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53 -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13)
“아앙!”
하아, 하아아…
“으으응!”
눈을 뜰 때마다 달라지는 광경.
쾌락에 취해 의식이 흐려졌던 나는, 응… 하이토 씨 밑에서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섹스 중인 건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성기를 빨아 줬었는데…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고 말았다.
“하읏, 으응… 하, 하이토 씨이… 하앗, 아아앙!”
아아, 기분 좋아… 완전히 지배당하는 이 느낌. 하이토 씨에게 깔려 꼼짝도 못하고 있자, 가슴 속에서 오싹한 쾌감이 일어났다. 그렇게 상냥하던 하이토 씨가 나한테 발정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어서, 하아… 심장이 콩닥거렸다.
“하으응, 흐읏… 하아, 하이토 씨이… 너무 거칠어요…”
“사쿠라, 하아… 키스해도 돼?”
“해도 되니깐, 흐읏… 으응, 하아… 조금만 부드럽게, 하아… 으응, 츄릅, 츄웃…”
정말이지 하이토씨는… 하아, 이런 순간에도 나를 배려해 주는 구나.
응… 본성이 너무 착해서 그런지, 이성을 잃었음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행동이 조금 거칠어졌을 뿐, 나를 아껴 주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하아아… 진짜 좋은 사람이라니깐… 그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그를 껴안고 말았다.
“하아, 키스, 으응, 츄릅… 하아, 키스으… 하아, 츄웃, 츕…”
그런데 이거, 하아… 섹스하면서 키스하는 거, 하앗, 으으응… 위도 아래도 연결이 되어서… 마치 하이토 씨와 연인이 된 것만 같았다. 이렇게 하나가 되어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으니, 으응… 나를 사랑해 주는 하이토 씨의 애정이 느껴져서, 하아아… 너무너무 행복해졌다.
“좋아… 으응, 좋아, 하아… 해요…”
“좋아해, 흐읏… 요…”
“헤으응…”
“…”
“…하으읏?!”
“하아, 하이토 씨이... 하아아앙!”
그런데… 너무 행복해서 잠시 의식을 잃었던 걸까?
다시 정신을 차려 보니 둘의 자세가 반대로 되어 있었다. 이번엔 내 밑에서 나를 올려다 보고 있는 하이토 씨. 나는 그런 하이토 씨 위에 올라타… 아아앙, 스스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사쿠라, 으윽…”
“하이토 씨이, 하아… 기분 좋으세요?”
“으응… 윽…”
“하아, 기뻐요… 하아, 아앙! 하이토 씨이… 으으응!”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떴을 땐… 으응, 화장실 안이었는데… 서로의 몸을 씻겨 주고 있었는지, 둘 다 거품 투성이… 아아, 내 허벅지에 묻은 건 정액이구나. 여기서도 섹스를 한 걸까? 야릇한 상상을 한 내가 숨을 헐떡이자, 하읏… 하이토 씨가 나를 벽으로 끌고 갔고, 우으으… 거기서 내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더니…
“아아아아앙!”
“하아아…”
“으응?!”
뭐야… 왜 다시 침대 위야?
어째서인지 깔끔해진 침대 위에서 의식을 되찾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하읏, 으응… 아앗! 내 엉덩이를 움켜잡은 하이토 씨가 내 보지 안에 자지를 찔러 넣었다. 마치 발정난 짐승처럼 말이다.
“읏, 아앙… 이런 자세는… 하아, 으응… 아아앙!”
처음 경험해 보는 후배위.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평소보다 더 깊숙이 파고드는 하이토 씨의 자지… 아아아, 미칠 것 같아… 서로를 마주보거나 안아 줄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흥분이 되었다. 일방적으로 하이토 씨에게 정복당하는 기분이 들어… 으응, 그게 너무 짜릿해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사쿠라, 하아…”
“하이토 씨이… 하읏, 으응… 더 세게… 하아아!”
“…괜찮겠어?”
“괜찮으니깐… 하아, 아아앙! 더 세게에에에!”
천생연분이라서 이렇게 좋은 걸까? 그렇다면… 하아, 하이토 씨에게 소유당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절정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시 한번 의식을 잃고 말았다.
“츄릅, 하아아… 으응? 푸흐…”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정신을 차린 지금의 나는…
하이토 씨의 자지를 빨고 있었다.
슬쩍 눈을 돌려 벽면을 바라보니 이번이 세 번째 펠라치오였다. 아하하… 잠도 안 자고 계속 섹스를 한 거구나… 그 덕에 ‘천생연분’의 효과에도 내성이 생긴 건지, 이제는 펠라치오를 해도 더는 쾌감에 취해 발정하지 않았다.
“하아, 기분 좋으세요? 츄릅, 하아… 헤헤, 츕, 츄읍…”
그런데… 이거 어떡하지?
그 대신 하이토 씨에게 진심으로 빠진 거 같다.
***
사실 처음 ‘섹.못.방’에 갇혔을 때부터 하이토 씨에게 끌렸었다. 한 번쯤은 욕망에 무너질 만한데도 끝까지 책임감을 가졌던, 그의 어른다운 모습에 호감을 느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호감일 뿐… 남자로서 하이토 씨를 좋아한 건 아니었다. 나한텐 남자 친구가 있고, 하이토 씨는 그 남자 친구의 삼촌인데, 내가 그를 좋아할 리 없잖아. 그냥 이렇게 좋은 사람도 있구나… 라는 게 하이토 씨에 대한 내 감상이었다.
그런데 천생연분이란 걸 알게 되고, 다시 한번 ‘섹.못.방’에 갇히면서 하이토 씨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게… 여전히 자상하고 상냥한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하이토 씨는 쇼 군이랑 다르게 조금은 적극적이더라고.
물론 죄책감 때문에 자꾸 망설이기는 했지만, 키스를 시작한 하이토 씨는 그야말로… 짐승이었다. 처음 알게 된 쾌감의 연속들. 하이토 씨와 함께 한다면 이런 기분 좋은 하루가 반복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했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감상일 뿐... 완전히 넘어간 건 아니었다. 애정도 없는 쾌락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내게는 서로 믿을 수 있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쇼 군이 더 중요했다.
그런데 욕구 불만이 계속되면서 조금씩 그 생각이 흔들렸고, 결국 어젯밤 하이토 씨와 하나가 되었을 때, 그 생각이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여자로서 사랑받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알게 되자 하이토 씨에게 관심이 갔다. 쇼 군에게선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충족감, 요구받는 기쁨, 정복당하는 희열. 하이토 씨는 괜히 나와 천생연분이 아니었다. 그에게 안겨 사랑을 나눌 때면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기에 하이토 씨와 하는 섹스에 반해 버리고 만 나.
하지만 그렇다고 쇼 군에 대한 마음을 접은 것은 아니었다. 쇼 군 옆에 하이토 씨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난 상황... 지금부터 나는 쾌락 없는 애정과 애정 없는 쾌락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만 했다.
“사쿠라…”
“으응, 하이토 씨…”
“따뜻하네.”
“하이토 씨도… 엄청 따뜻해요.”
그리고 그 고민은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하이토 씨도 나와 하는 섹스에 푹 빠진 건지, 미션이 끝났음에도 나를 놓아 주질 않았다. 오히려 그 대신 나를 끌어안는 하이토 씨. 하으으읏…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그의 손길에서 하이토 씨의 욕망이 느껴졌다.
“사쿠라, 잠시만 이러고 있을게.”
“으응… 계속 이러고 있어도 돼요.”
그러나 하이토 씨라면… 분명 오늘부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겠지? 저렇게 착한 사람이… 자신의 조카를, 쇼 군을 배신할 리 없잖아. 그래서 아쉬움에… 차마 나를 놓지 못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그런데 하이토 씨…”
“응?”
“꾸미고 나서… 어떻게 할 거예요?”
“글쎄…”
“혹시 그 여자… 전 여친 만나러 갈 거예요?”
“으음… 잘 모르겠어. 얼굴을 보기는 할 거 같은데…”
“네에? 왜, 왜요?!”
그런데 이게 뭐야! 아쉬움에 나를 놓지 못하는 거 아니었어?! 그런데 왜 그 여자를 만난다는 거야! 순간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나를 품에 안고서 다른 여자를 생각했다는 게 갑자기 짜증이 났다.
“응?”
“하이토 씨도 욕구 불만이었잖아요. 그래서 헤어진 걸 텐데, 다시 사귄다고 오래갈 수 있겠어요? 제가 없으면 만족하지도 못하면서… 그 여자를 다시 만난다고요?”
“하하… 그게 아니라, 걔한테 돌려 줄 게 있어서 그래.”
그런데, 내 착각이었구나… 그렇다고 내가 사겨 줄 것도 아니면서, 지금 한창 고민하고 있으면서… 쓸데없이 오지랖을 부리고 말았다. 우으으, 민망해서 어떡해…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나라고 다를 것 없는 상황인데, 너무 낙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애정 없는 쾌락이라곤 해도 하이토 씨가 없으면 가질 못 하잖아. 그러니 나야말로 쇼 군이랑 길게 못 가는 거 아니야? 갑자기 머리가 아파 왔다.
“사쿠라, 너도 나도 지금 머리가 복잡한 거 같은데… 우리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이 순간을 즐기면 안 될까?”
“으응… 지금 이 순간을요?”
“우리가 여기에 갇힌 거, 우리 말고는 아무도 모르잖아. 그러니 지금 여기 있을 때만큼은… 이렇게 있고 싶어.”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뒤로 눕히는 하이토 씨… 그 행동에 두근거림을 느낀 내가 자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하이토 씨가 고개를 숙여 부드럽게 나와 입을 맞춰 주었다.
“하읏, 으응… 하이토 씨이… 하아아…”
이거 어쩌지… 지금까지는 애정 없는 쾌락이라고 나를 속였었는데… 더는 부정할 수 없을 거 같다. 미안해 쇼 군. 너라는 남자가 있는데도, 나아… 하이토 씨를 사랑하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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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 어플에는 추천인 코드가 있다. 추천인 코드를 입력하면, 코드를 입력한 사람과 코드를 준 사람에게 자그마한 보너스를 지급해 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추천인 제도를 사용하지 않는데… 그건 코드를 제공해 준 사람에게 개인 정보가 넘어간다는 루머 때문이었다.
“흐으음…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그런데 놀랍게도 그 루머는 사실이었다.
“사이가 좋아졌다기보단… 오히려 더 멀어진 거 같은데… 이거 한번 확인해 봐?”
그리고 루머에서 말하는 개인 정보는 바로 ‘섹.못.방’에서의 ‘영상 기록’이었다.
“뭐, 뭐야… 삼촌?! 삼촌이 왜 여기서 나와?! 그, 그러면 언니랑 섹스를 한 사람이 오빠가 아니라 삼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