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382화 (382/428)

Chapter 382 - 아이돌 메이커(20)

어른의 사랑을 배워 보겠냐는 부사장님의 제안에… 나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우재와 시은이의 풋풋한 썸과는 비교되는 조금 더 끈적하고 아찔한 연애. 그것을 부사장님과 할 수 있을까… 라는 불편한 생각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얼굴을 가린 채 연기했지만…

앞으로는 그러기 힘들 거 아냐.

필연적으로 지금보다 더 진한 스킨십을 하게 될 텐데… 나는 그걸 부사장님과 할 자신이 없었다. 서로를 마주본 채 포옹을 한다든가, 키스를 한다든가, 그리고 또… 아아, 안 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렸다.

‘뭐, 강요하는 건 아니야. 너도 알겠지만 조금… 그렇고 그런 일들을 해야 하거든. 그러니 이건 네 선택에 맡길게, 진희야.’

‘……네, 네에.’

‘주말 동안 잘 생각해 보고, 월요일 날 알려 줘.’

‘알겠습니다…’

그러나 내가 배우로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지금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됐다. 불안함을 느끼며 시작한 레슨이지만… 그래서 어떻게 됐어, 천재 소리를 들었잖아. 경험을 통해 리얼리티를 얻어야 한다는 부사장님의 조언은 사실이었다.

“후우우… 어쩌지.”

따라서 어른의 사랑 역시 배울 수만 있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텐데…

에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부사장님한테 내가 몰입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주된 이유였다. 막상 레슨을 시작했는데 몰입을 못하면 어떡해. 억지로 키스를 했다가 역겨움만 느끼면… 그건 어른의 사랑이 아니라 바보의 멍청한 짓이잖아!

성과만 낼 수 있다면 불쾌한 경험도 나를 위한 거름으로 쓸 수 있지만… 그게 의미 없는 행위라면 그냥 불쾌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겁이 나서 그 어떠한 선택도 할 수 없었다.

“우으으, 진짜 어쩌지…”

배우로서의 성장과 여자로서의 추억.

그 사이에서 고심하던 나는 결국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월요일을 맞이했다.

“진희야. 팀장님이 너 찾으셔. 3층으로 올라가 봐.”

그런데… 마침 그런 내게 구원자가 찾아왔다. 이시우, 우리 시트러스의 프로듀서. 시우 오빠한테 물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나는 그런 기대를 안고 3층에 있는 회의실로 올라갔다.

***

“……정말요?”

“응, 진희 네가 주연이야.”

“그… 그래도 돼요?”

“뭐어? 당연히 되지. 너도 시트러스잖아.”

“그, 그치만…”

“진희야, 2집 센터는 은아지만… 시트러스의 리더이자 실질적인 핵심 멤버는 바로 너야. 나는 그걸… 이번 뮤직 비디오에서 확실하게 보여 줄 거야.”

“……그래요?”

“몇몇 사람들은 너 보고 존재감이 옅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네가 멤버들을 위해 네 자신을 희생해서 그렇게 보이는 거잖아? 나는 그걸… 사람들한테 알려 줄 거야. 진희는 이런 리더다, 그렇기에 시트러스가 굴러갈 수 있는 거다… 라는 걸 말야.”

“시우 오빠…”

고민 상담을 하기도 전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단편 영화 느낌으로 제작된다는 이번 앨범의 뮤직 비디오에서, 내가 주연 자리를 맡을 거라는… 아주 기분 좋은 이야기를 말이다.

아아… 이것도 다 부사장님 덕분이겠지?

부사장님이 만나는 사람마다 내 연기력을 칭찬하고 다닌다던데… 아무래도 그게 시우 오빠 귀에도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뮤직 비디오 주연을 맡을 리가 없잖아.

역시 부사장님은 치트키였다.

“아무튼 그렇게 알고… 대본 나오면 알려 줄 테니깐 기다리고 있어.”

“헤헤, 알겠어요.”

“그리고… 리딩하다 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 와.”

“……아, 네에!”

으음… 모르는 게 있으면 부사장님을 찾아가라는 뜻이겠지? 아무래도 시우 오빠가 말실수를 한 거 같은데… 그래도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순 있었다. 나는 부사장님이랑 같이 리딩할 생각을 하며,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진희야, 뭐 고민이라도 있어?”

“…네, 네에?”

“아까 보니깐 안색이 안 좋아 보이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나라도 좋으니깐 혹시 상담할 거 있으면 얘기해 봐. 내가 어떻게든 도와줄게. 나는 네 프로듀서잖아.”

“아… 아하하, 그게요…”

아, 시작됐다.

시우 오빠의 상담 타임.

데뷔하기 전부터 고민거리만 생기면 귀신같이 알아채서 상담을 해 준 시우 오빠. 오빠는 그때도 그러더니 지금도 눈치가 빨랐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털어놓을 순 없겠지? 부사장님이랑 연애 비스무리한 걸 해야 한다고 말할 순 없잖아.

그래서 나는 회의실로 올라오면서 요약한 내 고민을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으음… 진희야.”

“네에…”

“내가 너 GSB로 데려올 때 했던 말 기억나?”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 지금도 마찬가지야. 실패하는 게 두렵겠지만, 그래도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하지만 도전한다면 실패하더라도 얻는 게 있지. 그러니… 무섭더라도 한번 노력해 봐.”

“노오력…”

“그래, 그리고 네 곁엔 너를 믿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잖아. 혹시나 네가 무너지더라도 그 사람이 너를 다시 일으켜 세워 줄 거야. 그러니 한번 용기를 가져 봐.”

“……믿고 응원해 주는 사람.”

“응, 그 사람이 누군지는 안 말해도 알겠지?”

“……네에!”

맞아, 겁 먹을 게 뭐 있어.

나한텐 ‘그 사람’이 있잖아.

그럴 만한 지위와 그럴 만한 권력이 있음에도… 단 한 번도 선을 넘지 않은 사람. 생긴 것과 달리 굉장히 자상하면서도… 생긴 것 이상으로 굉장한 능력 있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유진희라는 아이돌을… 진심으로 믿고 응원해 주는 사람.

부사장님.

그래, 부사장님이 있으니 난 괜찮을 거야.

설령 어른의 사랑을 배우려는 내 시도가 실패로 끝난다 하더라도, 부사장님이라면 어떻게든 의미 있는 일로 만들어 줄 거야. 어떻게든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만들어 줄 거야. 내가 옆에서 한 달 넘게 지켜 본 부사장님은… 그런 사람이잖아.

나의 치트키잖아.

시우 오빠 덕분에… 당연한 사실 하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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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마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이시우가 방긋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진희와의 유대감이 더 늘어났겠지? 최근 들어 부사장에게 괜한 짜증을 느꼈던 이시우지만… 적어도 오늘만큼은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뮤직 비디오 주연 자리를 가져온 것, 그리고 적절한 조언을 해 준 것. 이 두 가지로 이시우는 유진희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적어도 이시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증거로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 유진희가 웃지 않았는가.

이렇게 마음이 통할 때가 가장 즐겁다면서 이시우가 입가를 씰룩였다.

부사장이 눈치 없이 프로듀싱에 끼어들기 시작했지만 그와 시트러스 멤버들 사이에는 확실한 유대감이 있었다. 고작 한두 달 레슨을 한 거가지고는 생길 수 없는 끈끈한 애정과 신뢰. 그것이 부사장과 이시우의 차이였다.

뭐어, 부사장도 시트러스를 위해 노력하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나’의 시트러스잖아. 그러니 제발 눈치 좀 챙겨. 멋대로 자기 색깔 입히지 말라고.

오늘도 마음속으로 부사장을 힐난한 이시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컴백까지 정말 얼마 안 남았다 보니 조금도 쉴 틈이 없었다. 자기가 생각하는 완벽한 2집을 위해서는 신경써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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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라는 말이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걸까?

부사장님을 떠올리자마자 흠뻑 젖어 버린 팬티.

이 정도면 무슨 병 아니야?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이상해진 내 보지 때문에 괜스레 불안해졌다. 더는 손가락으로는 갈 수 없는 보지가 자기 멋대로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너무 참으면 몸에 안 좋다던데… 건강을 위해서라도 부사장님의 자지를 빌려야 하는 거 아닐까?

변태 같은 생각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건강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가 괜히 쓸데없는 약속을 하는 바람에 찾아갈 수 없는 상황.

그래서 나는 부사장님한테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만 ‘들려’ 주는 건 세이프잖아.

멋진 룰 브레이킹이었다.

[여보세요.]

“부사장님.”

[그래 은아야,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저 좀 도와 주세요.”

[뭐어? 갑자기?]

“네, 갑자기요.”

[그, 그래… 뭔데? 뭐 어떻게 도와줄까?]

“연기 좀 해 주세요.”

[연기? 무슨 연기?]

“섹스요.”

[………은아야?]

“저한테 발정한 부사장님이 지금부터 저를 덮치는 거예요. 아시겠죠?”

[아니, 모르겠는데?]

“꺄아. 변태. 이러지 마세요. 아앙. 하앙.”

[은아야… 나 지금 대본 분석해야 해. 장난칠 시간 없어.]

“저도 지금 장난치는 거 아니에요.”

[……뭐어?]

“요 며칠 동안 못 가고 있어요. 그래서 죽을 거 같아요.”

[못 간다는 게 무슨…… 아니, 은아야 너?!]

“도와 주세요. 부사장님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요.”

[아니, 그게 무슨…]

“진심이에요. 부탁드릴게요.”

[하아… 그러니까, 너 지금 나랑 폰섹이라도 하자는 거야?]

“아하, 이게 폰섹이구나. 네, 저랑 폰섹해 주세요.”

[………]

“부사장님… 저랑 폰섹하기 싫어요?”

[하아…]

“제가 잘 할게요.”

[그래… 알겠어, 내가 도와줄게.]

“해냈다.”

[대신에 다른 사람한테는 이런 거 부탁하지 마.]

“확인.”

사실 막연한 부탁이었다. 어쨌거나 보지를 만지는 것은 내 손가락이잖아. 부사장님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내가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부사장님이 옆에 있다는 느낌이 들면 혼자 상상할 때보다는 몰입하기 더 쉬울 거 아냐. 그러니 운 좋으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잖아. 나는 그 교훈을 거울삼아 부사장님에게 억지를 부렸다.

[은아야, 하아… 처음 널 만났을 때부터, 이렇게… 박아 주고 싶었어.]

“대박…”

[남자를 모르는 네 보지를, 후우… 따먹고 싶었어.]

“오오…”

그런데… 부사장님이 워낙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 효과가 있었다. 진짜 부사장님이랑 섹스를 하는 기분이 들어서, 드디어 내 보지가 만족하기 시작했다. 처음 해 보는 폰섹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너 지금 강간당한 거야.]

“아, 잠깐만. 그건 아니죠. 몰입이 깨지잖아요.”

[아, 미안… 지금 분석하던 대본이 이거라…]

“그거 말고, 야동처럼 좀 더 천박하게 해 주세요.”

[그, 그래…]

“현실감 넘치게 욕도 좀 섞어 주고요. 지금은 너무 젠틀하잖아요.”

[화… 확인.]

부사장님이랑 하는 폰섹… 벌써부터 중독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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