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69 - 아이돌 메이커(7)
“오오… 손으로 하는 건 많이 늘었는데?”
“훗.”
“그럼 이번엔 몸으로 직접 해 볼래?”
“알겠어요.”
일주일 동안 열심히 숙제를 한 보람이 있었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섹스 어필’을 할 수 있었다. 결국 요점은 얼마나 섹스를 잘 따라하는지잖아. 매일 밤 자기 전에 부사장에게 받은 야동으로 복습을 한 게 유효했다.
‘으응? 언니, 빨래를 왜 그렇게 자주 해?’
‘은아 언니 설마… 오줌 쌌어?!”
도중에 베개가 다 젖어 이상한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아무튼 성과를 냈다는 게 중요했다. 이제는 나도 한 명의 어엿한 아이돌이었다. 그것을 부사장한테도 보여 줘야겠지? 나는 당당하게 옷을 벗은 다음 베개 위에 올라탔다.
“가은아, 야동 없이도 할 수 있지?”
“엣.”
“뭐야, 아직도 야동이 필요해?”
“……피, 필요 없어요.”
“정말?”
“네, 안 보고도 할 수 있어요.”
“그래, 한번 해 봐.”
설마 여기서 제약을 걸 줄이야, 역시 부사장은 날카로웠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몇백 번이나 따라한 기승위 자세… 야동이 없어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내 질벽에 가상의 자지가 긁히도록 허리를…
“오… 이걸 일주일만에 한다고?”
“흐읏, 흥… 할 수 있다고 했죠?”
“잠시만, 비교용으로 영상 좀 찍을게.”
“네에…”
“이야, 많이 좋아졌는걸?”
진심을 담아 감탄하는 부사장. 확연히 달라진 그의 반응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저 깐깐한 틀딱꼰대도 인정할 정도라는 거 아니야. 기세를 올린 나는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허리를 돌렸다. 그러자 부사장이 활짝 웃으며 내게 박수를 쳐 주었다.
“적어도 한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가은아, 너… 의외로 재능이 있구나?”
“응. 그런가 봐요.”
“이 정도면 바로 다음 진도로 넘어가도 되겠는걸?”
“다음 진도도 있어요?”
“응, 이렇게 대놓고 허리를 흔드는 건 기초 과정이고, 이제 이걸 응용하는 게 심화 과정이야. 혹시 몰라서 준비해 놨는데… 잘됐다, 지금 바로 보여 줄게.”
부사장이 그렇게 말하더니 가방 안에서 태블릿을 꺼냈다. 그러곤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돌 직캠 영상 하나를 틀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얘기를 할 생각인 걸까? 나는 호기심을 품은 채 부사장이 틀어 준 영상을 바라보았다.
“우선 두 동작을 보여 줄 건데… 이게 그, 첫 번째 안무야.”
“으음… 이것도 ‘섹스 어필’이 담긴 춤이에요?”
“왜? 아닌 거 같아?”
‘야하다’기보다는 ‘예쁘다’ 혹은 ‘멋있다’라는 감정이 먼저 드는 안무 동작. 가볍게 허리를 튕기면서 춤을 추는 선배 아이돌을 보며 나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섹스 어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부사장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는 설명을 요구하기 위해 부사장을 빤히 쳐다보았다.
“가은아 명심해, 아이돌에게 있어 허리는 곧 섹스야.”
“엑.”
“따라해 봐. 허리는 곧 섹스다.”
“허… 허리는 곧 섹스다?”
“그래, 별 거 아닌 동작처럼 보여도… ‘허리’에 포커스가 쏠리면 무조건 ‘섹스 어필’이 담긴 춤이야. 예외는 없어. 자, 엄지 손가락을 한번 내밀어 볼래?”
“여기요.”
“이렇게 세로로 쥔 주먹 안에 엄지 손가락을 박아 넣는 걸 섹스라고 했었지?”
“……네.”
“여기서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면 어떻게 될까?”
“읏, 으읏…”
“자극이 되지?”
“네…”
“이 안무처럼 허리를 튕기는 건?”
“하으읏…”
“이것도 자극이 되지?”
“네, 네에…”
“그래서 ‘허리는 곧 섹스다’라고 하는 거야.”
“……으응.”
이해는 잘 안 됐지만… 그럼에도 이해가 됐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대충 알 것만 같았다. 그러니깐… 허리놀림이 중요하다는 거지? 허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자지를 자극할 수 있으니깐… ‘허리가 곧 섹스다’라고 말하는 거 아닐까 싶었다.
“반대로 해 볼까? 자, 네 보지 안에 내 자지를 박아 봐.”
“으응… 했어요.”
“이제 네 멋대로 허리를 움직여 봐.”
“하읏…”
“어때? 내 자지가 느껴져?”
“네에… 느껴져요.”
“지금처럼 일단 허리가 움직여야 보지도 자지를 느낄 수 있고, 자지도 보지 안을 느낄 수 있어. 그런데 허리가 안 움직이면… 어때? 내 자지가 느껴져? 아아, 물론 느껴지기야 하겠지. 근데 막 자극이 되지는 않지?”
“네, 맞아요.”
“그래서 허리가 중요한 거야.”
“아하…”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허리에 포커스가 쏠린 안무를 보고 ‘섹스 어필’이 담긴 춤이라고 하는 거야. 이제 좀 알겠어?”
“으응… 알 거 같아요.”
부사장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이제는 대충 알 것만 같았다. 별 거 아닌 동작도 허리를 이용하는 동작이라면, 섹스를 연상시키는 동작이었다. 따라서 이 안무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섹스 어필’을 위한 동작이었다.
정말이지… 알아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구나.
짜증나는 부사장과의 레슨이었지만, 그래도 얻는 게 많아서 다행이었다.
“이 사람들한테 크롭티를 입힌 것도 그래서예요? 허리로 시선을 집중시키려고?”
“오오! 맞아, 그거야. 똑똑한데?”
“인정.”
“자, 이건 두 번째 영상인데… 어때? 이것만 봐도 대충 감이 오지?”
“허리 웨이브… 이것도 섹스네요.”
“그래, 딱 봐도 알겠지?”
“네.”
“이것처럼… 요즘은 대놓고 ‘섹스 어필’을 하는 안무보다 은근슬쩍 ‘섹스 어필’을 하는 안무가 대세야.”
“그렇구나.”
“그러니… 이제 은근슬쩍 ‘섹스 어필’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겠지?”
“…그렇구나.”
“그러면 첫 번째 동작부터 해 보자. 포인트는 춤을 추면서 섹스를 생각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허리를 움직여야 더 기분 좋은 섹스가 될까? 그 생각을 하면서 춤을 추다 보면 저절로 실력이 늘 거야.”
“……그렇구나.”
“자, 자. 시간 별로 없어. 어서 일어나.”
여전히 내용만 놓고 보면 참 저질스럽고 역겨운 레슨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곤 굉장히 유용한 레슨이니… 에휴, 힘을 낼 수밖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골반 위에 손을 올렸다. 부사장이 보여 준 첫 번째 춤을 추기 위해서였다.
……어라? 그런데 이대로 춤을 추면 가슴이…
“브라는 차야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 아파도 참아. 가슴이 흔들리는 걸 찍어야 해.”
“경찰 번호가 112였죠?”
“이것도 레슨을 위해서인데… 하아아, 바스트 모핑은 다음에 배울까? 그래, 오늘은 일단 섹스를 떠올리면서 춤 추는 것만 해 보자.”
“……확인.”
바스트 모핑은 또 뭐야.
알아야 할 게 또 하나 추가되었다. 역시 아이돌은 어려운 직업이었다. 시우 오빠는 왜 이런 걸 안 가르쳐 줬을까. 알았으면 시작도 안 했을…
으음, 아마 그래서겠지? 내가 시작도 안 할까 봐? 그 오빤 진짜 속이 음흉하다니깐… 후회가 됐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만 둘 순 없었다.
멤버들을 위해서라도 노력해야지…
나는 브라를 찬 후 다시 자세를 취했다.
“팬티는요? 입어도 돼요?”
“아니.”
“……유감.”
“됐고, 노래 틀 테니깐 빨리 춤이나 춰.”
“…확인.”
이 상황에서도 거기를 노출해야 한다는 게 불만이었지만… 그래도 부사장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잖아. 나는 아쉬움을 삼킨 채 열심히 허리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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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의 눈’으로 확인한 ‘가은’의 재능은 확실했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그녀는 무엇 하나 부족한 재능이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시간뿐. 그렇기에 시트러스의 프로듀서, 이시우는 2집을 최대한 늦게 준비했다. 준비 기간 동안 가은이 각성하기를 바란 이시우의 고집이었다.
그런데… 그 소원이 하늘에 닿은 걸까?
드디어 가은이 알을 깨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가은에게서 아이돌의 아우라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노래와 춤은 제자리걸음이었지만, C에서 B로 발전한 그녀의 표현력. 그것 하나만으로도 가은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 팀장님 오셨어요?”
“진수야, 저거 찍어 놔. 스포일러 용으로 써야겠다.”
“네? 아아… 가은이요? 알겠습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가은의 매력. 그것을 확인한 이시우가 2집의 성공을 확신했다. 그리고 동시에 기대했다. 고작 표현력 한 단계 오른 게 저 정도다. 그렇다면 모든 재능이 개화하고 난 후의 가은은 어떨까?
이시우가 기분 좋은 떨림을 느꼈다.
“대박이죠? 한 달만에 저렇게 달라졌다니깐요. 역시 GSB 부사장님은 다른가 봐요. 배우 담당이라 아이돌은 잘 모를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나 봐요.”
“……뭐?”
“가은이 저렇게 바뀐 거 다 부사장님 덕분이잖아요. 갑자기 따로 레슨해 준다길래 걱정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괜한 걱정이었어요.”
“아… 그, 그래. 그랬지.”
그런데 최진수가 이시우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그의 말대로 가은의 변화에는 부사장의 지분이 컸다. 무슨 레슨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저렇게 확연히 달라진 걸 보면 뛰어난 레슨을 한 게 분명했다.
그것이 딱히 마음이 들지 않았던 이시우. 시트러스를 온전히 자기 힘으로 키우고 싶었던 그는 부사장의 방해가 영 탐탁지 않았다.
“아핫, 시우 오니쨩! 나 보러 온 거야?”
“뭐래, 나 보러 온 거죠?!”
“너희 둘 다 보러 온 거야.”
“에헤헤, 들었지? 언니들 보러 온 거 아니래!”
하지만… 그래 봤자 두 달이다. 어쩔 수 없이 시작한 레슨도 한 달만 지나면 끝이 난다. 그러고 나면 이번에야말로 자기가 직접 레슨을 해 주겠다고 결심한 이시우. 그가 활짝 웃으며 시트러스에게 다가갔다.
‘으으음… 두 달은 너무 아쉬운데… 부사장님한테 부탁해서 한 달만 더 늘릴까?’
그리고 그때 가은은 이시우와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