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93 - 아이돌 메이커(31)
절망에 빠져 있던 나를 일으켜 세워 준 사람. 나도 몰랐던 내 재능을 찾아 준 사람. 나조차 나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때…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가르쳐 준 사람. 힘들어하던 내게 빛이 되어 준 사람.
부사장님.
나는 그런 부사장님을 동경했다.
믿고 응원해 주겠다는, 그저 말뿐인 사람과 달리 직접 행동으로 보여 준 부사장님. 내게 대본을 건네 주고, 오디션을 잡아 주고, 그걸로도 모자라서 귀중한 시간까지 내서 내게 레슨까지 해 준 부사장님.
그는 아이돌인 내게 우상(偶像)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난 부사장님과 좀 더 가까운 사이가 되고 싶었다. 더 멋진 아이돌, 그리고 더 멋진 배우가 되어 부사장님께 칭찬받고, 또 인정받고 싶었다. 그렇게 그의 자랑거리가 되어, 부사장님을 기쁘게 해 주고 싶었다.
‘뭐어… 그쪽이랑은 거기까진 안 하는 거 같지만요.’
하지만… 오늘에서야 느낀 건데, 나 역시 그저 말뿐인 사람이었다. 연기를 위해… 섹스도 마다하지 않은 한지영과 달리, 나는 첫 경험이라는 허울에 속아 부사장님을 밀어낸 비겁한 년이었다.
그래 놓고서 뭐, 자랑거리가 되고 싶다고?
웃기는 이야기지.
내가 정말로 진심이었다면… 질투 때문에 발끈할 게 아니라 진지하게 요구했어야 했다. 내가 정말로 성장하고 싶었다면… 뒤처지기 싫다고 발악할 게 아니라 솔직하게 부탁했어야 했다.
나를 위해서, 나랑 섹스해 달라고 말이다.
‘진희야,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잘 생각해 봐.’
그러나 나는 계속 핑계거리를 찾았고, 그러다 보니 결국 부사장님을 실망시켰다. 첫 경험이라는 이유로 주저하면서도 시기심 때문에 섹스를 졸랐으니, 부사장님이 내 요청을 거절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제대로 배울래. 네? 자, 어서! 가르쳐 주세요. 얼른요!”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진심이었다. 지금이라면, 배우로서 성장하기 위해, 그리고 부사장님의 자랑거리가 되기 위해, 그와… 섹스할 수 있었다.
이게 내 첫 경험이지만, 알게 뭐야.
부사장님을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라면 처녀 정도는 얼마든지 바칠 수 있었다.
***
“자, 잠시만, 진희야. 그거 멈추고 내 말 좀 들어 봐.”
“……네에.”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네, 말씀하세요.”
“그러니깐… 나랑 섹스가 하고 싶다는 거야? 아니면… 나한테 레슨을 받고 싶다는 거야? 내가 좀 헷갈려서 물어 보는 건데, 대답해 줄 수 있어?”
“어… 어라? 그, 그게…”
호기롭게 말을 꺼낸 건 좋았는데… 시작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부사장님과 섹스를 할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전자라고 대답하면… 사, 사실상 고백이잖아. 흥분해서 말을 이상하게 하고 말았다. 잘못하면 부사장님이 오해를 할 수도 있었다.
이러다가… 착각한 부사장님이 자기랑 사귀자고 하면 어쩌지?
아, 안 돼… 나이 차이도 있고, 세간의 시선도 조금 그렇잖아… 그러니 공개 연애는 절대 안 돼. 아아, 하지만 비밀 연애라면 괜찮을지도? 물론 부모님을 설득하는 건 어렵겠지만, 부사장님은 사회적 지위도 있고 돈도 많으니깐… 그리고 정 안 되면, 부사장님이 금연도 하고 다이어트도 한다는 전제로 속도위반을 하면…
“미안, 너무 당연한 걸 물었네. 당연히 레슨이지?”
“네에? 아, 네, 그, 그렇죠.”
“후우…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나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게.”
“저, 정말요?!”
에이, 그러면 그렇지.
부사장님이 나한테 고백할 리가 없잖아.
하마터면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할 뻔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은퇴와 동시에 결혼해서 쌍둥이를 낳았다가, 둘 다 예쁘게 태어난 걸 보고 안심하는 데까지 망상했지만… 뭐,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바람 핀 부사장님의 바지를 붙잡고… 제발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지는 않았으니 다행이었다.
“으응, 섹스도 연애의 일부니깐… 아무래도 경험해 두면, 감정 잡을 때 편하거든. 그러니 너만 괜찮으면… 그래, 어디 한번 해 보자.”
“네에!”
그래도… 이번에는 내 부탁을 들어주시는구나. 역시 부사장님은 부사장님이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부사장님은 달라진 내 각오를 눈치채고 계셨다. 진짜로… 동경을 안 할 수가 없다니깐? 나는 들뜬 목소리로 부사장님께 대답했다.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 줄래?”
“네에?”
“아아, 레슨 용으로 괜찮은 대본이 있는지 좀 살펴 봐야 하거든.”
“어… 그것도 대본이잖아요.”
“응? 아, 지영이 대본?”
“네, 그거요…”
“이건…… 아니야, 이건 못 써. 너랑 하기에는 너무 하드해. 막 구타하고, 강간하고, 그런 내용이거든. 이거 말고, 내가 적당히 소프트한 걸로 하나 구해올게.”
첫 경험이라고… 배려해 주시는 걸까? 한지영보다 더 좋은 연기를 보여 주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어쩌면 자기도 모르게 비교할까 봐, 다른 대본을 찾으시는 걸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뭐, 이해해 드려야지.
생각을 바꾼 나는 차선책을 꺼내 들었다.
“그럼… 그냥 지난주에 하던 거 계속하면 안 돼요?”
“지난주에 하던 거?”
“네, 그거요.”
“으음, 그래도 되기는 한데… 너 처음이잖아. 대본없이 할 수 있겠어?”
“헤헤, 대신에 부사장님이 리드해 주는 설정으로 부탁 드릴게요.”
“그으래… 알겠어.”
짧게나마 연인이 되었던 부사장님과 나. 설렘이 가득했던 지난주의 달콤한 시간을 반복하기로… 아니, 거기서 더 나아가 ‘진짜 어른의 사랑’을 하기로 한 우린 말없이 서로를 껴안았다. 그런 다음, 입을 맞추고는… ‘그렇고 그런 일’을 하기 시작했다.
***
“츄릅, 하아… 너무 잘 벗기는 거 아냐? 츗, 으응…”
“이 나이에 못 벗기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기분 나빠… 하아, 으응… 나는 아저씨밖에 모르는데…”
“나도 지금은 너밖에 몰라.”
“그 뜻이 아니잖아… 으읏, 하아앙! 하아… 하아아…”
바지를 벗기던 부사장님의 손이… 팬티 안을 파고들더니 허락도 없이 내 거기를, 내 보지를 어루만졌다. 살짝 튀어나온 클리토리스를 간지럽히다가 입구를 지나, 보지 안으로 들어온 부사장님의 손가락.
아니, 진짜… 너무 잘하잖아.
나는 이번이 처음인데, 부사장님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괜히 서운해 졌다. 둘 다 처음이었다면, 하나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부사장님은 이미 여자의 몸을 알고 있었다.
“하읏, 으응… 거기 긁어 주는 거, 하아… 좋아, 으응…”
“여기?”
“하아앙! 거기… 으응...”
자연스럽게 내 약점을 찾아 애무하는 부사장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의 굵은 팔에 기대… 젖은 목소리로 헐떡이는 것뿐이었다. 진짜 자위랑은 비교도 안 되는구나. 처음 느껴 보는 쾌감에 굴복한 나는, 부사장님에게 안겨 눈물을 흘렸다.
슬픔의 눈물도, 기쁨의 눈물도 아닌… 감탄의 눈물이었다.
“읏, 하아… 으읏, 으응… 아저씨, 하아… 내 보지 어때?”
“엄청 좁아.”
“하읏, 으응… 좋은 거야?”
“뭐, 박아 봐야 알겠지.”
“으으… 말하는 게 너무 아저씨잖아.”
“아저씨라서 그래.”
“후후, 그것도 그렇네… 하아, 츄릅, 츄읍… 하아, 아저씨 것도 만져 줄까?”
“부탁할게.”
그렇게 말하며 바지를 벗는 부사장님. 슬쩍 손을 내려 팬티를 만져 보자… 하아, 읏, 단단하고 뜨거운 부사장님의 그것이… 자지가 느껴졌다. 이제 곧 이게… 내 안으로 들어오는 거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럼… 하아, 만질게…”
아이돌이면서… 회사 부사장이랑 섹스를 하다니, 후후… 팬들이 알면 무슨 생각을 할까? 묘한 배덕감을 느끼면서 부사장님의 팬티 안으로 손을 넣자… 으응… 깜짝 놀랄 정도로 뜨거운 자지가 나를 반겨 주었다.
“이게 자지구나…”
“어때?”
“엄청 딱딱해. 그리고 커. 이거… 진짜 넣을 수 있는 거야?”
“곧 알게 될 거야.”
“으으읏… 그, 그렇네… 하아, 으응…”
부사장님의 자지, 내 처녀를 가져갈 자지, 앞으로 평생 기억하게 될 자지. 후후후, 부사장님도 내 보지를… 평생 동안 기억해 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며… 나는 다시 부사장님과 입을 맞췄다.
“아저씨, 하아… 츄릅, 츄으읍… 푸흐… 우리 시간 없잖아…”
“응?”
“그러니 슬슬, 하아… 시작하자.”
“그럴까?”
부사장님의 손이 내 몸을 스칠 때마다 한 겹씩, 그리고 또 한 겹씩, 내가 입던 옷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가 키스를 끝냈을 때… 부사장님과 나는 둘 다 알몸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 이제, 진짜로 시작하는 거구나.
쇼파 위에 누워 다리를 벌리자… 내게 다가오는 부사장님. 으읏, 하아아… 부사장님의 자지는, 으응… 단단하게 발기되어서는… 하아, 응… 마치 나를 범하고 싶어서 안달이라도 난 것처럼 부들거리고 있었다.
저 자지가 내 안에 들어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야릇한 상상을 한 나는 부사장님을 향해 유혹의 대사를 내뱉었다.
“아저씨… 와 주세요.”
“아… 진희야, 진짜 미안한데… 콘돔이 다 떨어져서 그런데 잠깐 나갔다 와도 될까?”
그런데 부사장님이 분위기를 깨는 아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했다.
“………”
“진짜 미안… 5, 5분만에 갔다 올게.”
“제 지갑에 콘돔 있어요.”
“……뭐?”
“미, 미신! 콘돔을 가지고 다니면 부자 된다는 미신요. 부사장님도 알잖아요!”
“어… 그건 아는데, 그래 봤자 1개일 거 아냐. 그거론 부족한데…”
“읏, 으으…… 부, 부족해요?”
“으응…”
“괘, 괜찮아요 저… 오늘 안전한 날이에요…”
“……진짜야?”
“진짜니깐 빨리 시작해 주세요!”
여기서 흐름을 깬다고? 그럴 수는 없지… 나는 떠나가려는 부사장님을 두 다리로 옭아맸다. 나는 이 소중한 시간을 단 1초도 낭비하기 싫었다. 그러자 부사장님이 어이없어 하며 나를 쳐다보시더니… 자그맣게 미소 짓고는 나를 안아 주셨다.
“진짜니까 어서 읏, 으읍… 하아, 츄릅, 츗, 흐응… 하아.”
“진희야, 넣을게.”
“으응… 하읏?! 응… 으으응!”
그런 다음, 실수인 건지, 진심인 건지, 나를 ‘진희’라고 부르고선… 자신의 자지를 내 보지 안에 넣어 주셨다. 손으로 만질 때와는 전혀 다른 자지의 감촉… 흐읏, 응… 나는 그렇게 기억에 남을 첫 경험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