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63 - 아이돌 메이커(1)
[미션 클리어!]
[결과: A등급, 획득 포인트 17020]
[업적달성: ‘떡인지 체험’, ‘모두가 행복한 세상’]
[클리어 특전: ‘가스라이팅’ 스킬]
[가스라이팅 Lv. 1 – 최소한의 논리로 상대방의 생각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도전과제 실패!]
[‘스윗남으로 미션 달성’ – 0 포인트]
“뭐야…”
미션을 클리어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도전과제 실패라니, 이건 아니잖아.
30만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 5만 포인트를 투자한 네토리였는데, 이거 완전히 망해 버렸다. 결국 수중에 남은 포인트는 약 3만 포인트… 이거 가지고는 소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젠장, 뭐가 어디서 잘못된 거지?
한숨을 내쉬며 방금 전의 네토리를 떠올리자, 치아키랑 ‘섹.못.방’에 갇혔을 때가 생각났다. 그러고 보면 그때… 조금 화가 나서 거칠게 행동했었지… 그래도 나름 조심한 건데, ‘히로인 네토리’는 엄격했다.
“에라이…”
조금 봐 주면 어디 덧나나?
짜증이 났지만 따진다고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포인트를 벌기 위해 또 다른 네토리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는 페널티를 걸고 해 볼까? 능력 제한이나 스킬 제한을 걸면 최소 100만 포인트를 벌 수 있잖아. 지금은 급전, 아니, 급포인트가 필요한 상황이니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좋아, 어디 한번 봅시다.”
- 띠링
[‘히로인 네토리’ 능력을 사용합니다.]
그렇게 계획을 세운 나는 침착하게 도전 과제 목록을 살펴 봤다. 그리고 잠시 후, 내게 딱 맞는 아주 적절한 도전 과제 하나를 찾아냈다. ‘성감 자극 스킬을 봉인한 채 미션 달성’… 사기 스킬을 제한하는 것이 조금 걸렸지만, 그래도 150만 포인트 짜리 과제라 무척 관심이 갔다.
각성자가 없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장르면, ‘성감 자극’이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나한텐 ‘성감 자극’ 말고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이 많잖아. 그러니 이 정도 보상이면 도전하지 않는 게 바보였다.
“오케이, 이걸로 하자.”
그런데 페널티만 있으면 또 재미가 없잖아?
그래서 나는 몇 가지 즐길 거리를 추가했다. 세부 장르로는 연예계물을 선택했고, 캐릭터로는 기획사 사장… 아니, 사장이면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깐, 적당히 놀고 먹을 수 있는 사장의 동생을 선택했다.
중소 기획사 이사지만 하는 일은 별로 없고, 사실상 명예직으로… 직업만 가지고 있는 쓸모없는 인물. 거기다 얼굴도 못 생겨서 하자가 많았지만, 그렇기에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었다. 마침 이번에 ‘가스라이팅’ 스킬도 얻었잖아. 이거 잘만 하면 제대로 굴릴 수 있을 거 같다.
“후우… 그럼 가 볼까?”
[…]
[……]
[‘성감 자극 스킬을 봉인한 채 미션 달성’ 과제를 도전 중입니다.]
[장르는 ‘연예계물’입니다.]
[당신은 ‘연예 기획사 부사장’입니다.]
[미션: 히로인을 네토리 하세요.]
[팁: 1년 후 메인 히로인을 협박할 기회가 찾아옵니다. 그때까지 최소한의 평판을 올려 협박 가능성을 올리세요.]
협박할 기회가 찾아온다라… 이거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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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예쁘다고 다가 아니다. 데뷔한 후부터, 아니, 데뷔하기 전부터 가은이 계속 들어온 이야기였다. 스카우트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데뷔를 한 가은. 그녀를 부러워하고 걱정한 주변 사람들의 진심어린 충고였다.
하지만 그녀의 프로듀서인 이시우는 말할 수 있었다.
‘연예인’은 얼굴이 예쁘면 다다.
노래도 어중간하고 춤도 마찬가지였지만, 가은은 시트러스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멤버였다. 그 이유는 모든 것을 씹어먹는 폭력적인 외모.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그녀의 우월한 얼굴은 모든 비판을 쓸모없는 참견으로 전락시켰다.
“가은아, 괜찮아?”
“……네.”
“너무 신경 쓰지 마. 뒷담하는 것도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야.”
“딱히… 신경 안 써요.”
그러나 ‘아이돌’은 얼굴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CF 광고 모델이면 모를까, 대중들의 ‘우상’이 돼야 하는 아이돌은 그 존재 자체로 빛이 나야 했다. 얼굴은 어디까지나 매력의 일부, ‘아이돌’은 춤과 노래, 퍼포먼스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야만 했다.
따라서 아이돌로서의 가은은 미완성.
하지만 이시우는 걱정하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로 얻게 된 ‘프로듀서의 눈’. 아이돌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특별한 ‘눈’을 통해 확인한 가은의 재능은 결단코 일반인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직접 가은을 스카우트했던 이시우. 그는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 믿었다.
“지금 널 시기하고 질투하는 애들도… 언젠가 널 진심으로 동경하게 될 거야.”
“동경…”
“그러니 컴백할 때까지, 우리 조금만 더 힘내자.”
“응… 믿을게요.”
“하하하. 그래, 믿어 줘. 내가 꼭 너를, 시트러스를, 국내 최고의… 으아악!”
- 타다다닥, 타악
- 포옥
“……”
“미, 미미, 미안! 발을 헛디뎌서…”
“괜찮으니깐 진정하세요.”
“하하… 깜짝 놀랐네… 아, 아무튼! 나만 믿어 줘! 내가 꼭 시트러스를 국내 최고의 아이돌로 만들어 줄게. 알겠지?”
“……네, 기대할게요.”
그때까지 필요한 것은 가은의 용기를 복돋아 주는 것. 오늘도 그녀와 대화를 나눈 이시우가 그녀를 숙소로 데려다 주었다. 컴백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앞으로 8개월. 1집 때는 투자 대비 성과를 얻지 못했던 아이돌 그룹 시트러스지만… 그는 가은의, 시트러스의 2집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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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씨발 진짜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회사가 그렇게 챙겨 주고 노력하면 뭐하냐? 정작 아이돌이란 년은 연애나 하고 있는데... 하, 너는 우리 회사가 그렇게 우스워? 어? 아이돌이 장난 같아?”
“……오해예요.”
“뭐? 오해? 하… 오해라고? 이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
- 콰앙!
“……”
연예인이, 특히, 아이돌이 된 이상 언제 어디서나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배웠다. 그래서 하루도 방심한 적이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오해를 살 줄은 몰랐다.
나를 껴안고 있는 시우 오빠.
이런 게 악마의 편집이구나.
오빠랑 나는 그저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인데, 사진만 보면 아주 달달한 연인처럼 보였다. 무서운 파파라치, 모든 아이돌들의… 아니 모든 연예인들의 적. 조금 더 조심했어야 했는데, 이건 내 실수가 맞았다.
“…사진이 그렇게 찍힌 거지, 오빠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지금 당장 제 폰을 확인하셔도 좋아요. 거짓말이 아니니까요.”
“하,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네.”
“그래, 나는 믿어 줄 수 있어. 근데 팬들도 그럴까? 안티팬들도 그럴까? 너는 사람들이 네 말을 믿어줄 거 같아?”
“……”
“아니, 전혀. 특히 기자들은 절대 안 믿겠지. 아주 신난 얼굴로 기사를 써 댈걸? 그 새끼들한테 중요한 건 팩트가 아니야. 가능성이지. 그리고 너는 그 가능성을 직접 만들어 냈어. 그러니 이제 알겠어? 네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죄송해요.”
“하아… 그나마 양심 있는 놈이라 우리랑 거래한 거지, 아니었으면 벌써 기사 떴을 거야. 후우… 아니 근데 넌 진짜… 그룹에 도움도 안 되는 애가 이런 사고까지 쳐?”
불독 같은 얼굴로 내게 불독처럼 화를 내는 부사장. 기분이 나빴지만… 저 분노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재능도 없는 아이돌이 사고를 쳤으니 짜증이 났겠지. 나는 최대한 죄송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너… GSB가 시트러스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몰라?”
“……”
“시트러스는… 아이돌은… 후우, 우리 형의 꿈이야, 꿈. 그런데 지금 새파랗게 어린 애가 우리 형의 꿈을 짓밟고 있어. 이걸 동생인 내가 가만히 지켜만 봐야 해? 어? 지켜만 봐야 하냐고!”
시트러스가 사장님의 꿈이었어? 몰랐던 정보다.
어쩐지 배우밖에 없던 기획사가 아이돌을 준비하더라. 이상하다 여겼었는데 사장님의 꿈이라면 이해가 갔다. 근데 부사장… 은근 형 바라기구나. 저 나이 먹고 우리 형이라고 하다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했다.
“조심할게요.”
“하아… 그래 조심해야지. 조심하는 건 기본이고… 너 앞으로 나랑 레슨 좀 하자.”
“……네?”
“내가 진짜 이 팀장만 믿고 가만히 있었는데… 이 팀장도 사고치는 걸 보니 도저히 불안해서 안 되겠어. 너… 가은, 너 말야… 얼굴만 예쁘지, 팀에는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거 너도 알지?”
“……인기는 제가 제일 많아요.”
“그래서 코어팬도 그럴 거 같아?”
“……”
“지금 네 팬들은 다 철새야, 철새… 언제든지 너한테서 떠나갈 수 있는 애들이야. 그런데 유키나, 시엘 팬들도 그럴까? 진희나 은하 팬들도 그럴까? 전혀. 걔네들은 너랑 다르게 코어팬이 확실해.”
“그래서요.”
“그러니깐 나랑 레슨 좀 하자고.”
“부사장님은… 배우 전문이잖아요.”
신인 배우들은 부사장한테 레슨 받는 게 소원인 애들이 많다고 들었다. 잘 나가는 배우들도 틈만 나면 찾아와 레슨해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 근데 나는 아이돌이잖아. 나랑은 상관 없는 거 아니야?
물끄러미 부사장을 쳐다봤다가 순간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혹시 나한테…
“배우 전문이긴 한데, 그렇다고 너한테 연기 가르칠 생각은 없어.”
“흐응…”
“그냥 기본을 가르칠 생각이야, 기본. 이 팀장한테 얘기해 놓을 테니깐 일정 정해지면 여기 옆 연습실로 찾아 와.”
“……알겠어요.”
그래도 뭐, 잘 가르치기로 소문난 부사장이니깐 도움이 되긴 하겠지.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인사를 하고 부사장실 밖으로 빠져나왔다. 레슨 시간이 늘어난 건 조금 부담이었지만… 별 수 없잖아. 기본만 가르칠 생각이라고 했으니 하루면 충분할 거다.
“……네?”
“벗으라고.”
“?”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지? 지금 나보고 옷을 벗으라고 한 거야? 일주일 후, 레슨을 시작하자마자 부사장이 내게 성희롱을 했다. 이걸 어쩌지? 도망쳐야 하는데 부사장이 문을 막고 있다. 이거 아무래도 큰일이 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