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356화 (356/428)

Chapter 356 -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16)

거… 거짓말이지?! 믿을 수 없었다. 믿기지 않았다. 미나미가 소리를 지르며 화면 속 사진을 부정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녀와 섹스를 했던 하이토가… 다른 여자와, 그것도 자신의 조카와 섹스를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

따라서 눈앞의 사진은 합성이거나, 닮은 사람과 찍은 사진이었다.

어째서 이런 문자를 보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냉정히 따져 보면 그럴 가능성이 더 높았다. 오늘 나와 사귀기로 약속한 하이토 씨가… 한 시간만에 나를 배신할 리는 없잖아! 하이토를 신뢰했던 미나미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을 추스렸다.

- 띠링

[혹시 언니가 못 믿을까 봐~ 새로 한 장 찍었어. 쿠후후, 어때?]

- 띠링

[아, 이건 서비스야♥ 섹스하기 전에 찍은 건데… 이것도 괜찮지? 삼촌 되게 상냥하더라구! 헤헤헤, 나 그냥 삼촌이랑 사귈까? 아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그러나 사진은 한 장이 아니었다.

마치 약올리 듯이 쉬지 않고 문자를 보내는 치아키. 오늘 미나미가 골라 준 옷을 입고, 치아키를 안아 주고 있는 사진 속의 남자는… 안타깝게도 하이토가 맞았다. 더는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하, 하이토 씨이…”

결국 참다 못한 미나미가 하이토에게 전화를 걸었다.

- 따르르릉

- 철컥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섹.못.방’에 들어갈 수 없었다.

‘천생연분’이라면 전화를 거는 것만으로도 매칭이 돼야 하는데… 어떻게 된 건지 매칭도 되지 않았고, 통화도 되지 않았다. 미나미의 가슴이 답답해졌다. 지금 당장 하이토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미나미는 옷을 챙겨 하이토네 집에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 띠링

그런데 그 순간, 다시 한번 문자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이었다.

[흐읏, 으응… 자아, 삼촌. 말해 줘.]

[……]

[이, 바보야! 말하라고오!]

[하아… 치아키…]

[장난치지말고 똑바로 말해. 으읏, 하아… 누구 보지가 더 좋아?]

[치아키… 네 보지가 더 좋아.]

[누구보다?]

[미나미보다… 치아키, 네 보지가 더 좋아… 이제 됐지?]

[쿠후후… 언니 들었지? 삼촌 말야, 언니보다 내 보지가 더 마음에 든대. 지금도 봐, 엄청 딱딱해져 있지? 그래서 말야… 나 그냥 삼촌이랑 사귀려고. 좋아하지도 않는 보지랑 섹스해야 하는 삼촌이 너무 불쌍하잖아. 그래서 내가 구제해 주기로 했어.]

[……]

[그러니 언니는 삼촌 포기해. 알겠지? 아, 참! 그렇다고 쇼헤이 오빠한테 돌아가진 마. 그건 너무 쓰레기같잖아! 만약에 양심없이 쇼헤이 오빠한테 돌아가면… 내가 언니 바람 핀 거 다 알려 줄 거야!]

하이토와 섹스를 하면서 동영상을 촬영한 치아키.

그녀가 미나미에게 선전 포고를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상 덕분에 미나미가 안심할 수 있었다. 조금 전 그녀와 몸을 섞을 때와는 표정부터가 다른 화면 속의 하이토.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서 섹스를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혹시… 협박이라도 당한 걸까? 냉정을 되찾은 미나미가 영상을 자세히 살펴 보자, 눈에 익은 침대와 이불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여기는… ‘섹.못.방’이잖아!”

섹스를 끝내더라도 서로 간의 합의가 있어야지만 빠져나올 수 있는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 의심이 확신으로 변한 미나미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 그렇지. 사진도 동영상도… 전부 다 억지로 찍은 거구나?”

물론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한 것이 조금 섭섭하기는 했다. 그러나 하이토가 원해서 치아키와 섹스를 한 건 아니었다. 아마 우리 사이를 눈치 챈 치 쨩이 수작을 부린 거겠지. 그렇게 결론 내린 미나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치아키의 보지가 더 좋다는 말도 거짓말인 게 분명한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약점을 잡힌 이상, 치아키가 또 언제 무슨 짓을 저지를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후우… 마침 쇼 군이 내일 집을 비운다고 했었지?”

그렇기에 내일, 치아키를 직접 만나기로 결정한 미나미.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하이토와 연인이 되려면 치아키의 용서를 받아야만 했다.

“치 쨩…”

그런데…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남의 남자 친구한테 대체 뭘 시킨 거야! 어차피 ‘천생연분’인 이상 하이토가 그녀를 버릴 리는 없는데, 처녀 주제에 음란한 짓을 한다면서 분노한 미나미가 이불을 걷어찼다.

정작 그녀도 현실에서는 처녀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말이다.

====

====

불쾌할 것만 같았던 섹스지만…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나쁘지 않은 걸 넘어서 오히려 꽤나 기분 좋은 편이었다. 복수심에 가득 차서 그런 걸까? 아니면 피가 섞인 가족이라 그런 걸까? 상성이 좋은 건지 첫 섹스에도 불구하고 치아키는 고통 대신 쾌감을 느꼈다.

“하아… 섹스는, 으응… 이런 느낌이구나…”

“치아키, 괜찮아?”

“으으응… 하아, 괜찮아… 그것보다 삼촌, 너무 잘하는 거 아니야? 언니도 이렇게 꼬신 거야? 솔직히 나, 조금 두근거렸어.”

“…뭐어?”

“헤헤, 농담이야 농담! 읏차아… 그럼 찍을게? 하나, 둘, 찰칵!”

“뭐, 뭐야?!”

그래서인지 하이토와 부쩍 가까워진 치아키. 그녀가 하이토 위에 올라타 사진을 찍었다. 현실로 돌아간 후 미나미에게 그 사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알몸을 보여 주는 게 조금 부끄러웠지만, 그래야 타격을 입을 거 아니야.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치아키는 망설임이 없었다.

“치아키! 사진은 왜 찍어?!”

“흐흥, 삼촌은 이제 끝났어.”

“……무슨 소리야 그게?”

“이 사진… 아빠가 보면 뭐라고 할 거 같아?”

그리고 사진을 찍은 데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옛날부터 아빠한테는 꼼짝도 못 했던 삼촌, 그의 약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걸로 삼촌의 손발을 묶은 그녀가, 푸흐흐 웃으며 하이토의 볼을 꼬집었다.

“어른 역할 좀 하라고 불렀더니, 조카를 꼬셔서 따먹어? 아하하하, 아빠가 삼촌을 죽이려고 할걸? 훌쩍훌쩍, 아빠… 나는 싫다고 계속 저항했는데, 술에 취한 삼촌이 내 옷을 벗기더니… 으아앙! 아하하하, 엄청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치, 치아키… 농담이지?”

“농담인지 진담인지는 앞으로 삼촌 하기에 달렸어.”

“대체 뭘 원하는 거야…”

“몰라서 물어? 오빠를 배신한 언니를 부순다, 오직 그 생각뿐이야!”

그렇게 섹스를 마치고 현실로 복귀한 두 사람. 쇼헤이를 안심시킨 후 거실로 나간 치아키가 하이토를 데리고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약점을 만들었으니, 이제부턴 그 약점을 활용할 차례였다.

“폰 내놔. 아, 뭐 해! 잠금 풀고 줘야지! 흐응… 보자, 여기다 숨겨 놨구나? 흐흥…”

“치아키… 미나미도 고민 끝에 결정한 거야. 너무 그렇게 원망하지는 말아 줘.”

“흥!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오빠를 배신하는 거야? 와아, 더 미워지는데?”

“치아키…”

“자아, 됐어! 이걸로 언니랑 매칭되는 일은 없을 거야! 내가 계속 감시할 거니깐, ‘매칭 차단’ 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알겠지?”

“하아, 제발 좀 진정해.”

“뭐래애, 진정하고 있거든?!”

태연스럽게 대답한 치아키가 이번엔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목적은 미나미에게 방금 찍은 사진을 보내는 것. 숫자 1이 사라진 걸 확인한 그녀가 방긋방긋 웃다가… 갑작스레 표정을 굳혔다.

생각해 보니 고작 한 장으로는 맛이 안 살았다.

때릴 거면 연타가 속 시원하지 않겠는가.

생각을 바꾼 치아키가 하이토의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아니, 오히려 기분이 좋았던 섹스. 한번 더 한다고 크게 문제될 건 없었다. 복수를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견딜 수 있었다.

- 띠링

[천생연분 이벤트 발생!]

[상성률이 100%인 두 사람을 위해서 재미난 미션이 추가됩니다.]

[미션을 달성할 경우 특별한 보상을 드리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천생연분 미션: 한 시간 동안 전희만 하기]

[미션 보상: 달콤한 디저트 세트]

[※주의※ 천생연분 미션을 달성하지 못 할 경우 현실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에엣… 처, 천생연분?!”

그런데 뜬금없이 천생연분 이벤트란 게 발생했다. 난데없이 치아키와 하이토에게 이상한 것을 강요하는 ‘섹.못.방’.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복수를 위해서라면 이, 이것 역시 견딜 수 있었다.

“하앗, 으으응… 삼초온… 하아, 으응… 나 진짜 미칠 거 같아… 하아아, 나 어떡해? 너무 무서워… 읏, 으으응… 하아, 삼초오온… 아아앙!”

“거의 다 됐어. 조금만 더 참아.”

“하아, 응… 삼촌, 하아… 믿을 테니깐, 으응… 하아, 손 좀 잡아 줘어… 으으응…”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천생연분 미션을 끝내고 다시 한번 섹스를 마친 치아키. 한층 더 하이토와 가까워진 그녀가 하이토에게 매달려 셀카를 찍었다. 한두 장이 아니라 수십, 수백 장이 넘을 때까지 치아키는 멈추지 않았다.

“치아키… 이제 슬슬 돌아가면 안 될까?”

“으응… 우물우물, 으음… 하아, 맛있어!”

“치아키?”

“그치만, 삼촌! 케이크가 너무 맛있단 말야! 자, 삼촌도 먹어 봐, 아앙!”

“……아앙.”

- 찰칵

“아하하, 제대로 찍혔어! 이러면 언니가 질투하겠지?!”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고 나니 다시금 아쉬움이 생겼다. 사진만으로 끝내기엔 뭔가 묘하게 찝찝했다. 양심 없는 언니라면 합성이라고 우길 수도 있잖아!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그래야 한번 더 삼촌이랑… 흠흠, 아무튼 그래서 이번엔 사진이 아니라 무려 동영상을 찍기로 작정했다.

“또…? 자, 잠깐! 멈춰, 치아키! 그러면 아까 미션을…”

“응? 벌써 눌렀는데?”

“하아… 제발 말 좀 들어 줘.”

“에, 에에에?! 미션이 누적되는 거였어?! 그리고 이번엔 키, 키스도 해야 해?!”

“치아키…”

“……라고 내가 놀랄 줄 알았어? 흥! 다 감안하고 하는 거거든?! 됐으니깐 옷 벗어. 영상부터 찍고 시작하자. 대본은 외웠지?”

“그거 진짜 해야 해?”

“아니 꼭 할 필욘 없어.”

“그럼 안 할…”

“아빠한테 얻어터지기 싫으면 말야! 푸흐흐흐, 삼촌 표정 대박이다. 완전 귀여워!”

거듭된 매칭으로로 하이토와 급격히 친해진 치아키. 집을 자주 비운 아빠나 무뚝뚝한 쇼헤이와 달리, 그녀를 아껴 주는 하이토의 살가운 모습에 치아키가 따뜻한 애정을 느꼈다. 이렇게 좋은 사람인데 왜 진작 친해지지 않았을까? 과거의 자신을 후회한 그녀가 하이토 앞에서 옷을 벗었다.

“대사 기억하지? 치아키, 네 보지가 미나미보다 좋아, 라고 하는 거야!”

삼촌에게 알몸을 보여 주는게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복수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노출쯤은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꼭 복수가 아니더라도…… 아,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얼굴이 달아오른 치아키가 스마트폰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