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405화 (405/428)

Chapter 405 - 아이돌 메이커(43)

“어머, 그래? 그러면 시엘 너도 같이 레슨 받고 있는 거야?

“으, 으응…”

“잘 됐다… 축하해, 시엘!”

“고… 고마워.”

“그런데, 어디 아파? 안색이 안 좋은데…”

“으응? 아, 아니야! 잠을 잘 못 자서… 아하하…”

시엘이 은아와 함께 레슨을 받는 것은, 내게는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었다. 아무리 은아라 해도 시엘이 바로 옆에 있는데, 아이돌답지 않은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을 거 아냐. 물론 은아가 그런 짓을 한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아무튼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은아를 억제할 수 있으니… 나로서는 정말로 환영할 일이었다.

그러면 이제 안심하고 부사장님이랑 섹스해도 되겠지?

최근 들어, 부사장님과 나는 다양한 컨셉을 잡고 섹스를 즐기는 중… 이, 아니라! 다양한 컨셉을 잡고 레슨을 하는 중이었다. 오디션만 생각한다면 순애 섹스로도 충분했지만… 배우 일을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잖아?

그래서 나는 배우가 된 내 미래를 위해 여러가지 경험을 쌓는 중이었다.

부사장님한테 강간을 당하는 비운의 여주인공부터, 우연히 만난 부사장님과 하룻밤을 보내는 값싼 여자에 이어, 역으로 내가 부사장님을 덮치는 걸크러쉬 캐릭터까지… 후후후, 덕분에 이제는 부사장님의 사정 타이밍을 알게 되어… 그에 맞춰 보지를 조일 수 있게 되었다.

……가, 아니라… 아, 아무튼! 그만큼 성숙해져서 연기에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오디션 합격에 한 발 더 다가간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제 남은 것은 컨디션 관리와 뮤직 비디오 촬영을 위한 간단한 연습 정도. 그렇기에 나는 아무 걱정 없이 부사장님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서 나를 귀찮게하는 시우 오빠만 없으면 말이다.

“진희야, 잠시 괜찮아?”

오늘도 내게 말을 거는 시우 오빠.

“……네, 괜찮아요.”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정말로 의지가 되었던 사람인데… 언젠가부터 아무 생각도 안 들더니, 최근에는 무관심을 넘어 비호감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프로듀서고, 또 내 은인이라 이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틈이 날 때마다 다가와서 이상할 정도로 참견하려는 모습 때문에, 그러기 싫어도 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PD님 취향을 알아 왔거든? 이거 참고해서 연기하는 게 좋을 거야. 아, 참… 그리고 들어 보니깐 주연은 이미 캐스팅이 된 상태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그런 거 몰라도 합격할 수 있는데… 대체 왜 저러는 걸까?

내 실력을 믿지 못하는지 자꾸 꼼수를 알려주는 시우 오빠.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뮤직 비디오 주연 자리를 줄 때만 해도 내 연기력을 믿는다고 하지 않았나? 그게 거짓말이라는 것처럼 시우 오빠는 걱정이 많았다.

“그리고, 또… 부사장님을 무조건 맹신할 수는 없는게, 부사장님만 믿다가 오디션에서 떨어진 애들도 많거든? 이게 그 목록인데…”

게다가 저 뒷담… 진짜 왜 그러는 건데?

고마워해도 모자랄 부사장님인데, 자꾸만 뒤에서 욕을 하고 있으니… 시우 오빠가 비호감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기가 챙겨 주지 못하는 부분을 부사장님이 억지로 시간 내서 도와주는 건데… 에휴, 그것도 모르다니… 너무너무 별로였다.

“……네, 알겠어요.”

“아, 그리고… 혹시 유키한테 무슨 일 있었어?”

“네?”

“아니, 그게… 유키가 조금 힘들어 보여서 말야.”

“으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갑자기 유키 얘기는 또 왜 꺼내는 거야? 오늘만 해도 멀쩡하게 레슨 받은 앤데… 혹시 이번에는 유키한테 가서 뒷담을 하려는 걸까? 의심이 된 나는 적당히 눈치를 보며 시우 오빠를 돌려 보냈다.

정말이지… 부사장님이랑 섹스할 생각에 기분이 좋았었는데…

하아, 누구 하나 때문에 짜증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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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고생해서 얻어 온 정보를 알려 줬는데도… 유진희의 반응은 의외로 평범했다. 딱히 오디션에 진심이 아닌 걸까? 그녀의 웃는 얼굴을 기대했던 이시우가 섭섭함과 아쉬움을 느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오늘도 냉담했던 유진희의 태도. 몇 달 전만해도 그를 믿고 따랐던 그녀가… 언젠가부터 굉장히 차가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시우는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

배우 담당인 주제에 자꾸만 선을 넘고 있는 부사장.

그가 시키지도 않은 레슨을 시작한 게 문제였다.

자기보다 부사장을 더 의지하고 있는 유진희. 이건 이시우가 원했던 미래가 아니었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일 테지만, 이시우는 이 상황이 굉장히 불쾌했다. 그래서 이시우는 그의 흠을 알아내고자 곧바로 자신의 아군을 찾아갔다.

“응? 은아요? 그야 레슨 받으러 갔죠.”

“…뭐어? 벌써?”

“네, 레슨 받는 사람이 늘어서 레슨 시간도 늘렸대요.”

“응? 레슨 받는 사람?”

“아, 시엘도 받기로 했거든요… 응? 혹시 몰랐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아군은 이미 부사장에게 넘어가 있었다. 자기에게는 말도 없이 레슨 시간을 늘린 가은. 그리고 자기에게는 말도 없이 레슨을 시작한 시엘. 당황한 이시우가 표정을 찡그리며 혼자 남은 은하를 바라보았다.

“아, 아아… 들었던 거 같기도 해. 그런데… 혹시 유키도 같이 받는대?”

“아뇨, 그런 얘기는 못 들었어요.”

“그렇구나… 으, 은하 너는 어때? 너도 받을 생각이야?”

“저요? 딱히… 애초에 뭘 배우는지도 몰라요.”

“그래… 그게 맞지. 응, 그게 맞아.”

“네?”

“아, 아무것도 아냐. 그것보다 은하야, 유키 못 봤어?”

“글쎄요, 누구 만나러 간다던데… 금방 돌아올 거예요.”

“그래, 고맙다.”

유키의 고민도 해결해야 하는데… 부사장 때문에 신경 쓸 게 많았다. 유키도 챙기면서 부사장이 더는 선을 넘지 않도록 경고까지 해야 하는 상황. 이시우가 한숨을 내쉰 다음 사무실로 돌아갔다. ‘이시우의 시트러스’여야 하는데… 무언가 조금씩 비틀리기 시작했다.

그 사실에 더부룩함을 느낀 이시우가 위장약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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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엘 쨩을 믿은 게 내 실수였을까? 구경만 한다더니 레슨까지 받기 시작했으면서… 어떤 레슨이냐고 묻는 내 질문에는 끝까지 말을 돌렸다. 얼굴이 붉어진 걸 보면 분명 숨기는 게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덕분에 완전히 바보가 된 나.

멍청한 시엘 쨩한테 속다니… 오랜만에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그 덕에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진희 언니가 받는 레슨 역시 평범한 레슨이 아닐 거라는 것.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그 즉시 언니를 미행했다. 멍청한 시엘 쨩한테 시킬 바엔 내가 직접 알아내는 게 더 현명했다.

“어머, 그쪽도 그 안이 궁금하나 보네요?”

하지만… 사람들이 오고 가는 이 건물에서, 남들 몰래 레슨실 안을 훔쳐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에에엣? 저요?”

“그래요, 유키 씨. 당신 말이에요.”

조심을 했음에도… 어떻게 알았는지 자기 역시 불만이 많다며 내게 접근한 한지영. 그녀가 내 앞에서 뻔뻔한 얼굴로 진희 언니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말 다했죠, 뭐. 아이돌이라고 무시할 생각은 없는데, 그래도 선은 지켜야 할 거 아니에요. 아직 배우도 아니면서 자기 혼자 부사장님을 독점하는 게 떳떳한 행동은 아니잖아요.”

“헤에에… 그런가요?”

진희 언니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치 언니가 주제도 모르는 못난 여자인 것처럼 뒷담을 하는 그녀. 그 어이없는 모습에 화가 났지만… 그래도 한지영은 도움이 되는 여자였다.

“그러니 우리, 약점을 잡죠.”

“……약점이요?”

“아무리 유진희 걔가 연기를 잘한다고 해도, 부사장님이 이렇게 매일같이 레슨을 해 주는 건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에에엣, 그런가?”

“그래서 이건 어디까지나 제 추측인데… 유진희가 의심스러워요.”

“진희 언니가요?”

“네. 확실해요. 그러니… 우리 확인해 봐요.”

자기가 부사장을 유도할 테니, 그 사이에 몰래 스마트폰을 숨겨 놓으라는 발칙한 한지영의 제안. 그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나는 그래도 될까요… 라며 연기를 한 다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훗, 그러면 내일 봐요, 우리.”

그리고 다음날, 계획대로 레슨실 안을 도촬한 나는…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연기 레슨, 이란 것을 핑계로 섹스를 시작한 부사장과 진희 언니.

[헤헤, 오늘은 이 대본으로 해 주세요.]

[이건… 너무 외설적이라서 비판 받은 작품인데 괜찮겠어?]

[네. 이렇게 열정적으로 섹스하는 여자도 연기해 보고 싶어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은… 세후레, 즉 섹스 프랜드였다. 아니, 부사장과 달리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있는 언니를 보면, 진희 언니는 부사장을 사랑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건 하나의 거대한 스캔들이었다.

[하아, 아아아앙! 좋아, 하아… 오늘도 안에 싸 주세요오… 으읏, 하아앙!]

“손나…”

가슴 속에 차오르는 거대한 배신감.

진희 언니는 시트러스보다 저 남자의 더러운 ‘그것’을 더 애정하고 있었다. 그러니 아이돌로서 언니를 이겨봤자… 이젠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금의 언니에게 시트러스는 바닥에 떨어진 남자의 정액보다 하찮은 무언가였다.

[츄르읍… 하아, 하아아… 이렇게 핥는 거 어때요?]

하지만 그렇다고 네토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언니가 사랑하는 부사장, 저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우욱, 상상만 해도 역겨운 일이지만, 그래도 ‘미안한데 언니… 부사장님이랑 나, 사귀기로 했어’ 라는 내 말에 절망할 언니를 생각하면… 하아, 하지 못할 짓은 아니었다.

‘유, 유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부사장님이랑 사귄다니… 무, 무슨 소리냐고!’

내 양팔을 붙잡고 발악할 진희 언니를 위해서라면… 후후, 저 남자를 소유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미안해… 그렇게 됐어.’

‘그러니까… 그렇게 됐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오! 유키이이이!’

분명 과정이 최악인만큼, 결과는 최고겠지.

결심을 내린 나는 도촬한 영상을 정성스레 편집했다. 그런 다음 한지영에겐 별 일 없었다며 답장해 준 후에… 날이 밝자마자 스마트폰을 들고 부사장을 찾아갔다.

기획사 부사장이라는 것은, 그만큼 책임질 게 많다는 소리잖아. 따라서 이 영상을 가지고 협박하면… 챙겨야 할 게 넘쳐나는 부사장은 내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시트러스의 성공을 그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 바로 부사장이고 했으니… 부사장은 앞으로 내 말을 무조건 따라야만 했다.

네토리도 하고, 장난감도 하나 만들고… 후후, 너무 좋은데?

한지영 덕분에 모든 일이 쉽게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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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이 덕분에 모든 일이 쉽게 풀렸다.

유키도 레슨 내용을 궁금해 한다는 시엘의 말을 듣고 함정을 판 것이 정답이었다. 계획대로 도촬을 한 다음에 나를 찾아온 유키. 자, 그럼 이제 지금부터가 문제인데… 과연 유키는 내 약점을 가지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는 어리숙한 멍청이를 연기하며 유키의 말을 기다렸다.

“후후후, 바카! 회사에서 이런 미친 짓을 하면 어떻게 해요.”

“……이, 이건?!”

“덕분에 내가 협박하게 됐잖아요. 응?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유키?! 아니, 그게…”

“응? 이런 걸 보여 주면… 내가 당신을 협박할 수밖에 없잖아.”

그런데… 뭐야, 얘 하라구로였어? 당연히 순수하고 순진한 아이일 줄 알았는데… 그녀의 본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 약점을 알게 된 유키가 딱딱하게 얼굴을 굳히고선, 반말로 나를 협박했다.

“뭐야 당신… 지금 나 무시해?”

덕분에 오랜만에 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맨날 스윗한 척 연기한다고 지쳤었는데… 간만에 날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싸가지없는 년이니깐, 조금은 거칠게 해도 되겠지? 대답 대신 방문을 잠근 나는 활짝 웃으며 유키를 바라보았다.

“뭐, 뭐냐고! 이거 안 보여? 이거 공개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당황해하고 있는 유키가 정말로 맛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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