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39 - 혼돈, 파괴, 망가(7)
감덕배, 얼마 전에 C등급 헌터가 된 버러지.
제법 성장세가 가파르긴 하지만 그래 봤자, 이류.
최민우가 경계해야 할 상대는 아니었다.
C등급 헌터 따윈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었다.
이 세상은 자본주의 세상 아니겠는가.
신분을 밝히고, 뒷배를 밝히면, 90도로 허리를 꺾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에게는 세 명의 보디가드가 있었다.
B등급 헌터 셋과 C등급 헌터 하나.
둘이 싸워서 누가 이길 지는 세 살 먹은 꼬마도 알았다.
최민우에겐 두려울 게 없었다.
그런 그가 이현아를 찾아갔다.
“허억… 허억, 여기 있었어? 씨발… 그것도 모르고 한참을 헤맸네.”
감덕배, 꼴에 헌터라고 여자들을, 그것도 분에 넘치는 미인들을 양옆에 끼고 사나 본데… 그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남의 여자를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해 주리라.
최민우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옆에 있는 저 새끼가 새 남자야? 하, 진짜 어이가 없네. 좆도 없는 새끼랑 사귄다 이거지? 현아야, 너 정신 차려. 딱 봐도 병신이잖… 으그그극?!”
그런데 그 순간 세상이 멈췄다.
그와 동시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으어억, 끄륵… 끄아아악!”
온몸의 장기가 뒤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기분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실제로 장기가 뒤섞이고 있었다.
“끄억… 커어억, 컥… “
최민우가 눈물을 흘리며 각혈했다.
“으그윽, 커흑… 끄아악!”
이런 아픔은 생전 처음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순간이었다.
C등급 헌터한테… 이런 능력이 있다고?
무언가 잘못 된 게 분명했다.
“어어어?!”
그때, 그의 옆에서 세 보디가드가 허공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의 관절이 기괴한 방향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아악!”
“끄억, 끄으윽…”
“커흑, 컥… 끄어어억!”
세 명의 B등급 헌터가 순식간에 불구가 되었다.
“어, 어억… 어어어…”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
겁에 질린 최민우가 바지를 적셨다.
-또각또각
-또각
그런 그에게 다가와 미소 짓는 한 명의 미인.
“뭐죠, 이 인간 이하의 쓰레기는?”
최민우가 악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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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최민우를 쓰러뜨린 세실리아.
그녀가 얼굴을 찌푸리며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최민우가 입을 열더니 멍한 얼굴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여자 친구가 바람을 피길래… 화가 나서 찾아왔습니다. 이현아한테 누가 더 좋은 남자인지 똑똑히 보여 줄 생각이었습니다.”
아니, 변명이 아니라 자백이었다.
세실리아가 최면을 걸어 자초지종을 얘기하도록 만든 것이다.
역시 내 딸… 무서운 아이…
세실리아의 잔혹함에 내가 부르르 떨자, 옆에 있던 위지혜가 내 팔을 잡았다.
“혜매?”
“백랑… 쟤 대체 정체가 뭐예요?”
그녀의 손이 축축히 젖어 있었다.
“누구긴요… 착한 제 딸이죠.”
“저, 저게 착하다고요?”
내 말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위지혜.
나는 그런 위지혜의 어깨를 감싸 주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걱정 마세요. 리아는 나쁜 사람한테만 저래요.”
“정말요?”
“그럼요. 저기 저, 최민우라는 새끼… 순 나쁜 새끼거든요. 리아도 그걸 눈치채고 저렇게 대응한 거예요. 그렇지, 리아?”
“후훗, 그럼요. 아버지를 모욕한 쓰레기인데… 그 대가를 치르게 해 줘야죠.”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최민우라는 새끼는 처음 보는 새끼다. 하지만 이야기는 많이 들었었다. 현아의 전남친… 분명 양다리는 기본에, 가스라이팅도 밥 먹듯이 한 쓰레기였지? 저 새끼는 저 꼴을 당해도 쌌다.
그러나 현아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사람을 완전 반 죽여 놨잖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했다며 화를 낼 수도…
“언니, 대박! 완전 멋있어요! 도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그래, 그럴 리가 없지.
내 착각이었다.
“멋있긴 한데… 이건 좀 심한 거 아니야?”
“그치만… 나쁜 건 저 쓰레기잖아요!”
“하아, 리아야… 그래도 이건 아니지…”
정작 화를 낸 건 소피아였다.
그녀가 쓰러져 있는 네 사람을 치료하며 세실리아를 훈계했다.
역시 성녀라 그런지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이렇게 빨리 끝내면 어떡해. 너무 싱겁잖아.”
“어머… 역시 언니… 후훗, 하나 배웠어요.”
이번에도 내 착각이었다.
***
상황을 정리한 우리는 네 사람을 데리고 인근 공터로 향했다.
인식 방해 마법을 사용 중이었기에 남의 눈치를 볼 이유는 없었다.
-퍼억!
“커흐윽…”
무심하게 최민우를 바닥에 던진 세실리아.
그녀가 뒤로 돌아 보더니 현아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이제 설명해 주시겠어요? 이 남자는 누구고, 또 현아 씨랑은 어떤 관계죠? 본인은 현아 씨의 남자 친구라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그러니까, 그게…”
재벌가의 사생아, 앞과 뒤가 다른 위선자, 여자를 끼고 노는 한량, 이야기가 나올수록 최민우가 쓰레기가 되어 갔다. 이미 쓰레기였지만 알고 보니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였다.
이딴 새끼랑 사겼었다니, 조금 실망인데?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지 소피아가 현아를 비웃었다.
“우리 막내, 대단한 남자랑 사겼었네.”
“그, 그치만!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착했었… 아니, 착한 척 연기를 했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홀랑 넘어갔다, 이거야?”
“그때는… 의지할 사람이 걔밖에 없었거든요… 하, 하지만 옛날 얘기예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현아.
울먹이는 그녀를 보자 마음이 아파 왔다.
그러고 보면 매일같이 남친 욕을 했었지. 잘못한 건 최민우인데 괜히 현아를 탓할 건 없었다. 생각을 바꾼 나는 현아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아 주었다. 그리고 황당해 하는 소피아를 자그맣게 나무랐다.
“소피. 현아 좀 그만 괴롭혀.”
“흥! 내가 뭘!”
“괴롭힐 사람은 따로 있잖아.”
“으응?”
최민우, 가진 건 돈밖에 없는 버러지.
재벌가의 자식이라 해도 그래 봤자, 사생아.
내가 경계해야 할 상대는 아니었다.
이딴 새끼 따윈 싸우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었다.
이 세상은 능력주의 세상 아니겠는가.
최면은 걸고, 협박을 하면, 나를 주인으로 모실 게 분명했다.
그러니 죽일 필요까진 없었다.
하지만… 조금 짜증나니깐 약간은 괴롭혀도 되겠지?
나는 현아의 눈물을 닦아 주면서 세실리아에게 부탁했다.
“후훗, 그럼요. 얼마든지요.”
최민우한테 받아낼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
“와아… 너무 예쁘다…”
“그러게요… 이런 건 처음 봐요. 마치 은하수를 보는 거 같아요…”
“은하수라… 후훗, 아줌마 치곤 꽤나 낭만적이네요.”
야경을 보며 감탄하는 소피아와 위지혜, 그리고 세실리아. 개성 넘치는 그녀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반응이 같았다. 그만큼 창밖의 야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강남의 펜트하우스.
웬만한 헌터들은 꿈도 못 꾸는 곳.
-채앵
“건배!”
“헤헤… 건배!”
지금은 우리의 집이었다.
“이 정도면 최민우한테 고마워해야겠는걸?
역시 돈이 최고구나.
돈밖에 없는 버러지는 돈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살아 있을 가치가 있었다. 우리는 최면을 걸어 최민우가 가진 모든 것을 뜯어냈다. 물론 모든 것이라 해 봤자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현금이 전부였지만… 그게 어디야.
재벌은 재벌이었다.
“그러게요… 후후후, 이런 곳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해 봤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오빠… 고마워요.”
“고맙긴… 내가 더 고맙지. 네 덕분에 그 새낄 만난 거잖아.”
“아하하, 그렇게 되나요? 그러면 평생 고마워하세요.”
“응, 그럴게.”
“약속한 거죠?”
현아가 와인 잔을 내려 놓더니 은근슬쩍 내게 몸을 기댔다. 따뜻하고 뭉클한… 그녀의 체온이 느껴졌다. 함께 한다는 건… 정말 좋은 거구나. 나는 손을 뻗어 품에 들어온 그녀를 감싸 주었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현아와…
“와아, 오빠! 우리는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거야?!”
“백랑… 너무하네요, 정말.”
“아버지? 둘이서 장난치시는 거죠?”
아니, 얘들이 진짜 왜 이래.
분위기 좋았단 말야.
나는 현아를 끌어 안으면서 세 사람에게 소리쳤다.
“오늘은 현아 차례잖아. 벌써 잊었어?”
“뭐래. 그건 어제 얘기지.”
“그래요, 백랑. 오늘은 금요일이랍니다.”
“12시 지났어요, 아버지… 후훗.”
“어라…?”
벌써 그렇게 됐다고?
고개를 돌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자 확실히 12시가 넘어가 있었다. 삥을 뜯고, 집을 구하고, 이것저것 처리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새 흘러가 버렸다. 아직 현아랑 할 게 많은데, 뭘 해 보기도 전에 현아의 차례가 끝났다.
“오빠… 어쩔 수 없죠, 뭐어…”
아쉽네.
둘이서 할 얘기가 많았는데… 다음주를 노려야겠구나.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현아를 놓아 주었다.
아니, 놓아 주려고 했다.
그런데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근데 있지, 우리가 아직 차례를 안 정했거든?”
“그러니 오늘은 봐 드릴게요.”
“두 번은 없어요, 아버지. 알겠죠?”
그렇게 말하며 옆 방으로 사라지는 세 사람.
말은 저렇게 해도 여러모로 심란할 현아를 신경써 주는 게 느껴졌다.
역시 다들 내 정실다웠다.
“어… 그, 그러면 이제 어쩌죠?”
“어쩌기는. 침대로 가야지.”
“네에?! 아, 아직 안 씻었는데!”
그럼 더 잘 됐지.
욕실도 되게 좋던데 한번 체험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