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37 - 혼돈, 파괴, 망가(5)
“그런데 집이 많이 좁지 않나요? 여기서 지내기는 많이 불편할 거 같은데.”
“집도 집인데 옷도 필요해. 위지혜 씨 옷 좀 봐. 저걸 입고 밖에 나가면 치녀라고 오해 받을걸? 가슴이 너무 큰 것도 별로라니깐.”
“소, 소피아 씨가 할 말은 아니지 않나요! 뭔가요, 그 음란한 옷은! 가슴 형태가 온전히 드러나 있잖아요!”
“뭐래, 대놓고 가슴골을 보여 주는 옷보다는 낫잖아요.”
“싸, 싸우지 마세요! 집도 옷도 제가 준비할게요!”
“후후… 그런데 돈은 있나요?”
“아, 그건 나한테 맡겨. 던전 돌면서 벌어 둔 돈이 있거든.”
사모님이라도 된 것처럼 현아를 부리는 세실리아와 두 사람.
면접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현아가 완전히 아랫사람이 되고 말았다.
마치 시녀처럼 세 사람을 모시며 그녀들의 수발을 들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급 나누는 건 보기 싫은데…
“꺄앗?!”
“현아야… 싫은 거 있으면 확실하게 싫다고 말해. 응?”
“오빠… 헤, 헤헤헤…”
걱정이 된 나는 현아에게 다가가 살포시 그녀를 안아 주었다. 정실 면접이 끝난 후 마침내 사귀기로 했던 지라, 이제 이 정도 스킨십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괜찮아요… 언니들이 조금 무섭기는 한데… 그래도 저한텐 오빠가 있잖아요.”
“저, 저거 말하는 것 좀 봐! 미친 거 아니야?! 백랑 없을 때는 대답도 안 하던 애가! 백랑 앞에서만 군기든 척 한다 이거지?!”
“후후… 조금 거슬리긴 하네요.”
“리아… 너 자꾸 현아 괴롭힐 거야? 그리고 혜매도 동생이 생겼으면 그러지 말고 잘 좀 챙겨 주세요. 혜매는 남한테 화내고 그러는 사람 아니잖아요. 아까부터 혜매답지 않은 거 같아요.”
“흐… 흥, 그러면 백랑이야말로 저를 좀 챙겨 주세요. 저쪽 세계랑 달리 여기서는 백랑이 저를 가만히 놔두니깐, 제, 제가 자꾸 삐뚤어지잖아요!”
“우엑. 나이도 제일 많은 사람이 귀여운 척 하는 거… 보기 좀 역겹네. 리아야, 환기 좀 시켜 줄래? 위지혜 씨 때문에 속이 거북해.”
“후훗, 맡겨 주세요 언니.”
“소, 소피아 씨! 소피아 씨까지 그럴 거예요?!”
“아, 몰라요. 그리고 오빠! 언제까지 안고 있을 거야. 나 질투나거든?!”
확실히… 이사를 가기는 해야겠구나.
시끌벅적한 것도 좋았지만 이건 정도가 지나쳤다. 개인 공간이 거의 없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서로가 보였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자꾸만 말싸움이 시작됐다.
네 사람 다 자매처럼 사이가 좋으면 좋겠지만… 그건 내 욕심이겠지.
나는 현아를 안은 채 그대로 소피아까지 안아 주며 그녀를 달래 주었다.
“소피도 질투하지 말고 진정해 줘.”
“바보… 키스라도 해 주든가.”
-쪼옥
“됐어?”
“저, 저기… 오빠 저도 이제 여자친구인데 키스 정도는…”
-쪼옥
“너도 됐어?”
“헤헤… 헤, 헤헤…”
“후후후후후, 정말 보기 좋네요.”
“배, 백랑… 정말로 저는 가만히 놔둘 생각이에요?”
아, 이거 돌겠네.
네 사람이나 있다 보니깐 정신이 없구나.
진지하게 분신술이라도 배워 볼까, 하고 고민한 나는 네 사람을 불러 모았다.
아무래도 앞으로를 위해서 우리만의 규칙을 하나 만들어야 할 것 같다.
***
“괜찮은 생각이네요. 역시 백랑이에요!”
“그런데 오빠… 제가 막내잖아요. 너무 공평할 필요는 없어요.”
“뭐어?”
“월화수는 언니들. 그리고 목요일은 제 차지. 그리고 금토일은 다시 언니들. 이렇게 나누는 게 좋지 않을까요? 조금 아쉽지만… 저는 하루로도 충분해요.”
“헤에, 또 그렇게 혼자 착한 척하는 거야?”
“후후후… 저는 찬성할게요.”
“이것도 괜찮네요. 나쁘지 않아요.”
“뭐야, 다들 넘어가는 거야?”
“어쨌거나 저희가 이틀을 차지하는 거잖아요. 반대할 이유가 있나요?”
“좋아. 그러면 현아 말대로 하자.”
“네, 오빠!”
규칙은 간단했다.
하루마다 사람을 정해서 나를 독차지하도록 만드는 거다.
마음 같아서야 이런 규칙 없이 네 사람을 동시에 안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자꾸 질투하는 사람이 생길 것 같아 고안한 특단의 조치였다. 이렇게 하면 자기가 아닌 다른 여자와 꽁냥거린다 해도 이해해 줄 거 아냐.
다시 생각해 봐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그러면 오늘은 목요일이니깐… 오빠 옆자리는 제 차지네요!”
그리고 타이밍 역시 아주 적절했다.
현아랑 사귀기로 한 날인데, 적어도 오늘만큼은 현아를 챙겨 줘야할 거 아냐. 다른 세 사람도 정말 소중했지만 오늘은 현아가 아주 조금 더 소중했다. 그래서 나는 눈치 볼 것 없이 품에 들어온 현아를 부드럽게 안아 주었다.
“결국 이런 날이 왔네요… 오빠, 저 정말 행복해요.”
“현아야…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오빠…”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그러니 현아 씨. 어서 집이랑 옷을 구해 와 주시겠어요? 계속 이렇게 좁은 집에서 지낼 순 없잖아요.”
“리, 리아야… 너 혹시 이러려고 동의했던 거니?”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세실리아가 그런 우리를 방해했다.
합리적인 의견을 들어 합법적으로 우리를 견제할 생각 같았다.
“하지만 결국은 구해야 할 집이랑 옷인데, 하루라도 빨리 구하는 게 맞지 않나요?”
“에휴, 그 말도 맞네.”
“후훗, 그렇죠? 자, 그러니 현아 씨. 부탁할게요.”
“네에, 언니… 준비할게요…”
역시 우리 딸...
반박할 수 없었던 나는 네 사람과 함께 백화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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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돈이 있다고 해도 하루 아침에 집을 구할 순 없어요. 저희가 살 집인데… 이왕이면 좋은 집을 구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 당분간은 기다려 주세요.”
“그러면 옷은?”
“그건 바로 구할 수 있죠! 흐흥, 놀라지 말고 잘 따라 오세요.”
“으응…”
“아이 참. 잘 따라 오시라니깐요. 촌년처럼 그렇게 두리번거리면 욕 먹어요.”
“어어?! 아, 알았어…”
밖으로 나온 위지혜는 주변 풍경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높은 건물들이 한두 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술법을 부린 거지? 거기다 쇠로 만든 마차가 말도 없이 달리고 있었다.
‘나만 깜짝 놀란 거야?’
반면에 소피아나 세실리아는 그저 흥미로워할 뿐이었다.
“위지혜 씨, 안 부끄러워요?”
“그치만 너무 새로워서… 자꾸 구경하게 된단 말이에요.”
“아니 그 옷 안 부끄럽냐고요. 사람들이 위지혜 씨만 쳐다보는 거 안 보여요? 그러게 목욕 가운을 입고 밖에 나오는 사람이 어딨어. 진짜 변태라니깐.”
“다, 달라요! 이건 평범한 외출복이에요. 그리고 이 옷, 백랑이 사준 옷이거든요? 탓할 거면 백랑을 탓하세요.”
“하하하…”
사실 위지혜가 사는 세계에서도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조금 야한, 정확히 말하면 이성을 유혹할 때나 입는 옷이었지만 덕배는 굳이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괜히 밝혔다가 싸움이 더 길어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지혜 말대로 소피아가 입고 있는 옷 역시 절대 건전한 옷은 아니었는데, 가슴 부위만 볼록 튀어나와 있기에 주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많이 쳐다보기는 하네요. 여기 사람들은 예의가 많이 없는 편인가요?”
“으응… 대체로 그런 편이긴 한데… 지금은 어쩔 수 없어. 불가항력이야.”
“네에?”
“너희들이 너무 예뻐서 그래.”
“어머… 후훗, 그랬군요?”
마지막으로 세실리아가 입고 있는 옷 또한 평범한 옷이 아니었다. 그녀 입장에선 굉장히 평범한 옷이었지만, 현실 세계에서 아카데미 교복은 코스프레를 할 때나 입을 굉장히 독특한 옷이었다.
-웅성웅성
-중얼중얼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거기다 그녀들은 외모 역시 출중한 편이니… 그 관심이 배가 되어 큰 소란이 되는 것 역시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었다.
“자, 도착했어요. 여기가 노벨 백화점이에요.”
“크… 크다…”
“후훗, 큰 건 아줌마 가슴이고요. 호들갑 떨지 말고 어서 들어가요.”
“너, 너는 정말!”
“흐흥, 재밌겠다. 정말 여기서 뭐든지 살 수 있는 거야?!”
“살 수 없는 거 빼고는 다 살 수 있어.”
“치, 뭐야 그게. 재미 없거든?”
그리고 큰 소란이 되었기에 더 큰 소란으로, 더 더 큰 소란으로 진화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었다. 각종 SNS나 메신저를 통해 덕배네 일행 이야기가 퍼져 나갔고 그 소식을 본 사람들이 백화점으로 몰려갔다.
“으음, 뭐지?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은 거 같기는 하네. 뭐 이벤트라도 하나?”
“그러게요…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곳으로 가는 건데… 죄송해요, 제 실수예요.”
“착한 척 좀 그만하고 들어가기나 하지? 오빠도 위로해 주는 척 만지는 거 그만 둬. 그러니까 사람들이 더 쳐다보잖아.”
“으응…”
그것도 모르고 백화점으로 진입한 덕배와 네 사람.
그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SNS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사진이 돌고 돌다가 최민우에게 도착했다.
[야, 민우 이거 니 여친 아니냐?]
[(사진)]
[맞네, 이거 현아잖아. 근데 옆에 남자는 누구냐?]
[야이 병신들아. 지금 그게 중요하냐? 저 가슴은 또 누군데?]
[씨발 ㅋㅋ 존나 크네.]
[여기 노백아니냐? 뭐 코스프레 행사라도 하나?]
[근데 나는 가슴보다 교복 쟤가 더 꼴리는데?]
“이 씨발… 이딴 새끼 만난다고 그동안 내 연락을 씹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