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67 - 아이돌 메이커(5)
“뭐 해? 레슨 안 할 거야?”
“……”
“왜? 못 하겠어?”
“네.”
“하아아, 못 하겠다고?!”
“네.”
나한테 꼭 필요한 레슨인 건 알겠다. 그런데… 야동을 따라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잖아. 유사 성행위를 틀딱꼰대인 부사장 앞에서 해야 한다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아 짜증이 났다.
베개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건… 사실상 자위잖아.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 자위를 부사장한테 보여 주고 싶지는 않았다.
“후우… 가은아, 이것도 내가 양보한 거야.”
“양보?”
“이 레슨 제대로 하려면… 진짜로 섹스를 해야 해.”
“엑.”
“내가 말했잖아. 동작이 섹스랑 비슷할수록 ‘섹스 어필’의 효과도 커진다고. 그럼 당연히 섹스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섹스 어필’도 잘하지 않겠어? 그러니 레슨을 제대로 하려면 섹스를 직접 해 보는 게 제일 좋아.”
“헐.”
“그런데, 너… 이 팀장이랑 사귀는 거 아니라며.”
“네.”
“그럼 너, 주변에 섹스할 사람도 없을 거 아냐.”
“그렇죠.”
“그러니 하다못해 이렇게라도 레슨을 해야 해.”
“……그런가?”
“아니면, 뭐, 나랑 하게?”
“미쳤어요?”
“그렇지? 그러니 잔말 말고 허리나 흔들어.”
“……확인.”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게 최선이었다. 레슨을 하려면 짜증이 나도 부사장 앞에서 유사 성행위를 해야만 했다. 이 짓이 아니면 섹스를 해야 한다는데, 그럴 수는 없잖아.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쉰 후 베개 위에 올라탔다.
“시작할게요.”
- 삐링!
“그래, 잘 보고 따라해 봐.”
그런데… 그 순간 들려서는 안 되는 효과음이 들렸다.
“……지금 뭐 하세요?”
“응? 찍고 있잖아. 안 보여?”
역시 부사장은 변태였다.
“아하, 감옥 가시게요?”
“아니, 야! 비교 영상을 찍어야할 거 아냐!”
“비교 영상?”
“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네 눈으로 봐야 할 거 아니냐고!”
“…인정.”
“하아, 그리고 레슨 끝나면 네가 보는 앞에서 다 지울 거니깐, 제발 쓸데없는 걱정 좀 하지마! 내가 이런 걸로 내 인생을 걸 거 같아?”
“……확인.”
변태는 맞는데… 참 이상한 변태였다. 하는 행동은 진짜 더러운데 이야기를 들어 보면 전부 다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혹시… 변태는 맞는데 믿어도 되는 성실한 변태 아닐까? 어쩌면 첫인상만큼 나쁜 사람은 아닌 걸지도 모르겠다.
***
“자, 이 두 영상의 차이점을 알겠어?”
“네. 하나는 제가 나오고, 하나는 야동 배우가 나와요.”
“정확해.”
“훗.”
“정확하게 핀트를 벗어났어.”
“엑.”
“정답은 섹스에 대한 지식의 유무야.”
“엥.”
“왜? 아닌 거 같아? 그러면 네가 알고 있는 섹스에 대해서 말해 봐.”
이것도 진짜 변태 같은 질문인데… 다 이유가 있는 거겠지? 한참을 망설이던 나는 고민 끝에 부사장에게 대답했다. 어차피 따져 봤자 바로 반박을 당할 테니, 그냥 떠오르는 대로 대답하는 게 현명했다.
“으음… 남녀 간의 호흡? 화합?”
“좀 더 자세히.”
“아, 알잖아요. 저런 식으로 저걸 저기에 넣어서… 그렇고 그런 걸 하는 거요.”
“그게 끝이야?”
“그거 말고 더 있어요?”
“그래서 네 동작이 이렇게 어색한 거야.”
이것 봐. 어차피 답정너잖아. 내가 뭐라고 대답하든 간에 부사장이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그러면 그냥 먼저 말할 것이지 왜 자꾸 물어보는 거야. 하여튼, 틀딱꼰대. 나쁜사람은 아닌데 참 귀찮은 사람이었다.
“이걸 잘 봐.”
[아읏, 으응…]
“네 말대로 남자의 자지를 여자의 보지 안에 넣는 걸.”
[아앗, 아아아앙! 하아… 읏, 으응… 아앙!]
“섹스라고 해.”
“읏…”
“그런데 섹스가 동화도 아니고 넣었다고 끝나는, 그런 단순한 행위가 아니잖아. 자, 이걸 봐. 이렇게 보지 안에 넣은 다음에 네가 말했던 호흡과 화합을 거쳐서… 이런 식으로 사정까지 해야 섹스인 거야.”
[하아아아앙!]
“……”
남자의 그것이 여자의 그곳에서 빠져나오자… 그와 동시에 주르르륵, 흘러 나오는 하얀 액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자의 정액을 본 나는 그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베드 신과는 차원이 다른 수위. 충격을 받아서 그런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물론 너도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겠지. 근데 이 춤으로 ‘섹스 어필’을 하기 위해선 이렇게 ‘호흡과 화합’을 나누는 과정을 자세하게 알아야 해.”
“자세하게요?”
“그래, 그걸 지금부터 알려 줄게.”
그렇게 말하고선 자기 멋대로 내 손을 끌고 가는 부사장. 나는 멍한 얼굴로 그걸 가만히 쳐다 봤다. 뭔가 분위기가 많이 이상해졌지만, 부사장이 선을 넘는 변태는 아니잖아. 나는 믿음을 가지고 부사장이 하는 짓을 지켜봤다.
“자, 가은아. 주먹을 한번 쥐어 볼래?”
“여기요.”
“그걸 세로로 돌려 봐. 그래, 그렇게.”
“네.”
“지금부터 이게 네 보지야.”
“?”
“그리고 지금부터 내 엄지 손가락이 자지야… 아, 아니, 잠깐만. 그렇게 말하니깐 성희롱하는 거 같잖아. 그러지 말고 이게 지금부터 저 여자 배우의 보지, 그리고 이게 지금부터 저 남자 배우의 자지라고 생각해. 알겠어?”
“???”
믿음을 가지고 지켜 볼 생각이었는데… 뭔가 상황이 심각해졌다.
“이, 일단 그렇게 알아.”
“……화, 확인.”
“그렇게 알고… 자아, 지금부터 이 자지를 이 보지 안에 넣을 거야.”
“엑.”
“가은아, 넣을게.”
“에, 에에엣.”
“하하, 느낌 이상하지?”
“으읏…”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그러니깐 지금… 부사장이랑 나랑 섹스를 한 거야? 주먹 안으로 파고든 부사장의 굵은 엄지 손가락을 느끼며…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히 당황스러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건 부사장뿐이었다.
그, 그래도 부사장인데… 설마 여기서 미친 짓을 하겠어?
나는 부사장의 지위와 권력을 믿기로 했다.
“자, 지금 남자 배우의 자지가 여자 배우의 보지 안에 들어왔어. 근데 체위가 여성상위네? 남자는 움직일 생각이 없네? 그러면 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몰라요.”
“어찌 됐든 간에 남자가 사정을 해야 섹스가 끝나. 그러니 여자는 남자의 사정을 유도하기 위해 몸을 써야겠지? 그래서 자, 이런 식으로…”
“꺄앗.”
“주먹에 힘을 주든가 주먹을 움직이든가 해서 안에 있는 엄지 손가락… 그러니깐 남자의 자지한테 자극을 줘야 해.”
그렇게 말하며 다른 한 손으로 내 주먹을 움켜쥔 부사장. 그가 내 손을 잡고 막무가내로 움직이자, 내 손바닥이 그의 엄지 손가락에 긁혀 기분이 이상해졌다. 간지러우면서도 묘하게 짜릿해서 굉장히 이상야릇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움직이면 너한테도 반응이 오지?”
“……네.”
“기분이 어때?”
“…간지러워요.”
“그래, 그렇겠지. 그런데 만약 이게 진짜 자지랑 보지였으면 너도 기분이 좋았을 거야. 사람이라면 누구나 섹스로 쾌감을 느끼도록 설계가 되어 있거든. 이건 번식 행위를 유도하기 위해 유전자 단위로… 아아, 그래. 말해 봤자 못 알아 듣겠구나.”
“……흥.”
“아무튼 결론을 내리자면 이거야. 보지 안에 들어온 자지를 자극해야, 너도 그렇고 상대방도 그렇고 기분이 좋아져서 깔끔하게 섹스를 끝낼 수 있어.”
“……확인.”
“그러니 보지 안에 들어온 자지를 제대로 자극해 주는 방법을 알아야 겠지?”
“…그렇네요.”
“그게 바로 아까 말했던 ‘호흡과 화합’을 나누는 자세한 과정이야.”
“흐응.”
그렇구나,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는데… 그러면서 동시에 이해가 되는 굉장히 신기한 상황이었다. 그러니 보지 안에 들어온 자지를 제대로 자극해 주면 된다는 거지? 마지막 문장만큼은 확실하게 이해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레슨을 진행해 볼게.”
“네.”
“다시 주먹을 쥐어 볼래?”
“여기요.”
“이게 뭐라고?”
“……보지요.”
“그래, 그럼 이 엄지 손가락은?”
“…자지요.”
“잘했어. 그럼 보지 안에 자지를 넣어 봐.”
“으읏… 했어요.”
“그 다음에 위아래로 허리를… 그러니깐, 네 주먹 전체를 허리라고 생각하고 위아래로 움직여 봐. 기분이 어때? 엄지 손가락에 네 손바닥이 긁혀?”
“아니요.”
“그러면 이번에는… 자아, 이렇게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동시에 앞뒤로도 허리를 흔들어 봐. 좌우로도 괜찮고, 빙글빙글 돌린다고 생각해도 좋아.”
“으읏… 읏, 우으읏…”
“어때?”
“엄청… 긁혀요.”
“내 자지가 네 질벽을 엄청 긁어 대지?”
“……네.”
“만약에 이게 진짜 자지랑 보지면 기분이 어떨 거 같아?
“부사장님도 저도, 기분이 엄청 좋을 거예요.”
“그러다 보면 내 자지가 사정하겠지?”
“네.”
“사정하면 뭐가 나오겠어.”
“저, 정액.”
“정액이 네 보지 안에 가득 차겠지?”
“네…”
“좋아, 그러면 섹스가 끝나는 거야.”
“……”
그렇게… 섹스를 끝내고 내 보지에서… 가, 아니라 내 주먹에서 빠져 나오는 부사장의 엄지 손가락. 사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손바닥에서 흐르는 땀이… 마치 보지 안에서 흘러나오는 정액처럼 느껴졌다.
이게 바로 섹스구나…
이제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자, 이번엔 몸으로 직접 해 볼래?”
“……네에.”
부사장의 지시를 듣고 나는 베개 위에 올라탔다. 그런 다음 손바닥을 긁어 대던… 부사장의 자지를… 이 아니라, 굵은 엄지 손가락을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허리를 흔들었다. 이렇게 움직여야… 내 질벽이 자지에 긁히겠지?
“그래, 바로 그거야!”
뭐야, 별 거 아니잖아.
나는 만족한 얼굴로 부사장에게 웃어 주었다.
승리의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