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02 - 아이돌 메이커(40)
내가 지금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은아 언니와 부사장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 저렇게 아름답고 섹시한 언니가… 저, 저렇게 못생기고 늙은 아저씨랑 사귄다니, 미친 소리잖아!
은아 언니를 동경하는 나로서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를 악물고 언니의 말을 부정했다.
“몰래 카메라지?!”
“응?”
“모, 몰래 카메라잖아! 아, 아하하… 깜짝 놀랐네. 뭐야, 진짠 줄 알았잖아.”
“뭐?”
“어, 언니도 참! 들켰으니깐 이제 그만해. 부, 부사장님 싫어하시겠다… 이제 그만하고 숙소로 돌아가자… 으응?”
“뭐래. 몰래 카메라 아니야.”
“맞아!”
“아니라니깐?”
“마, 맞잖아! 응? 몰래 카메라잖아! 제발 몰래 카메라라고 해 줘어!”
“진짜래도. 자, 증거.”
- 쪼옥!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아무렇지 않게 부사장님한테 다가가 그와 입을 맞추는 은아 언니. 내가 동경하는 사람이… 자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자와 뽀뽀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내 볼을 꼬집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꿈에서 깨어날 수 없었다.
몰래 카메라도 아니고, 악몽도 아니라면…
…지금 이게 현실이라는 소리야?
절망에 빠진 난 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향해 소리 질렀다.
“아, 악마야 물러가라! 악마야 물러가라! 사랑하는 주님, 부디 저를 용서해 주세요. 존경하는 부처님, 부디 저를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또, 그리고 또… 아아, 또 누구있지? 아, 아무튼 제가 잘못했어요. 부디 저를 용서해 주세요!”
“……은아야, 쟤 원래 저런 애였어?”
“그러게요.”
하지만 내 기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몰래 카메라도 아니고, 악몽도 아니고, 나를 시험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온 악마도 아니라면… 눈앞의 두 사람은 내가 알고 있던 은아 언니와 부사장님이 맞았다. 따라서… 인정하기는 죽어도 싫었지만 지금 내 앞에서, 으으… 쪽쪽거리며 뽀뽀를 하고 있는 저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라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언니… 협박이라도 당한 거야?”
“엑. 협박?”
“그치만… 언니 같은 여자가 왜 부사장님이랑 사겨? 응? 말이 안 되잖아! 언니는… 저 남자보다 훨씬 더 좋은 남자랑 만날 수 있잖아! 응? 그렇잖아!”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만약 언니 의지와 상관 없이, 강제로 사귀게 된 거라면… 나,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니를 구할 생각이었다. 힘들지는 몰라도… 은아 언니 같은 여자는 무조건 행복해져야 한단 말야. 동경하는 언니를 위해서라면 난 용기를 낼 자신이 있었다.
“흠, 그런가?”
“…으, 은아야?”
“자, 부사장님. 매력 어필 시간이에요.”
“뭐?”
“부사장님의 장점을 보여 주세요.”
“갑자기?”
“아, 팬티 벗을 거면 허락 받고 벗으세요.”
“패, 팬티는 왜?”
“응? 그야 자지 크기도 매력 포인트잖아요.”
“아니, 너 진짜…”
“농담이고… 으응, 섹스라도 보여 줘야 하나? 섹스를 잘하는 것도 장점인데... 하아, 얼굴이 못생겨서 증명하는 것도 어렵네요.”
그러나, 아하하… 두 사람이 꽁냥거리는 것을 보면 억지로 사귀는 것도 아니었다. 서로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지는 연인 간의 대화. 부사장님을 올려다보고 있는 은아 언니는, 와아… 질투날 정도로 행복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저것 좀 봐.
수줍은 듯이 얼굴을 붉히고는, 부사장님 품에 안겨서… 어어? 부사장님의 쇄골을 핥기 시작한 은아 언니. 그에 당황한 부사장님이 꼼짝도 못하자… 어, 언니의 부드러운 혀가 목젖을 타고 올라가, 부사장님의 얼굴을 적시더니… 하아읏, 마침내 입 안으로 들어가… 으읏, 질척한 소리를 내며… 하으읏, 디, 딥 키스를…
“대신에 키스로, 츄읍, 츄릅… 흐응, 증명하죠, 우리?”
“……응.”
“뭐해요, 츄으읍… 흐읏, 손도 움직이세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치 자기 여자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은아 언니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한 부사장님과, 질 수 없다는 듯이 부사장님의…… 뭐, 뭐어어어?! 부, 부사장님의 팬티 속으로 손을 넣은 은아 언니… 마, 말도 안 돼. 어느새 둘 만의 세상에 빠진 커플을 바라보면서 나는 조용히 침을 삼켰다.
***
“봤지? 부사장님 좋은 사람이야. 못생긴데다가 눈치도 없긴 한데… 키스도 잘하고, 섹스도 잘하고, 장점도 많아.”
“은아야… 좀 더 그럴듯한 장점은 없어?”
“?”
“성격이 좋다든가… 뭐, 그런 거 말야.”
“푸흡.”
“으, 은아야?!”
“저렇게 귀여운 것도 장점이야.”
뭐가 귀엽다는 건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어, 언니가 귀엽다면 그런 거겠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친한 동생으로서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
우으으, 하기 싫지만 해야겠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언니의 사랑을 응원하는 것뿐이었다.
“아, 알겠어, 알겠으니깐… 키스 좀 그만하면 안 돼?”
“흐응… 하아, 들었죠?”
“아니, 야. 네가 억지로 하는 중이잖아.”
“뭐래. 부사장님이 피하면 되잖아요.”
“그것도 맞긴 한데…”
“제발 좀 그만 하라구우우!”
빠져도 제대로 빠졌구나. 원래 못생긴 사람한테 빠지는 게 제일 위험한 거라던데… 언니를 보니 그 말 그대로였다. 무뚝뚝한 언니가 저렇게까지 애교를 부리는 걸 보면… 하아, 말린다고 말려질 사랑이 아니었다.
“그런데… 시엘아, 여기는 왜 왔어?”
“네에? 아, 그, 그게…”
“그러게, 나 찾으러 온 거야?”
“사, 사실은…”
아차, 그러고 보니 여길 온 이유가 있었지.
잠시 동안 고민을 한 나는 두 사람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다. 부사장님의 레슨이… 대체 무엇을 가르치는 레슨인지 궁금하다는 내 순수한 의문. 그것을 들은 은아 언니가 당당히 대답해 주었다.
“섹스 호르몬.”
“……으응?! 세, 섹스 호르몬?!”
“진희 언니랑 하는 레슨은 평범한 연기 레슨이고, 나랑 하는 건… 섹스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특별한 레슨이야.”
“은아야… 섹스 호르몬이 아니라 성 호르몬이야.”
“성이 영어로 섹스예요.”
“……그렇네?”
“바보.”
“자, 자자자, 잠깐만! 사귀는 건 장난 수준이었잖아! 그럼 이때까지 부사장님한테… 벼, 변태 같은 레슨을 받은 거였어?!”
단순한 성추행이나 성희롱보다 더 심각한 이야기. 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된 나는 부사장님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사귀는 것은 용납할 수 있었지만, 은아 언니한테 음흉한 짓을 했다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시엘. 선 넘지 마.”
“…..언니?”
“사전에 합의한 레슨이고, 실제로 효과도 본 레슨이야.”
“그, 그치만.”
“하아… 얘들아, 얘기는 나중에 하자. 너무 늦었어. 은아는 씻고 오고, 시엘이는…”
“제가 챙길게요.”
“그렇게 할래?”
“따라와. 씻으면서 얘기해 줄게.”
“어, 언니?”
물론 용서할 수 없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지만… 그런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언니가 나를 나무랐고, 언니에게 혼난 나는 어버버거리다가… 어, 언니랑… 아으으… 같은 샤워실에 들어오게 되었다.
여, 여자가 봐도 매혹적인 예쁜 모양의 가슴과, 너무나도 부드러워 보이는 잘록한 허리. 아름답게 라인을 타고 내려오는 허벅지와, 무척 탐스러워 보이는 언니의 어, 엉덩이. 동경하는 은아 언니의 알몸을 감상한 나는…
하아아… 얼굴을 붉힌 채, 그저 언니의 눈치를 살폈다.
그, 그런데… 씻고 있는 언니의 허벅지를 타고… 처, 처음 보지만 뭔지 알 것 같은 반투명한 액체가 흘러내렸다. 저, 저건… 그, 그렇다면…
“아, 이거? 정액이야.”
“언니!”
“시끄러워. 왜 소리를 높여.”
“부, 부사장님이랑 한 거야?”
“섹스?”
“…그, 그래 그거!”
“응.”
“언니!”
“시끄럽대도.”
“그, 그치만… 무, 물론 성인이긴 하지만… 그, 그래도…”
“피임약 먹었으니깐 걱정 마.”
“그 뜻이 아니라… 자, 잠깐만! 피임약?! 그럼 노, 노…”
“응. 노콘으로 했어. 그래서 이렇게 흘러나왔잖아.”
“어, 언니!”
“시끄럽다니깐.”
“그, 그치만… 무, 물론 연인이긴 하지만… 그, 그래도…”
부사장님이 발가벗고 있었기에 혹시나 했는데… 우으으으,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언니는 이미 부사장님과, 그, 그렇고 그런 걸 하는 사이였다. 은아 언니는 당연히 순결한 여자일 줄 알았는데… 우으으,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왜? 레슨도 하고, 남친이랑 기분도 좋아지고 일석이조잖아.”
“레스은?!”
“응, 아까도. 말했잖아. 섹스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특별한 레슨을 받는다고. 근데 이 섹스 호르몬이란 게 섹스를 할 때 제일 효과적이거든? 그래서 레슨 겸 부사장님이랑 즐길 겸 섹스를 하는 거야.”
“아니, 지금, 무슨…”
“아아, 처음부터 설명해 줘야 하나? 으음… 섹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섹스 어필이 가능해지거든? 그렇게 되면 허리가… 아아, 아니다. 반대였나? 허리를 돌려서 섹스 어필을 하는 거였나?”
“언니…”
“안 되겠다. 시엘, 내일 구경 올래?”
“……구, 구경?!”
“설명 대신 몸으로 직접 보여 줄게.”
그러니까… 어, 언니가 부사장님이랑 섹스하는 걸 보러 오라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언니의 미친 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잘 안 됐지만… 어, 어디까지나 어떤 레슨인지 조사하기 위해서이니 나로서는 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