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84 - 아이돌 메이커(22)
부사장님 품에 안긴 나는, 한 가지 그럴듯한 가설을 떠올렸다. 부사장님이 날 좋아한다는 아주 그럴듯한 가설을 말이다. 부사장님… 딱 봐도 모솔 같던데, 이런 식으로 자기 욕망을 채우려는 거 아니야? 굉장히 실례되는 추측이었지만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세상에 어느 부사장이 소속사 아이돌을 껴안겠어.
어쩌면 부사장님은 레슨을 핑계로 자기가 좋아하는 나랑 그렇고 그런 짓을 하고 싶은 걸지도 몰랐다. 레슨이 아니었다면 평생 동안 나를 바라만 봤을 거니, 지금이 부사장님한텐 절호의 기회일 거 아냐. 맞아, 저렇게 냉정한 얼굴을 한 채 속으로는 무척 떨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우으으…”
따라서 지금 이 순간은 내게 위기였다.
악질 팬이랑 억지로 스킨십을 해야만 하는 상황. 잘못 하다가는 이대로 부사장님한테 붙잡힌 채 이런 저런 짓을… 아아, 나 어떡해. 이러다가 저항 한 번 못해 보고 부사장님한테 교육을 당하다가…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려서 부사장님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었다.
농담하는 게 아니라, 이건 어제 본 영화에서도 나온 전개였다.
인질범을 사랑하게 된 인질. 이제부터 나는 그 인질이 되어서 비이성적인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았다. 내가 먼저 부사장님을 껴안는다든가… 부사장님을 시트러스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그런 짓들을 말이다.
그러다가 결국, 콘서트를 앞둔 나는 구역질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입덧이란 걸 알게 되면서 파국에 이르는데… 아아, 근데 그 여주는 왜 거기서 도망친 걸까? 좀 더 확실하게 얘기해 줬으면 모든 게 다 잘 풀렸을 텐데…
하여튼…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니깐!
-따악!
“아얏!”
“진희야, 너 집중 안 해?”
“……죄송해요오.”
이것 봐, 소통을 안 하니깐 이렇게 되잖아. 망상을 끝낸 나는 현실로 돌아와 다시 레슨을 시작했다. 여러모로 기분 나쁜 감각 때문에 망상을 한 건데… 에휴, 결국은 이걸 느껴야 하는 거구나.
부사장님 품에 안긴 나는 차오르는 민망함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워?”
“네? 아, 네에…”
“왜? 뭐가 부끄러운데?”
“그, 그게……”
“똑바로 말 해. 지금 레슨중이잖아. 장난으로 물어보는 거 아니야.”
“그으… 남자랑 이렇게 포옹하는 게 처음이라서…”
“그게 전부야?”
“우으으……”
“진희야, 괜찮으니깐 말 해.”
“가, 가슴이…… 닿아서요.”
“그리고 또?”
“그리고… 그, 그게… 닿아서요.”
“그래서 수치심을 느낀 거야?”
“……네에.”
“그래, 잘 말했어. 생각보다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지? 네가 말한 부분들은 감정에 벅차서 서로를 끌어안을 땐 미처 느끼지 못하는, 그런 감각들이야. 그래서 평소엔 포옹을 하더라도 지금같이 수치심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어.”
“마, 맞아요.”
“하지만 연기를 할 땐 달라. 진심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연기잖아? 그래서 포옹을 하면 필연적으로 지금 네가 느끼는 감각들을 느낄 수밖에 없어. 물론 네가 배역에 완벽하게 몰입한다면 다르겠지만… 사실 그러기가 쉬운 게 아니잖아.”
“그렇죠…”
“그래서 지금 이 레슨을 하는 거야.”
“아아…”
“나중에 가서 네가 태연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조금 민망하더라도… 지금 미리 이 불편하고 불쾌한 감각들에게 익숙해져야 해.”
바보 같은 의심을 단번에 날려 버리는 부사장님의 완벽한 설명. 역시 부사장님은 흑심을 품고 스킨십을 하려고 하는, 그런 변태가 아니었다. 레슨 중의 부사장님은 그 누구보다 냉철하고 냉정한 연기 레슨의 프로였다.
조금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깨달음을 얻은 나는 망상하는 대신 부사장님과의 레슨에 집중했다.
지금 부사장님에게 배우는 내용들은 조금 부끄럽다고 흘려들어도 되는, 그런 가벼운 내용들이 아니었다. 진정한 배우가 되기 위해선 스킨십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말을 머리에 새긴 나는, 보다 진지한 자세로 레슨에 임했다.
“그러니… 우선 오늘은 포옹부터 시작해 보자.”
“네에, 부탁드릴게요.”
“아, 그리고 하다가 못 견디겠으면 말 해. 언제든지 멈출 테니깐.”
“후후, 괜찮아요.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부사장님을 믿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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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레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진희 언니를 만났다. 꽤나 늦은 시간인데… 지금까지 레슨을 받은 걸까? 나랑 할 땐 이렇게 길게 한 적 없으면서, 진희 언니만 챙겨 주는 거 같아서 조금 짜증이 났다.
역시 아이돌보다 배우가 더 좋은 걸까?
나도 연기할 줄 아는데…
흥, 하여튼 그 사람은 틀딱꼰대라 보는 눈이 없었다.
“아, 은아야! 너도 지금 돌아가는 거야?”
“…응.”
“오늘도 수고했어. 센터 때문에 많이 힘들지?”
“…딱히?”
“그래도 부담되니깐 혼자 남아서 연습하는 거잖아. 후후후, 그런 거 보면 네가 나보다 더 리더 같아. 나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우으으, 역시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는 건 어렵네에.”
“…그래 보여.”
“그렇지? 하아… 그나마 부사장님이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야. 부사장님이 아니었으면 못 견뎠을 거야. 후후, 오늘도 있지… 아, 1층이다. 진수 오빠, 저희 왔어요!”
뭐야, 저 언니.
지금 나 약 올리는 거야?
표정만 보면 정말로 순진해 보이는데 말에 가시가 있었다. 덕분에 기분이 굉장히 나빠졌다. 센터라고 눈치 주고, 레슨으로 기만하고… 설마 이게 진희 언니의 본모습? 배신감을 느낀 나는 한숨을 내쉰 다음 천천히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갔다.
그러다가 문득, 기억에 있는 냄새를 맡고 말았다.
이건… 부사장님 향수 냄샌데, 조금 전에 여기에 있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걷고 있는데… 날 기다리고 있는 진희 언니에게서 같은 냄새가 났다. 사장님한테 선물로 받았다는 부사장님의 향수 냄새가 말이다.
“응? 은아야, 왜 그래?”
“……”
“으응? 뭐, 할 말 있어?”
“…아니.”
“후후후, 많이 피곤하구나?”
둘이서 무슨 짓을 했길래… 부사장님 냄새가 진희 언니 몸에 밴 거야. 기분 나쁘고 불쾌한 상상들이 떠올랐다. 분명 나랑 다르게 연기만 가르친다고 했는데… 몸으로 하는 연기라도 가르친 거 같아, 속이 울렁거렸다.
그 변태 틀딱꼰대, 설마… 손이라도 댄 거야?
“흐흐흥, 흐응, 흥~”
의심이 됐지만, 그렇다기엔 진희 언니의 표정이 너무 밝아 보였다. 그래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 이걸 물어 봐야 해? 아니면 그냥 넘겨야 해? 답이 나오질 않았지만… 아무튼 짜증이 나서 굉장히 불쾌해졌다.
[여보세요?]
그래서 나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부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왔어요.”
하지만… 어떻게 된 건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건 뭔가… 응, 질투하는 거 같잖아. 그래서 나는 그냥 조금 심술난 말투로 폰섹을 재촉했다. 부사장님의 냄새를 맡을 순 없지만… 그래도 목소리는 들을 수 있잖아.
“못 참겠으니깐, 빨리 시작해 주세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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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으응! 하아… 으읏, 응! 으응! 아아아앙!”
“후우…”
“하아, 하아아… 부사장님…”
“그래, 지영아…”
“저랑 장난쳐요? 하아… 안에 싸 주기로 했잖아요.”
“아니, 야, 그게 무슨…”
“안전일이에요. 피임약도 먹을 거고요. 임신하더라도 제가 책임지고 키울 거예요. 그러니 안에 싸 달라고, 제가 몇 번이나 얘기했잖아요.”
“아니, 그래도…”
“하아아… 레슨이잖아요, 레슨. 콘돔 끼고 하는 섹스는 경험해 봤으니깐, 이제 노콘으로 하는 섹스도 경험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또, 서로 사랑해서 하는 섹스를 연기하는 거면, 제 이름도 좀 불러 주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 실감이 날 거 아니에요. 하아… 그러니 처음부터 다시 해 주세요.”
“……그래, 알겠어.”
“아, 잠깐. 자지는 제가 세워드릴게요. 이 정도는 맡겨 주세요.”
본격적으로 네토리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네 달 가까이 흘렀는데… 생각 이상으로 공략 과정이 순조로웠다. 은아는 애태우기 효과 덕분에 자기가 먼저 폰섹을 요구할 정도였고, 진희는 가스라이팅 효과로 이제 거의 다 넘어온 상태였다.
이 정도 페이스면 다음 달 안에 둘 다 따먹을 수 있지 않을까?
여러모로 굉장히 희망적이었다.
“츄르읍, 츕… 하아, 근데 진짜… 츄읍, 츕… 굵고 크네요… 하아, 쮸으읍…”
다만 불안요소가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지금 내 자지를 빨고 있는 한지영이었다. 신인 중에서 제일 예쁘길래, 신경을 좀 많이 써 줬더니... 꼬시지도 않았는데 나한테 처녀를 바치더라고. 덕분에 맛있게 따먹을 순 있었지만… 집착이 강해서 조금 부담스러웠다. 이러다가 네토리에 방해가 될까 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하아… 얼굴은 그래도, 뭐… 자지가 이 정도면… 츄릅, 츄읍…”
그래서 나는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한지영을 함락시키기로 결심했다. 성감자극은 없지만, 그래도 이때까지 몸으로 익힌 테크닉이 있잖아. 분명 밤새도록 박아 주다 보면, 귀찮은 방해꾼에서 훌륭한 조력자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거다.
“어라… 아까보다, 더… 와아아… 더 커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