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422화 (422/428)

Chapter 422 - 아이돌 메이커(60)

어느새 다가온 2집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 촬영 날. 시트러스의 담당 프로듀서인 이시우가 기쁜 마음으로 출근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유대 단계가 떨어지는 악재가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해프닝일 뿐. 유키의 고민도 해결되었으니, 이제부턴 유대 단계가 오를 일만 남아 있었다.

오랜만의 촬영이니… 다들 설레고 있겠지?

분위기가 좋은 걸 틈타, 호감도를 올리기로 마음먹은 이시우. 싱글벙글 웃으면서 레슨실로 들어간 그가, 활기찬 목소리로 멤버들을 불렀다. 그는 아침부터 성실한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멤버들을 직접 촬영장으로 데려다 줄 생각이었다.

“팀장님 오셨어요?”

“……애들은?”

“부사장님이랑 있어요.”

“뭐?”

“오늘 중요한 날이라고 자기가 로드 일 대신 한대요. 그래서 지금 애들 부사장님 차 타러 갔어요. 아, 그리고 이거 저도 방금 들은 거예요.”

“……그래?”

하지만 그는 멤버들을 태울 수 없었다.

이번에도 눈치 없이 시트러스 일에 끼어든 부사장. 짜증이 난 이시우가 박진수를 혼내려다가… 혹시 또 유대 단계가 떨어질까 겁이 나 입을 닫았다. 한숨을 내쉰 후 겨우겨우 진정한 이시우. 그래도 스튜디오에 가면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한 그가, 박진수와 함께 촬영장으로 출발했다.

“하아, 하아아… 읏, 으응…”

“시엘, 어디 아파?”

“히에에엣?! 저, 저저저, 저요?!”

“응, 얼굴이 빨간데?”

“가, 감기 기운이 조금 있어서… 아하하…”

그러나 촬영장에서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나같이 다 감기에 걸린 건지… 쉬는 시간마다 휴게실로 사라지는 멤버들. 칭찬이라도 해 주면서 호감도를 올릴 계획이었지만, 몸이 안 좋다는데 억지로 말을 걸 수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부사장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 꼴에 성실한 척 연기를 한다고 했더니… 어디 가서 낮잠이라도 자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라는 것은 이시우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자, 다들 팬티 내려서 보여 줘.”

“으읏, 으으응… 부, 부끄러워요… 하으읏.”

“시엘, 자꾸 그러면 네 딜도만 진동 모드로 바꿀 거야.”

“에에에엣?!”

휴게실 소파에 앉아 시트러스 멤버들의 보지를 감상하고 있는 부사장. 그가 녹화 버튼을 누르자, 한 명씩 번갈아가며 보지에 박힌 딜도로…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음란한 광경. 남자 친구인 부사장의 변태 같은 명령이었지만, 그녀들은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괜히 반항했다가는 포상 섹스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다시 돌아와서, 스튜디오.

슬슬 촬영이 끝나가자 저 멀리서 부사장이 걸어왔다. 세수라도 하고 온 건지 머리카락이 축축이 젖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불만이 절로 나온 이시우. 저 인간은 도대체 왜 온 거야. 애써 표정 관리를 한 그가, 어서 오라며 부사장을 반겼다.

“아직도 안 끝났어?”

“하하하… 이제 마지막 장면이에요.”

“그래? 하아암… 뮤직비디오 주제에 오래 걸리네.”

“그, 그러게요. 하하…”

그러나 부사장은 뮤직비디오 촬영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뮤직비디오 따위, 그냥 대충 찍으면 되는 거 아니냐면서, 크게 하품을 하는 부사장. 아이돌 세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그의 태도 때문에 이시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영상 매체의 중요성을 모른다고? 기획사 부사장이 맞기는 한 건지가 의심이 됐다. 그래서 이시우가 부사장을 비꼬려고 하는데… 하필이면 그때, 촬영이 종료되었다. 아무런 수확도 없었던 뮤직비디오 촬영이었다.

“부사장님! 하아… 하아, 제 연기 보셨어요?”

“당연히 봤지. 잘하던데?”

그런데… 수확이 없는 건 이시우에게만 해당되는 소리였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부사장에게 달려온 유진희.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부사장을 끌어안았다. 이시우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를 마주보는 두 사람. 이윽고 부사장이 그녀를 안아 주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수상했다.

단순한 포옹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밀착해 있는 두 사람. 유진희의 가슴이 짓눌려 있는 걸 확인한 이시우가… 깜짝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가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일을… 지금 부사장이 보여 주고 있었다.

연인처럼,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두 사람.

충격을 받은 이시우가 할 말을 잃었다. 유진희의 얼굴에서 부사장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느껴졌다. 프로듀서인 이시우보다, 아무것도 아닌 부사장을 더 의지하고 있는 그녀. 불쾌한 감정을 느낀 그가 뒤로 한 발 물러섰다. 질투심과 분노 때문에 이시우의 가슴 속이 용암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지, 진희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허허. 괜찮습니다, 팀장님. 훈훈하고 보기 좋은걸요, 뭐.”

“……네?”

“저거 가지고 오해할 사람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나 다른 사람 눈에는 그저 훈훈한 광경일 뿐이었다. 그녀에게 연기를 가르쳐 준 사람이 부사장이라는 것을, 스튜디오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혼자서 바보가 되고 만 이시우. 그가 어이없어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눈앞의 두 사람은 단순한 사제 관계가 아니었다.

숨을 헐떡이며 가슴을 비벼 대고 있는 유진희와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슬쩍하고 만져 대는 부사장. 이건 정말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 그가 분노를 터뜨리려고 할 때… 나머지 멤버들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유진희처럼… 한 명씩 돌아가며, 부사장을 안아 주었다. 그리고 은하 혼자 다가와, 그의 옆에 있는 박진수를 안아 주었다.

“……”

그러나, 촬영 팀이 해산 할 때까지…

이시우를 안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기분 나쁜 동행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컴백 준비를 할 때마다, 항상 따라와 멤버들을 태워다 주는 부사장. 그 모습이 짜증나서 한 마디 해 주고 싶었지만… 이시우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볼 때마다 부사장과 하하호호 하고 있는 시트러스 멤버들 때문이었다.

“부사장님. 이거 봐요. 잘 나왔죠?”

“은아 너는 막 찍어도 예쁘게 나오잖아.”

“음… 인정.”

“주, 주인… 이, 아니라 부사장님. 저는 어때요?”

“유키도 귀엽게 나왔네.”

“에헤헤…”

포토 카드용 화보 촬영이 끝나자, 부사장에게 달려가서 칭찬을 요구하는 가은과 유키. 귀엽고 예쁘다는 말에 기뻐하는 두 사람을 본 이시우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물었다. 사이가 좋아져야 하는 건 이시우 본인인데, 날이 갈수록 부사장과 멤버들 사이만 더 가까워졌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위기감을 느낀 그가 멤버들에게 다가가 봤지만, 부사장처럼 친근하게 대화할 수는 없었다. 이시우한테만 사무적으로 대하는 시트러스 멤버들. 프로듀서인 이시우가 그토록 바랐던 멤버들과의 유대감은… 부사장이 만끽하고 있었다.

“우으으으… 너무 떨려요.”

“진희야,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아니… 은아야, 노래를 부른 게 아니라 격려를 해 준 거잖아.”

“아하. 확인.”

그리고 그건 2집 공개일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숙소까지 찾아와 멤버들과 장난을 치고 있는 부사장. 마음 같아선 쫓아내고 싶었지만 이시우에겐 명분이 없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모두와 함께 12시가 오기만을 기다린 이시우. 제발 TOP 10 안에 들기를 기도한 그가,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켰을 때… 시트러스의 2집 앨범이 공개되었다.

“떠, 떴다! 와아! 떴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트에 진입한 타이틀곡이 50위, 30위라는 순위를 지나, 1위라는 순위에 안착했다. 자연스레 숙소 안이 축제 분위기로 변하였다.

“우와아아아아아! 은아야! 은하야! 1위래, 1위래애!”

“아파, 언니. 때리지 마.”

“우리가 1위래애! 으아앙… 흐아아아앙!”

“으아아아! 축하해 얘들아!”

“잘했어! 잘했어어어!”

“으아아아앙, 진수 오빠, 시우 오빠… 흐아앙!”

진심으로 기뻐하며 샴페인을 터뜨린 박진수와, 질 수 없다는 듯이 날뛰기 시작한 이시우. 자기보다 더 좋아하는 어른들을 보며 시트러스 멤버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토록 바랐던 음반 차트 1위. 그것을 해낸 유진희가 부사장에게 달려들었다.

“부사장님, 하아앙… 츄읍, 츗… 하아, 부사장니임!”

그러고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부사장과 입을 맞추었다. 아니, 입을 맞추는 걸로는 부족했는지, 혀를 내밀어 그와 타액을 교환했다. 너무나도 감격한 나머지 자신의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결과였다.

“흐으윽, 흑… 부사장님, 하아… 츕, 츄르읍…”

“지…… 진희야?!”

“아아앙, 츄으읏, 츕… 하아, 우리가 1등이래요, 하아… 부사장니임, 으응!”

덕분에 이시우가 그 자리에서 굳었다.

둘 사이가 좋은 건 알았지만… 그래도 이건 정말 아니었다. 이제는 훈훈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두 번 해 본 게 아닌 건지, 자연스레 혀를 섞는 유진희와 부사장. 더 이상은 지켜 볼 수 없었던 이시우가 뭐라 말을 하려고 하는데… 그때 누군가가 나타나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부사장님. 응, 츄읍, 츄르읍… 나도 축하해 줘요.”

그건 다름 아닌 가은이었다.

키스 중인 유진희를 밀쳐 내고는, 부사장 위에 올라타 입술을 맞댄 가은. 그녀가 입을 벌려 수줍게 혀를 내밀더니, 추잡한 소리를 내며 부사장의 입술을 핥아 댔다. 그녀 역시 키스에 무척 익숙해 보였다. 가은이 말 그대로 부사장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음란해 보이는 그녀의 혀놀림.

그 모습을 이시우가 멍하니 지켜보았다.

“오빠… 우리도 할까?”

“으, 은하야? 으읍!”

“하읏, 으응… 츄르읍, 하아… 으응…”

“은하야… 으윽.”

그러나 이시우의 부하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어느새 다가온 은하와 키스를 하기 시작한 박진수. 가은 못지 않게 음탕해 보이는 은하를 보면서… 이시우가 충격을 받았다. 순진한 줄만 알았던 시트러스 멤버들이 이렇게 음란할 줄이야. 그녀들에게 실망한 이시우가 동시에 흥분을 했다.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기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했다.

질투하는 것도 잊은 채 남아 있는 시엘과 유키를 바라본 이시우.

하지만 그녀들은 이시우를 외면했다.

“부사장님… 하아, 저도… 으응, 축하해 주세요…”

“주인… 읏, 부, 부사장님… 하아, 저한테도, 으으응… 포상을.”

“어쩔 수 없네. 은아야, 잠시 나와 줄래?”

“……흥.”

“자, 셋이서 같이 하자.”

각자 혀를 내밀어 부사장의 혀를 핥기 시작한 시엘과 유키. 생각지도 못했던 3인 키스에, 이시우가 시선을 돌렸다. 너무나도 어린 그녀들의 귓볼을 어루만지면서, 저질스러운 키스를 즐기는 부사장이 부러웠기 때문이었다.

“은아야… 우리도 할까?”

“……응.”

그러나 시선을 돌린다고 그에게 기회가 오는 것은 아니었다.

이시우 대신 서로를 끌어안고 타액을 주고받는 유진희와 가은. 대놓고 그를 무시하는 그녀들에게 그가 아쉬움을 느꼈을 때… 어느덧 혼자가 된 은하가 부사장을 덮쳤다. 동생들이 키스 중이었지만, 은하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밀려난 시엘과 유키가, 혀를 섞고 있는 언니들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으… 은하야, 너?!”

“하아, 으응… 이건, 키스라기보단, 츄릅… 하아, 그냥 축하니깐… 츄으읍.”

“아니, 그래도...”

“그냥 축하래도? 하아, 으응… 츕, 츄읍… 이상한 생각하지 마아… 읏, 하아…”

부사장의 혀를 빨아 대면서… 어디까지나 축하의 의미니, 기분 나쁜 오해는 하지 말라는 은하. 그러나 은하가, 그리고 다른 멤버들이… 매니저인 박진수에게 그리고 프로듀서인 이시우에게 축하를 받는 일은 없었다.

결국 입술 대신 술을 들이켜야 했던 이시우. 허무함에 빠진 그가, 박진수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절망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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