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35 - 혼돈, 파괴, 망가(3)
[미션 클리어!]
[결과: B등급, 획득 포인트: 12700]
[업적달성: ‘깨달은 성 정체성’]
[업적달성: ‘차원이동’]
[클리어 특전: ‘가속’ 스킬]
[메인 히로인 ‘소피아’의 호감도가 200을 초과하여 메인 히로인 ‘소피아’가 속한 세계관에 아무런 비용 없이 들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세계관이 완결난 후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메인 히로인 ‘소피아’의 호감도가 300을 초과하여 메인 히로인 ‘소피아’를 현실에서 소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1분당 10포인트를 소모합니다.)]
[가속 Lv.1 – 좀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정산 결과창.
마침내 왕도 용사물 세계관을 완결 지은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보너스 찬스, 긴급 미션 등 이런저런 일에 휘말린 끝에 겨우 복귀한 현실이었다.
그래서 잠시 누워 쉬려고 했는데…
“처음 만난…”
“…정실이라고요?”
두 명의 미인이 섬뜩한 미소를 지은 채 나를 반겨 주었다.
그러고 보니 나, 도망친 거였지?
피로가 단번에 사라졌다.
***
“후후후… 제가 처음이 아니었군요?”
“백랑… 대체 정실이 몇 명이나 있는 건가요?”
어딘가 나사가 빠진 사람 처럼 실실 웃어 대기 시작한 세실리아와, 차가운 얼굴로 입꼬리를 올린 위지혜. 처음 보는 그녀들의 모습에 소름이 돋았다. 분위기가 단번에 심각해졌다.
무섭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무서웠다.
이 압박감은 대체 뭐지?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아… 조금 섭섭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아버지와 만난 순서 따위… 부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재가 중요한 거잖아요. 과거는 조작하면 그만이에요. 후후…”
“그래… 중요한 건 현재… 백랑, 그러니 어서 임신시켜 주시겠어요? 제가 당신의 첫 번째 정실이라는 증거를 미리 만들어 놔야겠어요.”
“어머... 지능이 많이 떨어지시나요? 아버지의 첫 번째 정실은 저인데… 영양분이 다 가슴으로 간 건가요? 그리고 다짜고짜 임신이라니, 후후… 생각하시는 게 정말 저급하네요.”
“저, 저급?! 저급한 건 네 가슴 크기겠지!”
“이… 이 아줌마가 진짜! 저는 성장기라니까요!”
미치겠네 정말.
다행히 타겟이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이 난장판이 해결된 건 아니었다.
두 명의 정실들이 소리를 지르며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건 라노벨 같은 하렘물에서나 보던 건데…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딱 이런 경우였다. 하렘물의 남자 주인공이 된 나는 어떻게든 두 사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그렇네요… 저희끼리 싸울 필요가 없었어요.”
“그렇네… 답은 이미 나와 있잖아.”
“어어, 뭐… 뭐라고?”
“아버지, 이제 그만 말해 주세요… 제가 첫 번째죠?”
“백랑, 그냥 사실대로 말해 주세요. 제가 첫 번째라고요!”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다시 두 사람의 타겟이 되고 말았다.
그냥 조용히 있을걸… 하렘물의 남자 주인공들이 그냥 웃기만 하던 이유가 있었다. 괜히 나서 봤자 자기만 곤란해질 뿐이었다. 이럴 때는 남 일인 척 뒤로 한 발 물러나는 게 현명했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왜 자꾸 침묵하시나요… 혹시… 아, 아니죠?”
“백랑… 솔직해지세요. 백랑은 제 가슴을 좋아하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마냥 물러나는 것도 정답은 아니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잖아.
지금 당장 회피한다 해도 결국은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그렇다면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지금 정리하는 게 맞았다. 여기서 시간을 끌어 봤자 사태만 더 악화될 뿐이었다. 이를 꽉 깨문 나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아, 아까도 말했지만 한 명 더 있거든?”
***
“헤에에… 오빠의 딸이었어? 그러면 내 딸이기도 한 거네? 푸흐흐, 농담이야 농담! 그리고 이 쪽은 오빠랑 약혼한 사이라고요? 흐응, 딱히 특별한 건 없네. 결혼 약속 정도야 기본 아닌가요?”
““……””
정상 회담, 아니 정실 회담을 위해 소피아를 소환한 나는 잠시 동안 모두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 다 다른 세계관에서 온 히로인들이라 혹시 모를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역시나 분위기가 좋지 않구나?
시작부터 위가 아파왔다.
“자자, 그만 싸우고. 이제 그만 집중해 줘.”
“네, 아버지. 제가 첫 번째죠?”
“푸흡, 네가 첫 번째겠니? 정신 좀 차려.”
“흐으응… 첫 번째라… 그 얘기 하려고 부른 거구나?”
“그래. 지금부터 말해 줄 테니깐, 셋 다 똑바로 들어.”
“““……”””
“나한텐 모두가 첫 번째야.”
“하!”
“네?”
“흐응…”
어, 어라? 이게 아닌가?
진심을 담아 고백한 건데 돌아오는 반응들이 좋지 않았다. 세실리아도, 위지혜도, 그리고 소피아도 모두 다 이게 무슨 개소리지,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정말로 진심인데… 다들 믿어 주지 않았다.
솔직히 억울했다.
“다들 왜 그래? 거짓말이 아니야… 진짜야!”
“오빠, 자기 말에 책임질 수 있어?”
“그럼! 당연하지!”
“흐으음… 그치만 오빠. 보지는 세 개지만 자지는 한 개잖아. 그러면 박을 수 있는 구멍은 한 개 뿐인 거 아니야? 결국 한 개를 선택해야 한다구.”
“소, 소피아 씨! 상스러워요!”
“흥, 그러면 위지혜 씨는 빠지던가요! 자, 오빠. 선택지는 줄었지만 그래도 박을 수 있는 구멍은 여전히 한 개야. 그러니 선택해. 누구 보지랑 할래?”
“아앗… 저기, 백랑? 죄송한데 제 보지도 선택지에 추가해 주세요. 다, 다시 생각해 보니 이 정도는 상스러워도 괜찮을 거 같네요.”
“후후후… 아줌마, 주책 부리지 말고 하나만 하세요.”
“후우… 보지도 덜 자란 아이는 조용히 하렴.”
“어머, 허벌 보지보단 낫지 않을까요?”
“허, 허벌? 네가 정말 미쳤구나?!”
“흐응… 그럼 허벌도 아니고 덜 자라지도 않은 내 보지로 하면 되겠다. 그치, 오빠? 헤헤, 정해졌네. 이제 내가 오빠의 첫 번째야.”
“자, 잠시만요! 뭘 자기 멋대로 정하시는 건가요! 아버지는 제 보지도 좋아하시거든요? 그리고 보지가 좁은 건 좋은 거 아닌가요?”
“쯧쯧. 좁다고 다 좋은 줄 아니? 백랑 자지가 얼마나 큰데! 너무 좁아도 문제야.”
“아하. 그래서 허벌인 아줌마 보지가 낫다, 이거예요?”
정신이 나갈 거 같다.
보지 보지 거리는 히로인들은 둘째 치고, 소피아가 한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결국 박을 수 있는 구멍은 한 개라고 했지? 생각해 보면 전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섹스를 하려면 나머지 두 명은 지켜만 봐야 했다.
분신술이라도 쓰지 않는 이상… 아니, 분신술을 쓴다고 해도 결국은 원본이 박을 보지는 한 개였다. 공평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궤변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고를 수 없는 걸 어떡해.
큰 위기가 찾아왔다.
꼭 사랑에 우위를 둬야 하는 걸까?
소피아도 사랑하고, 세실리아도 사랑하고, 위지혜도 사랑하는데… 이런 고민을 해야 하는 게 슬펐다. 그냥 다 같이 사랑할 수는 없는 걸까? 보지 구멍이야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른 거잖아.
고작 섹스로 판단을 내리기에는 그녀들이 너무 소중했다.
섹스가 사랑의 전부는 아니었다.
“뭐어… 지금 당장 고르라고 강요하지는 않을게. 하지만 오빠. 이거 하나는 알아 줘. 오빠가 나 말고 누구를 고른다 해도 내 사랑이 변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 너무 부담을 가지지는 말아 줘. 흐흥, 어때. 감동했어?”
“뭐, 뭔가요, 갑자기!”
“후후후… 소피아 언니 말이 맞아요. 허벌 아줌마 때문에 흥분하는 바람에 본질을 잊고 말았어요. 가장 소중한 것은 아버지인데… 죄송해요. 제가 아버지를 곤란하게 만들었죠? 반성할게요.”
“배, 백랑… 이게 아닌데… 미안해요. 제가 어른답지 못 했죠? 히잉… 저도 백랑을 괴롭히려고 했던 건 아닌데… 바보같이 성급하게 굴었어요. 저도 반성할게요…”
그런데… 역시 내가 고른 히로인들이구나
소란을 피우던 히로인들이 단숨에 조용해졌다. 한순간에 태도를 바꾸는 걸 보면 다들 내 진심을 이해해 준 모양이었다. 역시 진실을 통하는 법이구나. 감격한 나는 세 사람의 손을 잡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후훗, 제 손이 가장 먼저였네요? 역시…”
“뭐래, 나랑 동시였거든?”
“오빠…? 내가 마지막이네?”
“……다들 농담이지?”
“후후후, 당연히 농담이죠! 아버지도 정말 귀엽다니깐요.”
“백랑도 참!”
“난 농담 아닌데?”
“““……”””
“…라고 하는 것까지가 농담이었어. 헤헤, 우리 이제 안 싸울 거니깐 걱정 마.”
조금 불안하지만… 그래도 믿어야겠지?
애써 사태를 진정시킨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 두 번째 화제를 꺼냈다. 사실 이 얘기를 먼저 꺼냈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제서야 꺼내게 되었다.
“실은 현아라고 지금 옆방에서 자고 있는 애가 있는데…”
“아하,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니라는 그 여자요?”
“아, 저도 알아요. 주제 넘게 아버지를 독점하려고 했던 그 아이 이야기죠?”
“흐응…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 경쟁자는 아닌가 보네.”
뭐야, 너네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어.
현아 이야기가 나오자 세 사람이 의견을 합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