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373화 (373/428)

Chapter 373 - 아이돌 메이커(11)

처음에는 긴장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시키는 대로 하곤 있는데… 이게 맞는 건지 스스로도 헷갈려서, 도무지 집중이 안 됐다. 자위라는 거…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는단 말야. 그러다 보니 인지 부조화가 와서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가은아, 긴장하지 마.”

“으읏, 으응…”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사장님한테 안기자 조금씩 안정이 됐다. 레슨이 아니라면… 이렇게 가슴을 애무당할 일도 없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이 레슨 중인 게 실감나서 오히려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래… 이건 다 레슨을 위해서야.

모두 다 나를 위한 거라고.

나는 침착하게 숨을 고른 다음 조심스레 손가락을 움직였다. 부사장님 앞이었지만 더는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 레슨이잖아.나는 부사장님이 한 말을 떠올리며 본격적으로 자위를 시작했다.

“아앙. 하앙. 아앙. 하앙.”

“……”

“하앙. 아앙. 하앙. 아앙.”

“……”

“기분 좋아. 아앙. 하앙.”

“……”

“좀더 세게. 하앙. 아앙.”

“……아니, 아니, 잠깐만.”

“?”

그런데 분위기를 타려는 순간 부사장님이 나를 방해했다. 굉장히 못 볼 거 봤다는 얼굴을 한 채로 말이다. 나름 열심히 한 건데 뭐가 또 불만인 걸까? 하여튼 맞춰 주기 참 어려운 틀딱꼰대였다.

“가은아, 너 지금 뭐 해?”

“자위요.”

“아니, 그거 말고 아앙, 하앙, 그거 뭐냐고.”

“신음 소리요.”

“시… 신음 소리? 그게?”

“부사장님이 섹스한다 생각하고 자위를 하라면서요. 그래서 야동 배우처럼 연기한 거예요. 아앙. 하앙. 아, 혹시 너무 메소드라서 그래요? 조금 살살 할까요?”

“크흠… 그, 그래 줄래?”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곤 다시 내 가슴을 주무르는 부사장님. 나는 최선을 다한 건데 반응이 좋지 않았다. 으음, 역시 연기엔 재능이 없는 걸까? 그래도 격려 정돈 해 줄 수 있을 텐데… 하여튼 밉상이었다.

“가은아, 너무 억지로 연기하지는 말고 그냥 쾌감에 몸을 맡겨.”

“……하이.”

“…왜 또 일본어야. 너 설마 삐졌어?”

“べつに(별로).”

“야, 연기까지 잘하려는 건 욕심이잖아.”

“흐응…”

“아이돌이 얼굴 예쁘고 춤 잘 추면 됐지, 왜 자꾸 선을 넘어. 쯧, 적당히 하고 빨리 집중해. 시간 얼마 없어.”

“……알았어요.”

그래도 춤 실력이 는 건 인정해 주는 구나. 으음, 은근히 냉정한 구석이 있다니깐? 부사장님의 날카로운 판단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시 자위를 재개했다. 그러니까 쾌감에 몸을 맡겨라, 이거지? 이번에야말로 정신을 집중한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부사장님의 조언을 따랐다.

“가은아, 기분 좋아?”

“으응…”

“그런데 있지, 섹스는 이것보다 훨씬 더 짜릿해.”

“……응.”

“자, 이 엄지 손가락이 내 자지라고 상상을 해 봐.”

“자지… 부사장님의 자지…”

“섹스를 하면 이렇게, 내 자지가 네 보지 안에서 날뛸 거야.”

“부사장님의 자지가… 으읏, 내 보지 안에서…”

“가은아, 그러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하읏… 모르겠어요.”

“분명 기분 좋을 거야.”

“그런가…”

“그래, 내가 장담할게. 확실해.”

“그런가…”

“알겠어?”

“으응… 아, 알겠어요.”

부사장님이랑 하는 섹스는 기분이 좋다.

잘은 모르겠지만 맞는 말이겠지?

부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섹스를 상상한 나는 한층 더 격렬하게 자위를 이어갔다. 지금 이렇게 보지를 만지는 것보다 몇 배는 더 기분 좋은, ‘자지’로 하는 섹스. 그 아찔한 섹스를 상상한 나는 부사장님 앞에서 숨을 헐떡였다.

“그걸 네 머릿속에 집어 넣어야 해.”

“으응…”

“그래야 모두를 유혹하는 표정을 지을 수 있어.”

“……확인.”

“이제 좀 감이 와?”

“……조금요.”

“감이 올 때까지 자위를 하는 게 숙제야. 나랑 하는 섹스를 상상하다 보면 조금씩 감이 올 거야. 알겠지? 그러니 민망해도 꾹 참고 열심히 해 봐.”

“…알았어요.”

에휴, 오늘도 미친 짓을 하고 말았구나.

나는 천천히 옷을 입으며 오늘 배웠던 가르침을 복습했다. 변태 같을수록 효과가 크니 이번에도 도움이 되겠지? 부사장님을 상상하면서 자위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야 성장할 수 있으니, 인내심을 한번 늘려 봐야 할 거 같다.

***

부사장님과의 레슨은 변태 같을수록 효과가 크다, 라는 내가 발견한 공식은 이번에도 성립했다. 박수를 치며 나를 칭찬해 주는 안무가 선생님. 이제 나도 춤 담당인가? 이제는 표정부터가 춤꾼이라면서 눈을 반짝이는 선생님 덕분에 불쾌했던 기분이 사라졌다.

후후, 어제도 역겨운 자위를 한 보람이 있구나.

역시 복습은 철저히 하는 게 좋았다.

“은아야, 수고했어.”

“고마워, 언니.”

“오늘 보는데 표정이 너무 좋더라.”

“그런가?”

“응, 완전 배우 같았어. 혹시 시선 처리도 부사장님한테 배운 거야?”

“으음…… 아마도?”

“어머, 그래? 역시 잔소리만 들은 건 아니구나?”

“으응…”

그런데 최근 들어 리더인 진희 언니가 부사장님과의 레슨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진희 언니는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깨끗한 여자인데 말이다. 역시 언니도… 성장하고 싶은 걸까? 하지만 언니는 ‘섹스 어필’과는 거리가 너어무 먼 사람이라, 선뜻 추천해 주기가 망설여졌다.

“나도 부사장님을 한번 찾아 가 볼까? 은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으음, 딱히? 가 봤자 도움 안 될걸?”

그래서 나는 언니 앞에서 부사장님을 비난했다.

괜히 관심을 가졌다가, 진희 언니가 부사장님 앞에서 알몸이 되면 어떡해. 날 아껴 주는 진희 언니에게 그런 비극이 일어나는 일은 피해야만 했다. 그리고 또, 레슨을 받다 보면 어제의 나처럼 더러운 상상을 하면서 자위도 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추천해 주냐고.

진희 언니의 순결을 지켜 주고 싶었던 나는, 언니가 레슨을 피하도록 부사장님의 단점을 부풀려 안 좋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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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아가 나를 견제하는 걸까? 당연히 도와줄 줄 알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같은 시트러스 멤버니깐 다같이 성장하면 좋을 텐데… 은아도 연예인이라 혼자서 주목받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역시 경쟁사회.

평범한 사람은 살아남기가 어렵구나.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은아 언니! 오늘 뭐야? 엄청 섹시해!”

“인정.”

“언니, 아까 그 표정 다시 해 줘!”

“이거?”

“꺄아아아아! 너무 좋아아!”

재능 있는 아이들은 저렇게 하루하루가 행복할 텐데… 나같이 어중간한 사람들은 하루를 견디는 게 일이었다. 나도 쟤들처럼 저렇게 활짝 웃고 싶지만 그럴 때마다 고민이 떠올라 진심으로 미소 짓기가 어려웠다.

이러다가… 망가지는 거 아닐까?

눈물이 흐를 거 같아서 억지로 고개를 숙였다.

“언니, 괜찮아?”

“아, 으응… 잠깐 어지러워서 그래.”

“언니 점심 굶었잖아. 그래서 그런 거 아니야?”

“아니야, 간식 챙겨 먹었어.”

이럴 때 보면 우리 래퍼는 정말 태평하다니깐. 나는 부러움을 삼킨 채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물이 나온다고 질질 짜는 것은 삼류나 할 짓이잖아. 그래도 리더인데 힘들다고 주저 앉을 순 없었다.

“응? 언니, 어디 가?”

“화장실.”

분명히 시트러스가 사장님과 부사장님의 꿈이라고 했었지?

이름 모를 배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게도 레슨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계획대로라면 은아랑 같이 부사장님을 찾아갈 생각이었지만, 혼자라고 찾아가지 못할 건 없었다. 나도 GSB 아이돌인데 뭐 어때. 상담 정도는 받을 수 있는 거잖아.

오늘 은아의 반응을 보고 느꼈다.

나도 아이돌이라면 뻔뻔해 져야만 했다.

-똑똑똑

“부사장님, 시트러스의 진희예요.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와.”

***

“야, 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네?”

“도대체 나한테 무슨 레슨을 해 달라는 건데?”

“어… 그, 그게…”

“댄스? 보컬? 이미 다 받고 있잖아. 혹시, 뭐 추가 레슨이 필요해? 그럼 이 팀장을 찾아 가야지 왜 나를 찾아온 거야? 응?”

“그, 그게…”

“자꾸 그렇게 말 더듬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해. 나한테 뭘 원하는데?”

“……레슨이요.”

“그러니깐 무슨 레슨?”

“은아가… 가은이가 받는 레슨이요.”

“가은이가 받는 레슨?”

“네, 네에! 저, 저도 시트러스 멤버잖아요. 저도 받고 싶어요. 저도 은아처럼 성장하고 싶어요. 저도 시트러스니깐… 적어도 G, GSB에 부끄럽지 않도록…”

“됐고, 그럼 네가 뭘 해 줄 수 있는데?”

“……네?”

“레슨 대가로 네가 나한테 뭘 해 줄 수 있냐고.”

“어… 어라?”

“나랑 잘 수 있어?”

“어……?”

“나랑 섹스할 수 있냐고. 배우 중에 나한테 레슨 받겠다고 대주는 애가 한둘인 줄 알아? 내 몸값,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비싸. 너 그거 감당할 수 있어?”

“어, 어어…..”

“말 더듬지 말고 똑바로 말해. 나랑 섹스할 수 있냐고.”

어, 어쩌지… 설마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솔직히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부사장님, 이런 사람이었어? 은아가 했던 말이 사실이었잖아. 그, 그러면 은아도 부사장님이랑 그, 그걸 했다는 건데… 어, 어떡해… 그럼 나도 해야 하는 거야?

하, 하지만… 나한테는…

-철컥

“꺄앗?!”

“대답하기 전까진 너 여기서 못 나가.”

시우 오빠, 나 어떡해? 당연히 돌파구인 줄 알았는데, 하, 함정이었어… 역시 경쟁사회. 평범한 사람은 살아남기가 어렵나 봐. 나는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을 느끼면서 벌벌 떨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부사장님이 변태 같은 얼굴로 노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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