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06 - 아이돌 메이커(44)
실력도 없으면서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사장 자리에 오른 사람. 하는 일이라고는 여자 연예인들의 가슴이나 다리를 훔쳐보는 게 전부인 변태. 음흉하고 더러운 돼지. 생긴 것처럼 역겨운 인간.
그것이 내가 전해 들은 부사장의 본모습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부사장은 그런 사람이었다.
시트러스가 결성됐을 때, 음란한 눈빛으로 우리들의 몸매를 감상했었지… 그것을 생각하면 부사장은 쓰레기가 맞았다. 그날, 당당하게 우리를 시간했던 그를 떠올리면, 부사장은 상종하지 못할 메스꺼운 존재였다.
‘요즘 부사장님 좀 바뀌지 않았어?’
‘그치? 사장님한테 한소리 들었나 봐.’
‘아니… 성격도 성격인데, 대본 보는 눈이 장난 아니라던데?’
‘아아, 그거 나도 들었어! 완전 프로 수준이래!’
하지만 지난 일 년 동안, 그에 대한 소문이 180도 바뀌었다.
괜히 부사장이 된 것이 아니라며 그를 칭찬하기 시작한 1팀의 배우들. 당연히 헛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소문은 멈추지 않았고, 실제로 유명 배우들이 GSB로 넘어오면서 그 소문은 곧 진실이 되었다.
‘너, 부사장님이랑 소연 선배랑 리딩하는 거 봤어?’
‘으응… 그거 보고 자괴감 들었잖아. 두 사람 다 연기 수준이… 우으으…’
‘우진 선배도 부사장님 보고 이적했다던데, 그게 진짠가 봐.’
그러나, 나는 그 진실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소문은 어디까지나 소문이잖아. 부사장이라는 자리를 이용해서 억지로 만들어 낸 소문일 수도 있는데,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바보나 할 짓이었다. 그래서 나는 네토리를 위해 부사장을 조사할 때도 끊임없이 그를 의심했었다.
[부사장님요? 음… 상당히 어리석은 사람이랄까요? 우유부단하면서도 이기적이고, 생각이 깊어 보이지만 욕심쟁이고… 후후, 딱히 좋은 말은 못하겠네요.]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부사장은 자기의 직속 제자인 한지영한테도 신뢰 받지 못하는 무능한 인간이었다. 운 좋게 연기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듯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어 보면, 부사장은 여전히 쓰레기 같은 짓을 반복하는 역겨운 인간이었다.
“응? 이런 걸 보여 주면… 내가 당신을 협박할 수밖에 없잖아.”
그래서 나는 부사장의 약점을 손에 쥐고 그를 흔들었다.
인맥으로 지위를 얻고, 그 지위를 이용하여 패악질을 부리는 추잡한 쓰레기라면… 자기 지위가 그 무엇보다 소중할 거 아니야. 그러니 이 영상을 가지고 협박한다면… 진희 언니가 사랑하는 저 남자를, ‘부사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울고불고 떼를 쓸 저 남자를, 내 장난감으로 만들 수 있었다.
“뭐야 당신… 지금 나 무시해?”
그런데… 왜 저렇게 평온한 거지?
계획대로라면 지금 당장 내게 굴복해야 하는데… 부사장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천천히 걸어가 방문을 잠갔다. 그러고는 함정에 빠진 먹이를 바라보듯이 침을 뚝뚝 흘리며 내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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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디 한번 협박해 봐.”
“……하아?”
“협박해 보라고. 자신 있으니깐 아침부터 달려와서 이 지랄인 거 아냐.”
“…이거 안 보여?”
“진희랑 섹스 중인 거?”
“그, 그래! 이거 공개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어떻게 되는데?”
“……어?”
“어떻게 되냐고. 말해 봐. 도대체 어떻게 되는데?”
딱딱한 목소리로 유키에게 되묻는 부사장. 그에 당황한 유키가 식은땀을 흘렸다. 분명 일 년 전의 부사장은 다리나 훔쳐보던 변태 쓰레기였는데… 지금의 부사장은 사람 하나 쯤은 손쉽게 죽일 것만 같은 야쿠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몰라서 물어? 대형 스캔들이야! 진희 언니는 반강제로 은퇴할 거고, 시트러스는 해체될 거야. 그리고 그걸 유발한 당신은… 중징계를 당할 거야. 소속사 부사장이 소속사 아이돌이랑 섹스를 했으니… 업계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당신이 그 나이 먹을 때까지 이루어 놓았던 모든 것이 무너질 거야!”
그러나 유키는 기죽지 않았다. 부사장의 태도와 상관없이 그녀에겐 확실한 무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무기가 있는 한, 부사장은 절대로 그녀를 이길 수 없었다.
“오오, 대단한 추측이네. 그런데 그게 끝이야?”
“하아?”
“협박한다고 했으니 나한테 요구하는 게 있을 거 아냐.”
“……そうね(그렇네). 내가 요구하는 건 딱 한 가지야.”
“그게 뭔데?”
“노예.”
“…뭐어?”
“앞으로 노예처럼…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
“그게 네 요구사항이야?”
“そう(그래). 충실한 노예 하나가 필요했거든.”
그렇기에 유키는 자신 있게 부사장을 몰아붙였다. 조금이라도 자신을 건드린다면, 자기가 아는 기자에게 영상을 뿌릴 거란 말을 덧붙인 유키. 여유를 되찾은 그녀가 부사장의 얼굴을 노려보면서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가볍게 한숨을 내신 부사장이 유키와 시선을 맞추었다.
“유키, 너는 이 업계를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어. 그거 하나 뿌린다고 내가 연예계에서 쫓겨날 거 같아? 강간이라도 했다면 몰라, 이건 화간이잖아. 그렇다면 유리한 건 내 쪽이야.”
“……뭐라고?”
“이게 공개된다 해도 나한테 들어오는 타격은 적어. 강제로 한 것도 아니고… 서로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는 남녀가 애정행각을 펼친 거잖아? 그러니 윤리적으로도, 법적으로도 크게 문제될 건 없어.”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내 말 안 끝났어. 끝까지 들어.”
“읏…”
소름끼칠 정도로 무섭게 얼굴을 굳히곤 유키를 노려보는 부사장. 생전 처음 겪어 보는 어른의 정색에, 유키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두려움에 떠는 대신에, 질 수 없다는 듯이 부사장을 쳐다보았다. 부사장이 어떤 말을 하든 간에 그녀의 손에 영상이 있는 한 승자는 그녀였다.
“반면에 넌 달라. 밀회를 도촬하고 그걸 또 유포한다, 이건 범죄자나 할 짓이잖아. 그러니… 너는 용서받을 수 없을 거야. 너 때문에 시트러스가 해체됐으니 팬들은 너를 욕할 거고, 너 때문에 그룹이 망했으니 회사는 너를 고소할 거야.”
“……하아아?”
“고소만 할 거 같아? 당연히 손해배상도 청구할 거야. 유키, 너를 아이돌로 만들기 위해 투자했던 돈을 돌려 받을 거고, 그 이상으로 너 때문에 잃게 된 기회 비용도 받아 낼 거야. 돈으로 따지면 몇 억… 아니 십 몇 억쯤 될걸? 그러니 너는 그 순간 빚쟁이가 될 거야. 재기 불가능한 빚쟁이가 말야.”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영상은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의 미래를 예언한 부사장. 불쾌한 얘기를 들은 유키가 그의 주장을 부정하려고 했으나… 들으면 들을수록 그에게 설득되어 갔다. 아직 정산도 되지 않았는데 계약이 파기된다면… 그리고 그 원인이 그녀라면… 정말로 회사가 그녀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었다.
“冗談でしょ(농담이지)?”
“농담같아? 그러면 뿌려 보든가.”
“そんな(그런)…”
약점을 잡았다는 생각에 너무 신을 낸 걸까? 어리숙한 인간이라는 한지영의 말에 방심을 한 걸까? 유키는 부사장을 지나칠 정도로 무시했고, 그 무시는 독이 되어 그녀를 위기에 빠뜨렸다. 협박하는 것만으로도 벌벌 떨 거라고 생각했던 부사장은 침착했고, 역으로 압박을 당하는 쪽은 바로 유키, 그녀였다.
“왜 그래? 못 뿌리겠어?”
“오, 오지 마!”
“좋아, 그러면 서비스야. 네가 뿌릴 수 있게 내가 강간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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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가, 강간? …レイプ? 순간 이해가 안 된 내가 그의 말을 되짚고 있자… 음흉하게 미소 지은 그가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에 깜짝 놀란 내가 그제서야 도망치려고 했지만… 방문이 잠겨 있는 이 곳에서 내가 도망칠 곳은 없었다.
“오, 오지마아! 오면 소리 지를 거야!”
“하하하. 그래, 소리 질러 봐.”
“못할 줄 알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살려 주세요오오오!”
“푸하하하, 방음벽을 뚫으면 내가 인정해 줄게.”
“う, うそ(거, 거짓말)…”
더군다나 겁을 먹어서 그런지… 다, 다리가 움직이질 않았다. 아무리 안간힘을 써 봐도 나는 이 소파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부, 부사장의 접근을 허락해야만 했다.
“싸가지가 좀 없어서 그렇지, 예쁘긴 참 예쁘단 말야.”
“こ, この手を離して(이, 이 손 치워)!”
“그렇게 싫으면 저항하면 되잖아. 왜? 너무 무서워서 손이 안 움직여?”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엔 손까지 움직이질 않았다. 그래서 나는… 으윽, 부사장이 내 얼굴을 건드리는 걸 지켜만 봐야 했다. 그리고 부사장이… 우으으, 내 옷을 벗기는 것 역시… 우욱, 허락해야만 했다.
“브라 예쁘네. 나한테 보여 주려고 입은 거야?”
“씨발 새끼! 개 좆같은 놈! 죽어 이 개새끼야!”
“오우… 외국인은 욕부터 배운다더니, 진짠가 봐?”
“죽어! 죽으라고! 이 개같은 쓰레기 새끼야아!”
“근데 일본인이라 그런가? 뭔가 욕하는 것도 귀엽네.”
“내가, 내가 잘못했어요… 그,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응? 아아… 별 거 아니야. 나도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노예 하나 만들려고.”
“…何, 何て(뭐라고)?”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몸. 그것을 깨달은 내가 그에게서 도망치려고 발버둥쳤지만… 건장한 성인 남성을 이길 수는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나를 제압한 부사장이 어디선가 밧줄을 꺼내더니… 나를 소파에 엎드리게 하고는 내 양팔을 구속했다.
“유키, 네가 나한테 강간당하는 영상이 유출되면 누가 더 손해를 볼까? 응? 당연히 너겠지? 여자가, 그것도 아이돌이 강간당하는 영상이 유출되는 건데… 전국민이, 아니, 전 세계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든 찾아서 볼 거 아냐.”
“제, 제발…”
“그러니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알지?”
그런 다음 촬영용 카메라를 세 개 꺼내더니… 하나는 내 얼굴이 보이게, 다른 하난 내 전신이 보이게,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나를 직접 찍을 수 있게 세팅을 마쳤다.
“제발 부탁이야… 이, 이러지 마! 이러지 마아아아!”
“어허, 움직이지 마. 괜히 그러다 다쳐.”
“씨발… 씨바아아알!”
“거 참. 움직이지 말래도? 어디 보자… 뭐야? 위아래가 다르잖아.”
“死ね(죽어)! 死ねえええ(죽어어어)!”
“그래도 뭐… 이것도 귀여우니깐 나쁘지 않네. 자아, 그럼 시작해 볼까?”
“싫어어어어어어어어!”
띠링, 하는 효과음과 함께 시작된 녹화. 그리고 내 팬티를 벗기는 부사장의 더러운 손길. 소파 위에 엎드려 입술을 깨문 난… 얼마 안 가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내가 뭐라고 반항하기도 전에… 부사장에 의해서 나는 내 처음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