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380화 (380/428)

Chapter 380 - 아이돌 메이커(18)

아아, 섹스하고 싶어.

아이돌이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나는 진심이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섹스가 하고 싶었다. 한 달 동안… 매일매일 섹스를 상상하며 자위를 해서 그런지, 연습 중에도 섹스가 떠오를 정도로, 나는 섹스가 하고 싶었다.

“으응…”

딱히 내가 변태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레슨의 후유증이었다. 자위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은 게 섹스라는데… 해 보고 싶어지는 게 당연한 거잖아. 나한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흐응…”

그러나 욕구 불만을 해소할 방법은 없었다.

내가 누구한테 섹스하자고 부탁하겠어. 결국 나는 오늘도 내 보지를 달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와 자위를 시작했다. 몇 주 전부터 하게 된 임시방편 자위.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나는 이번에도 부사장님을 떠올리며 내 보지를 어루만졌다.

“하아… 읏, 으응…”

나쁜 사람.

못된 사람.

레슨을 계속했으면 불만을 느낄 일도 없었을 텐데, 하여튼 틀딱 꼰대가 문제였다. 단단하게 발기한 부사장님의 자지로… 흐읏, 하아… 유사 섹스만 할 수 있었어도… 으응, 응… 이렇게 안타깝지는 않았을 거 아냐.

흥, 치사한 사람.

“하앗, 하아아…”

상상 속에선 진짜 섹스를 했지만… 임시방편 자위답게 제대로 만족하지 못한 나는, 한숨을 내쉬며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역시 진짜 자지가 필요한 걸까? 에휴, 오늘따라 부사장님이 한층 더 그리워졌다.

그날, 전화를 끊은 후 괜히 오기가 생겨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기 전까진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은 깨라고 있는 거잖아. 지금이라도 찾아가 볼까, 진심으로 고민이 됐다.

“아, 가은아 왔어? 크, 크흠…”

그런데… 저 오빠, 또 저러네.

나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돌리는 진수 오빠. 귀가 새빨개진 걸 보니 나한테 느껴선 안 될 걸 느낀 모양인데… 음, 어이없지만 저것도 욕구 불만의 영향이었다.

섹스가 하고 싶어져서 본능적으로 하게 된 ‘섹스 어필’. 진수 오빠가 바보가 된 건 그 어필의 효과였다. 불과 며칠 전엔 시우 오빠도 내 시선을 피하던데… 마치 팜프파탈이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언니이이이이! 왜 이렇게 늦었어!”

“야아! 안는 척 하면서 얼굴 비비지 마, 이 변태야!”

“에에에에?! 시엘 쨩, 설마 질투하는 거야?”

“뭐, 뭐어?!”

“에헤헤, 그러지 말고 시엘 쨩도 같이 하자!”

“……그, 그럴까? 헤헤, 언니이이!”

“너희들… 덥다니깐.”

근데 팜므파탈이 여자한테도 효과가 있는 거였어? 은근슬쩍… 이 아니라, 대놓고 나를 성추행하기 시작한 두 동생들. 아기라도 된 것처럼 유키와 시엘이 내게 달라붙어, 내 몸을 조몰락거리며 나를 희롱했다.

그러나 워낙 귀여운 애들이라 그런지 하나도 불쾌하지 않았다. 만약 부사장님이 이랬으면 바로 신고했겠지만… 으음, 아니야, 신고는 너무했나? 그러면 신고하는 대신 설교를 한 다음에 부사장실에 있는 고급 과자들을 다 가져갔을 거다.

“언니언니, 레슨 끝나고 같이 방송하자!”

“맞아맞아, 팬들이 자꾸 언니 보여달래!”

“안 돼.”

“에에에?! 난데(なんで)!”

“너무 치명적이라서 위험해.”

“헉…!”

“치명적이긴 하지… 인정.”

“애들아, 은아 그만 괴롭히고 어서 나와. 이제 너희 차례야.”

“네에에!”

“그럼 언니, 좀 있다 봐!”

후다닥 달려나가는 두 동생들. 귀엽기는 한데… 요즘 들어 감당이 잘 안 됐다. 마치 대형견 2마리를 키우는 기분이랄까? 생긴건 햄스터처럼 깜찍한데 활동량이 어마어마했다. 저게… 젊은인가? 앞자리 숫자가 달라지니 확실히 체감이 됐다.

“후후, 우리 애들 진짜 귀엽다. 그치?”

“아, 으응.”

그런데 이 사람은… 두 사람과 달리 귀엽지도 않았다.

말도 없이 부사장님을 찾아가 레슨을 받기 시작한 진희 언니. 내가 분명 조언을 해 줬는데도 깔끔하게 무시하더니 나와 부사장님과의 시간을 방해했다. 아니, 뭐어… 언니가 아니여도 레슨을 받지는 못했겠지만, 아무튼 말도 없었다는 게 컸다.

순진한 줄 알았는데… 은근 음흉하다니깐?

역시 우리 회사 사람답게 얼굴값을 못했다.

“유키랑 시엘이는 같은 멤버인데도 팬이 될 거 같아.”

“그렇구나.”

“아, 물론 은아랑, 은하도! 헤헤, 다들 너무 좋아.”

“그렇구나.”

거짓말이 아니라 지금 저렇게 웃고 있는게 그 증거였다. 연기 레슨이라 해도 결국 부사장님이랑 하는 레슨인데… 다소 변태 같을 거 아냐. 그런데도 저렇게 웃을 수 있다니… 속이 얼마나 검은 거야. 솔직히 말해서 무서울 정도였다.

특히 최근에는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던데… 서, 서, 설마 부사장님이랑 섹스라도 한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행복해하는 게 말이 안 됐다.

뭐어… 고작 발기했다고 부끄러워하던 부사장님이 그런 짓을 했을 리는 없지만… 아무튼 언니는 믿을 수가 없었다. 또 다시 뒤통수를 얻어맞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해 놔야 할 거 같다.

“응? 은아야 뭐 할 말 있어?”

“좋아 보여.”

“나? 헤헤… 그래?”

“잘 지내나 봐.”

“으응… 부사장님 덕분에… 헤헤, 자신감을 얻었달까?”

……그래, 이렇게 얻어맞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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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레슨 시간이 무척 재밌어졌다.

원래부터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최근에는 재미를 넘어, 두근거림과 설렘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엄청… 기다려진달까나… 헤헤헤, 그 모습이 밖으로도 티가 났는지 은아가 내게 좋아 보인다고 덕담을 해 주었다.

“고마워, 은아야!”

“………응.”

다시 착한 아이로 돌아온 걸까? 아직 어려서 그런지… 왔다갔다 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시트러스의 리더로서 내가 잘 챙겨 줘야겠지?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진 나는 부사장님… 이 아니라, 우재에게 달려갔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내게만은 적극적인 우리 우재. 헤헤헤헤헤… 오늘은 어떤 말로 나를 설레게 해 줄까?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벌컥

“저 왔어요! ……어어?!”

그런데… 부사장실에서 뜻밖의 인물을 보게 되었다.

최근에 시청률 대박을 내면서 다시 한번 자기 가치를 증명한 배우, 한지영. 도도해 보이면서도 사랑스러워서 아껴주고 싶은 매력을 가진 그녀가… 우재… 가, 아니라 부사장님 옆에 딱 달라 붙어 있었다.

어째서인지 땀까지 흘리면서 말이다.

게다가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고… 어어… 옷도 잔뜩 구겨져 있고… 어어, 에에… 어어어어?!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무척 당황스러웠다.

다가가려는 한지영과 멀어지려는 부사장님. 하지만 한지영은 부사장님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기어코 부사장실까지 찾아와서 자신의 진심을 보여 주려는 그녀. 젊고 예쁜 배우의 유혹에 넘어간 부사장님은… 결국 함락당하고 만다.

그렇게 시작된 키스.

부사장님의 넥타이를 풀어헤친 그녀가 야릇한 소리를 내며 부사장님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건 여기서 섹스를 하자는 의미. 거부하기엔 너무나도 매혹적인 웃음에 부사장님이 바지를 벗고……

“예의가 없네. 노크 몰라요?”

“……엣?! 아, 노크!”

“저기요, 저 대본 리딩 중에 방해받는 거 제일 싫어하거든요?”

“아… 죄, 죄송합니다!”

“……후우, 부사장님. 저 사람도 시트러스죠? 아니, 진짜… 시트러스 인성 교육 처음부터 다시 시켜야하는 거 아니에요?”

“왜? 너도 같이 받으려고?”

“……뭐래! 제가 그걸 왜 받아요!”

“하아… 아무튼 시간 됐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흥… 또 올게요.”

“아… 아, 안녕히 가세요!”

“……그래도 누구랑 다르게 인사성은 밝네. 레슨 수고하세요.”

뭐야, 대본 리딩 중이었구나.

나도 모르게 망상을 해 버렸지만…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두 사람은 내가 생각한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부사장님의 레슨에 푸욱 빠져서 부사장님을 사랑하게 된 한지영이, 부사장님을 독점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이용하는… 굉장히 외설적인 그런 내용일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냥 평범한 레슨이었다.

이래서 망상을 끊어야 한다니깐?

나는 떠나가는 한지영에게 인사를 한 후 방문을 잠갔다.

“오늘은 일찍왔네?”

“네에, 어쩌다 보니… 헤헤.”

“그러면 바로 시작할까?”

“어… 괜찮겠어요? 연이어 하면 감정 잡기 힘들지 않아요? 다른 캐릭터일 텐데…”

“내가 이런 거 한두 번 해 보겠니? 한 레슨에 5명을 연기한 적도 있었어.”

“와아… 그 정도면 그냥 배우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이 얼굴론 할 수 있는 배역이 한정적이거든. 쯧, 그래서 진작에 포기했어.”

“아… 그렇긴 하네요.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못생긴 얼굴로는… 이 아니죠?! 네에! 개성적인 얼굴이에요! 하지만 너무 개성적이면 감독들이 싫어하니깐… 그으, 싫어한다기 보단 선호하지 않으니깐… 아하하… 부사장님 최고!”

“너… 자꾸 그 패턴으로 나를 돌려 까는 거 같다?”

“아, 아닌데요?!”

“……”

“조심할게요…”

“에휴, 너야말로 시간 좀 가져야겠다. 5분 줄 테니깐 감정 잡아.”

“헤헤… 네, 알겠어요.”

평소에 자주 듣는 얘기일 테지만… 그래도 비난이니깐 듣기 싫었을 텐데… 부사장님은 내 악담에도 별 말 없이 넘어가 주셨다. 응, 역시 좋은 사람이라니깐. 오늘도 부사장님의 좋은 면을 확인한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런 다음 천천히 내뱉으면서 감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눈앞의 사람은 부사장님이 아니라 우재… 나를, 시은이를 사랑하는 풋풋한 남고생. 나는 그런 우재에게 설렘을 느끼는 순진한 여고생… 좋아,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렇게 나는 우재와 손을 마주잡은 후 오늘의 레슨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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