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12 - 아이돌 메이커(50)
솔직히 말해서, 조금은 눈치를 채고 있었다. 은아 몸에서 부사장님의 향수 냄새가 나는데… 그걸 눈치 못 채면 바보잖아. 은아와 부사장님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가깝고 은밀한 사이인 게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그걸 알면서도 애써 모른척 해야만 했다.
내 추측이 사실인 걸 알게 되면, 가슴이 많이 아플 거 아냐. 상처 받기 싫었던 나는 억지로 두 사람의 관계를 부정했고, 부사장님이 은아의 취향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자기 최면을 걸었다.
‘……네에? 부, 부사장님이… 촬영 현장에 따라갔다고요?’
하지만 오늘부로 모른척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기획사 부사장이 로드 일을 자처했다는데, 그걸 어떻게 그냥 넘어가겠어. 아무리 시엘이 옆에 있었다 해도, 나는 알 수 있었다. 부사장님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은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매니저가 된 것이었다.
-똑똑똑
“부사장님, 저 진희예요. 들어갈게요.”
차오르는 배신감, 밀려드는 자괴감.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화를 낼 수 없었다. 부사장님이랑 나랑 사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화를 내겠어. 우리 두 사람은 어디까지나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지,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 관계가 아니었다.
내가 그토록 바랐던 연인 관계는 그저 레슨 중에 벌어지는 연기에 불과했다.
“오늘도 잘… 흐윽, 부, 부탁… 드릴게요…”
그러니…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 오늘도 레슨을 받기 위해 부사장님을 찾아 갔다가, 그의 앞에서 오열을 하고 말았다. 내가 좋아하는 저 사람이… 남의 남자라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나를 만져 주었던 부사장님의 따뜻한 손.
나를 적셔 주었던 부사장님의 부드러운 입술.
전부 다 은아 거였구나.
그것도 모르고 부사장님과 하나가 되어… 행복한 미래를 망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부사장님은 그런 날 앞에 두고,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자 친구가 있는 것도 모르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나. 그 멍청한 감정 때문에 그가 나를 귀찮게 여겼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져 눈물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진희야? 너 왜 그래?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그게… 부사장님… 흐윽,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 진희야!”
그래서 나는 꼴사나운 내 모습을 감추기 위해, 부사장님에게서 도망쳤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얼마 안 가 쓰러지고 말았고… 결국 부사장님에게 붙잡혀, 그와 함께 숙소로 돌아갔다.
***
반강제적으로 타게 된 부사장님의 차. 그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며 나를 위로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좋아하는 남자에게 동정을 받는 것은 너무나도 괴롭고 슬픈 일이었다.
“나는 항상 네 편이니깐, 힘들면 언제든지 말 해. 내가 도와줄게.”
그런 내 마음도 모른 채 나를 걱정해 주는 부사장님.
“부사장님은… 제 편이 아니라, 은아 편이잖아요!”
힘을 내라며 내 손을 잡아 주는 그에게… 나는 목소리를 높여 화를 내고 말았다.
여전히 따뜻하고 자상한 손이었지만, 이런 위로는 나를 비참하게 만들 뿐이었다. 결국 감정에 복받쳐 모든 것을 털어놓고 만 나. 곧 있으면 은아를 만나야 한다는 불쾌한 생각이, 나를 초조하게 만든 서글픈 결과였다.
“……알고 있었어?”
“모를 수가 없잖아요…”
“하아, 그렇구나…”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내 눈치를 살피는 부사장님. 그 순간 나는 내 실수를 깨달았다. 여기서 화를 낸다고 달라질 것은 없는데… 바보같이 욱하는 바람에 불편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이제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겠지.
그렇게 내가 후회하고 있는데…
“하읏?!”
어느새 차를 멈춘 부사장님이 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부… 부사장님?”
“응?”
“저, 저기… 손이…”
“응, 손이 왜?”
“닿고 있는데요…”
“맞아. 그러면 안 돼?”
“……네에?”
커다랗고 딱딱한 부사장님의 손. 몇 번이나 내 몸을 어루만졌던 그의 손이… 쉬지 않고 내 허벅지를 희롱했다. 아니, 허벅지를 타고 점점 더 올라온 그의 손이… 내 허락도 없이 내 바지 안을 파고들었다.
“하아아… 부사장님, 이거… 으응…”
“네 말대로 은아랑 나, 사귀고 있어.”
“그, 그러면 왜… 하앗…”
“근데 그렇다고 너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부사장님?”
“그래도 되지?”
뻔뻔스럽게 나를 요구하는 부사장님. 당황한 나는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 보지 안으로 들어온 그의 손가락. 짜릿한 쾌감에 내가 허리를 움찔거리자, 부사장님이 다른 한 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나를 잡아 당기더니… 입술을 내밀어 나와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부사장님, 하아, 으응… 츄릅, 하아… 이러면 안 돼요…”
“싫어?”
“으읏, 하아… 싫은 건, 츄읍, 하아… 아닌데, 으응!”
“그럼 괜찮잖아.”
“하아앙… 그치만, 읏, 하아… 츄르읍, 츕…”
다소 억지스러운 키스였지만… 이건 레슨을 위한 ‘연기’가 아니었다. 내가 좋아서, 나를 느끼기 위해… 나와 침을 주고받는 부사장님의 끈적한 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격렬한 키스가, 나를 미친듯이 망설이게 만들었다. 밀어내야 하는데, 도망쳐야 하는데… 그가 나를 요구한다는 사실이 내 몸을 뜨겁게 만들었다.
아아, 나 어쩌면 좋지? 혼란에 빠진 나는 부사장님의 혀를 빨아 대며, 그저 멍하니 그의 애무를 받아들였다. 이 모든 것이 ‘가짜’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그게 정말로 좋아서 나는 저항할 수 없었다.
“아아, 응… 부사장님, 하아…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에… 흐응, 하아…”
“그만둘까?”
“아, 안 돼요… 그것 안 돼애… 하아, 부사장님… 츄릅, 츗…”
“그러면 계속할게.”
“으응… 하아, 부사장니임… 하읏, 으으응!”
이번에도 멋대로 내 옷을 벗긴 그가, 본격적으로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차 시트를 뒤로 눕히더니 내 위에 올라타서는, 응큼하게 내 가슴을 주무르는 부사장님. 그가 내 젖꼭지를 꼬집을 때마다, 내 입에서 야릇한 교성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가 내 젖꼭지를 깨물 때는, 기분이 너무 좋아 허리가 휘어졌다.
“하아아아앙!”
부사장님 정말로… 음흉한 변태구나.
멈추지 않고 내 가슴을 빨아 대는 부사장님을 보자, 험한 꼴을 당할 거라던 시우 오빠의 충고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사장님이 싫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 가슴이 두근두근 날뛰었다. 불륜일지라도, 바람일지라도… 부사장님에게 사랑받을 수 있어 나는 너무 행복했다.
“후우우… 나머지는 집에 가서 할까?”
“집… 이요?”
“응, 라면 먹고 갈래?”
“……갈래요.”
망상으로만 했던 신혼 생활. 비록 몇 시간에 불과했지만… 그것을 즐길 수 있었던 나는 미소 지은 채 숙소로 돌아갔다. 옷을 벗기는 것부터 몸을 씻는 것까지, 모든 것을 함께 했던 부사장님과 나. 늦은 새벽, 숙소에 도착한 내 자궁엔 부사장님의 정액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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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한 척 연기를 하곤 있었지만, 나는 언제든지 태도를 바꿀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만약에 하렘이 벌어진다면… 주도권을 가지는 게 정말로 중요하거든. 그 사실을 몸으로 직접 체험한 나는… 이번에야말로 여자들한테 잡혀 살지 않기 위해, 확실한 대비를 해 둔 상태였다.
‘싫어?’
‘으읏, 하아… 싫은 건, 츄읍, 하아… 아닌데, 으응!’
그리고 그 효과는 굉장했다.
거칠게 나갔음에도 나를 밀어내는 대신에, 결국은 받아들인 진희. 몇 달 동안 계속된 가스라이팅으로 만들어 낸 아주 기분 좋은 성과였다. 만약 내가 계속 스윗한 척 연기를 했다면 다루기 힘들었겠지?
역시 이럴 땐 얼굴에 철판을 깔고 억지를 부리는 게 여러모로 편리했다.
‘으응… 시우 오빠, 아니지… 팀장님이 그렇게 말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진희를 숙소로 데려다 주는 길에서 다소 불편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촬영장에 따라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불같이 날뛰었다는 시우. 평소답지 않게 흥분한 모습이 불쾌해서 짜증이 났었다는데…
그 얘기를 듣자, 괜히 시우한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이제부터 그런 일들이 하나둘 씩 늘어날 텐데… 걔가 그걸 버틸 수 있을까? 이번 세계관에서는 딱히 나랑 접점이 없었던 시우라 그런지, 앞으로 고통 받을 시우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부사장님보고 상종못할 인간 말종,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라고 했어요!’
하지만… 그래봤자 시우잖아?
분명히 뭔가 하자가 있겠지. 나는 쓸데없는 걱정을 멈추곤 유키를 불러냈다. 늦은 새벽이었지만 이왕 숙소에 왔으니, 이번 기회에 내 노예를 관리할 생각이었다.
-똑똑
“……저예요. 유키예요.”
-철컥
“들어와.”
명령대로 팬티를 입는 대신 딜도를 끼우고 온 유키. 나는 활짝 웃으면서 그녀에게 질내사정을 해 주었다. 그런 다음에 정액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그녀가 가지고 온 딜도로 유키의 보지 안을 막아 주었다.
“하읏, 으읏… 씨발…”
“어허, 아직도 욕하는 거야?”
“아, 안 했어요!”
“다 들었거든? 이 상태 그대로 잔 다음에… 일어나자마자 카메라 앞에서 펠라치오 연습 해. 안 하면 어떻게 되는 지 알지?”
“……칫.”
역시 유키는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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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와의 유대 단계가 떨어진 것을 확인한 이시우. 자기가 너무 급발진했었단 것을 깨달은 그가 이번에는 가은을 불러냈다. 자기가 직접 스카우트를 한 데다가, 데뷔 전부터 꾸준히 카운셀링을 해 줬던 그녀이니, 말만 제대로 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얘기가 통할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뭐래… 저 지금 바쁘니까 다음에 얘기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건 이시우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띠링
[가은의 유대 단계가 2단계로 하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