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47 -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7)
[마이 페이지]
[ㄴ 최근 기록(new)]
[성인 남성 A(편집 가능)]
[ㄴ 총 섹스 횟수: 1]
[ㄴ 상성률: 100%, 천생연분, 재매칭 시 이벤트가 추가됩니다.]
[ㄴ 재매칭률: 0%]
[ㄴ 메모 추가 / 태그 추가]
[ㄴ ……]
마이 페이지에 기록된 ‘후지카와 하이토’와의 정보. 그 내용을 살펴 보던 미나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성률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도통 감이 오지를 않았다. 혹시 사주를 말하는 걸까? 천생연분이라는 단어를 혼자 곱씹던 미나미가 옆에 있는 물음표를 클릭했다.
[‘상성률’은 이성과의 속궁합(섹스 상성)을 의미합니다.]
[50% 미만 – 오히려 불쾌할 뿐입니다.]
[60% 미만 – 섹스보다는 자위를 추천합니다.]
[70% 미만 –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80% 미만 – 평범한 쾌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90% 미만 – 상성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100% 미만 – 섹스 파트너로 삼기에 아주 적합합니다.]
[100% - ‘천생연분’입니다. 하지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한번’이라도 이 상대와 섹스를 할 경우, 다른 이성과의 섹스로는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세… 섹스 상성이라고?!”
당황한 미나미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그래서 그렇게 느꼈던 거야?”
어플에 적힌 말이 사실이라면 하이토와의 속궁합이 최고인 그녀였다. 충격에 빠진 미나미가 ‘섹.못.방’에 갇혔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첫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허리를 흔들었던 미나미. 기분이 너무 좋아서 본능적으로 움직였던 걸 생각하면… 상성률 100%는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수치였다.
“하아… 몰라…”
그러나 미나미는 그 사실을 별로 믿고 싶지 않았다. 다른 이성과의 섹스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게 거슬렸다. 하이토와 ‘천생연분’이라는 건 쇼헤이와 그녀에겐 좋지 않은 이야기였다. 짜증이 난 미나미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우으… 다른 거나 살펴 볼까?”
[자동 매칭]
[ㄴ 상태: OFF]
[ㄴ 10km 이내의 이성과 매칭: ON]
[ㄴ 연령대가 비슷한 이성과 매칭: ON]
[ㄴ 매칭된 적 없는 이성과 매칭: ON]
[ㄴ 재매칭률이 높은 이성과 매칭: OFF / 75% 이상]
[ㄴ ……]
“우욱… 최악이야…”
생각보다 훨씬 더 자세하고 문란한 설정들. 평소 원나잇을 즐기는 여자들을 혐오했던 미나미가 표정을 찌푸렸다. 오로지 섹스만을 목적으로 하는 설정들을 보자 구역질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아하하… 내가 할 소리는 아니구나…”
그러나 사실, 섹스를 하기 위해 어플을 깐 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우우… “
결국 자괴감만 느낀 미나미. 조금 더 설정을 살펴 보려다가 의욕을 상실한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언젠가 쇼헤이와 섹스를 할 것을 생각하면 세부 설정을 알아 두는 게 좋았지만… 진이 다 빠진 미나미는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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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새로 하나 맞춘 다음, 우여곡절 끝에 ‘섹.못.방’을 설치한 나는 시간을 들여 세부 설정들을 테스트했다.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순 없지만, ‘떡인지’이기에 가능한 비논리적인 현상들. 네토리를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선 그 현상들을 미리 익혀 놔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주객이 전도되고 말았는데, ‘섹.못.방’에 빠져서 그만 네토리를 깜빡하고 말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플을 사용했더니, 벌써 사흘이나 지나가 있더라고. 히로인한테 먼저 다가가지는 않더라도, 한두 번씩은 얼굴을 비쳤어야 했는데 바보같이 실수를 해 버렸다.
[뭐, 뭐야 여기는!]
[어라…? 분명 지하철이었는데…]
[꺄앗, 누, 누누, 누구세요?!]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스마트폰을 하나 더 준비해서 딱 봐도 순진해 보이는 여자… 그러니깐 순수하지만 따먹을 맛이 나는 여자한테 슬쩍 넘긴 다음, 매칭하기를 누르는 미친 작전은 수십 번을 해도 질리지 않았다. ‘섹.못.방’에 갇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절망하는 여자들을 볼 때면, 참을 수 없는 배덕감이 느껴져서 정말 최고였다.
[이, 이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고요?]
[저도 개소리인 건 아는데… 이런 종이가 괜히 있을 리는 없잖아요.]
[그치만… 세,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이라니… 말이 안 되잖아요!]
아, 물론 ‘스윗남으로 미션 달성’이라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과격한 강간이나 추행 같은 건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섹.못.방’에 갇힌 이상 빠져 나오려면 섹스를 해야만 하잖아? 따라서 쓸데없이 과제를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이거… 제 번호예요… 하, 하고 싶을 때 연락 주세요…]
[진심이세요?]
[원하시면… 읏, 지, 지금도 가능해요. 저기 화장실로 갈까요?]
다만 ‘스윗남’이라서 생긴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있었다. 끝까지 자상하게 대해서 그런지 자꾸 연락처를 주고 가더라고. 그렇게 해서 요 며칠 동안 새로 생긴 섹파만 수십 명. 그녀들을 챙겨 주다가 나도 모르게 네토리를 까먹어 버렸다.
“후우… 정신 차리자, 덕배야.”
하지만 아무리 재밌었다 해도 나한테 중요한 건 네토리잖아. 연락처를 정리하는 것으로 잠깐의 유흥을 끝낸 나는 처음부터 다시 계획을 검토했다. 메인 히로인은 조카 쇼헤이의 여친인 사쿠라 미나미. 이미 한 번의 섹스를 끝낸 상황이지만, 현실에서 그녀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따라서 사쿠라 미나미가 이 집에 놀러 왔을 때를 노려야 했다.
- 아하하, 미안해… 며칠 동안 혼자서 고민할 게 좀 있었어…
- 그럼 지금은 해결된 거야?
- 글쎄… 해결은 안 됐는데… 헤헤, 그래도 남자 친구를 계속 혼자 둘 순 없잖아.
- 미나미…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모르는척 찾아가서 얼굴을 보여 주면 엄청 당황하겠지? 나는 그런 식으로 사쿠라 미나미의 마음 속을 파고들 생각이다. 어플에 적힌대로 그녀와 내가 천생연분이라면 사쿠라 미나미는 나를 신경쓸 수 밖에……
-지이잉
“어, 어어?”
뭐야, 갑자기… 이건 ‘섹.못.방’에 끌려갈 때의 감각인데? 아아, 젠장. 자동 매칭을 OFF로 하는 걸 깜빡했잖아. 이렇게 된 이상 네토리도 식후경이라고, 여자 한 명을 따먹고 시작해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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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미나미는 쇼헤이와 거리를 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쇼헤이를 향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해도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한 상황.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 가기에는 양심이 너무 아팠다.
물론 그녀가 말하지 않는 이상 죽을 때까지 그 일을 모를 쇼헤이였다. 허나 그렇다고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았지만, 쇼헤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무너져 내리고 만 미나미. 그녀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잠시 동안 쇼헤이를 피했었다.
-띠잉
[언니… 오빠랑 한 거 알겠으니깐, 이제 좀 와 주면 안 돼요? 궁금한 게 너무 많단 말이에요! 오빠랑 할 때 어땠어요? 좋았어요? 아, 그리고 언니! 혹시 해서 말하는 건데, 오빠 어플도 자동 매칭 껐죠?]
하지만 치아키가 보낸 문자가 미나미의 마음을 흔들었다.
쇼헤이는 자기 폰에 ‘섹.못.방’이 깔린 것도 모르는 상황. 당연히 자동 매칭 역시 ON으로 되어 있을 게 분명했다. 따라서 쇼헤이 근처에 있는 여자가 ‘매칭하기’를 누르기만 한다면, 누가 됐든 그녀의 남자 친구와 섹스를 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미나미가 소리 없이 경악했다.
‘바보, 바보… 느긋하게 있을 때가 아니었잖아…’
죄책감에 슬퍼할 여유가 사라졌다. 애써 멘탈을 다잡고 스스로를 달랜 미나미가 용기를 내서 쇼헤이를 찾아갔다. 이번에야말로 하이토가 아닌 그녀의 남자 친구인 쇼헤이와 섹스를 하기 위해서였다.
-꾸욱
그러나 이번에도 그녀와 매칭된 건 쇼헤이가 아니었다.
“어어?! 사, 사쿠라?!”
“하… 하이토 씨?!”
이번 역시 미나미와 섹스를 해야 하는 사람은 쇼헤이의 삼촌, 하이토였다.
“사쿠라가 왜 여기에…”
“하, 하이토 씨야 말로 왜…”
-띠링
[천생연분 이벤트 발생!]
[상성률이 100%인 두 사람을 위해서 재미난 미션이 추가됩니다.]
[미션을 달성할 경우 특별한 보상을 드리니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천생연분 미션: 1시간 동안 키스하기]
[미션 보상: 최고급 레스토랑 풀코스 정식]
[※주의※ 천생연분 미션을 달성하지 못 할 경우 현실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건 또 뭐야…”
“키… 키스으으으?!”
거기다가 미나미는 하이토와 함께 새로운 미션을 달성해야만 했다. 남자 친구랑은 아직 해 보지도 못한 키스. 그 키스를 쇼헤이가 아닌 하이토와 하게 생긴 그녀가 풀썩 주저앉았다. 물론 하이토가 리드해 준다면 키스 역시 기분이 좋을 테지만…
적어도 키스부터는 쇼헤이와 하기를 바랐던 미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