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 010─Dignified Night
페르젠 폰 슈바이크 브뤼테인──아니, 이제는 자신과 동일한 루에르그의 성을 쓰는 남자의 손길이 아주 부드럽게 허리를 훑고 지나간다.
원치 않았던 초야를 치렀던 그날 밤의 기억들을 잊을 수 없는 만큼, 유페미아는 그 때와 너무나도 대조되는 상냥한 손길에 당황스러운 괴리감을 느꼈다.
“……!”
내쉬는 뜨거운 숨결이 쇄골에 따스하게 울려 퍼지자, 유페미아는 그 간질간질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흣!”
거기서 끝나지 않고, 페르젠은 유페미아의 쇄골에 입술을 천천히 지분거리며 향수 따위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체향을 코로 차분히 들이켰다.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진 몸을 풀어주려는 듯한, 마치 고양이의 그루밍 같은 행동에 유페미아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보, 보지 마……”
어느 틈에 옷의 어깨끈을 붙잡아 끌어 내렸던 걸까.
유페미아는 의미가 없는 저항임을 알았지만, 파르르 떨리는 손을 뻗어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하지만 페르젠은 아무런 말없이, 무심하게 유페미아의 두 손을 붙들어 머리 위로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러자 수줍은 듯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강렬히 표출하려는 듯한 분홍빛의 유두가 빨딱 일어나 연신 움찔거린다.
“아……!”
별과 달이 보다 빛날 수 있도록 어두워지겠다는 밤하늘의 어둠처럼, 흑요석 같은 페르젠의 머리카락이 유페미아의 가슴에 내려앉아 장막을 만든다.
“하읏!”
그리고 그 장막 안에서 유페미아의 분홍빛 유두를 입안에 머금고 부드럽게 혀를 굴리는 페르젠.
입을 아무리 꼬옥 닫고 있어도 비집고 새어나오는 신음은 자신의 통제를 듣지 않아, 유페미아는 적잖게 당황하며 허리를 비트는 걸로 저항을 대신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때 마다, 이리저리 비틀어지던 허리는 움직임을 멈추고 금방 잡힌 물고기처럼 간헐적으로 틔어 오를 뿐이었다.
‘도대체, 왜……’
오랜 시간의 전희가 끝나고, 페르젠이 고개를 치켜들자 그의 타액으로 반들거리는 자신의 유두는 비교적 차가운 봄의 공기에 다시금 입 안에 머금어 달라는 듯 애처롭게 떨어댔다.
“하, 하던 대로해……”
“……”
“씨받이로 나를 사용하고 싶은 거라면, 이러지 않아도 되잖아…… 이, 이런다고 하나도 기쁘지 않아……”
“그런가.”
가파르게 달아오른 숨을 죽여 간신히 내뱉는 유페미아와 다르게, 페르젠은 여전히 높낮이가 없는 평탄한 어조로 무감각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유페미아의 허벅지로 손을 뻗어 원피스의 치맛단을 위로 끌어올린 뒤,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색 팬티를 아래로 천천히 벗겨 내렸다.
“설득력은 없는 듯 한데.”
도톰하게 살이 올라 일자로 다물린 음부로부터 끈덕지게 늘어지는 애액이 끊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에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 유페미아를 보며, 페르젠은 손을 뻗어 질척거리는 음부를 스윽 훑었다.
“점액이 맑고, 양이 많으며, 보다 끈적할수록 아이를 배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라는 걸 알고 있나.”
“그런 거…… 몰라.”
“그래. 굳이 알 필요 없다. 지금 네가 그러하니까.”
굳게 다물린 균열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쓰다듬던 페르젠은, 손톱이 가지런히 정돈된 자신의 중지를 아주 천천히 유페미아의 음부 안으로 밀어 넣었다.
“흐, 으……!”
분명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는데, 찌걱거리는 듯한 음란한 환청이 자신의 귓가로 스며들자 유페미아는 반사적으로 다리를 오므렸다.
“……”
그 되도 않는 저항에 잠시 눈살을 찌푸리는 페르젠이었지만, 이내 자유로운 한손을 이용해 유페미아의 두 발목을 붙잡아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뒤 능숙하게 위로 들어 올렸다.
“시, 싫어……!”
하체가 조금 더 치켜 올라가는 만큼, 음부에서 음란하게 흘러내리는 애액이 회음부를 타고 내려가 항문에 도달하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광경 또한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겠지.
스륵.
그에 페르젠은 유페미아의 발목을 붙든 손을 놓아주었다.
그것은 얼핏 보면 배려로 보였지만, 사실은 배려로 포장된 일방적인 선택의 강요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로 유페미아는 가득 붉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은 채, 어쩌면 천박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다리를 페르젠 앞에서 활짝 벌려 보였으니까.
“아……!”
그의 비웃음 소리가 귓가로 들리는 듯하면서도, 안쪽으로 상냥하게 파고드는 손가락의 느낌에 유페미아는 자신도 모르게 아랫배에 꼬옥! 힘을 주었다.
그에 페르젠은 삽입한 중지를 그 자리에서 멈춘 채, 갈고리처럼 방향을 바꿔 위쪽을 아주 천천히 긁어내리듯 문질렀다.
“흐, 으…… 아……!”
오싹오싹한 아릿한 쾌감이 잡힐 듯 말 듯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늘어지자, 유페미아는 그 안타까움에 얼굴을 가렸던 손을 치워내고 이불보를 거세게 붙들었다.
그리고 페르젠은 유페미아가 그 쾌감을 확실히 붙잡을 수 있도록 질 내부의 성감대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하…… 아앙!”
기어코 그 노력이 헛되지 않은 듯, 페르젠이 특정 부근을 손가락으로 자극할 때 마다 유페미아는 연신 몸을 움찔하며 색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그, 그, 그만…… 해……”
생전 처음 겪어 보는 쾌락과는 별개로, 그 쾌락 끝에 함께 동반 되어 찾아오는 익숙한 배뇨감에 유페미아는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페르젠의 팔목을 간신히 붙들었다.
“제, 제발……!”
제대로 힘조차 들어가지 않는 두 손에 결국 억지로 상체를 일으킨 유페미아는 페르젠의 팔목에 달라붙듯 몸을 숙여 거의 울듯이 애원했다.
하지만 페르젠은 멈출 생각이 없다는 듯, 남은 한손을 뻗어 유페미아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꾸욱! 수축하는 질 내부를 따라 지금까지 계속해서 자극해왔던 부근을 아주 지그시 내리눌렀다.
“흑!”
불안정하게 내뱉던 호흡이 일순간 멈추고, 해일처럼 몰려드는 강렬한 황홀함에 유페미아는 벌리고 있는 두 다리를 미친 듯이 덜덜 떨어댔다.
찌덕!
“흐……!”
곧이어 밖으로 뽑혀져 나가는 페르젠의 손가락을 따라, 유페미아는 주체하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며 투명한 애액을 진득하게 쏟아냈다.
“아, 아아아…… 아…… 하…… 아아앙!”
경련이 일어나듯 통제가 되지 않는 몸.
발작하듯 움찔움찔 거리는 몸은 쾌락의 여운에 잠겨 사고를 하지 못하고 만들었고, 발가락을 꼬옥! 오므린 유페미아는 그리 페르젠의 팔목에 아기처럼 달라붙은 채 침대의 시트를 축축하게 적셔나갔다.
“그, 그만 하, 하라고…… 했, 잖아……!”
페르젠의 소매를 꾸깃꾸깃 붙들며, 자신의 엉덩이 주변이 오줌이라도 눈 것처럼 축축해진 사태에 유페미아는 쾌락과 수치심이 공존하는 듯한 얼굴로 울면서 원망을 토해냈다.
“부끄러워 할 거 없다.”
그러나 페르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유페미아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그녀를 침대 위로 부드럽게 밀어 눕혔다.
그리고는 입고 있는 셔츠의 단추를 차근차근 풀어 옷을 벗어 내리고서는, 바지춤을 내려 세차게 껄떡이는 성기를 꺼내 유페미아의 다리 사이로 자리를 잡는다.
“……”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유페미아는 결국 고개를 돌렸다.
철저하게 흐트러진 지금의 자신과 너무나도 대비되는 듯한 그의 모습이, 마치 자연스레 너는 천박하고 음란하다고 말을 해주는 것 같아서.
“아…… 흑!”
부드럽게 풀어진 내부로, 귀두부터 파고든 성기가 뿌리 끝까지 빈틈없이 들어찬다.
몸에 힘을 주고 싶지 않아도, 일순간 느꼈던 쾌락의 여운을 뒤쫓듯 자신의 아랫배는 들어찬 성기를 꾸욱꾸욱 옥죄이며 기어코 자궁 앞까지 인도했다.
그만 흐트러지고 싶다고.
그만 헐떡이고 싶다고.
이성은 그리 발악했으나, 안을 포근히 채워주는 만족감과 더불어 잠시 꺼졌던 쾌락의 불씨를 되살려주는 듯한 움직임에 유페미아는 저항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흑…… 으응!”
질 내벽을 긁듯이 빠져나갔다가, 다시금 천천히 들어와 밀어 올리듯 자궁구를 꾸욱꾸욱 압박하는 루틴.
마치 자신을 길들이려는 것처럼, 가장 쾌락을 잘 느끼는 움직임의 반복에 유페미아는 끝도 없이 흐트러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본능적으로 이 끝에 자신은 그 쾌락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다는 직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사탕을 먹어본 아이가, 그 달콤함에 빠져 발견한 선반 위의 자그마한 통.
알록달록한 색의 사탕들이 한데 모여 자신을 반기고 있어 의자를 가지고와 간신히 손을 뻗고 있는 중인데……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있을 리가 없었다.
“아…………”
그러다 잠깐, 움직이던 허리를 멈추는 페르젠.
그에 유페미아는 가장 먼저 어째서라는 의문을 품었다.
자신의 안에서 처음과 다르게 선명히 맥박 치던 성기가 조금 더 부풀어 오르듯, 틀림없는 사정의 기미를 보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행위를 중단했으니까.
하지만 유페미아는 그런 의문을 굳이 오래 품고 싶지 않았다.
“그…… 아…… 이, 이건……!”
그리고 그녀의 몸 또한 너무나도 정직하게, 주인의 의사를 받아들여 두 다리로 페르젠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일순간 가라앉았던 이성들이 한 번에 날뛸 만큼 충격적인 광경에 유페미아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말을 더듬었지만, 페르젠은 만족스럽다는 듯 유페미아의 콧잔등에 옅은 키스를 하며 속삭였다.
“잘했다.”
아니라고.
당신이 바라는 대로 행동했던 게 아니라고.
그런 말을 듣고 싶어서 이랬던 게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은 여러 말들이 목 끝까지 치솟았지만, 멈췄던 허리를 움직여 다시금 자신의 끝까지 들어차는 성기가 자궁구 앞 쪽으로 도달해 걸쭉하고 뜨거운 정액을 토해내자……
“흐, 으응……!”
유페미아는 부족했던 쾌락을 마저 채우며, 페르젠의 가슴팍에 안겨 미약하게 몸을 떨어댔다.
* * * * *
삐걱!
한데 모여 뒤섞인 열락이 천천히 식어 간다.
줄 곧 자신의 안에 들어차있던 성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자 뜨겁고 걸쭉한 정액이 밖으로 새어나오지만, 유페미아는 다리를 오므릴 기력조차 남아 있지가 않았다.
몸의 체력은 깔끔히 방전 되어 녹초가 된 상태.
하지만 정신은 조금씩 선명하게 돌아와 이성을 회복하고 있었기에 자괴감과 더불어 페르젠을 향한 원망감이 솟구쳤다.
“……”
그러나 천박하리만큼 흐트러졌던 자신과는 다르게, 그는 줄 곧 몸을 섞는 와중에도 꿋꿋이 품격을 잃지 않았다.
아마 제 3자가 방금 전을 돌이켜본다면, 틀림없이 자신이 페르젠을 유혹해서 육욕을 채우려 들었던 요녀라 손가락질 하겠지.
그리고 페르젠은 어쩔 수 없이, 정말로 후사를 가져야 한다는 의무에 묶여 자신에게 어울려준 남편으로 보이리라.
애초에 자신부터가 제 3자의 시선이 그러할 거라 판단하고 있는데, 이 치솟는 원망을 어디로 돌려야 하겠는가.
초야를 치렀던 그날 밤도 페르젠은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그 때는 자신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 당시의 기억이 더욱 대조되어, 유페미아는 방금 전까지 쾌락에 헐떡이며 몸부림쳤던 자신의 광경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었다.
“피곤 할 테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이불을 덮어주는 페르젠.
그 자그마한 자극에도 자신은 아직 쾌락의 여운이 남아 있어 몸을 부르르 떠는데, 그는 땀을 조금 흘리고 있을 뿐 평소처럼 무덤덤하기만 했다.
“편히 자도록 해라.”
“비겁한…… 새끼……”
물건을 훔친 건 자신이 아니라 옆에 있는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입고 있는 옷차림이 누추하다고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
하지만 억울하더라도, 그 또한 엄연한 개연성이다.
그래서 유페미아는 간신히 비겁하다고 말을 내뱉었다.
차마 솟구쳤던 원망감을 온전히 담아 나쁘다고 말을 하기에는, 자신이 내보였던 추태가 그와 대조될 만큼 너무 천박하고 음란했기에.
“비겁, 해……”
방향감을 상실한 원망감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는 듯 둥둥 떠다니다가, 이윽고 자괴감으로 스며들어 함께 흩어진다.
스륵.
한 번쯤은 대답을 해줄 법도 한데, 페르젠은 줄곧 침묵을 유지하며 묵묵히 유페미아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려주었다.
그에 결국 몰려드는 수마를 견디지 못하고, 눈꺼풀을 천천히 닫으며 잠에 빠져드는 유페미아.
그리고 온전히 잠이 들기 직전 까지, 그녀가 눈에 담았던 그의 고결함과 품격은……
여전히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 만큼 지나치게 독선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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