았다고 하더니, 그럴만 하군.’
후원자가 있다는 전제하에, 아카데미에는 평민도 입학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타 소설이나 만화와 다르게, 아무리 황실의 이름을 빌리더라도 현실에서는 학생이라는 신분하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개소리가 실현될 리가 없다.
조금 비유를 극단적으로 들자면, 유대인과 나치를 한 학교에 박아 넣고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평등히 지내길 바라는 것이다.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평민이 귀족들에게 멸시 받고 괴롭힘 당하지 않으려면 철저한 차별을 해줘야 했다.
실제로 개요가 담긴 서류에는, 강의 구역의 분할 말고도 평민들은 무조건 기숙사 내부의 식당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며 점심 시간 조차 겹치지 않도록 해두었다.
심지어 교육관이 나누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민들이 강의를 받는 시간에는 귀족들이 공강이고, 귀족들이 강의를 받는 시간에는 평민들이 공강이다.
이 말고도 확실한 차별 요소가 많았지만, 그것이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귀족들에게 제공하는 기숙사는 1인 1실인데 반해, 평민들에게 제공하는 기숙사는 4인 1실이라는 점.
이것은 차별로 통제 받는 관리 하에, 서로의 유대감을 키워 나갈 수도 있으니 좋은 계획이 될 것이다.
봉건제의 꼭대기에 앉은, 황실의 혈통이 이리 세세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게 솔직히 놀라울 따름이었다.
‘아니군. 반드시 그런 건 아닌가?’
중앙집권으로 나아가는 초기 단계.
힘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익 관계가 얽힐 귀족들 보다는 능력 있는 평민들을 등용하는 게 기본 수순이다.
실제로 평민들의 담당 교수는 전부 황실 직속.
아마 ‘후원’을 받고 입학하는 평민들 중 일부도, 그 후원자의 뒤를 캐서 파보면 황실이 나오지 않을까.
‘야심차기는 하군.’
전체적인 개요를 모두 읽은 뒤, 나는 서류를 품안에 넣었다.
“1층으로 내려가면 로젠베르크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선생들을 고용해두었기에, 장기적인 강의 계획서를 짜는데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을 개인 저택으로 데려가도 상관 없습니까?”
“그리하면 그들은 숨막혀서 죽어버릴테니 불허한다.”
“……”
“개요를 모두 읽고 이해할 수 없거나, 반드시 수정해야 할 내용이 있다 싶으면 발언하는 것을 허하겠니라. 없다면 이대로 나가서 자신의 강의실과 교수실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지.”
황녀의 말에 몇몇 귀족들이 힐끔힐끔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래, 무려 황녀 앞에서 아무리 저런 말을 들었어도 먼저 몸을 일으키기에는 부담되는 귀족들이 내가 먼저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브뤼테인의 뒤를 따라 나간다면 눈치가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러면 먼저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에 나는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자 주춤주춤, 다른 귀족들도 내 뒤를 따른다.
부담 따위는 되지 않았다.
브뤼테인의 등을 보며 사람들이 따르는 것.
그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 * * * *
‘여기인가.’
함께 아카데미를 둘러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거절하고, 나는 혼자서 내게 배정된 강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아……”
페르젠은 겪어 보지 않았지만, 이서진은 너무 오랜 세월 겪어 보았던 터라 일순간 그리운 향수에 젖어 들었다.
거대한 칠판과 자그마한 분필이 가지런히 놓인 교단.
분필을 사용하는 건 나름대로 테크닉이 필요하지만, 어차피 명필이라는 재능 덕분에 거슬릴 건 없으리라 본다.
‘걱정되는 요소는 보이지 않는 군.’
학생들이 앉아 강의를 들을 책걸상도, 교단과 적당한 거리에 놓여 있는 터라 강박의 발작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그에 괜스레, 나는 의자를 뒤로 빼고 거기에 앉아 보았다.
오래된 추억들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솟아오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추억들을 흐트러트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
그리고 그제야 나는 문제점을 발견했다.
‘그래. 이거는 안 되겠군.’
강의를 모두 듣고, 학생들이 전부 올바르게 의자를 집어 넣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설사 그리 하라고 명령을 내려도, 손에 조금만 과도하게 힘을 넣으면 밀어 넣는 의자에 의해 책상이 앞으로 미끌린다.
그런 식으로 조금식 어긋난 책걸상들의 배치가, 결국에는 내 강박의 스위치를 눌러 발작하게 만들겠지.
그 뿐만이 아니라, 의자에 앉아 사람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니 어떤 식으로든 책걸상의 배치는 제각각이 될 것이다.
“……”
해결 방안은 놀랍게도 간단하리 만큼 뇌리에 떠올랐다.
그에 나는 왼손의 반지에 새겨진 아공간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들고는, 품안의 만년필을 붙잡았다.
강의실을 인테리어를 바꾸는 건, 아무리 사비를 운용한다 해도 황녀 전하의 허락이 있어야 할 테니 보고서의 형식을 취해야 하리라.
내용은 지극히 간단했다.
흑마도학 강의실의 책걸상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것.
그리고 그 새로운 것은, 최악의 강의실이라는 오명을 덮어 쓰더라도 내가 최악의 교수가 되는 것 만큼은 막아주겠지.
21세기 현대의 대학──일부 강의실에 도사리는 악마.
모든 대학생들의 공공의 적, 일체형 책상.
어차피 나는 악당이니까, 이 정도 나쁜 짓은 상관 없지 않을까.
오늘따라 유난히 풍부한 공감력과 감수성을 발휘하는 이서진의 기억이 양심을 찌르지만, 나는 애써 무시했다.
일단은 내가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우선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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