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399화 (399/428)

Chapter 399 - 아이돌 메이커(37)

오늘도 부사장님과… 헤헤, 섹스를 하기 위해 싱글벙글 웃으며 레슨실로 왔는데… 부사장님도, 요즘 따라 귀찮아진 은아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분명 레슨 시간을 맞춰서 온 건데도 부사장님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혹시 급한 일이라도 생기신 걸까?

하는 수 없이 소파에 앉아 멀뚱멀뚱 부사장님을 기다리고 있자… 어, 어라? 굉장히 수상해 보이고 어지러워 보이는, 레슨실 꼴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주름 투성이가 된 소파와 축축히 젖어 있는 수건. 황급히 뿌린 티가 나는 탈취제 냄새와 그 위를 덮은 은은한 향수 냄새.

“서, 설마…”

기시감이 드는 분위기를 인지하자, 한 가지 불쾌한 의심이 피어올랐다.

부사장님과 은아가… 방금 여기서 ‘그렇고 그런 짓’을 했을 거라는 기분 나쁜 상상.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지금의 레슨실이 어젯밤 부사장님과 내가 섹스하고 난 후의 레슨실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걸 보면…

안타깝게도 마냥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부사장님…”

그러고 보면, 뭔가 수상하기는 했었지.

은아 몸에 배어 있던 부사장님의 향수 냄새. 평범한 레슨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은아가 말했던, ‘아이돌로서의 마음가짐을 가르쳐 주는 레슨’이란 건… 당연히 발칙한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았다.

“은아야…”

하라는 레슨은 안 하고 꽁냥… 아니, 질척거렸을 게 분명한 상황. 공과 사가 철저한 부사장님이지만… 은아처럼 예쁘고 어린 아이돌이 대쉬하는데, 넘어가지 않는 게 이상했다. 안 그래도 모솔인 부사장님이니깐, 자기 옷을 벗기는 야한 여자 앞에서 꼼짝도 못하지 않았을까? 대딸 당하면서 끙끙거렸을 부사장님의 얼굴이 상상됐다.

‘으, 은아야… 이러지 마! 넌 아이돌이고, 난 부사장이야!’

‘맞아요. 전 아이돌이에요.’

‘넌 아이돌이고, 난 부사장이란 말야!’

‘맞아요. 부사장님은 부사장님이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것보다, 빨아 드릴까요?’

‘어어?’

‘확인.’

‘아니, 대답한 게 아니라… 으윽.’

‘사정하면 저랑 사귀는 거예요.’

‘자, 잠시만… 천천히… 윽.’

여자 아이의 부드럽고 말랑한 혀가 자지를 핥아 주는… 생소한 감각에 부사장님이 얼마 안 가 사정했을 거고… 그걸 핑계로 은아는 연인이 되었다며 기뻐했을 거다. 그에 부사장님이 진정하라며 저항해 보지만, 은아가 옷을 벗고 알몸이 되자 할말을 잃어 버리고… 그 틈을 타 은아가 부사장님을 덮친 다음… 저 소파 위에서, 앙앙거리면서 부사장님의 순정을…

……이라니, 또 무슨 망상을 하는 거야!

요즘 들어 망상이 더 음란해지고 더러워졌다. 은아한테 강간… 당하는 부사장님을 상상하면서 흥분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부사장님이 모솔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동정은 아니잖아. 그러니, 강간보단 상호 합의 간의 섹스로……

-벌컥

“후우우, 피곤해라… 응? 아, 진희야. 왔어?”

“부사장님! 어디 갔다 오셨… 어라? 씻고 오셨어요?”

“아아, 은아가 에너지드링크를 쏟아서 말야. 하아, 난리도 아니었어.”

“아하! 그래서였구나!”

좀 더 현실적인 망상을 하려는 찰나, 부사장님이 레슨실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온 건지 머리카락이 젖은 채로 말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오해를 할 뻔했다가… 은아를 탓하는 부사장님의 말을 듣고 안심했다.

그러면 그렇지, 두 사람이 섹스를 했을 리가 없잖아.

망상은 어디까지나 망상이었다.

“응? 무슨 소리야?”

“후후, 아무것도 아니에요!”

반면, 어젯밤의 섹스는 절대 내 망상이 아니었다. 실제로 내 처녀막을 뚫고 들어와, 내 처음을 가져갔던 부사장님의 자지. 하아… 엄청 커다랬었지. 은아도 자기 나름대로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지만, 부사장님과 나는 유대감을 넘어 노콘으로 섹스를 하는 사이였다.

“그것보다… 얼른 시작해요, 우리.”

그걸 알게 되면 은아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흐흥, 은아의 예쁜 얼굴이 구겨지는 걸 상상한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부사장님에게 안겼다. 은아한테는 미안했지만, 레슨 중의 나는 부사장님의 여자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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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마침내 아이돌로서 성장하기 시작한 가은과 리더로서 각성한 진희. 위기도 있었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두 사람은 1집 때보다 훨씬 더 성숙해졌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이시우의 적절한 지원 덕분이었다.

악플 때문에 힘들어 하던 가은을, 우울증 때문에 괴로워 하던 진희를… 상담 한 번으로 깔끔하게 치료해 준 이시우. 자기가 생각해도 완벽한 대처를 보여 준 그는 두 사람의 끈끈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끈끈한 신뢰 덕분에, 두 사람은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이것이야 말로 아이돌과 프로듀서 간의 유대감!

“크으… 듣기 좋은 말이네.”

이시우가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쳤다.

유대감이 생겼다는 것은, 그녀들이 자신을 의지한다는 것. 따라서 그 말은 수많은 팬들이 동경하는 아이돌이, 자신을 동경한다는 소리와도 같았다. ‘프로듀서의 눈’이라는 스킬을 얻기 전의 그는, 평범한 로드 매니저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이게 바로 인생 역전이지.”

상상만 해도 짜릿한 미래. 톱 아이돌이 된 가은이 제발 떠나지 말아 달라며 애원하는 모습을 상상한 이시우가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떠날 생각은 죽어도 없었지만, 아이돌이 자신한테 집착할 정도로 이시우는 깊은 유대감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기에, 이시우는 아직 만족할 수 없었다.

그의 시트러스는 아직 성장하는 단계였다.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이시우의 시트러스’라는 말이 오르내리려면, 지금의 인지도론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따라서 적어도 몇 달 후부터 시작되는 2집 활동에선 무조건 뚜렷한 성과를 내야 했다.

그리고 이시우는 자신이 있었다.

자기 주제도 모르고 어쭙잖게 끼어들려는 부사장과 달리, ‘프로듀서의 눈’이라는 전문적인 스킬을 가지고 있는 그와 그의 지도 하에 아이돌로서의 개성을 빛내기 시작한 멤버들. 둘의 시너지가 폭발한다면 이시우는 연예계에 이름을 남길 엄청난 거물이…

- 띠링!

[그룹 ‘시트러스’의 멤버 ‘유키’에게 ‘고민 마크’가 생겼습니다.]

…될 수 있을 거라며, 그가 각오를 다지려고 할 때, 반투명한 창 하나가 이시우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유키에게 고민이 생겼다는 알림이었다.

“시엘도 아니고 유키한테… 고민이?”

언제나 밝고 유쾌한 아이였기에 귀찮은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유키도 감수성 풍부한 여자 아이였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처럼, 유키도 그녀만의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귀찮게 된 상황.

이번엔 또 어떻게 해결해 줘야 하나 짜증이 밀려 왔지만… ‘고민 마크’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잘만 해결해 주면, 가은이나 진희처럼 더욱더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흐음, 뭐… 그래 봤자 뻔한 고민이겠지?”

안 그래도 마이페이스가 심해서 컨트롤하기 어려운 유키였는데… 이번 일로 자기 색깔을 입힐 수 있겠다며 이시우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다음 유키를 만나기 위해 레슨실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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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한 유키는 남들에겐 밝힐 수 없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네토리’. 남 부러울 것 없는 외모를 가진 그녀는 남의 소중한 것을 빼앗고, 그 반응을 즐기는… 음흉한 본성을 가지고 있었다.

‘어, 어째서…’

‘그치만, 내가 좋아하는 건 유키야! 그러니, 유키! 부탁이야, 나랑 사겨 줘!’

‘시, 싫어… 으아아아앙!’

유키가 그것을 깨달은 건 그녀가 초등학교 4학년일 때였다. 그녀의 절친이 짝사랑하는 남자애가 유키에게 고백했을 때, 엉망진창으로 망가졌던 친구의 얼굴. 그게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던 유키는 그때부터 남들의 소중한 것을 빼앗겠다고 결심했다.

‘미안… 오늘부터는 유키랑 같이 놀 거야.’

‘그, 그게… 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너희 반 유키라고…’

‘유키는 애가 정말로 착하고 예쁘던데… 우리 집 딸은 대체 뭘 하는 건지, 에휴.’

‘1등, 하나다 유키!’

자기 때문에 버려진, 자기 때문에 차인, 자기 때문에 비교당한, 자기 때문에 탈락한, 자기 때문에 무너진 친구들을 볼 때마다 짜릿한 희열을 느낀 유키. 네토리는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었고,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그녀만의 마약이었다.

‘있지… 나 케이팝 아이돌이 될 거야!’

‘흐응, 케이 쨩은 아이돌이 꿈이구나?’

‘응, 꼭 아이돌이 돼서 전 세계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거야!’

‘……응원할게!’

그리고 또, 네토리는 그녀에게 아이돌이란 직업을 가져다 준 목표였다.

‘거, 거짓말… 왜 유키는 붙고, 흑, 으윽… 나는 떨어진 거야? 흐읏, 으윽… 흐으윽, 유키는 그냥… 따라온 건데, 흐윽, 유키는… 으아아아아앙!’

그녀의 본성을 깨닫게 해 준 절친이, 유키를 붙잡고 오열하는 걸 보며 친구 몰래 웃음을 터뜨린 유키. 태어나서 가장 큰 행복을 느낀 유키는… 친구의 절망을 위해 아이돌이 되었다.

‘일본… 오면 연락해 줘. 나… 응원하러 갈게.’

그러나 케이는 유키와 다르게 아주 순수한 아이였다. 울분을 토해낸 다음 진심을 담아 유키를 응원한 케이. 덕분에 아이돌에 흥미를 잃은 유키는 그 즉시 아이돌을 그만 두려고 했다.

‘응, 시트러스가 내 마지막 기회야. 여기서 성공해서, 꼭 팬들 앞에서 노래할 거야!’

하지만 그때, 운명의 장난처럼 유키를 위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바로 시트러스의 리더, 진희였다.

급하게 아이돌을 준비한 유키와 달리 오랜 시간 동안 연습생 시절을 겪어 온 진희. 그녀는 이미, 완성형에 가까웠지만… 그렇기에 성장할 가능성도 낮았다. 따라서, 진희는 유키가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는 맛있는 먹이였다.

‘같은 시트러스잖아… 그런데 왜, 어째서! 너만 인기 있는 거야… 대체, 왜! 나도… 이름뿐인 리더가 아니라, 흐윽, 흑… 아이돌로서 빛나고 싶었단 말야!’

울음을 터뜨린 진희를 상상하며 새롭게 목표를 설정한 유키. 그녀는 진희를 위해 시트러스로 그 누구보다 눈부신 존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유키의 계획대로 진희는 멤버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점점 그 빛을 잃어 갔다.

‘후후, 오늘도 힘내자!’

‘후우우… 좋아, 더 노력할게!’

‘아아, 아쉽다! 선생님 한 번만 다시 해 볼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진희가 달라졌다. 마치 유키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밝고 건강해진 진희. 하루아침에 진짜 리더가 되어, 한층 더 여유로워진 진희를 보면서 유키가 위기를 느꼈다. 이대로라면 네토리를 당할 사람은은 진희가 아니라 유키, 그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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