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11 -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기(10)
헤어지기 위해서 305호실로 돌아왔는데… 정작 제 남자 친구는 사라져 있었어요.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잔뜩 피를 흘리고 있었던 앤데… 얘가 지금 어딜 간 거죠? 의문을 담아 주변을 둘러 보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낀 하나가 제게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어요.
“좀비를 잡으러 갔다고?!”
“으응. 네 얘기를 듣더니 하루라도 빨리 강해져야 한다면서, 골프채를 들고 밖으로 나가 버리더라고…”
“위험하잖아! 아니, 진호 오빠! 왜 안 붙잡았어요! 잘못해서 좀비한테 물리면 어떡해요! 큰일이잖아요!”
“걱정 마. 말만 그렇게 하고 계단에서 질질 짜고 있을걸? 원래 그런 놈이잖아.”
“그, 그래도…”
“그것보다… 진짜 그 새끼랑 한 거야? 어땠어? …좋았어?”
-빠아악!
“오빠! 그게 지금 할 소리야?!”
“야! 좀 물어볼 수도 있지! 솔직히 너도 궁금하잖아!”
“……네에?”
지, 지금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거죠? 당황한 저는 말문이 막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 했어요. 좋았냐고 묻는다면 물론 굉장히 좋았지만… 혹시 저희를 훔쳐본 건가요?! 추잡한 소리를 내며 아저씨의 자지를 빨던 제 모습을 들켰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달아올랐어요.
“와아, 씨발 좋았나 보네? 하린아…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은근 밝히는 애였구나?”
“아니, 그게…”
“그 새끼 자지가 그렇게 컸어? 아니면 테크닉이 지렸던 거야?”
“으읏…”
“어라… 근데 너 처녀였잖아. 근데 그렇게 좋았던 거야? 씨발, 그 새끼 좀 치는데? 평소에 아다 좀 따먹어 봤나? 하긴 그런 능력이 있는데 보이는 족족 따먹었겠지. 하, 존나 부럽네.”
……응? 처녀?
처녀 얘기는 왜 나오죠? 자지 빠는 거랑 처녀랑은 별 상관 없잖아요. 진호 오빠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따먹는다니, 오히려 자지를 따먹은 쪽은 제 쪽인데요? 진호 오빠가 무언가를 착각하고 있는 모양…
“나도 섹스 좀 하고 싶다.”
…이, 아니라 착각은 제가 한 거였군요?!
펠라치오가 아니라 섹스 얘기를 하고 있던 것이었어요.
“오빠, 미, 미, 미쳤어?! 선 안 지켜?!”
“선 안 지키는 건 네 쪽이지, 하나야. 너 자꾸 그렇게 빼면 오빠한테 버림받는다? 이제 슬슬 눈치 좀 챙기는게 좋을 거야. 오빠가 최근에 좀 많이 강해졌거든.”
“자, 잠깐만요! 틀려요! 오해예요, 오빠!”
“응? 그럼 별로 안 좋았어?”
“그게 아니라… 세, 세… 섹스가 오해라고요!”
“아, 뭐야. 따먹히고 온 거 아니었어? 오… 그럼 아직 처녀라는 거네?”
세, 섹스라니… 그걸 당하고 왔으면 제가 이렇게 멀쩡할 리 없잖아요! 울컥한 제가 오해를 풀기 위해 입을 열려고 하는데… 저를 바라보는 진호 오빠의 얼굴이 무척 수상했어요. 마치 가지고 놀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표정이었어요. 그 때문에 괜히 두려워져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드르르륵
-탁
“그래. 근데 네가 신경쓸 건 아니지 않아?”
하지만 그 두려움도 아저씨가 나타나자 단번에 사라졌어요.
***
“혀, 형님! 오셨습니까!”
“분위기가 왜 이래. 너 얘들한테 뭔 짓 했냐?”
“제가요?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설마 아저씨가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건지, 진호 오빠가 식은땀을 흘리며 눈치를 봤어요. 오랜만에 보는 진호 오빠의 비굴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달라질 수 있죠? 조금 전과는 자세부터가 달랐어요.
“아저씨! 저 새끼가 성희롱했어요!”
“성희롱?”
“저보고 대 달라고 막 협박했어요!”
“아니, 하나야! 협박이라니! 형님! 오해입니다! 저 그렇게 나쁜 놈 아닙니다!”
“뭐래, 협박했잖아! 섹스하고 싶다면서 막 눈치 줬잖아! 하린아, 너도 들었지?”
“으응? 응…”
“하린아! 너까지 왜 그래! 아니, 그리고 형님… 애인끼리 그런 말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저희가 뭐 애도 아니지 않습니까!”
“시끄러워, 좀 닥쳐 봐.”
“네, 넵!”
아저씨가 인상을 쓰자 긴장한 진호 오빠가 입을 다물었어요. 강해졌다고 하더니 아직도 아저씨가 무섭나 봐요. 그에 코웃음을 친 아저씨가 잠시 저희를 둘러 보시더니, 크게 한숨을 내쉬며 진호 오빠에게 말을 걸었어요.
“시우는 어디 갔어?”
“그게… 좀비 잡으러…”
“혼자서? 너는 그걸 보고만 있었고?”
“그렇긴 한데… 걱정 마세요, 형님! 분명히 계단에서 쉬고 있을 겁니다.”
“걱정은 무슨. 됐으니깐 가서 시우나 챙겨.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었으니깐 이상한 오해는 하지 말고. 알겠어?”
“아, 알겠습니다! 제가 시우 챙기겠습니다!”
저런 걸 강약약강이라고 하죠?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호 오빠가 305호실에서 사라졌어요. 하마터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뻔했는데… 아저씨 덕분에 다행히 좋게 좋게 마무리된 거 같아요.
“휴우… 고마워요, 아저씨.”
“너는 헤어진다더니 아직도 사귀고 있는 거야?”
“그게에… 에헤헤, 타이밍 잡기가 애매해서요. 근데, 아저씨… 하린이랑 뭐 했어요?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건 아니잖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니지.”
“역시 야한 거 했죠!”
“하린이한테 직접 물어 봐.”
여, 여기서 저한테 떠넘긴다고요? 아저씨의 대답에 하나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저를 쳐다봤어요. 우으, 부끄러운데… 숨긴다 해도 결국 금방 들키겠죠? 단념한 저는 작은 목소리로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하나에게 밝혔어요.
“페… 펠라치오?! 하린아, 너 그런 것도 할 줄 알았어?!”
“아저씨한테 배웠어…”
“와아… 아저씨 진짜 변태네요.”
“정작 하린이는 좋아하던데?”
“네에에? 거짓말이죠?!”
“지, 진짜야 하나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아, 설마? 설마 너 또… 아저씨 침이 맛있다고 한 것처럼… 자, 자지가 맛있다거나 그런 거야? 하린이, 너 정말…”
“그, 그치만! 정말로 맛있는걸 어떡해!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아저씨 자지라고! 그 정도로 맛있으면 반칙이란 말야… 너, 너도 아저씨 침이 맛있다고 했었잖아!”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너처럼 푹 빠지진 않았잖아.”
“그건 네가 맛을 잘 몰라서 그래. 침이 달콤하기만 했다면 아저씨 자지랑 정액은 밸런스적으로 완벽했단 말야. 하아, 자지를 입에 넣고 할짝할짝만 해도 엄청 행복해지는 거 알아? 그러다가 아저씨가 사정하면… 하아앙!”
“진짜 변태는 따로 있었구나…”
하나가 저를 변태라고 매도했지만, 저는 제 자신에게 당당했어요. 물론 자지를 빠는 게 굉장히 남사스러운 행동이긴 했지만… 그런 걸 모두 초월할 정도로 자지가 맛있단 말이에요. 분명 하나도 자지를 맛보기만 한다면 생각이 바뀔 거예요.
하,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제가 핥을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차라리 하나는 자지 맛을 모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얘들아, 잠시 여기로 와 볼래?”
“네에? 무슨 일 있나요?”
“응. 내가 최근에 ‘사역마’라는 스킬북을 샀었거든? 그래서 이렇게… 사역마를 부릴 수 있게 됐는데, 이것 봐. 이걸 활용하면 드론처럼 주변을 살펴볼 수 있어.”
“와아아! 진짜네요?”
“앗, 시우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시우랑 진호를 관찰할 수도 있거든? 근데 이걸로 얼마 전에 재미난 걸 봤어. 틈만 나면 옆 상가로 가서 휴식을 취하더라고. 그런데 거기엔…”
“여… 여자가 있네요? 그것도 둘이나…”
“와, 최진호 씹새끼…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지금 이거 실시간이죠? 그러면 방금 전까지 나한테 그 지랄 해 놓고, 자기는 다른 여자 만나러 간 거네? 씨발 진짜…”
박쥐처럼 생긴 사역마가 타블렛 모양으로 바뀌더니 마치 CCTV처럼 시우의 모습을 보여 주기 시작했어요. 처음 보는 여자 둘과 사이 좋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아주 밝은 표정의 시우를요. 조금 전까지 아파서 끙끙거리던 시우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요.
[다, 다쳤던 건 다 나은 거야?!]
[응…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해졌어.]
[다행이다, 다, 다행… 흑, 으윽… 나는 네가 흐윽, 시우야… 나는 네가 나 때문에 그대로 죽는 줄 알고… 으흑, 으아아아앙! 정말 다행이야아…]
[우, 울지마 혜주야! 괜찮다니깐?]
[야, 인마. 눈치껏 따로 자리 내서 달래 줘.]
[어머? 흐흥, 그러면 우리 둘만 남는데?]
[크흠… 뭐 문제될 거 있나요?]
“와아… 둘 다 장난 아니네.”
이게 뭐야… 저 때문에 다친 게 아니… 었네요? 혜주라는 애는 또 누구인가요. 저 사람을 구해 주려다가 다친 거였어요? 이제서야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에 저는 시우에게 실망을… 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안도했달까요?
안 그래도 헤어지고 싶었는데… 그럴 계기를 마련한 기분이 들었어요.
저 말고 다른 여자가 있다면, 제가 헤어지자고 말해도 덜 미안하잖아요.
아저씨랑 키스할 때마다 항상 작은 죄책감을 느꼈었는데… 이젠 그럴 이유도 사라졌어요. 앞으로는 당당하게 아저씨의 자지를 빨 수 있게 되었어요. 마음 속의 짐을 덜어낸 저는 훨씬 더 가뿐해진 표정으로 아저씨를 바라 봤어요.
“응? 하린아,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네, 전혀요!”