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41 -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1)
사쿠라 미나미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세… 세,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이라고?’
누가 봐도 농담인 게 분명한 상황.
당황한 미나미가 애써 정색을 하며 후지카와 치아키를 노려봤다. 아무리 그녀가 쇼헤이의 동생이라 해도 지금의 장난은 선을 넘은 장난이었다. 이건 연애 상담이 아니었다. 그저 오빠의 여자 친구를 상대로 한 아주 질 나쁜 괴롭힘이었다.
“언니… 제가 거짓말하는 거 같아요?”
그러나 치아키는 끝까지 당당했다.
오히려 미나미의 정색을 비웃는 치아키.
그녀가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섹.못.방’이라고 적힌 앱 아이콘을 눌렀다.
“에… 에에엣?!”
그러자 미나미의 눈이 동그래졌다.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
[지금 당장 섹스가 마렵다면?]
[ >> 매칭하기 << ]
[여러분들의 지루한 일상에 짜릿한 쾌감을 선사해 드립니다.]
세련된 디자인과 그럴 듯한 문구들.
깜짝 놀란 미나미가 식은땀을 흘렸다.
‘지, 진짜로 있는 어플이었어?’
치아키의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어플이 19금 매칭 앱인 건 확실했다. 흔히 말하는 원조 교제나 원나잇을 위한 어플. 그걸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이런 쪽으로는 내성이 부족했던 미나미가 꿀꺽하고 침을 삼켰다.
“이거… 진짜니?”
“당연히 진짜죠! 까는 방법이 조금 복잡하긴 한데… 그래도 아는 애들은 다 아는 어플이에요. 공공연한 비밀이랄까? 아무튼 진짜인 건 확실해요.”
“치 쨩… 너도 써 봤어?”
“에엣? 저는 안 써 봤죠! 호기심에 깔아는 놨는데… 써 본 적은 없어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랑 섹스를 하는 건 조금… 그렇잖아요.”
“……나는 괜찮고?”
“흐흐흥, 이게 무작정 랜덤 매칭인 건 아니거든요. 쓰는 방법이 다 있어요.”
우선 매칭은 같은 유저끼리만 매칭이 된다는 것. 그리고 가장 가까이 있는 이성과 매칭이 된다는 것. 이 두 가지 규칙을 활용한다면, 쇼헤이와 ‘섹.못.방’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치아키의 주장이었다.
쉽게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미나미가 말을 더듬으며 치아키에게 되물었다.
“그러니깐 네 말은… 매칭을 하는 순간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간다는 거니? 따로 만나서 호, 호텔 같은 곳을 가는 게 아니라?”
“그렇다니깐요?”
“말이 안 되잖아…”
“언니. 실제로 경험해 본 친구들도 많아요. 그리고 알 수 없는 곳이 아니라, 되게 고급진 호텔 같은 곳이래요. 그래서 모텔 대용으로 이 어플을 쓰는 애들도 많아요.”
“거짓말…”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미나미는 혼란에 빠졌다.
‘섹.못.방’은 평범한 19금 매칭 앱이 아니었다.
호텔 같은 곳에 끌려간다고? 무슨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 아닌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판타지였다. 그것도 성인용 판타지. 미나미가 고개를 내저으며 치아키의 말을 부정했다.
“미안해, 치 쨩… 솔직히 못 믿겠어.”
“언니. 어차피 믿져야 본전인데, 뭘 그렇게 말성이는 거예요. 진도 나가고 싶다면서요. 그러면 시도라도 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치만… 갑자기 세… 세엑… 아, 아무튼, 그거라니! 너무 빠르잖니… 쇼 군이랑은 아직 키스도 못 해 봤단 말야아…”
“하아… 키스도 못 해봤다고요? 어이 없어… 언니, 사귄다고 다가 아니에요. 오빠 노리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요. 이러다가 미야 언니한테 뺏기는 거 아니에요?
“에에엣?!”
“미야 언니가 좀… 개방적인 편이잖아요. 그 언니라면 이 어플도 알고 있을 텐데... 언니 몰래 오빠랑 ‘섹.못.방’에 들어갈 수도 있어요. 그리고 오빠라면 자기가 책임진다면서 미야 언니랑… 뭐 대충 알겠죠? 언니는 그래도 좋다는 거예요?”
“그건… 싫어…”
조금씩 치아키에게 설득당하기 시작한 미나미.
불안함을 느낀 그녀가 머릿속으로 아사히라 미야를 떠올렸다. 짧은 치마와 가슴골을 드러낸 블라우스. 그녀라면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여자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미나미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 애초에 지지부진한 진도 때문에 하게 된 상담이잖아.
그 덕에 알게 된 정보인데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치아키 말대로 어차피 믿져야 본전이었다. 물론 섹스를 하는 건 여전히 무서웠지만… 그래도 상대가 쇼헤이잖아. 미나미는 자신의 남자 친구를 믿었다.
“치 쨩… 조금 더 자세히 말해 줄래?”
결심을 굳힌 미나미가 치아키에게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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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요, 언니. 다 깔았어요. 우선 회원가입 하시고요, 설정 탭에 들어가서 자동 매칭 끄세요. 그거 켜 두면 모르는 남자한테 끌려가요. 네, 그거요.’
‘오빠요? 아,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몰래 깔아둔 거예요. 오빠 같은 범생이가 이런 앱을 알 리 없잖아요. 흐응, 자동 매칭요? 당연히 켜 뒀죠. 그래야 오빠가 언니랑 ‘섹.못.방’에 들어갈 거 아니에요.’
‘네? 그러다 오빠가 다른 여자랑 매칭되면 어쩌냐고요? 그렇게 되기 전에 언니가 서둘러야죠. 뭘 놀라고 있어요. 응? 그런데 정말로 ‘섹.못.방’에 끌려가면 어떡하냐고요? 어쩌긴요. 해야죠, 섹스.’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내숭 떨고 있으면 그래도 남잔데… 오빠가 리드해 줄 거예요. 그러니 자, 서두르세요! 이러다 미야 언니가 올지도 몰라요!’
‘하여튼… 오빠는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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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끝내고 쇼헤이네 방으로 돌아온 미나미.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는 쇼헤이의 물음에 미나미가 웃음으로 대답했다. 함부로 입을 열었다간 긴장하고 있는 걸 들킬지도 몰랐다.
그것도 모르고 미소로 화답하는 쇼헤이.
그가 귀찮게 구는 여동생의 성가심을 사과했다.
하지만 미나미는 그의 사과를 듣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의 사과를 듣지 못 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섹스 생각뿐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너무나도 빠른 진도 탓에 미나미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쇼헤이랑 세, 섹스를… 어, 어떡해! 너무 성급한 거 아닐까?’
‘그치만 쇼헤이라면… 분명 나를 평생 동안 아껴 줄 테니깐…’
‘그, 그래도 섹스인데, 마음의 준비도 없이…’
그녀의 결심이 흔들렸다.
“미나미? 어디 아파? 안색이 안 좋은데… 혹시 치아키가 심한 말이라도 했어?”
그런 미나미를 잡아 준 건 쇼헤이였다.
진지한 얼굴로, 진심을 담아, 그녀를 걱정해 주는 쇼헤이.
그의 모습에 다시 한번 사랑을 느낀 미나미가 쇼헤이 몰래 손을 움직였다. 역시나 쇼헤이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그녀가 엄지 손가락으로 ‘매칭하기’를 눌렀다.
그러자 그녀의 눈앞이 암전됐다.
그리고 얼마 후, 처음 보는 공간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뭐, 뭐야 갑자기?! 여긴 또 어디야?!”
그런데 그녀와 매칭된 건 쇼헤이가 아니었다.
“어라, 너는… 시우 여자 친구?”
“하, 하… 하이토 씨?!”
후지카와 하이토, 쇼헤이의 삼촌.
갑작스러운 하이토의 등장에 미나미가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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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네토리’ 능력을 사용합니다.]
[‘스윗남으로 미션 달성’ 과제를 도전 중입니다.]
[장르는 ‘떡인지’입니다.]
[당신은 ‘주인공의 삼촌’입니다.]
[미션: 히로인을 네토리하세요.]
[팁: 지금 당장 주인공에게 스마트폰을 빌리세요.]
[(도전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선 A등급 이상의 성과가 필요합니다.)]
최근 들어 새로 추가된 장르인 ‘떡인지’.
나는 재미 삼아, 그리고 겸사겸사 포인트를 벌기 위해 ‘히로인 네토리’를 사용했다. 고작해야 장르 선택 주제에 5만 포인트나 했지만, ‘스윗남으로 미션 달성’ 보상이 30만 포인트였기에 충분히 지불 가능한 지출이었다.
그런데… 이거 참 대박인걸?
팁의 조언대로 시우헤이에게 스마트폰을 빌린 나는 이 세계에 ‘섹.못.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섹스를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 말이다.
이거 간만에 재미 좀 볼 수 있겠는걸?
나는 앞으로 있을 므훗한 일들을 상상하며 ‘섹.못.방’의 규칙을 살펴 보았다. 이번 세계관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라면 자그마한 규칙도 알아 두는 게 좋았다.
-띠링!
[매칭 완료!]
[지금부터 ‘섹.못.방’으로 끌려갑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그런데… 이건 또 뭐야.
“뭐, 뭐야 갑자기?! 여긴 또 어디야?!”
벌써부터 매칭 완료라고?
한참 규칙을 읽고 있는데 순간 눈앞이 암전되더니, 처음 보는 곳으로 끌려갔다. 딱 봐도 무슨 러브 호텔처럼 생긴 곳으로 말이다. 아직 ‘매칭하기’는 누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끌려 온 거라 솔직히 많이 당황스러웠다.
“어라, 너는… 시우 여자 친구?”
“하, 하… 하이토 씨?!”
하지만 내 상대가 메인 히로인이면 또 다른 이야기지.
이거 시작부터 당첨이잖아.
나는 내 앞에서 기절한 메인 히로인을 보고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시우헤이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이번에도 여자 친구의 처녀는 내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