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 네토리-333화 (333/428)

Chapter 333 - 시우; 연애조작단(18)

절대로 변하지 않을 ‘사랑’이란 게, 이 세상에 존재할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 줄 사람을,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속고 또 속이고, 배신하고 또 배신당하고, ‘사랑’이란 것에 회의감을 느낀 시우는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순수한 인연을 갈구했다. 더 이상 상처받기 싫었던 시우는 터무니없는 걸 알면서도, 믿을 수 있는 자신의 반쪽을 만나길 기도했다.

그것은 일종의 도피였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현실이었다.

사람들에게 실망한 시우는 그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찾았다.

자신의 옆에서 같은 곳을 바라 봐 줄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운명이라 믿은 시우는 자신의 인연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기적이 찾아와 시우는 레이첼을 만났다.

레이첼은 여신의 대리자였다.

‘안녕하세요. 후훗, 레이첼이라고 해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눈부신 태양을 담은 금빛 머리카락과 시원한 바다를 담은 푸른 눈동자. 누구보다 맑고 깨끗한 레이첼의 모습에, 시우는 운명을 느꼈다. 딱히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우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레이첼이라면 절대로 자신을 배신할 리 없었다.

순수한 태도도 그렇고, 그녀의 사명도 그렇고, 그 누구보다 순결할 레이첼은 그야말로 여신이 내려 준 선물이었다. 그녀와 함께라면 더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레이첼은 자신을 위한 순수한 인연이었다.

‘반갑다. 조세… 흠흠, 조셉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연 이 감정이 사랑일까?

남자임에도 여자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한 조셉을 보고, 시우의 마음 속에서 한 가지 의문이 싹텄다. 레이첼은 믿을 수 있는 여자였지만, 믿을 수 있다고 곧 사랑인 것은 아니었다. 시우는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다.

시우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레이첼과 연인이 되기에는… 자신 또한 자신이 실망했던… ‘사랑에 이기적인’ 사람이 되지 않는가. 스스로를 되돌아 본 시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연인이라는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것.

인연이 되려면 모든 것을 초월해서 서로를 사랑해 주어야 했다. 그리고 시우는… 조셉과 함께라면 그것이 가능하다 여겼다. 성별을 초월해 서로를 사랑하는 그와 자신이라면, 시우가 그토록 꿈꿔 왔던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었다.

조셉이야말로 자신의 운명이었다.

‘걔들은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맛만 좋으면 그만일걸?’

그리고 그런 시우의 생각을 더크가 굳혀 주었다.

그래, 진정한 사랑 앞에 성별이 무슨 상관이겠는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무슨 일이 있어도 상대방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었다. 성별이 같다고 물러나는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깨우친 시우는 조셉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그는 조셉 역시 자신과 같은 생각일 거라 믿었다.

“미, 미안해… 나를 조, 좋아해 주는 건 고맙지만…”

-파아앙

“그으… 사실 나 여자야.”

하지만 시우에게 찾아온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진실이었다.

====

====

“아니, 잠깐만. 차였잖아요! 근데 미션 클리어라고요?”

[용사를 보거라. 고백에 실패했지만 웃고 있지 않은가.]

“허어… 진짜네? 그 개복치가 웃고 있네요? 뭐지…?”

[용사 나름대로 깨달음이 있었다.]

“으음, 그러니깐 여신님 말은… 시우가 게이가 됐다는 소리예요?”

[그렇지는 않다. 그저 용사가 인연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정의했을 뿐이다.]

솔직히… 여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게이가 맞든 아니든, 남자인 줄 알고 고백했다가 차였잖아.

그러면 멘탈이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하지만 우리의 시우는 멀쩡했다.

조금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고백 사건을 웃어 넘겼다. 우리가 알던 시우와 달랐다. 조셉, 아니 조세핀은 당황한 얼굴이었지만… 시우는 오히려 후련해 보였다. 표정만 보면 현자처럼 보였다.

인연이란 단어를 새롭게 정의했다고?

소피아와 함께 여신의 아공간으로 돌아온 나는, 시우에게 있었던 일을 구경하며 의문을 가졌다. 몰랐던 사이에 시우는 강해져 있었다.

[모든 것을 초월하여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것, 그것이 용사가 새롭게 정의한 인연이다. 그리고 용사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선 성별이란 벽을 넘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남자가 아니란 걸 보고 안심했다는 거예요?”

[비슷하다. 처음부터 자신의 인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고백의 결과를 받아들인 것이지. 만약 조세핀이 남자였다면 또 모르지만, 그녀가 여자인 이상 고백이 성공했다 해도 용사 쪽에서 고백을 회수했을 것이다.]

“에라이, 결국 게이가 됐다는 소리잖아요!”

[으음, 경우에 따라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대박이다, 오빠…”

이게 이렇게 된다고? 딱히 시우를 게이로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일이 이상하게 진행됐다. 나는 정말로 시우와 조셉을, 그러니깐 조세핀을 이어 줄 생각이었는데… 시우 혼자 게이가 되어 버렸다.

진짜 이게 뭐람.

덕분에 전생의 소피아와 시우가 맺었던 ‘영혼의 계약’은 없었던 일이 되었지만…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내가 시우의 정체성을 바꾼 셈이잖아. 시우의 개복치 짓 때문에 화가 나기는 했지만 이럴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시우에게 화풀이를 한 것처럼 보였다.

시우야… 미안하다.

나는 마음 속으로 시우에게 사과했다.

“그러면 여신님! 이제 전부 다 해결된 거 맞죠? 오빠랑 저랑 이제 돌아갈 수 있는 거 맞죠? 네에? 빨리 대답해 줘요!”

[그렇다. 용사가 성녀인 그대와 이어질 가능성이 사라졌으므로, 그대는 이제 자유의 몸이다. 축하한다.]

“진짜죠?! 헤헤헤, 오빠아! 우리 해냈어!”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사과한다고 바뀌는 것도 없었기에, 나는 가식을 멈추고 소피아와 기뻐했다. 지긋지긋한 전생 생활도 이걸로 끝이었다. 장발의 소피아를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래도 소피아는 역시 단발이란 말야.

이제는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띠링

[※시스템 오류 ※]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시공간이 왜곡됩니다.]

***

“오빠! 돌아왔어! 우리가 돌아왔다구!”

“으응… 조금 허무하긴 하지만… 후우, 그래도 해냈구나. 다행이야.”

“그래도 재밌었어. 오빠의 진짜 얼굴도 확인할 수 있었고… 또 오빠의 진짜 자지랑 섹스할 수도 있었고… 헤헤, 오빠도 좋았지?”

“좋았지. 소피 처녀막만 백 번은 넘게 찢은 거 같아.”

“뭐어? 좋았던 포인트가 너무 변태 같지 않아?!”

이제는 이름도 까먹은 도시에 안에 있는, 조금은 낡아 보이는 숙소. 여기서 생활을 했었구나. 정말로 오랜만에 왕도용사물의 세계로 돌아온 나는 잠시 동안 감상의 시간을 가졌다.

소피아도 만나고 루이즈도 만나고 참 즐거운 나날이었지만,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산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좀 더 빨리 찾아 왔어야 했는데… 내가 참 이기적이었구나. 나는 착잡한 심정으로 소피아를 안아 주었다.

“으응? 뭐야 갑자기… 내가 그렇게 좋아?”

“응. 너무 좋아. 사랑해, 소피.”

“헤헤헤… 나도 사랑해, 오빠.”

그래도 미안한 만큼 이제부터 챙겨 주면 되겠지. 애써 마음을 진정시킨 나는 품에 들어온 소피아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첫 번째 히로인인데… 좀 더 아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있지… 오빠, 나를 오빠네 세계로 데려갈 거라며.”

“응, 맞아.”

“그러면 뭐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야? 차원 이동이잖아.”

“하하, 괜찮아. 내 쪽에서 너를 소환하면 되는 거라, 네가 준비해야 할 건 없어.”

“그래? 신기하네… 그러면 나 이제 평생 거기서 사는 거야?”

“으음, 우선은 그렇게 만들 생각인데… 아, 너무 걱정하지는 마. 아예 소환하는 게 아니라서 언제든지 이쪽 세계로 돌아올 수 있어.”

“헤에… 뭔가 되게 복잡해 보이네.”

여신이 내 준 미션도 통과했겠다, 이제 일시정지권을 사용하여 현실 세계로 돌아가면 포인트를 사용하여 소피아를 소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이번 기회에 세계관을 완결 짓는 게 현명했다.

소모 포인트를 1/100으로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시우한테 우리가 사귀는 걸 알려 주면… 적어도 B등급은 나오겠지?

미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할 건 해야 했다. 나는 소피아에게 사정을 설명한 후 그녀와 함께 시우를 찾아갔다. 이제 이 세계관의 끝을 볼 차례였다.

“그렇구나… 축하해! 빈말이 아니라 두 사람 다 정말 잘 어울려!”

“엣…”

“어라…?”

그런데… 예상과 달리, 우리의 주인공은 진심을 담아 웃는 얼굴로 우리를 축하해 주었다. 소피아와 내가 연인 사이라는 것을 알려 줬음에도 말이다.

“오빠 이거 혹시…”

“아무래도 그런 거 같은데…?”

꼴을 보니 전생의 시우를 게이로 만든 여파가 온 듯 한데… 이러면 남자를 네토리해야 하는 거야? 빠르게 완결을 보고 현실로 돌아가려고 했던 내 계획이 망가져 버렸다. 그리고 네토리 난이도가 몇십 배, 아니 몇억 배는 더 높아져 버렸다.

“아아, 그리고… 숨기고 있었는데, 사실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아직 사귀는 단계는 아닌데… 하하하, 시간 문제랄까? 안그래도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어.”

“뭐… 조, 좋아하는 사람?! 그게 정말이야?!”

“시우게이, 아, 아니, 시우야…”

“따라 와. 소개시켜 줄게. 저기 1층에… 어어?!”

-파앙

“더크! 이번에야말로 네 아이를 임신할 거야!”

-띠링

[분기점 달성!]

[현재 B등급입니다.]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혹은 지금 정산하시겠습니까?]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