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76 - 아이돌 메이커(14)
이번엔 베개가 아니라 부사장님 위에서 허리를 흔들었던 나. 야동과 달리, 부사장님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단단하게 발기한 부사장님의 자지 덕분에, 나는 유사 섹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던 기분 좋은 감촉.
엄청 좋았었지…
그 덕에 나는 부사장님의 레슨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보지 입구가 비벼지는 것만으로도 미친듯이 헐떡였던 난데, 실제로 섹스를 하면 얼마나 느끼겠어. 어제, 그 행위를 하고 난 후부터 나는 진심으로 섹스를 갈망하게 됐고… 그 결과, 나는 부사장님이 원하던 표정을 자유자재로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와아, 가은아! 바로, 그거야! 엄청 섹시하다, 그거!”
“가은 언니, 스게에… 에, 엣찌다요…”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그런가?”
“언니… 아아, 못 참겠어!”
“앗, 시엘 쨩! 치사해! 나도 안을래!”
문제는 이 표정을 짓기 위해선 부사장님과의 섹스를 상상해야 해서,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막 그렇게 싫진 않은데… 역시 부담스럽달까? 생긴 것만 보면 내 취향과 너무 멀어서 상상하는 게 쉽지 않았다.
“너희들… 더워.”
하지만… 따로 떠올릴 사람도 없단 말이지.
진수 오빠는 부사장님보다 취향이 아니고, 시우 오빠는 내 취향이었지만… 뭐랄까, 딱히 섹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호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아이돌과 프로듀서 사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그런 쪽으로는 상상이 잘 안 됐다.
결국… 부사장님밖에 없나?
아무래도 당분간은 다른 선택지가 없을 거 같다.
“에에에, 싫어, 좀 더 안을래!”
“맞아, 언니가 먼저 유혹했잖아!”
“……진수 오빠, 동생들이 절 성추행하고 있어요.”
“응? 사진 찍어 달라고? 알겠어. 자, 찍을게!”
“에헤헤, 브이!”
“단톡방에도 올려 줘, 오빠!”
“오케이.”
도와 달라고 했는데 불법 촬영물을 찍다니, 하여튼 저 오빠도 변태였다. 무방비한 상태로 성추행당한 내 사진을 SNS에 올릴 생각이잖아, 저거. 그걸 보고 좋아요를 누를 팬들을 생각하자, 이 업계가 걱정되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변태밖에 없나? 한숨을 내쉰 나는 다시 부사장님의 자지를 떠올렸다. 더러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나 역시 더러워져야만 했다.
“참, 은아야”
“?”
“부사장님이랑 하던 레슨은 끝났어?”
“……레슨?”
“응, 두 달 동안 받기로 했잖아, 너. 근데 혹시 계속 하나 해서 말야.”
“레슨…… 끝났어.”
“그래? 연장은 안 한대?”
“……응.”
그런데 갑자기, 더러운 것과는 거리가 먼 진희 언니가 내게 질문을 했다. 어제부로 중단된 부사장님과의 레슨에 대해서 말이다. 그 탓에…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두 손이 부들거렸다. 쿨하게 넘기려고 했지만… 역시 섭섭한 건 섭섭한 거였다.
아니, 그렇게 뜬금없이 그만둔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더 많이 배우고 싶은데…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기획사 부사장이면 잠시 짬 정도는 낼 수 있을 텐데… 그 정도도 못해 주나 싶어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시트러스가 사장님의 꿈이라며, 그러면 좀 더 나를 챙겨 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하여튼 틀딱꼰대. 꼭 한 번씩 미운 짓을 했다.
“아쉽네… 근데 은아야, 레슨은 어땠어? 부사장님이 잘 가르쳐 주셨어?”
“몰라. 그 사람 기분 나빠.”
“……어어?”
“저번에 말했잖아. 이상한 사람이라고.”
“으음... 그런가? 부사장님 정도면 좋은 사람 아니야?”
“……?”
“그, 그게… 나쁜 소문도 없고, 특히 배우들한테 인기 많잖아.”
“좋은 사람 아니야.”
“아하하… 글쎄? 좋은 사람 맞는 거 같은데…”
“언니. 동생으로서 충고하는 건데… 부사장님 조심해. 그 사람 나쁜 사람이야.”
“으응… 그, 그래 알겠어.”
부사장님은 다짜고짜 레슨을 멈추는… 아주 나쁜 사람인데, 진희 언니는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어디서 가짜 뉴스라도 들은 걸까? 부사장님은 정말로 더러운 사람인데… 진희 언니는 그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거, 조금 더 확실하게 얘기해 줘야 하나? 나는 그 누구보다 순순한 진희 언니를 지키기 위해서 언니를 데리고 연습실 밖으로 나섰다. 나는 진희 언니에게 부사장님의 더러운 실체를 직접 알려 줄 생각이었다.
“가은아, 잠시 괜찮아?”
“?”
“팀장님이 부르셔. 할 말이 있대.”
그런데, 그러다가 진수 오빠한테 방해를 받고 말았다.
시우 오빠가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 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언니를 내버려 둔 채 연습실을 떠났다. 아무래도 진희 언니에게 진실을 알려 주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 할 거 같다.
***
“센터?”
“그래, 가은아. 이번 2집은 네가 센터로 활동할 거야.”
“정말이에요?”
“응. 정말이야.”
“대박.”
내가… 센터라고? 당연히 진희 언니나 유키가 센터에 설 줄 알았는데… 예상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센터에 선다는 건 시트러스를 대표하게 된다는 뜻. 아직 능력도 경험도 부족한 내가 벌써부터 센터에 서게 될 줄은 미처 꿈에도 몰랐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세 번 정도 꿈을 꾸기는 했지만… 아무튼, 이렇게 빨리 센터에 서게 될 줄은 몰랐다. 이것도 레슨의 효과일까? 굉장히 기분 나쁘고 더러운 부사장님이지만… 역시 내게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다.
“최근 들어서 노래도 그렇고, 춤도 그렇고, 네가 많이 성장했잖아?”
“그렇죠.”
“프로듀서로 그 모습이 정말로 뿌듯하고 자랑스럽더라고.”
“……헤에.”
“그래서 그걸 사람들한테도 보여 줄 생각이야. 왜, 내가 말했잖아. 너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애들도 너를 진심으로 동경하게 될 거라고.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이야. 이번 앨범으로 네 진짜 실력을 보여 주면,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게 될 거야.”
“그렇구나…”
그런데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라…
부사장님도 같은 생각일까?
“흐응…”
시우 오빠가 뭐라뭐라 말을 덧붙였지만 미안하게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부사장님도 나를 자랑스럽게 여길지가 궁금했다. 바보 변태 틀딱꼰대지만… 그래도 정이 없는 사람은 아니잖아.
성장한 날 보고 뿌듯해하면 좋겠는데…
평소에는 그런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아 궁금증이 커졌다. 딱히 인정 받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근에 보기 좋더라, 많이 늘었더라, 레슨하는 보람이 있더라… 등등은 얘기해 줄 수 있는 거잖아.
괜히 또 미워져서 심술이 났다.
“그러니 우리 조금만 더 노력하자. 그래서 우리 증명하자. 그럼 사람들이 가은이, 널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될 거야.”
“……확인.”
하지만 시우 오빠 말대로 내가 조금만 더 성장하면…
부사장님도 나를 무시하지 못 하겠지?
…그래, 맞아. 내가 인기인이 되면 부사장님도 나를 신경써야 할 거야. 시트러스는 사장님의 꿈이고, 부사장님은 형을 존경하는 동생이잖아.
만약 시트러스가 히트를 치고 내가 그 중심에 설 수 있다면… 지금처럼 제멋대로 레슨을 중단하는 일도 없어질 거야. 그리고 잘했으면 잘했다고… 아니, 못했어도 잘했다고 나를 칭찬해 줄 거야.
“후후,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하하하, 그렇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딱히 부사장님과의 레슨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게 도움이 되는 레슨이고, 또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깐, 열심히 할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 우선 두 달 후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줘야겠지?
자위는 이틀에 한 번꼴로 할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빈도를 늘려야 할 거 같다. 부사장님은 변태니깐 두 달만에 한층 더 요염해진 나를 보면, 새로운 걸 가르쳐 주고 싶어서 분명 안달이 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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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나를 경계하는 걸까? 부사장님은 진짜 좋은 사람인데… 가은이의 반응이 너무 매서웠다. 절대 날 부사장님 곁에 두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부사장님과의 레슨을 독점하고 싶은 걸까?
그래도 같은 동료인데 아직 어려서 그런지 이기적인 모습이 있었다.
마냥 착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다, 다시 해 볼래?”
“네에?”
“왜 이렇게 잘하지? 배우 지망생이었나? 아닌데, 아이돌 연습생만 7년이라 했는데? 뭐지… 아아, 미안해 진희야. 이해가 안 돼서 그런데 처음부터 다시 해 줄래?”
“네, 네에…”
“아니, 진희야.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네가 너무 잘해서 그래. 혹시 기분이 상했으면 미안해. 딱히 상처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어.”
“후후, 알아요.”
이것 봐. 나쁜 사람이 이렇게 사과할 리 없잖아. 부사장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좋은 사람 덕분에 정말로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혼자 연습할 때부터 느꼈는데 의외로 나… 연기에 재능이 있었구나…
고작 10분만에 나는 부사장님이 내준 시험을 통과했고, 그 결과 부사장님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대화 끝에, 부사장님과의 개인 레슨을 약속받을 수 있었다.
“괜찮겠어? 컴백이랑 겹칠 텐데.”
“도전해 보고 싶어요… 저를 위해서, 그리고 시트러스를 위해서… 어렵더라도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어요.”
“그래, 그러면 내가 도와줄게.”
그렇게 세 달 후에 있을 오디션을 준비하기로 한 나는 기쁜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그리고 멤버들을 불러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배우도 아닌 내가 부사장님한테 받는 연기 레슨. 당연히 멤버들은 기뻐하며 나를 축하해 주었다.
“……거, 거짓말.”
가은이만 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