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51 -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11)
편의점에 가다가 만난 내 취향의 여자. 커다란 가슴과 예쁜 얼굴이 마음에 들어, 몰래 스마트폰 하나를 그녀의 가방 안에 집어 넣다가 그만 들키고 말았다. 완전히 곤란해진 상황. 별 생각 없이 ‘섹.못.방’에 데려가려다가 큰 실수를 해 버렸다.
-짜악!
그런데… 뺨을 때릴 것까지는 없잖아.
하필이면 옷도 거지처럼 입고 나오는 바람에 별 이상한 오해를 받았다. 나를 소매치기라고 의심한 그녀가 화를 내며 내게 손찌검을 했다. 그러고는 가방 안을 확인하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재빠르게 떠나갔다.
“흥, 신고 안 한 걸 다행으로 아세요!”
저걸 확 강간… 아니, 아니지. 나랑 섹스를 하면 좋아할 거 아냐. 그냥 확 노숙자들한테 던져 버려? 순간 열이 뻗쳐서 못된 상상을 하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다가왔다. 사쿠라 미나미, 바로 메인 히로인이었다. 이거 상황이 재밌게 됐는걸? 그녀의 얼굴을 보자 괜찮은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
“하이토 씨, 안녕하세요.”
“사, 사쿠라?!”
지금부터 나는 애인에게 차인 불쌍한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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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하이토의 뺨을 때리다니… 도대체 어떤 사이길래 저런 짓을 한 걸까? 여자의 정체가 궁금했던 미나미가 하이토에게 다가갔다. 솔직히 지금 말을 거는 건 실례였지만, 미나미는 자신의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다.
“하이토 씨, 안녕하세요.”
“사, 사쿠라?!”
“네, 사쿠라예요. 그런데 방금… 제가 잘못 본 거 아니죠?”
“하아… 하하,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 줬구나. 제대로 본 거 맞아. 나 방금 차였어.”
“네… 네에?! 차, 차였다고요?”
그런데, 충격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역시 연애는 어렵네… 라면서 한숨을 내쉬는 하이토. 미나미는 그의 대답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후지카와 하이토를 찼다고? 미나미가 생각했을 때 하이토는 쇼헤이만큼 완벽한 남자였다. 얼굴, 몸, 성격…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었다. 그렇기에 미나미는 하이토가 차였다는 말을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이토를 바라봤다가…
그만 소리 없이 경악하고 말았다.
“자, 잠시만요… 그것보다, 혹시… 방금 전까지 데이트 했었어요?”
“데이트? 아니… 하기도 전에 차였어.”
“대박… 그럼 이대로 데이트를 할 생각이었다는 거네요?!”
정돈되지 않은 긴 더벅머리. 초등학생이나 입을 만한 커다란 캐릭터가 그려진 옷. 낡아서 닳아 버린 슬리퍼. 전체적으로 꾀죄죄하고 참 못나 보이는 패션. 겉모습만 보면 정말 최악이었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데… 하이토는 자신의 잘난 얼굴은 가린채, 이상한 옷만 잔뜩 주워 입어서는… 문자 그대로 끔찍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이러니 차였죠!”
“뭐어? 가, 갑자기 왜 그래?”
“실망이에요! 어떻게 이렇게 입고 나올 수 있어요? 데이트였다면서요!”
“으응? 나한테 뭐 문제라도 있어?”
“꺄아아악! 진짜 몰라서 하는 말이에요?!”
충격을 받은 미나미가 깜짝 놀라 하이토에게 소리쳤다. 답답하고 어이가 없어서 그녀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만약 데이트 날 쇼헤이가 이러고 나왔다면 그녀 역시 쇼헤이의 뺨을 때렸을 거다. 아무리 패션에 무심해도 그렇지… 이건 좀 아니잖아. 흥분한 미나미가 하이토의 팔을 잡아당겼다.
“사쿠라?!”
“일단 따라오세요!”
“왜, 왜 이래?”
급한대로 하이토를 데리고 근처 서점으로 향한 미나미. 패션 잡지를 몇 개 꺼내든 그녀가 하이토에게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이토는 도통 이해를 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미나미의 안타까움이 커져만 갔다.
“너무 비싼데… 이런 걸 사서 입으라고?”
“이 옷을 사라는 게 아니라… 이런 느낌으로 입으라고요! 우으으… 데이트 하는데 이렇게 입는 남자가 세상에 어딨어요! 그리고 커트 좀 하세요. 지저분해 보여요.”
“으음… 이렇게 입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
“잘못이죠.”
“왜? 옷이 뭐가 중요해. 사람이 더 중요한 거 아니야?”
“후우… 하이토 씨…”
이렇게까지 말해 줘도 이해를 못한다고? 한숨을 내쉰 미나미가 목소리를 높였다.
“하이토 씨는 여자 친구가 예쁘면 기분이 어때요?”
“어… 나쁘지는 않지?”
“좋은 거죠? 그래요, 좋을 거예요. 보통 자기 옆에 있는 여자 친구가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사람들에게 주목받으면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자신감이 생기고, 힘이 나잖아요. 안 그래요?”
“글쎄… 그런가?”
“후우, 하이토 씨는 안 그래도 돼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달라요. 특히 여자들은 더 그래요. 여자들은요, 사람들한테 내 남자 친구가 이렇게 좋은 사람이다, 멋있는 사람이다, 알려 주고 싶어한다고요.”
“그렇구나…”
“그런데 남자 친구라는 사람이 이렇게 후줄근하게 있으면 기분이 좋겠어요?”
“안 좋겠지?”
“당연하죠! 아까 보니깐 그분은 엄청 꾸미고 왔던데, 하이토 씨는 슬리퍼 차림에… 바지는 또 뭐야, 구멍이 나 있잖아요! 이러니 화가 나죠. 지금의 하이토 씨가 옆에 있으면 얼마나 부끄럽겠어요!”
“그렇겠네…”
“잡지 모델들처럼 꾸미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적어도 기본은, 기본은 하자는 소리예요. 그게 서로 간의 에티켓이잖아요.”
“으음… 그런데, 사쿠라… 외모가 전부는 아니잖아. 남들 눈치를 보는 게 과연 진짜 사랑일까? 외모보다는 내면이 더 중요한 거 아닐까?”
“그러면 하이토 씨는 여자 친구가 대머리여도 괜찮다는 거예요?”
“아, 그건 좀.”
“그렇죠?”
완벽하게 하이토를 논파한 미나미.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이 계속 고개를 끄덕이는 하이토를 보며 미나미가 웃음을 터뜨렸다. ‘섹.못.방’에서 그녀를 리드할 때만 해도 의지가 되었던 듬직한 남자가… 현실에서는 뭐 이렇게 허접한 건지, 귀여우면서도 불안해 보여, 옆에서 직접 보살펴 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천생연분인데… 어디 가서 뺨 맞고 다니면 기분 나쁘잖아. 그에게 도움을 받은 만큼 도움을 주기로 결심한 미나미가 하이토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녀가 책임지고 하이토를 챙겨 줄 생각이었다.
“폰 주세요. 번호 찍어 드릴게요.”
“응? 번호?”
“네, 말로 설명하는 건 한계가 있잖아요. 하루 날 잡고 같이 쇼핑해요. 제가 옆에서 조언해 드릴게요. 아, 맞아. 미용실도 가고요. 더벅머리 진짜 별로예요.”
“으음, 나야 고맙긴 한데…”
“받은 만큼 돌려 주는 거니깐 너무 부담 갖지는 마세요.”
“하하하… 고마워.”
그러면 염치 불구하고 부탁할게, 라는 말과 함께 스마트폰을 내미는 하이토. 폰을 건네 받은 미나미가 자신의 번호를 입력한 다음 하이토에게 돌려 주었다. 그러자 하이토가 ‘전화하기’ 버튼을 눌러 미나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 갔어? 그게 내 번호야.”
“네에, 확인 했어요. 저장할게요.”
그런데 그 순간, 미나미의 눈앞이 암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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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심 유발 작전이 생각했던 것만큼 완벽하게 굴러가진 않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현실에서도 친해졌고, 데이트 약속까지 잡았잖아. 시우 없이 미나미와 만날 수만 있다면, 네토리는 사실 끝난 거나 다름 없었다.
“폰 주세요. 번호 찍어 드릴게요.”
그런데 이걸 또 이렇게 기회를 준다고?
미나미는 모르나 본데, 사실 ‘섹.못.방’은 전화를 거는 것만으로 매칭을 할 수 있다. 물론 전화를 건다고 무조건 매칭이 되는 건 아니고, 몇 가지 세팅을 미리 해 놔야 하는데… 전화를 받는 사람이 ‘천생연분’일 경우 그런 거 없이 바로 매칭이 된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네에, 확인 했어요. 저장할게요... 어, 어라?!”
“으응? 여기는…”
“에에에에엣?!”
이거 참 운이 좋은걸?
아침부터 뺨을 얻어맞아서 재수가 없는 줄 알았더니 전부 다 액땜이었나 보다. 그 후로 미나미를 만난 것부터 해서 모든 일이 술술 풀렸다.
[천생연분 이벤트 발생!]
[상성률이 100%인 두 사람을 위해서 재미난 미션이 추가됩니다.]
[미션을 달성할 경우 특별한 보상을 드리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천생연분 미션: 1시간 동안 키스하기]
[천생연분 미션: 펠라치오 후 정액 삼키기 총 3회]
[미션 보상: 최고급 레스토랑 풀코스 정식 & 오션뷰]
[※주의※ 천생연분 미션을 달성하지 못 할 경우 현실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주의※ 천생연분 미션의 내용은 랜덤이며 한 번 발생한 미션은 누적됩니다.]
거기다 이번 미션은 펠라치오라고?
역시 장르가 떡인지라 그런지 매 순간 감탄이 나온다. 사쿠라 미나미한테 자지를 물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발기가 됐다. 이렇게 되면 그녀의 첫 키스, 그리고 첫 섹스에 이어서 첫 펠라도 내 차지가 되는 건가?
“사쿠라… 혹시 해서 묻는 건데, 펠라치오가 뭔지 아니?”
“아… 알긴 알아요…”
“그러면 시우랑은…”
“…해, 해 본 적 없어요.”
“후우… 미치겠네, 이걸 어쩌지…”
이거 오늘도 시우헤이에게는 미안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