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75 - 아이돌 메이커(13)
알람이 뜨자마자 집으로 돌아온 박수민이 책상으로 달려가 컴퓨터를 켰다. 반 년만의 시트러스 N-라이브, 아이돌이 직접 진행하는 소통 방송을 큰 화면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세팅을 마친 후 녹화 버튼을 누른 그녀. 모든 준비를 끝낸 박수민이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속보! 10분 후에 N-라이브 입갤!]
[유키쨔앙 ㅠㅠㅠ 믿고 있었다구우우 ㅠㅠㅠ]
[누구 누구 나옴??]
[뉴비임? N-라이브는 유키랑 에루잖아;;]
[에루쨩 오늘도 영어로 인사할 듯 ㅋㅋㅋㅋ]
[일본인보다 발음이 구린 혼혈쨩 ㅋㅋㅋㅋㅋㅋ]
[얼마만의 N랍이냐 하아… 엄청 기대된다 ㅠㅜㅠㅜ]
역시 시트러스 덕후들만 모인 커뮤니티답게 대부분의 유저들이 N-라이브를 기다리고 있었다. N-라이브가 재개되었다는 건 얼마 안 가 컴백을 한다는 뜻. 그것을 모를 팬들이 아니었기에 커뮤니티는 축제 분위기였다.
[작년 N랍짤 모음.gif]
그것이 썩 마음에 든 박수민. 그녀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N-라이브 움짤들을 공유했다.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띄우면서 그녀의 최애, 유키를 영업하기 위해서였다.
-띠리링!
[안녕, 안녕! 히사시부리데스!]
[롱 타임 노 씨, 다들 잘 지냈어?!]
그러다 어느새 시간이 되어 방송이 켜진 N-라이브. 눈팅을 끝낸 박수민이 방송에 집중했다. 그리고 호들갑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 천사처럼 사랑스러운 두 사람의 얼굴. 덕질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그녀가 채팅에 참여했다.
[우웅, 고마워. 나도 사랑해!]
[야,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에에에, 시엘 쨩 설마 질투하는 거야?]
[뭐래… 아니거든?]
[푸흐흐, 아뉘궈든?]
-빠악
[우에에엥, 여러분! 시엘 쨩이 절 때렸어요!]
반 년만에 보는 N-라이브 방송이지만, 두 사람은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순수하고 순진해 보이는 유키와 시엘. 그녀들의 애교 넘치는 모습에 엄마 미소를 지은 박수민이 시트러스 굿즈를 껴안았다. 역시 유키시엘 조합은 진리이자 사랑이었다.
[에에… 그건 비밀! 못 말해 줘!]
[늦어도 여름엔 볼 수 있을 거야.]
[시, 시엘 쨩! 비밀이라구 했잖아!]
[바보야, 이 정도는 괜찮아.]
[아, 정말?]
[내 생각엔 그래.]
[이 멍청아! 아니면 어떡해애!]
[뭐? 멍청이? 너 지금 나한테 욕했어?!]
-벌컥
[너네 시끄러워.]
그런데 방송 중에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가 일어났다.
동생들이 N-라이브 중인 걸 미처 몰랐던 건지, 방문을 열고 들어온 가은. 방송을 보던 모든 사람들이 순간 숨을 멈추었다. 가은의 비현실적인 외모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쟤는 노메이크업도 저렇게 예뻐? 박수민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 언니! 지금 방송 중이야!]
[응?]
[N-라이브!]
[아… 깜빡했다.]
[코노 바카! 큰일 날 뻔했잖아!]
[미안.]
[으휴, 됐으니깐 온 김에 인사하고 가.]
[인사?]
[자, 박수 박수! 시트러스의 가은입니다.]
-짝짝짝
[안녕.]
“………와아.”
팬들의 침묵이 길어졌다.
박수민이 사고를 멈춘 채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같은 여자인데도 두근거림을 느낀 박수민.
모니터 속 가은은 그녀가 알던 가은이 아니었다.
반 년만에 한층 더 아름다워진… 아니, 저걸 뭐라고 해야 하지? 아름다움을 넘어 한 명의 아찔한 팜프파탈이 된 가은. 자그맣게 미소 지으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그녀는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흥분시키는 그녀는 그 누구보다 매혹적인 미의 여신이었다.
“너무… 예뻐…”
그렇기에 가은의 노예가 되고 만 박수민. 빨갛게 얼굴을 물들인 그녀가 숨을 헐떡이며 떠나가는 가은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러곤 아쉬움을 삼킨 채 떨고 있는 자신의 몸을 겨우 진정시켰다.
“가은아… 하아…”
오늘 전까지만 해도 가은을 싫어하던 그녀였지만, 오늘부터 그녀는 가은의 열렬한 팬이었다. 얼굴이 예쁘다고 다가 아니었지만… 가은이라면 용서가 됐다. 그 사실을 깨달은 박수민이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가은, 나의 빛, 나의 희망…]
[씨발 빨리 인사짤 내놔!!!!]
[얘들아 나 뷰지가 이상해… 살려줘…]
[아 미치겠다… 진짜 미치겠다미치겠다미치겠다미치겠다ㅏㅏㅏ]
[지금부터 가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눈나 나 거기가 이상해… 가은 눈나…]
[하 씨발 완장 때려치고 나도 달린다 시발 ㅋㅋㅋㅋㅋㅋㅋ]
[상스럽지만 가은이 보고 그만 …해버렸습니다.]
다행히 팬들도 그걸 알아챈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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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타이틀 곡이 정해졌다. 노래 제목은 ‘V-tamin’. 제목이 조금 별로였지만 곡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역시 시우 오빠라니깐? 우리가 바란 대로 퍼포먼스 위주의 곡인데, 후렴구가 좋아 자꾸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 정도면 성공할 수 있겠지?
그런 자신감이 샘솟는 곡이라 느낌이 좋았다.
“흐으응, 흐응… 으으응, 응…”
부사장님도 나랑 같은 생각일까? 나는 신곡을 중얼거리면서 개인 연습실로 찾아갔다. 어느덧 마지막 레슨일이었지만 이대로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이 남았단 말이야. 최소 두 달이라고 했으니 연장을 요구할 생각이었다.
“가은아, 미안한데 내가 너무 바빠서 말야. 당분간은 못 봐 줄 거 같아.”
“?”
“듣고 있니?”
“?”
“가은아?”
“?”
그런데 부사장님이 내게 이상한 소리를 했다. 지금 설마 내 요구를 거절한 거야? 아무리 부사장님이라 해도 이건 억지였다. 도중에 버리는 게 어딨어. 나는 한 명의 직원으로서 당연한 권리를 주장했다.
“이이잉.”
“……뭐 하니?”
“엑.”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고자라서 그런가? 유키한테 배운 애교인데 먹히지 않았다. 진수 오빠나 내 팬들은 좋아서 죽으려고 하던데… 역시 부사장님은 상대하기가 어려웠다. 하여튼 까다롭다니깐. 작전을 바꾼 나는 고개를 숙였다.
“흐윽. 흑.”
“……뭐 하니?”
“엑.”
하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역시 연기에는 재능이 없는 걸까? 아쉽지만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니깐…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 대신 나는 춤을 잘 추잖아. 유키보다는 아니지만… 어쨌든 나도 재능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그 재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레슨을 연장해야만 했다.
“흥.”
“가은아, 아예 유기한다는 게 아니잖아.”
“……”
“두 달 정도는 나도 본업에 충실해야 해.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줘.”
“두 달요?”
“그래.”
“……확인.”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사장님에겐 ‘어른의 사정’이란 게 있었다. 따라서 같은 어른으로서 그 정도는 이해를 해 줘야만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옷을 벗었다.
그런 다음 부사장님 위에 올라타 몸을 맡겼다.
“만져 주세요.”
“알겠어.”
부사장님한테 애무를 당하며 자위를 하는 레슨. 상당히 문란한 레슨이었지만 얼마 전 N-라이브 짤이 돌아다니는 걸 보면 효과가 있는 레슨이었다. 표정이 너무 요염해서 눈을 뗄 수가 없다고 했었지? 나는 그때 그 표정을 떠올리며 보지를 만졌다.
“기분 좋아?”
“아직요… 좀 더 세게 만져 주세요.”
“이렇게?”
“하읏… 으응, 네에, 그렇게요…”
“알았어.”
“그리고, 흐응… 젖꼭지가 민감하니깐 거기 위주로 만져 주세요.”
“그래.”
5분 정도 지나자 슬슬 몸이 달아올랐다. 보지에서는 찌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내 입에서는 야릇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기분 좋아… 그런데 섹스는… 이것보다 훨씬 더 기분 좋다는 거잖아…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부사장님의 자지.
그 자지로 질벽이 긁히는 걸 상상하자 저도 모르게 허리가 움찔거렸다. 부사장님과의 섹스… 분명 기분 좋겠지? 하아, 섹스… 자지로 하는 섹스… 기분 좋은 섹스… 부사장님이랑 하는 섹스…
“하아, 으응… 하아앙…”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자 아름다운 여자 한명이 자위를 하고 있었다.
표정만 보면 야동 배우처럼 보여 무척 음란해 보였다.
지금의 이 느낌을… 하읏, 잊지 말아야 하는 거겠지?
나는 섹스를 한다 생각하고 허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부사장님의 자지가 조금씩 단단해졌다. 흐응, 고자는 아니었구나. 부사장님의 생식 능력을 확인한 내가 한층 더 격렬하게 허리를 돌려 댔다.
두 달 동안은 혼자서 해야 하니깐… 이 감각을 기억해야만 했다.
“부사장님, 하아… 으으응…”
“가은아… 으윽…”
후후후, 그런데 부사장님도 기분이 좋아진 건지 듣기 싫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평소의 냉정한 모습은 어디 가고 이제 막 들어온 연습생처럼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마지막인데… 서비스라도 해 줄까?
나는 자세를 바꿔 부사장님과 마주 봤다.
“하아, 부사장님… 닿고 있는데요?”
“어… 어어?”
“변태.”
“미, 미안, 아니 이건…”
“변태.”
“가은아, 잠깐만…”
“변태.”
그런 다음 부사장님을 끌어안고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그러자 내 보지에 닿은 부사장님의 자지가 몇 배는 더 딱딱해졌다. 그 덕분에 자위를 하지 않고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었다.
“부사장님, 기분 좋아요?”
“어, 으, 으응…”
“저도요.”
진작에 이렇게 할걸.
이 방법을 마지막 날에 안 게 무척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