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350화 (350/428)

Chapter 350 -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10)

-띠링!

[천생연분 미션이 완료되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혀를 섞어 댔던 두 사람이 느릿하게 고개를 들어 벽면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잠시 숨을 들이켰다가 어색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생연분 미션이 완료되었다는 ‘섹.못.방’의 알림. 분위기에 취해 스스로 옷을 벗던 두 남녀가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단추를 잠갔다.

“크흠, 흠… 미션 완료네…”

“그, 그러게요…”

뜨겁게 타올랐던 만큼 차갑게 식어 버린 두 남녀. 뒤늦게 이성을 되찾은 하이토와 미나미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분홍빛 브래지어와 봉긋한 가슴, 단단한 복근과 야릇한 쇄골. 속이 다 비치는 걸 확인한 두 사람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으음…”

“아, 하하…”

그런데,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이 보게 된 것은 엉망진창이 된 침대였다. 온갖 액체들로 얼룩이 져 있는 시트와 잔뜩 구겨져 있는 이불. 참혹한 현장을 보고 당황한 미나미가 말을 더듬으며 하이토에게 소리쳤다.

“미, 미션 끝났으면 이제 돌아갈까요?”

“어… 어어?”

“동의하신 거죠? 다, 다음에 봐요, 하이토 씨!”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자신의 추태를 들킨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던 미나미. 약간의 아쉬움과 약간의 허무함, 그리고 약간의 자괴감이 섞여 머릿속이 복잡해진 그녀가 서둘러 ‘섹.못.방’에서 탈출했다.

“미나미? 내 말 듣고 있어?”

“으응?”

“갑자기 왜 그래? 또 어디 아픈 거야?”

하지만 현실로 돌아온다고 미나미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쇼헤이의 입술을 보자 떠오르는 방금 전의 키스. 하이토에게 매달려 스스로 허리를 흔들어 댔던 그녀가 죄책감을 느꼈다. 천생연분이라 자기도 모르게 이성을 잃었던 거지만 그렇다고 미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으으응… 미안,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 아무래도 병원에 가 봐야 할 거 같아... 미안해, 쇼 군. 다음에 또 놀자.”

결국 쇼헤이네 집에서도 도망친 미나미.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쇼헤이가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런 쇼헤이의 뒷모습을 하이토가 활짝 웃으며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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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치 못했던 네토리 기회였지만 생각 이상으로 잘 살릴 수 있었다. 나한텐 ‘염력’과 ‘성감 자극’이라는 사기 스킬이 있잖아. 맥주를 마시면서 온몸 구석구석을 자극당한 미나미는 얼마 안 가 발정했고, 그럴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자기가 먼저 내게 키스를 졸라 댔다.

그리고 뭐, 그후로는 간단했지.

조금만 만져 줘도 기뻐하는 여자를 따먹는 건 너무 쉬운 일이었다.

다만 한 번 따먹는다고 네토리가 끝나는 건 아니잖아. 그래서 나는 미나미와 내가 ‘천생연분’이라는 점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지금은 별 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키스를 할 때마다 발정하게 되면… ‘천생연분’이란 걸 의식하게 되지 않겠어?

그러기 위해서 미션 시간을 남겨 뒀던 나는 하루가 지나 멀쩡해진 미나미와 입을 맞추었다. 그런 다음 미나미를 품에 안고선 ‘성감 자극’을 사용했다. 그러자 어제처럼 발정하고 만 미나미. 그녀를 애무해 주며 스킨십을 리드한 나는 섹스로 넘어가기 직전에 그녀를 놓아 주었다. 미션 타이머 때문에 이성을 되찾은 척, 연기를 하면서 말이다.

“크흠, 흠… 미션 완료네…”

자아, 그러면 이제 대충 알아차렸겠지? 성감 자극이 사라지자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진 미나미. 섹스를 하기 위해 스스로 옷을 벗던 그녀가 아쉬워하다가 내 눈치를 봤다. 그제서야 나와 접촉을 해야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걸 알게 된 모양이었다.

좋아, 이러면 첫 번째 단계는 완성인 건가?

이제 그녀는 성욕을 느낄 때마다 본능적으로 나를 찾게 될 거다. 물론 처음엔 그 본능을 거부하겠지만… 시우랑 진도가 나가 있는 상황도 아니고, 자위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동의하신 거죠? 다, 다음에 봐요, 하이토 씨!”

지금이야 당황하는 바람에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말았지만, 결국에는 욕구 불만에 시달리게 되어 나를 찾아 올 게 분명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미나미가 성욕을 느끼도록 만들어 줘야 하는데… 흐으음, 굳이 그럴 이유는 없어 보였다. 여러 가지 욕구 중에서도 가장 중독성이 강한 게, 성욕이잖아. 쾌락의 끝을 맛보았던 미나미가 그 순간을 잊을 리 없었다. 장담하건데, 이 집에 놀러 올 때마다 한 번씩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사쿠라 미나미의 공략이 진행될 거다.

그러니… 당분간은 ‘섹.못.방’을 조금 더 즐겨도 되겠지? 이런 재미난 어플을 손에 넣었는데 한 명으로 만족하는 건 시우헤이와 이 세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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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페이지]

[ㄴ 최근 기록(new)]

[후지카와 하이토(편집 가능)]

[ㄴ 총 섹스 횟수: 2]

[ㄴ 상성률: 100%, 천생연분, 재매칭 시 이벤트가 추가됩니다.]

[ㄴ 재매칭률: 100%]

[ㄴ 메모: 너어무 착해서 답답해. 하지만 쇼 군보다는 적극적이야. 천생연분이라서 그런지 키스를 하면 둘 다 정신이 이상해져. 엄청 야하게 바뀌어서는 결국 섹스를 하게 되는데… ㄷ길므ㅏㅣㄱ스미ㅏㅎ스ㅏㅣㅣㅡ / 태그: 잘생김, 대물, 상냥함]

[ㄴ ……]

‘섹.못.방’ 어플을 만져 대던 미나미가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을 던졌다. 다시는 사용하지 않을 어플인데 편집을 하는 의미가 없었다. 물론 하이토와 했던 섹스가 엄청 짜릿하기는 했지만… 그 상대가 하이토인 이상 좋아할 게 아니었다. 그녀의 남자 친구는 후지카와 쇼헤이. 후지카와 하이토는 남자 친구의 삼촌이었다.

“바보… 바보오오오오!”

그런데 왜 자꾸 하이토를 떠올리게 되는 걸까?

오늘도 침대에 누워 그날 있었던 키스를 생각한 미나미가 자연스레 자위를 하기 시작했다. 땀으로 범벅이 될 때까지 서로를 탐하고 또 탐했던 그녀와 하이토. 딱딱하게 발기한 자지로 그녀의 보지를 찔러 댔던 하이토와 두 다리를 벌려 하이토를 감싸안았던 미나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됐지만 오늘도 절정에 이를 수는 없었다.

“끄아아아앙!”

한번 하이토의 자지를 맛보았던 그녀의 보지는, 얇고 가느다란 여자의 손가락으론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다. 결국 스마트폰을 집어 든 그녀가 ‘섹.못.방’ 어플을 열었다. 다시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벌써 5일째. 오늘 역시 자신의 다짐을 무너뜨린 미나미가 즐겨찾기를 눌렀다.

그러자 후지카와 하이토라는 이름이 최상단에 위치했다.

“우으으으…”

여기서 ‘매칭하기’만 누른다면 수동 매칭으로 그와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방’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미나미는 차마 매칭하기를 누를 수 없었다.

“쇼 구운… 오늘도 나를 걱정해 줬지… 우으으, 그런데 나는 네 삼촌이랑 그걸 할 생각이나 하고, 정말 최악이야…”

자신의 의지로 남자 친구를 배신할 수는 없었다.

하이토도 정말 좋은 사람이고 항상 즐거운 추억만 남겨 준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그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건 후지카와 쇼헤이. 그렇게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한 그녀가 이번에는 쇼헤이를 떠올리며 자위를 시작했다.

“쇼 군… 읏, 하앙… 쇼 군…”

하지만 얼마 안 가 자위를 멈춰야만 했다.

“미안해… 아앗, 으응!”

조금만 달아올라도 하이토의 얼굴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하아… 이게, 천생연분…. 아아, 미안해, 쇼 군… ‘섹.못.방’에서 주의했던 게 사실이었어. 이제 하이토 씨 말고는 그 어떤 남자도 떠올릴 수 없어… 그런 여자가 되고 말았어. 미안해, 쇼 군…”

울먹이며 남자 친구에게 사과하는 미나미. 마음은 쇼헤이한테 있는데 몸은 자꾸 하이토를 원하니… 그 괴리감 때문에 힘들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어이가 없지만 ‘섹.못.방’ 하나 때문에 그녀의 인생이 망가지고 말았다.

그러나 미나미는 자신의 인생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흐윽, 흑… 하지만 그래도, 으응… 나는 널 사랑해…”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외투를 챙겨 서점으로 걸어갔다.

오늘 학교에서 전해 들은 약간은 음란한 이야기. 가십 잡지를 사서 엽서로 응모할 경우 추첨을 통해 자위용 기구를 준다는… 무척 신경 쓰이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떠올린 미나미가 밖으로 나섰다.

“어… 어어?!”

그런데 횡당보도 너머로 지난 며칠 동안 미나미를 지치게 만들었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것도 눈에 띌 정도로 아름다운 미인과 함께 말이다.

설마 둘이 사귀는 사이일까? 생각보다 가까워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에 미나미의 기분이 나빠졌다. 정확한 이유를 알 순 없었지만 괜스레 짜증이 났다.

그래서 화를 내려고 하는데…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꼈을 때, 여자가 씩씩거리며 남자의 뺨을 때렸다. 그러고는 어깨를 들썩이며 자리에서 떠나갔다.

“흐으응…”

미나미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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