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11 - 아이돌 메이커(49)
오랜만에 물건이 나왔다는 소식에 혹시나 하고 찾아왔는데… 물건은 개뿔, 역시나 아이돌은 아이돌이었다. 여기가 무대 위인지, 카메라 앞인지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두 사람. 가은과 시엘에게 실망한 이상덕이 감독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한테 일이 들어온 이상 최소한의 퀄리티는 보장할 수 있었지만, 화보 촬영의 기본도 모르는 두 사람을 데리고 그가 원하는 퀄리티를 뽑아낼 수는 없었다.
얼굴만 예쁘다고 다가 아닌데, 그걸 감독은 모르는 걸까?
거듭 한숨을 내쉰 이상덕이 여태껏 찍은 결과물을 살펴 보았다.
얼굴 하난 배우 뺨치는 가은과 아이돌 특유의 풋풋함이 살아 있는 시엘. 두 사람 다 카메라맨이라면 누구나 렌즈에 담고 싶어 할 미인들이었지만… 이상덕은 외모보다는 표현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 지금 저렇게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 가은처럼 말이다.
……응? 자, 잠시만…
쟤가, 그 가은이라고?
촬영에 대한 흥미가 완전히 식었던 이상덕이, 휴식을 마치고 돌아온 가은을 보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촬영 전 체크했던 그 영상처럼 치명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가은. 지금의 그녀는 그 어떤 연예인보다도 매혹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로… 말 한마디 들었다고 저렇게 바뀐 걸까?
단숨에 촬영 욕구가 치밀어 오른 그가 헐레벌떡 카메라 앞으로 달려갔다. 남자를… 아니 성별은 상관 없었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모두를 자신의 포로로 만드는 가은의 눈웃음. 그 눈웃음에 흠뻑 빠져 버린 그가 저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가은을 톱스타로 만드는 B컷 사진이 찍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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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지를 핥는 바람에 두 사람의 욕구 불만이 더 심해졌지만… 그래도 결론만 놓고 보면 대성공이었다. 완전히 발정해서는 암컷 페로몬을 뿌려 대는 은아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채 가쁜 숨을 쉬어 대는 시엘. 달라진 그녀들이 촬영장의 분위기를 바꾸자, 모든 일이 거짓말처럼 순탄하게 흘러갔다.
“말 한마디 했다고… 바뀌네요?”
적극적으로 변한 카메라맨과 감탄을 그치지 못하는 감독. 그리고 하반신을 가린 채 두 사람에게서, 특히 가은에게서 눈을 떼질 못하는 스태프들. 불신만 가득하던 현장이 모두가 일에 집중하는 프로페셔널한 현장으로 탈바꿈했고, 그 결과 얼마 지나지도 않아 화보 촬영이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이야… 역시 대단하시네요! 애들 다루는 솜씨가… 크으!”
“감독님… 저 분, 유명한 사람이에요?”
“에라이, 너는 업계 사람이 GSB 부사장도 몰라?”
“GSB? 아아… 배우 콜렉터?”
“예, 제가 그 배우 콜렉터입니다.”
“아, 아이고… 이 친구가 실력은 좋은데 예의가 없어서… 크흠. 야, 나중에 얘기해 줄 테니깐 가서 작업이나 마무리 해.”
“예, 예.”
지나칠 정도로 굽신거린다 했더니, 내 소문을 알고 있었구나. 휴식 전 그 꼬라지를 보고도 화를 안 낸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은근슬쩍 내 눈치를 봤던 걸 생각하면, 아이돌 매니저를 하는 나를 반신반의했던 거 같은데… 이제 생각이 바꼈겠지?
평판 작업도 네토리 과정 중 하나니깐, 소홀히 할 순 없었다. 여기서 좋은 반응을 얻어야 내 활동 영역도 넓어질 거 아니야. 그렇게 시트러스 일에 조금씩 개입하다 보면 시우한테서 반응이 올 테니, 이런 사소한 부분도 챙기는 게 맞았다.
“하하하. MZ하고 YOUNG해서 보기 좋은걸요, 뭘.”
“아… 하하하, 그, 그렇죠! MZ! YOUNG! 역시 뭘 아시네요!”
“하하하! 제가 좀 젊게 사는 편입니다.”
“하하하… 저기… 그런데, 부사장님.”
“네?”
“그으… 부사장님께서 여기는 어쩐 일로…”
“아, 제가 시트러스 매니저입니다.”
“네에?!”
“부사장이 매니저 일을 할 만큼, 저희가 시트러스에 진심이거든요.”
“오오… 하긴, 아이돌은 2집이 진짜 중요하니까요. 괜찮은 전략이네요. 부사장님이 옆에 있으면 수작 부릴 놈들도 없을 거고. 지금처럼 아이들 케어도 확실할 거고. 크으으, 역시 GSB답습니다. 꼼꼼하네요.”
“하하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이, 사실대로 말한 겁니다. 아하하!”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촬영 감독과 마무리 토크를 끝낸 나는 아직도 발정 중인 두 사람을 데리고 촬영 현장을 떠났다. 그러자 스태프들이 한숨을 내쉬며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그것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아쉽다고? 근데 어쩔 건데? 아쉽다고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은아랑 시엘을 상상하면서 딸치는 거 말고, 네가 뭘 할 수 있냐고?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음담패설을 나누던 놈들에게 일침을 날려 준 나는, 약속했던 포상을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그러고는… 인적이 드문 골목에 정차한 후, 주변을 살피고는 안전벨트를 풀었다.
“여기서 할 거예요?”
“응.”
“낭만이 없네요.”
“뭐?”
“……흥.”
은아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하고 싶었던 눈치지만… 커다란 밴이 덜컹거리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건 위험하잖아. 오늘처럼 배덕감 넘치는 네토리를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 자중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스캔들이 터져서 그룹이 해체라도 되면… ‘질싸 당한 채 컴백 무대에 오르는 시트러스’ 같은, 꼴리면서도 재미난 네토리는 못할 거 아니야. 그러니 그때까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만족하는 게 맞았다.
“하아… 하읏, 으응…”
그런데… 쟤는 자기가 안 들킬 줄 알고 저러는 건가?
1차전을 끝낸 나는 뒷좌석에서 몰래 자위를 하고 있는 시엘을 불렀다. 이제 슬슬 시엘도 함락을 시켜야 하니, 이번 기회에 정액 맛 좀 보여 줄 생각이었다. 펠라는 이미 몇 번 해 봤으니깐… 청소 펠라도 곧잘 하겠지? 시엘에게 자지를 맡긴 나는 은아와 진한 키스를 나누었다.
그러자 한참을 망설이던 시엘이 다가와 조심스레 내 자지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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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던 카메라맨에게 사진 한 장을 전송 받은 이시우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러 대며 길길이 날뛰었다. 오늘 있었던 화보 촬영 현장에 박진수가 아닌 부사장이 따라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였다.
시트러스의 성공을 위해서 매니저 일을 자처했다는 부사장.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소리란 말인가.
어이가 없어서 머릿속이 뜨거워진 이시우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박진수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건 앞으로 모든 일을 자기한테 보고하라는, 상급자의 강압적인 명령이었다.
[죄송합니다… 당연히 미리 얘기가 된 사항인 줄 알고…]
[그래도 나한테 확인을 받아야 할 거 아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물론… 부사장이 매니저 일을 하는 게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 거면 미리 언질이라도 해 주는 게 맞았다. 아무리 부사장이라 해도 그렇지… 담당하는 영역이 다른 데…. 이건 월권이잖아! 무시 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난 이시우가 전송 받은 사진을 바라보았다.
매혹적인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가은의 얼굴.
[너네 부사장 장난 아니던데?]
부사장의 프로듀싱을 받고 달라진 거라는 친구의 호들갑.
자기 멋대로 간섭을 한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그런 새끼가 칭찬을 받고 있으니… 욕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 없었다. 분명 시트러스는 이시우의 시트러스인데… 부사장은 그걸 망치려 들고 있었다. 말도 없이 레슨을 시작하더니, 이제는 매니저 일까지 뺏어간 부사장. 이시우는 그를 더는 간과할 수 없었다.
[진희야, 잠시 올라와 줄래?]
그래서 이시우는 본격적으로 부사장을 경계하기로 마음먹었다.
진희를 사무실로 부른 것은 그러기 위한 첫 번째 단계였다. 시트러스 멤버 중에서 자기랑 가장 친한 멤버이면서, 동시에 얼마 후에 있을 오디션을 위해… 부사장을 의지하고 있을 순진한 진희. 우선은 그 진희를 지켜야 했다. 그녀가 부사장을 의존하는 일이 없도록, 진희가 그를 혐오하게끔 만들어야 했다.
“……네에? 부, 부사장님이… 촬영 현장에 따라갔다고요?”
“그래… 뻔하지, 뭐. 은아랑 시엘을 하루 온종일 구경할 생각이었을걸?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거든. 여자 다리나 훔쳐보는 변태. 맞아, 그런 쓰레기가 1년만에 사람이 바뀌었을 리가 없지. 그러니 진희야… 너도 조심해. 그 새끼가 레슨 실력은 있을지 몰라도 속으로는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을 변태거든. 잘못했다간 그 새끼한테 험한 꼴을 당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이시우의 악수였다.
지금의 진희는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부사장을 의지하고 있었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응?”
“부사장님보고 새끼라뇨, 변태라뇨, 오빠 그렇게 저질스러운 사람이었어요?”
그러니 그런 진희 앞에서 부사장 욕을 하는 건, 오히려 자기 호감도를 깎아내리는 커다란 실책이었다. 거기다 자기 몰래 가은 옆에 있다는 소식에, 진희는 화가 난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그녀의 성질을 건들였으니… 이시우가 역으로 공격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진희 너를 걱정하는 마음에…”
“실망이에요. 부사장님은 오빠가, 아니 팀장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몇 배는… 몇십 배는 더 좋은 사람이에요.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고 내면을 보세요.”
“지, 진희야?!”
“그럼 먼저 가 볼게요.”
-띠링
[유진희의 유대 단계가 2단계로 하락했습니다.]
“아아… 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