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18 - 아이돌 메이커(56)
당연한 얘기지만 오디션 결과는 합격이었다.
베테랑 못지않은 아주 완벽한 연기를 보여 줬던 진희. 그녀의 활약 덕분에 제작진들의 만장일치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합격이 이미 내정되어 있던 오디션이지만… 그래도 힘숨찐보다는 미리 보여 주는 게 더 좋잖아. 신인이기도 하고 아이돌이기도 하니, 괜한 트집 잡히기 전에 먼저 증명하는 게 맞았다.
“우으으, 소름 돋았어요… 저를 그런 눈으로 봤다니…”
“진희야, 네가 너무 야해서 그래.”
“읏… 부, 부사장님 때문이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변태 짓을 하라는 건 아니었는데… 거, 참. 진희의 은밀한 부위를 클로즈업 한 채로 녹화했던 곽 PD. 그래도 이쪽 업게에선 나름 유명한 PD였는데, 설마 오디션 장에서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아슬아슬하게 공개 스킨십을 즐긴 건 내 잘못이었지만… 그래도 선은 지켜야 할 거 아니야.
개인 소장용 비디오를 만들려고 하다니.
정말이지 실망이 컸다.
덕분에 충실한 노예 한 명을 만들긴 했지만, 그래도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다. 그놈이라면… 다른 배우들을 도촬한 영상도 가지고 있겠지? 그것도 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놈에게 받은 USB를 가방 안에 집어 넣었다.
그런 다음… 주변 경치를 살핀 후, 진희를 마주 보며 벨트를 풀었다.
“그래서, 안 빨 거야?”
“빨긴 빨 건데...”
“하하하. 거 봐, 변태 맞잖아.”
“우으으…”
“도착하면 박아줄 테니깐, 그때까지 적셔 놔.”
“……네에.”
침을 뚝뚝 흘린 진희가 내 자지를 삼키더니, 추잡한 소리를 내며 펠라치오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진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 후, 차를 운전해 회사로 돌아갔다. 그래도 합격을 했으니깐, 포상을 줘야겠지? 내가 원하는 컨셉 플레이를 생각해 두라고 하자, 진희가 기뻐하며 내 쿠퍼액을 핥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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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이이이이잉
지긋지긋한 진동 소리에 눈을 뜬 나는, 아직도 레슨실 안인 걸 깨닫고는 부사장을 저주했다. 금방 돌아올 줄 알았는데… 부사장은 진짜 쓰레기보다 더한 개새끼였고, 결국 나는 어두컴컴한 레슨실 안에 갇혀 기절과 절정을 반복해야만 했다.
-지이이이이잉
아직도 멈추지 않고 내 클리토리스와 유두를 괴롭히는 핑크색 로터. 처음엔 원하지도 않는 쾌락에 고통받아야 했지만, 이젠 그 쾌락마저 사라진 상태였다. 계속된 자극에 몸도 마음도 망가져 버리고 만 나. 눈물 흘릴 기력마저 없어진 나는, 오지 않을 부사장을 기다리며 스스로를 비웃었다.
“……バカみたい。(바보 같아.)”
정말로 완벽하게 패배했구나.
처죽이고 싶은 부사장이었지만… 한번 더 강간 당해도 좋으니, 어서 돌아와 나를 구해 주기를, 하고 나는 마음속으로 빌고 또 애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이 빌어먹을 꼴로 만든 부사장뿐이었다.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지이이이이잉
그러나 몇십 분이 지나도, 몇 시간이 지나도… 부사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고장난 녹음기처럼 그의 이름을 불러 대며,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내 주인님은 나를 잊기라도 한 건지, 돌아올 생각이 없어보였다.
계속된 자극 탓에 더는 쾌락도 못 느끼고 있는 나.
만약 오늘 안에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는 이 고통을 내일 아침까지 느껴야만 하겠지. 피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 속에서 오열한 나는, 내 처음을 가져갔던 그의 못생긴 얼굴을 떠올렸다. 꼴 보기도 싫은 아주 역겨운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그 어떤 얼굴보다 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개새끼… 10시간 정도 있다 돌아 온다며, 근데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하아아… 주인님, 이 씨발 새끼야… 빨리 돌아오라고… 아파서 죽을 거 같단 말야.”
-지이이이이잉
그러나, 그 얼굴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얼굴이었…
-벌컥
“뭐야. 불이 꺼져 있네. 내가 너무 늦게 왔나?”
“주, 주인님?!”
“오… 이제 좀 충성할 마음이 들어?”
“엣.”
보고 싶기는 개뿔… 역시 역겹잖아! 말 실수 좀 한 거 가지고 꼬투리 잡고선, 능글맞게 나를 쳐다보는 부사장. 어이가 없어서 욕설을 뱉으려다가…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해 겨우겨우 참았다.
그래도 오자마자 나를 풀어주는 걸 보면, 아주 쓰레기는 아닌……
“뭐, 뭐하는 거야아아?!”
“계속 기다렸을 거 아냐. 다리 벌려. 얼른 박아 줄게.”
“시… 싫어어어어어어!”
아니긴 뭐가 아니야. 역시나 좆같은 변태 새끼였다.
***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자지를 빨아야 했던 나는… 그가 보는 앞에서 그의 정액을 삼킨 후에야 숙소로 올라갈 수 있었다. 이런 말 하는 내가 참 우스웠지만… 지금의 나는, 창녀보다 더한 꼬라지를 하고 있었다.
온몸에 묻어 있는 그 남자의 냄새. 질내에 가득한 그 남자의 정액.
気疎い。(역겨워.)
그 중에서도 가장 혐오스러웠던 것은, 늦게라도 돌아온 그를 향해 ‘고마움’을 느낀 나 자신이었다. 나를 강간하고… 나를 자신의 성노예로 만든 쓰레기한테, 고마움을 느끼다니. 정신이 나간 걸까?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멍청해 보였다.
バカ。(바보.)
하아…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나는 그저… 괴로워하는 진희 언니의 표정을 감상하고 싶었던 것 뿐인데… 정신을 차려 보니 언니가 아닌 내가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고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평생 동안 나를 따라올 고통이었다.
吐きそう。(토할 것 같아.)
정말이지 끔찍한 현실. 그 현실에 갇힌 내가 절망하고 있는데…
-띠링
부사장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하아?”
그리고 그 메시지엔 오늘 찍은 영상이 담겨져 있었다.
“……진짜 성격 더럽네.”
눈물을 흘리면서 오열하다가… 결국 강간을 당하는 불쌍한 나. 이건 경고의 의미일까? 아니면 조롱의 의미일까? 뭐가 됐든 나로서는 아주 역겨운 일이었다. 깊게 생각할 이유도 없는 쓰레기 같은 영상. 화가 난 나는 개새끼한테 답장하는 대신에 첨부 받은 영상을 지우려고 했다.
“……なにこれ。(뭐야 이거.)”
그런데 그 순간, 울고 있는 내 얼굴이 눈에 밟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これが私? (이게 나라고?)”
내가 봤던 그 어떤 여자보다도 서러워하고 있는 나. 그런 나를 보자…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짜릿함이 느껴졌다. 정액 투성이가 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창녀 같은 나. 그런 나를 보자, 네토리에 성공했을 때보다 몇 배는… 아니, 몇십 배는 더 기분 좋은 아찔한 쾌감이 느껴졌다.
“하아… 뭐야, 진짜아… 하아아, 이 기분은 대체…”
망가진 건 나인데…
왜 이렇게 행복한 거지?
“하앗, 으응…”
당황한 나는 다시 처음부터 영상을 돌려 보았다. 하지만 이 짜릿한 감정은 도무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비참하게 망가진 나를 볼 때마다 차오르는 오싹오싹한 쾌감. 그 쾌감에 온몸을 부들거린 내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부사장이 보낸 영상을 볼 때마다, 묘한 기시감을 느꼈었지.
만약 그게, 네토리 했을 때의 내 기억 때문이라면… 이 쾌감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소중한 사람이 슬퍼할 때마다 발칙한 감정을 느꼈던 나. 그리고 그때의 내 친구들처럼 엉엉 울면서 슬퍼하고 있는 나…
“하아아… 그래!”
그래, 맞아. 이때까진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즐겼었지만… 꼭 그 대상이 ‘남’일 필요는 없는 거잖아. 내 고통을 내가 즐겨도 되는 거잖아. 나 자신을 네토리해도 되는 거잖아!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소중한 게 바로 나 자신이니깐…
그렇게 소중한 나를 망가뜨려도 되는 거잖아!
“아아…… 아아아아!”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인생의 진리.
그 진리를 깨달은 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최고의 네토리는, 바로 나 자신을 네토리하는 것! 나는 왜 이걸 몰랐을까? 인생의 절반을 손해 본 기분.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부사장의… 아니, 부사장님의, 아니, 주인님의 노예가 된 이상, 나는 앞으로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처럼… 주인님에게 처벌을 받는다면…
한번 더 나를 네토리할 수 있겠지?
“아아아! 最高!(최고야!)”
벅찬 감동을 느낀 나는 그 즉시 진희 언니에게 다가갔다. 주인님의 성노예가 되었다는 사실을 언니에게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순진하고 성실한 진희 언니니깐… 나 대신 주인님에게 화를 내겠지? 그리고 언니에게 혼난 주인님이 노예 교육을 위해 나를 처벌하겠지?
아아, 상상만으로도 짜릿해!
-벌컥
“언니! 언니, 일어나! 언니이!”
“으응… 뭐야아… 유키?”
“언니이! 흐윽, 흑… 나 더는 못 버티겠어… 부사장님이…”
눈물을 흘리며 피해자를 연기한 나. 나는 엉엉 울면서 언니에게 방금 받은 영상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언니가 기겁을 하더니, 정색을 하고선 주인님에게 전화했다. 하아아아… 하지만 주인님은 이걸로 당황할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게 넘어 가고선 나를 혼내주기 위해 숙소로 찾아오겠지?
기분 좋은 생각을 하자, 보지에서도 눈물이 났다.
“부사장님. 노예 관리 좀 하셔야겠는데요?”
“……에엣?”
“네. 저한테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하는데… 알려 드려야할 거 같아서요. 응? 아뇨. 유키가 노예인 건 저도 오늘 처음 들었어요. 네. 헤헤… 저 잘했죠? 네에. 앗… 지금 오신다고요? 네… 갈아 입을 옷 챙겨서 내려갈게요.”
“어… 언니?”
“유키. 네 주인님 오신대.”
그런데에… 예상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주인님에게 화 내는 대신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한 진희 언니.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상관 없었다. 어쨌든 혼날 수 있다는 거잖아.
울고 있던 보지가 오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