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386화 (386/428)

Chapter 386 - 아이돌 메이커(24)

레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워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마치 연인처럼 부사장님을 껴안은 채 아슬아슬한 연기를 했던 나. 처음에는 완전 엉망이었지만, 그래도 대본을 받고 나서부터는 나름 연기다운 연기를 할 수 있었다.

“후후후...”

그런데, 오늘… 생각보다 즐거웠지.

스킨십은 내가 오해했던 것처럼 마냥 외설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그 대신 서로를 껴안고 몸을 더듬는 행위는… 서로 간의 애정을 확인시켜 주는 연인들의 애틋한 행동이었다. 상대방의 진심이 느껴져서 나 역시 진심이 되는, 그런 구조랄까?

부사장님은 스킨십을 번식 상대로 적합한 지를 알아보는 행위라고 했지만…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오늘 내가 느낀 스킨십은, 불쾌하기보다는 오히려 기분 좋은… 따뜻하고 행복한 행위였다.

그러니… 내일부턴 더 열심히 할 수 있겠지?

부담감을 떨쳐낸 나는 복습과 예습의 의미로 오늘 공부한 영화를 찾아보았다.

제목은 ‘교차로’. 평점은 7.3점. 감독은… 아, 잠시. 이거 15금 영화잖아. 부사장님이 한 말 때문에 당연히 19금 영화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분명히 거기서 더 나가면 19금이라고 했는데… 라며 댓글을 살펴 보니, 마지막 장면 때문에 굉장히 민망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15금과 19금, 그 사이에 적당히 걸친 걸까?

호기심이 든 나는… 아니, 학구욕이 생긴 나는 영화를 구매해 마지막 장면을 재생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오늘 부사장님과 연기했던 그 부분이 재생되었다.

[나, 왔다니깐, 으읏… 하아, 바보… 보고 싶었어요?]

[안 올 줄 알았어.]

짧게 키스를 한 후, 끈적한 스킨십을 나누는 두 사람. 오늘 느꼈던 애틋한 감정이 생각나 혼자서 두근거리고 있으니… 얼마 안 있어, 민호가 지연이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연이 역시… 민호의 옷을 벗기며 그와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오빠… 하아, 으응…]

[하아, 지연아.]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질척한 딥 키스.

[사랑해…]

[나도, 하아… 사랑해요.]

원초적인 말을 주고받은 두 남녀가 한 몸이 되어 침실로 걸어갔다.

- 삐그덕

[으응… 오빠…]

[지연아, 하아…]

하지만 카메라는 제자리를 지켜 그들의 뒷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 삐그덕

[계속 이렇게… 오빠한테 안기고 싶었어.]

그러나 작게나마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려,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시켰고… 이윽고 그들이 본격적으로 그 행위를 시작하려고 할 때, 영화가 끝이 나며 왜 이 영화가 15금 영화인지를 보여 주었다.

“에이…”

아쉬움이 남는 엔딩.

아, 아니… 민망함이, 그리고 여운이 남는 엔딩.

왜 굳이 외설적인 장면을 넣었는지 모르겠다는 베스트 댓글이 생각났다. 일부러 자극적인 신을 넣어서 화제거리로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 댓글을 쓴 사람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다.

단순한 포옹이나 키스로는 두 사람의 진심을 드러내기가 어렵잖아. 조금은 야하더라도… 저런 장면을 넣어야 작품의 주제가 산단 말야. 스킨십의 의미를 알게 되자 영화를 보는 눈도 높아졌다. ‘교차로’의 엔딩은 박수 받아 마땅한 엔딩이었다.

괜히 부사장님이 고른 영화가 아니었다.

그러니… 시간도 여유롭겠다, 한번 제대로 감상해 볼까?

절대로 방금 그 엔딩을 다시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모범생인 나는 그저… 내가 연기할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스킨십을 하는 건지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절대로 애무를 하거나 딥 키스를 하던 그 장면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빠… 하아, 으응…]

[하아, 지연아.]

그래서 나는 일단 예습을 위해 북마크를 한 다음, 다시 처음으로 돌려 ‘교차로’를 감상했다. 그리고 새벽까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몇 번이나 그 행동을 반복했다.

애틋하고 절절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이게 고작 7.3점이라고?

말도 안 돼... 이렇게 재밌는데?

화가 나서 10점을 준 난 처음부터 다시 감상하려다가… 벌써 새벽인 걸 깨닫고는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자꾸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떠올라 쉽사리 잠을 잘 수 없었다. 나도 언젠가 ‘교차로’ 같은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그리고 지연이처럼… 나를 마주 봐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쉽진 않겠지만 그 날이 오기만을 바라며, 나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

어제의 일로 스킨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나는, 보다 의욕적으로 레슨에 참여했다. 스킨십은… 작품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연기 스킬이잖아? 더 이상 민망해하지 않기로 결심한 나는 오늘부터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괜찮겠어?”

“네, 어차피 배우라면… 언젠가 하게 될 키스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미리 연습해 둘래요. 그리고 부사장님, 기회가 되면 뒷 장면도 연기해 보고 싶어요.”

“뭐어? 하지만 그건…”

“알아요, 그렇고 그런 내용인 거. 그래도… 그것도 배우라면, 언제가 하게 될 것들이잖아요. 그러니… 지금 미리 배워 두고 싶어요. ‘교차로’의 ‘지연이’ 연기… 이번에 제대로 도전해 보고 싶거든요.”

그래서 나는 지금 당장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키스는 안 해서 다행이라고 안심했었지만… 응, 그런 게 어딨어. 진심이 담긴 키스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연기, 그리고 연습이잖아. 물론 첫 키스라 조금 그렇긴 하지만… 에이, 됐어.

지금은 어제 본 ‘지연이’ 연기에 도전하는 게 더 중요했다.

영화를 보면서 꾸준히 했던 생각. ‘나라면 저렇게 연기할 수 있을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연습실로 오기 전부터 감정을 잡은 나는… ‘지연이’에게 완벽히 몰입한 다음 부사장님과의… 아니, 민호와의 레슨을 시작했다.

“나, 왔어요.”

“……”

“나, 왔다니깐, 으읏…”

그렇게 시작된 ‘민호’와의 키스.

갑작스레 다가와 내 입술을 훔친 그가… 나를 잡아당기며 내 입 안을 탐하기 시작했다. 민호의 듬직한 품에 안긴 나는 저항하는 방법을 잊은 채… 작고 소심한 혀를 내밀어 그의 행동을 따라했다.

민호의 혀가 내 입술을 핥자 나 역시 그의 입술을 핥았고… 그의 혀가 내 입 안을 더듬자, 나 역시 민호의 입 안을 더듬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타액을 빨아들이며 서로를 탐하고, 또 탐했다.

“하아, 바보… 보고 싶었어요?”

“안 올 줄 알았어.”

키스라는 거… 생각보다 훨씬 더 짜릿하구나.

민호의 욕구가 느껴져서 그런 걸까? 그에게 안긴 지연이가 왜 미소를 지었는지… 이제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불안했던 내 마음을 달래주는, 그의 열정적인 사랑 고백. 나는 민호에게 안겨 그의 고백에 답해 주었다.

“……거짓말.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응…”

“앞으로는 기다리지 마세요.”

“……”

“오늘부터 여기서 살 거예요.”

그러자 시작된 민호의 애무. 대놓고 나를 만지지는 않았지만… 마치 나란 사람을 탐색하듯, 내 마음을 확인하듯, 조금씩… 조금씩 나를 더듬기 시작한 그의 커다란 손. 나는 움찔거리는 대신,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천천히… 그에게 내 몸을 맡겼다.

어제와 같은 동작이었지만, 같은 동작이 아니었다. 민호의 진심을 느낀 나는 그의 손길을 즐겼고, 그걸 민호도 알았는지 보다 적극적으로 내 몸을 만져 댔다.

허벅지에서 엉덩이로…

…허리에서 가슴으로.

“다시는 안 보낼 거야.”

“바보… 여기서 살 거라니까요?”

그리고 다시 키스.

황홀함에 취한 내가 멍하니 민호를 바라보자… 민호가 무드도 없이 다가와, 내 입 안을 범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 사실에 기뻐하며 민호에게 혀를 내밀어 주자, 그가 내 혀를 빨아 대며 나를 맛보기 시작했다.

“하아… 민호 오빠, 으응, 츄릅… 하아…”

“지연아…”

“으응, 하아… 사랑해요…”

사랑하는 거… 너무 좋아, 하아… 사랑받는 것도… 너무 좋아, 으응… 지연이는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인생의 절반을 방황만 하다, 겨우 만나게 된 나의 이해자. 그리고 동시에 나를 아껴주는 나의 가족이자, 앞으로 평생을 나와 함께할 나의 연인.

민호 오빠.

“사랑해요, 츄릅, 츄웃… 하아아…”

나는 내 가슴을 주무르는 민호의 손길을 느끼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단단하게 발기한 민호의 그것이 아랫배에서 느껴졌다. 하아, 으응… 이제 된 걸까?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을 확인한 내가 스스로 단추를 풀었다.

- 따악!

“우앗?!”

그러나 미처 다 벗기도 전에 민호에게 얻어맞고 말았다.

“야! 완전 엉망이잖아!”

……어라?

민호가 아니라 부사장님이잖아…

“정신 안 차려?!”

내 어깨를 붙잡고는 내게 소리치는 부사장님… 그의 입술이 축축히 젖어 있는 걸 확인한 나는 그제서야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 지를 알게 되었다. 배역에 빠져서 대본도 잊은 채… 그저 망상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던 나.

“하아… 네가 한 거 보면서 머리 좀 식혀.”

애틋한 감정의 교류가 느껴졌던 ‘교차로’와 달리, 방금 내가 했던 연기는… 베스트 댓글이 지적했던 그저 자극적인 신을 넣어 화제거리를 만들려는, 그런 저질스러운 감독이자 배우였다.

“죄, 죄송해요… 몰입을 너무 과하게 해서…”

“나 참… 그것도 재능이다, 재능.”

“헤헤… 확실히 재능충이긴 한 거 같아요, 저.”

처음하는 키스라… 긴장했던 걸까? 몰입을 해도 너무 해 버렸잖아. 현실로 돌아온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런 다음 착실하게 대본을 숙지했다. 진정한 프로란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챙기는 것.

실수를 반성한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레슨을 시작했다. 다행히 두 번째 하는 키스라 그런지 감흥이 덜했다. 덕분에 나는 큰 실수 없이 연기를 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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