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32 - 시우; 연애조작단(17)
억울하다.
이건 진짜 억울하다.
섹스라도 하고 얻어맞으면 그래도 덜 억울했을 텐데, 나는 진짜로 한 게 없었다.
거듭 말하지만 소피아가 옆에 있는데 고작 창녀 따위가 눈에 들어오겠냐고. 이틀 연속으로 창관에 갔다는 소피아의 주장은 허무맹랑한 소리였다. 하지만 소피아는 확증 편향의 오류에 빠져 있었다.
“누가 가지 말래?! 가기 전에 말만 해 달라고 했잖아!”
“아니 진짜 잠만 잤대도?!”
“그런 사람이 또 질내 사정을 해?! 그러다가 임신이라도 시키면 어쩌려고 그래!”
잔뜩 화가 난 소피아가 나를 무릎 꿇린 채 소리질렀다.
분에 못 이겨 발을 쿵쿵거렸다.
그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워서 안아 주고 싶었지만… 참아야겠지. 쉽게 넘어갈 수 없을 거라고 직감한 나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 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잠시 침묵을 하며 생각을 정리한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뭐, 변명할 거라도 있어?!”
“있어.”
“흥, 그럼 말해 보든가!”
“아무래도 서큐버스 짓인 거 같아.”
“……뭐? 서큐버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나는 잠만 잤어. 그건 시우도 조셉도 증명해 줄 수 있어. 그런데도 내가 섹스를, 그것도 질싸를 했다는 건… 내가 잘 때 나를 건드린 여자가 있다는 소리잖아. 그리고 그런 짓을 할 여자는 서큐버스밖에 없어.”
“하… 그러니까 오빠 말은… 서큐버스가 오빠를 범했다는 거야?”
“응. 정확해.”
터무니없는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건 내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판단하여 내린 결론이었다. 딱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지어낸 개소리가 아니었다. 판타지 세계에서 서큐버스가 나타나 착정하는 건 흔한 일이잖아.
충분히 합리적인 추리였다.
“즈, 증거라도 있어?”
“우선 최근 들어 시우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지나칠 정도로 잠을 자고 있어. 마치 수면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말야. 하지만 그렇다고 숙면을 취했냐, 하면 그건 또 아닌 게 자고 일어나면 엄청 피곤해.”
“자는 동안 섹스라도 한 것처럼…?”
“응. 딱 그거야. 그리고 얼마 전에 들은 건데, 시우가 이상한 꿈을 꿨다고 하더라고.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되게 야하고 음란한 꿈을 꿨었대. 소피, 이게 뭐겠어. 서큐버스가 매혹을 건 거 아니겠어?”
“흐으응… 그런가?”
이것 역시 지어낸 소리가 아니었다.
실제로 요즘 따라 이상한 일이 일어났었다.
그래서 수상함을 느꼈었는데, 그게 다 서큐버스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면 말이 됐다. 웬 미친 여자가 나를 재운 후에 면간하지는 않았을 거 아냐. 허나 서큐버스라면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알겠으니깐 일어나.”
“소피… 믿어 주는 거야?”
“속아 주는 거야.”
“아니, 진짜래도…”
“오빠도 확실한 건 아니잖아! 결국 심증뿐인 거 아냐?”
“그건… 그렇지만…”
“하아… 됐으니깐 옷 벗어.”
“으응?”
“오빠 말이 맞다면 오늘 밤에도 찾아올 거 아냐! 그러니 그 전에 미리 축복을 걸어 줄게. 정말로 서큐버스가 나타난다면 꼼짝도 못 할 거야.”
“소피… 고마워.”
“흥, 말로만 그러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줘.”
“……이렇게?”
“바보…… 만지지 말고 키스부터 해 줘.”
휴우, 이번에야말로 위기를 넘긴 거 맞지?
완벽한 논리로 소피아를 설득한 나는 손을 뻣어 그녀의 옷을 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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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오는 여자는 막지 않는다, 라고 했었지? 그 말대로 더크는 엄청난 바람둥이였다. 첫째 부인일 게 확실한 레이첼 말고도 더크한테는 소피, 리아, 혜매 그리고 현아 등등 수많은 애인들이 있었다.
매우 충격적인 사실.
하지만 나는 더크를 포기하지 않았다.
경쟁자가 많다는 건, 그만큼 더크가 매력적인 남자라는 증거 아니겠어?
여기서 물러나기에는 더크가 너무 아까웠다. 실망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다고 더크에 대한 사랑이 식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사랑이 애착이 되었다. 나는 경쟁자들을 제치고 더크의 부인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어제도 더크를 강간했다.
그랬는데…
섹스가 주는 쾌감이 너무 강해서, 그만 뒷처리를 허술하게 했던 것이 문제가 됐다. 더크의 의심을 산 것이다. 다행히 내가 아닌 서큐버스가 타겟이 됐지만, 하마터면 더크한테 들켜 질 나쁜 여자가 될 뻔했다.
“서, 서큐버스요?”
“그래. 확실한 건 아닌데… 그럴 가능성이 높아. 왜 최근 들어서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이상한 일을 많이 당했잖아. 아무래도 그거… 서큐버스 짓인 거 같아.”
“어어… 확실히, 많이 이상하긴 했죠.”
“그러니 너도 와서 거들어. 자기 전에 이거 다 설치해야 해.”
“더크, 나도 돕겠다!”
“아아, 그래. 부탁할게. 조셉, 너는 이걸 창가에 깔아 줘.”
마족의 침입을 막아 준다는 아리아 여신의 성물. 레이첼이 교회에서 얻어 온 모양인데, 이런 아이템은 처음 봐서 조금 신기했다. 그만큼 서큐버스를 경계하는 걸까? 간만에 더크가 진지한 얼굴을 했다. 더크답지 않게 웃음기가 사라져 있었다.
저 정도로 정색을 한다는 건, 정말로 의심가는 게 있다는 건데…
이러다가 진짜로 서큐버스가 나타나는 거 아니야?
단순히 더크가 착각한 줄 알았는데…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졌다.
마냥 웃으며 넘어가기에는 시우가 꿨다는 꿈이 수상했다. 시우는 털끝도 건드리지 않았단 말야. 그런데도 음란한 꿈을 꿨다는 건… 정말로 서큐버스가 무슨 짓을 한 걸지도 몰랐다.
이렇게 된 이상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나 역시 미리 준비를 해 둬야 했다. 오늘 밤에도 더크를 강간할 건데, 갑자기 서큐버스가 나타나면 어떡해. 잘못하면 더크를 뺏길 수도 있잖아. 여기서 경쟁자를 더 늘릴 수는 없었다.
나는 두 사람 몰래 탐지 마법을 사용한 후 더크에게 질문을 했다.
“더크, 그런데 서큐버스한테도 약점이 있나? 왜 서큐버스가 이 성물을 뚫고 들어올 수도 있지 않은가. 그때를 대비해서 미리 약점을 알아 두고 싶다.”
“글쎄… 아무래도 마족이니깐, 신성한 힘이 약점이겠지? 그거 말곤… 잘 모르겠네.”
“흐음… 혹시 여자가 약점일 가능성은 없는가? 인큐버스도 아니고 서큐버스이니, 여자는 건드리지 않을 거 아닌가.”
“으으음, 조셉… 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걔들 입장에선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니야. 걔들은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맛만 좋으면 그만일걸?”
“그렇군…”
그렇단 말이지.
그러면 결국 화력으로 상대해야겠구나.
우선은 강간을 한다. 그리고 서큐버스가 나타나면 물폭탄을 터뜨린다. 그리고 혼란한 틈을 타 남체화를 사용한다… 이러면 되겠지? 임신하기 전까지는 매일 매일 질내 사정을 받아야 했기에, 서큐버스가 나타난다고 강간을 멈출 순 없었다.
나는 오늘도 더크를 덮쳐야 했다.
조금 긴장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힘내야겠지.
나는 머릿속으로 서큐버스가 나타났을 때의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수면 마법을 사용했다. 성물의 설치도 끝났으니 이제 슬슬 면간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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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든 여자든… 맛만 좋으면 그만…”
“남자든 여자든…”
“맛만 좋으면…”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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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더크으… 으응! 하아앗! 섹스, 좋아아… 하아앙!]
“……”
“……”
“소피, 이거 내 잘못이야?”
“아니…”
“그러면 이거 누구의 잘못일까?”
“그, 글쎄… 아하하…”
[더크으! 하아, 아아앙! 오늘도 사정해 줘어! 오늘에야말로, 하아아… 임신시켜 줘!]
“……”
“……”
“너 분명히 잘 되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조셉이 시우한테 푹 빠졌다며? 그래서 성교육까지 해 줬다며? 근데 이게 뭐야. 얘가 왜 나를 강간하고 있어?”
“그, 그러게… 조셉도 참… 변태다, 그치? 아하하…”
[하아아아앙! 하아… 으읏… 하아, 더크으… 보지 안이 정액으로 가득해애…]
“……”
“……”
“하아, 진짜 이게 뭐냐.”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네…”
덕배 위에 올라타 스스로 허리를 흔들고 있는 조셉을 보며 소피아가 중얼거렸다. 조셉의 상대가 시우였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지만, 그녀의 상대가 덕배라는 건 여러모로 불행한 일이었다.
“뭐? 창관? 내가 말했지. 네가 있는데 다른 여자를 안겠냐고.”
“그랬지… 오빠가 그랬지…”
“이제 내 진심을 알겠어?”
“으응… 미안해애… 헤헤…”
혹시나 싶어 설치했던 덕배의 아티팩트(?)가 진실을 알려 주었다. 조셉이 반했던 남자는 시우가 아니라 덕배였다. 소피아는 그것도 모르고 연애 상담을 해 줬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아티팩트 속 장면이었다.
면간하기 위해 시우와 덕배를 재운 후
자고 있는 덕배의 옷을 벗기고
덕배의 자지를 발기시킨 다음 그 위에 올라타 강간.
허리를 흔들어 사정을 유도하고
질내 사정을 받으며 절정.
그리고 반복, 또 반복. 해가 뜰 때까지 반복.
빨리감기로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확인한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다면 시우와 조셉이 이어질 가능성은 전무했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원점으로 돌아가 새롭게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조셉은 놔둔 채 새로운 여자를 찾을 것인가. 두 사람의 골치가 아파왔다. 조셉을 만난 후 모든 게 다 잘 풀리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 모든 것은 다 허상에 불과했다.
[으읏, 소피… 허억…]
[또 다른 여자 이름을… 하아, 으읏…]
“오빠…”
“크흠, 내가 이 정도야 소피. 자면서도 네 생각을 할 정도라고.”
[리아, 허억… 헤매!]
[그래도, 흐읏… 언제가 내 이름도 나오겠지?]
“오빠…?”
“크흠흠… 아무튼 저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
“하아, 그렇지…”
서로에게 할 말이 많았지만, 덕배 말대로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지금 두 사람이 해야 할 건, 앞으로 어떻게 할 지를 정하는 것이었다. 거듭 한숨을 내쉰 두 사람이 머리를 굴렸다.
-지이이잉
-쿠구궁
“뭐, 뭐야?!”
“꺄아앗?!”
그런데 그때,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사방이 흔들리더니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소피아와 덕배의 눈앞이 암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